리얼 버라이어티 시대 저물자 스타 MC들은

 

<무한도전>은 카 레이싱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최종목표는 다카르랠리. 그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 송도에서 벌어지는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에 참가한다는 것. 그간 한동안 뜸했었던 장기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도한다는 얘기에 벌써부터 대중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런데 왜 하필 카 레이싱이었을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과거 <무한도전>F1 레이싱에 도전했다 결국 포기했던 일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당시 이를 포기하게 됐던 것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최소 6개월 간 일주일에 3-4일씩 운전연습만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연습과정은 별로 재미가 없어 방송분량은 2회 정도밖에 나올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아이템이 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당시 유재석은 열심히 경주를 하다 막판에 차가 뒤집어지고 몇 바퀴 구르는 상황까지도 상상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결국 김태호 PD가 포기한 것은 출연자들의 안전과 현실적이지 못한 방송 분량 때문이었다. 다시 카 레이싱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퍼뜩 든 생각이 바로 F1 특집이었다. 물론 F1과 이번 카 레이싱은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도전 자체가 굉장한 강도의 아이템이라는 사실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는 <무한도전>이 최근 시청률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실로 클 수밖에 없다. KBS <불후의 명곡2>SBS <스타킹>에 가끔씩 시청률이 역전되는 상황은 제 아무리 시청률 따윈 상관없다고 외치는 <무한도전>이라도 의식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최근 <런닝맨>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느낌을 주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관찰 카메라를 내세운 일반인 참여형 리얼리티쇼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스타 MC들이 주축이 되었던 리얼 버라이어티쇼 트렌드가 점점 밀려나는 형국이다. 한때 이 리얼 버라이어티 체재의 쌍두마차였던 유재석과 강호동이 위기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최근 유재석이 기획사의 매니지먼트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유재석과 강호동이 각각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그 밑바탕을 들여다보면 이 새로운 예능 환경에서 이들이 어떻게 적응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어가 있다. 유재석의 <나는 남자다>나 강호동의 <별바라기> 모두 특징적인 것은 거기에 일반인들의 자리가 놓여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의 예능 참여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소통이 방송에도 적용되면서 일반인들의 의견을 참여시키는 것은 이제 예능의 기본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관찰 카메라가 보여주는 일반인 참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그저 옵저버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카메라 안으로 들어와 연예인 출연자들과 나란히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결국 유재석과 강호동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은 이렇게 리얼 버라이어티 체제에서 변화된 환경 속에서 이들이 일반인 출연자들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타 MC 몇몇이 전반에서 이끌어나가던 리얼 버라이어티 체제와 일반인들이 함께 참여해 관찰카메라가 만들어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체제는 확연히 다른 환경을 제공한다. 과연 유재석과 강호동은 이 달라진 환경을 적응해낼 수 있을까. 새로운 시험대가 이들 앞에 펼쳐지고 있다.

방송3사 연예대상, 유재석의 존재감

 

방송3사의 연예대상이 모두 끝났다. 본래 자사의 1년 간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치하와 내년 1년에 대한 포석의 의미가 있기 마련인 연예대상에서 각종 상들에 대해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방송3사의 대상이 누구냐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올해 KBS는 김준호에, MBC<아빠 어디가> 팀에, 그리고 SBS는 김병만에게 대상을 부여했다.

 

'MBC연예대상(사진출처:MBC)'

KBS가 김준호에 대상을 준 것은 <개그콘서트>가 거둔 성과의 의미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방송3사 중 유일하게 코미디 부문으로 우뚝 선 프로그램인데다, 거의 일 년 내내 주말 예능의 왕좌를 내놓은 적이 없는 프로그램이다. 김준호는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상당수의 개그맨들을 매니지먼트 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12><인간의 조건> 등 다양한 KBS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를 주축으로 <인간의 조건>이나 <12>로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개그맨상은 아마도 KBS 예능이 원하는 흐름이면서, 동시에 개그맨들의 워너비이기도 하다. 게다가 김준호의 수상은 이제 막 출범한 <12> 시즌3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는 일이다. 여러모로 김준호의 대상은 KBS 예능의 얼굴로서 부족함이 없었다는 점이다.

