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예능, 재주는 MBC가 부리고 돈은 KBS가 챙긴다?

 

역시 플랫폼으로서의 KBS의 힘이 작용한 걸까. KBS <해피선데이>(12.9% 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이 MBC <일밤>(10.1%)을 압도했다. 한동안 <아빠 어디가><진짜사나이>로 주말 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MBC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다 <12>이 새 진용을 짜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후,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제자리를 잡게 된 KBS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직 그 승패가 확실히 굳어진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KBS <해피선데이>의 약진이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을까.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MBC로서는 <나는 가수다>의 악몽이 재현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빠질 법하다. 새로운 화제를 만들어낸 <나는 가수다>는 결국 무수한 논란으로 내려졌지만 이 비슷한 형식을 가져와 KBS적으로 버무려 만들어낸 <불후의 명곡2>는 호랑이 없는 산중의 왕좌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아빠 어디가>와 유사한 육아 예능을 가져와 같은 시간대에 맞불을 놓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상승세가 심상찮게 여겨진다.

 

<아빠 어디가>가 최저가 배낭여행과 브라질 월드컵 특집으로 국내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장윤정-도경완 카드에 이어 송일국과 세 쌍둥이를 연거푸 내놓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해외여행을 하는 <아빠 어디가>가 일상을 떠나 있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철저히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브라질 월드컵이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일상 밀착형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더 주목을 끌고 있는 것.

 

항간에는 KBS가 지금껏 보인 이런 포맷 따라 하기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사실이다. KBS 같은 공영방송에서 새로운 형식을 창출해내지는 못할망정 타 방송사의 잘 나가는 형식을 가져와 KBS적인 변용을 통해 승부를 내는 건 도의적으로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꿩 잡는 게 매라고 KBS의 이 전략은 의외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은 비슷한 형식이라고 해도 KBS라는 공영방송의 플랫폼이 훨씬 시청률면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을 전부 KBS라는 방송 플랫폼 프리미엄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새롭게 등장한 장윤정-도경완 커플의 이야기는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까지 보여주는 과감함은 물론이고 생명과 부모가 보여주는 감동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선사했다. 또한 철인의 이미지를 가진 송일국이 세 쌍둥이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 역시 새로운 재미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계속 해서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찾아내고 있다는 건 어딘지 정체된 느낌의 <아빠 어디가>에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아빠 어디가>와 짝을 이룬 <진짜 사나이>가 예전만큼 화제가 되지 않고 대신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짝인 <12>이 승승장구 하는 것도 MBC 주말 예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MBC는 그래도 주말 예능의 경쟁에 들어 있다가 지금은 아예 배제되어버린 SBS <일요일이 좋다>의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순식간이다. 주말 예능 경쟁은 어찌 어찌 하다보면 승기를 놓치게 된다. <나는 가수다>가 그랬듯이 재주는 MBC가 부리고 돈은 KBS가 가져가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인가. MBC는 지금 한때의 승리에 도취할 때가 아니다.

치열한 월드컵 중계 전쟁, 이영표가 보여준 것

 

본 게임인 한국 대 러시아 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 전쟁에서 MBC는 확실한 승기를 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빠 어디가> 3인방, 김성주 캐스터와 안정환, 송종국 해설위원은 예능에서 오래도록 다져진 친근한 이미지로 마치 예능 같은 중계방송의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영표(사진출처:KBS)'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영 달랐다. 한국 대 러시아 전 중계방송의 승자는 초롱도사, 문어영표, 표스트라다무스 등등으로 불리는 이영표 해설위원이 포진한 KBS에게로 돌아갔다. 시청률이 무려 16.6%(닐슨 코리아)로 본 게임 이전에 시청률 선두를 지켰던 MBC( 13.5%)를 압도했다. 차범근 해설위원과 배성재 캐스터가 중계한 SBS는 겨우 8.5%에 머물러 이번 월드컵 중계 전쟁에서 SBS의 준비가 안이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KBS 해설에 대한 호감은 한국갤럽이 최근 전국의 성인 남녀 6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이번 월드컵 중계는 어느 방송사가 가장 잘한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31%의 응답자가 KBS를 지목한 것. MBC23%, SBS18%에 그쳤다.