 

한편 MBC<아빠 어디가>팀에 대상을 준 것도 이견이 없다고 여겨진다. 사실 올해 MBC 주말예능을 수위에 올려놓은 수훈 갑은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이었다. 윤후는 그 선봉에 섰고, 준이와 준수, 민국이, 지아가 받쳐주며 주말 저녁 이 아이들은 온전히 대중들의 아이들처럼 사랑받았다. 그러니 이들에게 상을 주는 건 당연한 일. 다만 아이들에게 상을 준다는 것이 자칫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그 아빠들에게 상을 준 것이라 여겨진다.

 

<아빠 어디가>의 대상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MBC 예능이 특정 유명 MC에 의존하기보다는 관찰카메라 같은 새로운 형식이나, 아이들이나 군인들 같은 새로운 인물군들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끌어오겠다는 것을 말해준다. 올해 <나는 가수다><아빠 어디가>가 중국판으로 제작되며 중국에서 콘텐츠 포맷 한류의 새 물꼬를 텄다는 점은 MC보다는 예능 형식 발굴이 가진 힘을 무엇보다 실감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SBS는 지난 2년 동안 <정글의 법칙>으로 물망에 올랐으나 수상을 하지는 못했던 김병만에게 대상을 부여했다. 김병만의 대상 수상 역시 SBS 예능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다. SBS는 지난 몇 년 간 예능과 교양의 접목을 통한 독특한 예능 영역을 만들어왔다. <>이나 <정글의 법칙>은 대표적이다. 단지 웃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재미와 이야기를 통해 예능의 폭을 넓혀왔던 것.

 

그런 점에서 김병만의 대상은 SBS 예능의 출사표라고도 보인다. <자기야-백년손님>이나 <심장이 뛴다> 같은 교양과 예능을 퓨전하는 시도는 2014년에도 계속 될 것이다. 무엇보다 김병만이 독보적으로 영역을 개척해놓은 땀과 몸으로 하는 예능은 SBS 예능의 한 전범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유재석이 있다. 유재석은 올해 방송3사 연예대상에서 아무런 상을 받지 못했다. 사실상 상을 못 받았다기보다는 줄 상이 더 이상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MBC<무한도전>, KBS<해피투게더>, SBS<런닝맨>. 누가 생각해도 이 압도적인 유재석의 아우라를 가진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꽤 오래도록 이토록 큰 예능 프로그램을 여전히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일이다.

 

대상 그 이상의 상이 있다면 몰라도 유재석이 받을 상은 더 이상 없었다. 대신 그 자리는 각 프로그램에서 함께 했던 동료 예능인들이 채워주었다. <무한도전>의 정형돈과 노홍철이 그렇고, <해피투게더>의 박미선이 그러하며, <런닝맨>의 송지효, 김종국, 하하, 지석진, 개리, 이광수가 모두 상을 받았다. 특히 <런닝맨>은 올해의 최우수 프로그램상을 받았고 <무한도전>은 시청자가 뽑은 최고 인기 프로그램상을 받았다. 어찌 유재석을 무관이라 말할 수 있으랴.

 

올해 방송3사 연예대상은 코미디를 바탕으로 버라이어티로 확장을 꾀한 김준호와, 관찰카메라와 새로운 인물군으로 승부한 <아빠 어디가> 그리고 교양과 예능의 접목지점을 예능의 새 영역으로 끌어안은 김병만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대상 그 이상의 수훈을 보여준 유재석이 있었다. 이로써 2014년 예능을 예견한다면 <개그콘서트>를 주축으로 버라이어티로 뻗어나갈 KBS, <아빠 어디가>를 필두로 새로운 형식 실험이 계속될 MBC, <정글의 법칙>같은 교양과 예능의 퓨전을 보여줄 SBS, 그리고 이런 트렌드와는 무관한 유재석의 예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도 대중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기를.

끝없는 클라라 논란 만든 재앙 수준의 관리

 

“본명이 Clara Lee이고, 스위스에서 나고, 미국에서 배우고, 국적이 영국이라서 여러분 말씀대로 한국 정서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건 앞으로 열심히 열심히 배우고 또 고쳐갈게요.” 이 정도면 재앙 수준이다. 해명이라고 내놓은 말들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국내 팬들에게 국적이 얼마나 뜨거운 감자인가를 알았다면 이런 식의 해명은 절대 할 수 없었을 게다.

 

'해피투게더3(사진출처:KBS)'

외국에서 나고 자랐고 한국인도 아니어서 한국 정서를 잘 몰라 생긴 오해라는 말에는 그러면 그렇게 준비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왜 활동하고 있느냐는 논란이 내포되어 있다. 물론 국적 자체가 방송 활동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서는 안된다. 다만 국적이 달라 준비되지 않은 것이 진정성 없는 방송의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그렇다면 영국 정서로는 진정성 없는 방송을 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게다가 클라라가 활동한 것이 벌써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에 출연했던 2006년부터다. 그러니 무려 7년 간을 활동하면서 한국 정서를 몰랐다는 이야기는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심지어 실제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모든 걸 관리해야 하는 소속사가 있는 클라라로서 이런 식의 해명은 도저히 상식 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속사가 외국계라서 한국 정서를 전혀 모른다면 모를까.

 

실로 논란이 터져 나왔을 때마다 소속사가 해온 대처방식은 과연 이게 관리가 맞다 싶을 정도다. <해피투게더3> 야간매점에서 이미 방송에도 소개되고 인터넷에도 올라있는 소시지 파스타를 자신이 창작한 요리라고 소개해 논란이 되었을 때 소속사는 절대 베끼기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단 몇 일만에 클라라는 자신의 트위터에 “죄송합니다. 변명, 해명할 여지가 없습니다”라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클라라가 진정성이 없다 여겨지는 것은 바로 소속사와 클라라가 이렇게 태도를 번복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치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좋아한다고 말했고 이것이 논란이 되자 소속사 마틴카일 측은 “클라라는 평소 치킨을 좋아하지만 맥주는 잘 먹지 않는다”고 하면서 “컬투쇼에서 넓은 의미로 치맥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오해를 낳았다. 방송에서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궁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치킨 좋아하지만 맥주 잘 마시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무에 그리 어려운 말인가.

 

요가를 배운 적 없다고 했지만 다른 프로그램에서 능숙하게 요가 동작을 보여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소속사는 “클라라는 정식으로 요가를 배운 적은 없다”면서 “현장에서 요가 전문가가 동작을 가르쳐주고 연습을 거친 뒤 이를 소화한 내용일 뿐이다. 클라라가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편이라 그런 운동에 능숙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 속에는 이미 그녀가 요가 전문가에게 요가를 배웠다는 사실이 들어있다.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에 가서 오랫동안 배워야 배운 것인가. 잠깐 배운 것도 배운 것은 사실이다.

 

또 tvN <환상 속의그대>에서는 연예인과 사귀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후에 <라디오스타>에서는 “톱스타가 된 남자친구가 스토킹했다”고 밝혀 앞뒤 안 맞는 이야기가 논란이 되자 소속사는 “<환상 속의 그대>가 첫 단독 게스트라 조심하고 싶은 마음에 열애 사실을 숨긴 것”이라면서 “<라디오스타>에서는 노련한 MC들의 질문에 말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사실 연애담은 토크쇼의 단골 질문이라 소속사가 있다면 당연히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그만한 가이드라인은 있었어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은 ‘재미를 우선하는 예능’을 했을 뿐이지 ‘진실을 담보하는 다큐’를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예능을 했는데 재미가 없었다고 하시면 이해가 되지만, 진실되지 못했다고 하시면’ 억울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녀 말대로 이건 한국 정서를 몰라도 한참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지금 현재 우리네 예능은 진실을 담보로 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는 단계에 들어서 있다. 그만큼 대중들이 방송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치맥 싫어하는데 좋은 친구들과 분위기가 좋아서 치맥 좋아한다고 말하면 거짓말인가요? 요가 배운 적 없는 데 잘 하면 거짓말인가요? 연예인 남친 사귄 적 있는데 굳이 그런 거 말하기 싫어서 사귄 적 없다고 하면 거짓말인가요?’ 페이스북에 남겨진 이 말은 액면 그대로는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다른 진술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어떤 의도와 속내는 대중들에게 호감을 줄 수가 없다. 그녀는 ‘거짓말’이라는 표현에 집착하고 있지만 대중들이 요구하는 것은 아마도 100% 진실은 아닐 것이다. 최소한의 일관성과 방송을 대하는 진심어린 태도를 요구하는 것이다.