 

단연 그 힘은 현재 화제의 중심에 선 이영표 해설위원에게서 나온다. 스페인의 몰락과 일본과 코트디부아르전의 경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냈던 그에게 문어영표라는 닉네임이 붙고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에 기사화되며 국제적인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영표 해설위원의 힘은 단지 문어영표라는 닉네임처럼 경기 결과 예측 같은 이벤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제시되는 다양한 논거들과 증거들이 이영표 해설의 진짜 힘이다. 이영표는 국가별 팀의 색깔은 물론이고 선수들 개개인의 성향과 장단점까지 분석함으로써 그것을 토대로 경기의 흐름을 예측해낸다는 점에서 해설의 묘미를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안정환과 송종국 그리고 김성주가 함께하는 MBC 중계는 어딘지 산만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처음에는 만담중계처럼 친근함 때문에 보게 됐지만 자꾸 듣다보니 결국에는 제대로된 분석의 묘미가 스포츠 중계의 핵심이라는 걸 대중들도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것. MBC중계가 너무 시끄럽다는 반응은 말은 많지만 쏙쏙 들어오는 효과적인 해설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한 이영표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해설자에 걸맞는 전문적인 언어구사 역시 이번 월드컵 중계 전쟁에서 KBS가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대했던 안정환은 예능 멘트를 날려 주목을 끌었지만 결국 축구 해설의 묘미란 축구의 본령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걸 입증한 셈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 20일 오전 7시부터 방영된 일본과 그리스 전에서 KBS는 시청률에서 10.9%를 기록하며 5.4%를 기록한 MBC를 두 배 가까이 앞질렀다. 후끈 달아올랐던 예능 경쟁으로 월드컵 중계 전쟁의 서막이 시작됐지만 그 결과는 결국 스포츠 중계의 본질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이영표는 그 스포츠 중계가 갖는 본연의 재미와 힘을 보여주었다.

'슈퍼맨'의 꼼수가 '아빠 어디가'에 미친 영향

 

프로그램 편성 시간은 유동적일 수 있다. 만나자는 시도조차 듣지 못 했고, 만난다고 해도 프로그램 런닝타임을 협의할 생각은 없다. 좋은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새로 만든 프로그램을 길게 보여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재방송을 편성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입장이다.” 한 매체와 인터뷰를 가진 KBS 박태호 예능국장의 말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사진출처:KBS)'

지금 현재 일요일 저녁은 예능의 격전지가 되었다. 지상파 3사의 격차가 겨우 1,2% 차이로 1,2위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 문제는 KBS가 방송시간을 조금씩 늘림으로써 방송3사 간의 편성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KBS<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시작 시간대를 지난해 121일 편성 고지보다 13분 빠른 오후 442분에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조금씩 점점 앞당겨 방송이 시작되더니 지난 1월부터는 아예 430분에 방송이 시작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MBCSBS가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방송을 먼저 시작한다는 것은 시청자들을 선점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국 시청률로 이어지고 광고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MBCSBS가 울며 겨자먹기로 방송 시간대를 앞당기기 시작했고 편성 과잉 경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KBS는 아예 지난 달 30일부터 오후 420분으로, MBCSBS는 같은 달 23일과 16일부터 오후 430분으로 방송시간을 변경 고지했다.

 

사실 5시부터 시작해 8시에 끝나는 일요예능 3시간도 적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 과열 경쟁된 편성 시간으로 인해 420분부터 방영된다면 거의 4시간 가까이 예능이 편성되는 셈이다. 제 아무리 집중도가 높은 시청자라도 이런 양적인 편성은 버텨낼 재간이 없게 된다. 제작진도 마찬가지다. 10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 3,40분 분량을 늘린다는 건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경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간다.

 

결국 방송3사가 제살 깎아 먹기 하는 출혈경쟁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의 경우 방송분량을 늘리는 꼼수 편성이 경쟁적으로 이뤄지자 방송3사가 모여 어떤 나름의 규칙을 정하는 노력을 보여 왔다. 따라서 이번 문제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방송3사가 모이려 했지만 KBS 측에서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KBS는 이런 꼼수편성을 앞세우고, 출혈경쟁을 하면서도 조정을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꼼수편성으로 실제적인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만들어져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배치된 이후 <아빠 어디가>는 그 자체로 커다란 불이익을 맛봤다. KBS<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으로 한 일은 물론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방송사들의 윤리적인 차원에서 보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특히 공영방송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아빠 어디가>가 작년 한 해 큰 인기를 끌자 생겨난 프로그램이다. 소재와 형식이 거의 같은데다 그것도 같은 시간대에 편성했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아빠 어디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작년 새로운 출연자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아빠 어디가>가 난항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유사 프로그램이 같은 시간대에 편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출연자들 입장에서도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아빠 어디가>의 침체는 근본적으로 이 캐스팅 문제와의 관련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새로운 것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기보다는 잘 된다 싶으면 우선 베끼고 보는 이런 식의 방송 제작 행태가 가져온 영향도 적지 않다. <아빠 어디가> 같은 프로그램은 그 특성상 내용 그 자체보다 어떤 아이가 등장하는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주목받게 된 것은 추사랑의 영향이 크다. 결국 내용이나 기획적인 노력보다 캐스팅 하나의 성공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성공이라면 제작 일선에서 일하는 PD들은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고생해서 만들어내면 뭐 하겠는가. 유사 프로그램이 아무런 윤리적인 고민 없이 버젓이 만들어져 같은 시간대에 세워짐으로써 그 노력이 순식간에 허사가 되어버리는 상황에 창조 경제는 물 건너간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같은 시간대 편성 자체도 꼼수로 보이지만, 그 시간대를 한없이 늘려 당장의 시청률과 시청자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다 같이 죽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청자들도 이렇게 한없이 늘어나는 편성시간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좋은 콘텐츠도 양적으로 늘리다 보면 긴장감 없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제 아무리 재밌는 프로그램이라도 네 시간 가까이 되는 양이라면 시청자도 지칠 수밖에 없다. 결국 시청자도 현장 PD도 원치 않는 일을 오로지 시청률을 위해 강행함으로써 방송 질서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KBS라는 공영방송은 이토록 시청률에 목을 매는 것일까. 공영방송이라면 공영방송에 걸맞는 좋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방영해야 맞는 게 아닐까. 누군가 만들어놓은 걸 아무렇지도 않게 베끼다시피 가져온 것도 공영방송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지만, 그것을 꼼수 편성으로 늘려 효과를 보려는 심산은 더더욱 공영방송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수신료를 내는 대중들을 어떻게 공감시킬 수 있을 것인가.