 

만일 그녀 말대로 클라라가 한국 정서에 익숙하지 못하다면 최소한 소속사가 그 정서를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줬어야 했다. 하지만 심지어 논란에 대처하는 소속사의 방식을 보면 이 역시 대중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 면이 많다. 그것이 논란이 됐건 어쨌건 클라라는 이미 화제의 중심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방송 몇 개 더 하고 수익을 얼마 더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좀 더 준비성 있는 태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소속사가 클라라를 반짝 스타로 보고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클라라가 갖고 있는 섹시에 대한 착각

 

“섹시 화보로 이효리씨를 이겼다.”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클라라는 대놓고 자신을 섹시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세우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함께 출연한 박은지와의 대결구도가 이번 게스트의 콘셉트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모습이 보였을 게다. 이효리에 대해서 박은지가 자신의 ‘롤모델’이며 그 ‘섹시함과 털털함의 조화’를 자신도 추구한다고 말한 반면, 클라라는 자신은 자기만 본다며 모 매체에서 한 화보 비교에서 자신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피투게더(사진출처:KBS)'

<해피투게더>가 박은지와 클라라의 대결구도를 통해 뽑아내려는 웃음의 포인트는 명확하다. 뭐든 분석하고 오랫동안 준비하는 박은지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뭐든 즉석에서 척척 해내고 절대 지지 않는 클라라의 모습을 비교함으로써 웃음을 주는 것. 실제로 이 비교 덕분에 박은지는 요가동작을 하다가 바람에 간판 넘어지듯 뒤로 넘어짐으로써 ‘꽈당은지’라는 예능 캐릭터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클라라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약간의 롤 플레이가 있었겠지만 선배에게 대놓고 지적을 하는 모습은 자칫 무개념의 이미지를 만들어낼 위험성이 있었고, 박은지와 대놓고 섹시경쟁을 하면서 과도한 자의식을 보여주는 것도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제가 더 청순한 것 같아요. 전 청순 섹시가 되는데. (박은지는) 도시 섹시만 되는 거 같아요.” 이런 이야기는 이제 겨우 신인인 클라라에게서 마치 연예인병의 증상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적어도 섹시 이미지에 있어서만큼은.

 

그런 면에서 보면 박은지가 클라라의 단점으로 지목하며 “완급조절이 안된다”는 분석은 정확했던 셈이다. 박은지는 대신 “길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섹시 이미지와 털털하고 소박한 이미지를 동시에 품은 이효리의 행보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그리고 이 점은 클라라가 앞으로 좀 더 오랫동안 연예계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귀 기울여야할 말이기도 하다.

 

흔히들 ‘섹시’의 이미지라고 하면 그저 몸매나 도발적인 포즈 같은 외적인 것만 보곤 하는데 그것은 그저 겉면일 뿐이다. 진정한 ‘섹시’의 이미지에 반드시 들어있어야 하는 것은 ‘성숙미’다. 무언가 경험을 통해 ‘알 걸 다 아는’ 그 성숙함이 깃들여 있어야 ‘섹시’의 이미지가 그저 경박하게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효리가 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그녀는 스스로 섹시의 아이콘이라 내세우면서도 그 외면에 머무르지 않고 솔직하고 털털한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쉽게 소비되지 않는 그녀만의 섹시 이미지를 만들었다. 여기에 최근 들어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깃들면서 이효리의 섹시는 개념과 성숙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었다.

 

아마도 박은지가 추구하고 싶은 것은 그런 의미에서의 ‘섹시’일 것이다. 그렇다면 클라라는 어떨까. 그녀는 과연 이런 내면적인 것이 같이 어우러져야 진정한 아름다움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저 도발적인 시구 한 번 던지고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고 해서 그것을 스스로 “신의 한수”라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으로는 박은지가 말하는 ‘길게 가는 길’을 얻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저는 저만 보거든요.” 타인을 분석 비교하는 박은지에 대해 클라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또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클라라가 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바라보고 배울 점을 찾아내는 시선이 중요할 수 있다.

 

<해피투게더>에서 클라라가 야식으로 가져온 소시지파스타가 타인의 레시피를 도용했다는 논란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은 어쩌면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달려 나가는 클라라의 ‘완급조절’ 실패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사실 야식의 레시피는 겹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더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되는 것은 당사자의 호불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점에서 클라라의 이번 <해피투게더> 출연이 불러온 갖가지 논란들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어떤 식으로 비춰지고 있는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효리를 이기려면 클라라는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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