KBS 드라마의 총체적 부실 무엇이 문제일까

 

KBS 월화드라마 <태양은 가득히>는 시청률이 2.2%.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KBS라는 이름에 2.2%라는 시청률은 너무하다. 4% 시청률을 내고 있는 JTBC <밀회>에도 밀린다는 건 KBS로서는 심각한 문제다.

 

'감격시대(사진출처:KBS)'

문제는 이것이 <태양은 가득히>라는 작품 하나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전작이었던 <총리와 나>5% 시청률에 머물렀고, <미래의 선택> 역시 4%, <예쁜 남자>2.9%라는 부진한 시청률을 냈던 경험이 있다.

 

보편적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는 KBS에서 2%대의 시청률이 나온다는 건 사실상 안 본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이른바 애국가 시청률 드라마들은 KBS 드라마의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그것은 단지 각각의 사안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최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감격시대>의 출연료 제작비 미지급 문제도 마찬가지다. 출연자들이 소송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제작사인 레이앤모는 지급할 것이란 얘기와 지급 중이란 얘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제 종영에 가까워오면서 출연자들과 관련 업체들은 불안한 상황이다. 이것이 또 다른 KBS 드라마 먹튀의 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미 KBS 드라마 7편이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겪었다. 지난 2월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에 따르면 <그들이 사는 세상>67천여만 원, <도망자 플랜비>46천여만 원, <국가가 부른다>26천여만 원 등의 출연료가 미지급됐다. 드라마가 끝난 후 제작사가 파산을 선언하면 출연자나 관련업체들은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KBS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를 만들어내는 걸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방송3사 중 KBS의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게 지급하는 드라마 제작비가 가장 낮다는 점이다. 이것은 제대로 된 외주제작사가 KBS와 드라마를 제작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이유다. 이번 <감격시대>의 제작사 레이앤모는 지금껏 드라마를 제작한 적이 없는 신생제작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작품으로 150억 규모의 블록버스터 드라마 제작을 하고 KBS가 편성을 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KBS의 드라마 제작비 지원이 상대적으로 일천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바라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결국 제작자체를 충당할만한 수준의 제작비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도 일단 편성을 받아 한방을 노리는 영세한 제작사나 신생제작사들이 KBS 드라마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결국 이 제작비 지원과 관련된 시스템의 문제가 KBS 드라마의 이른바 끊이지 않는 먹튀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셈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구조 안에서 제대로 된 기획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예쁜 남자><태양은 가득히> 같은 어딘지 지금 시대와는 잘 맞지 않는 작품이 애국가 시청률을 내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트렌드에 민감한 시대에 대중들의 취향과 정서와 기호를 들여다보고 작품과 연결시키는 기획 부분은 거의 드라마의 성패를 가름하는 일이기도 하다.

 

혹자는 KBS의 재정상황이 어려워 드라마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재정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재정운용의 문제다. 최근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르면 억대 연봉을 받는 최상위직의 무려 60%가 무보직이라고 한다. 즉 하는 일 없이 억대 연봉을 받아가는 이들이 최상위직의 60%나 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돈이 콘텐츠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에 수신료 인상운운하는 것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KBS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는 재정 운용이 콘텐츠에 투자되지 않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되지 않는 작품에 편성을 주거나, 검증되지 않은 제작사에 외주제작을 주고는 문제가 터지면 그건 외주제작사의 문제라고 발뺌하는 식은 KBS라는 공영방송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것은 국내의 드라마 제작 환경 자체를 취약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KBS에서 유일하게 되는 일일극이나 주말극 혹은 사극만을 제작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또 공영방송으로서 단막극에 오히려 투자한다면 대중들의 공감대도 커질 것이다. 무리한 수익사업으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을 수익으로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민폐로 만드는 시스템의 문제는 결코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사안이다. KBS 드라마의 총체적인 문제와 부실을 점검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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