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694)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483)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207,387
Today75
Yesterday245

'SKY캐슬', 어른들보다 나은 아이들이 있다는 건

“3대째 의사가문. 그거 왜 만들어야 되는데요?” 예서(김혜윤)가 우주(찬희)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시험지 유출 사건의 진실까지 드러냄으로써 학교를 포기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된 윤여사(정애리)가 한서진(염정아)에게 ‘3대째 의사가문’ 운운하며 질책하자 예서는 그렇게 되묻는다. 그걸 마치 당연한 일처럼 여기고 있던 윤여사는 그 질문에 “당연히 가야지” 같은 궁색한 답변밖에 내놓지 못한다. 하지만 예서는 그 ‘당연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니까 왜 당연하냐고요? 도대체 그게 왜 당연한 건데요? 난 할머니하고 다른데. 나이도 외모도 다 다른데 왜 내가 할머니랑 똑같은 생각을 해야하냐고요?” 그러자 그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예서 동생 예빈(이지원)이가 한 마디를 거든다. “그러게 그렇게 가고 싶음 할머니가 가시지 그랬어요?” 속이 다 시원해지는 사이다 일갈이다. 거기에 예서가 마무리 한방을 날린다. “서울의대를 가든지 말든지 이제 내가 결정할 거예요. 할머니가 이래라저래라 상관하지 마세요.”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은 활짝 열렸던 지옥문이 이제 하나씩 정리되며 닫혀간다. 그런데 그렇게 된 건 이렇게 ‘똑 부러지는’ 아이들이 있어서다. 예서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우주의 무고도 밝히지 않고 시험지유출 사건도 숨긴 채 버티려 했던 한서진은 결국 아이들 때문에 마음을 돌린다.

이 집의 예빈이는 어른들보다 더 무섭게 일침을 가하는 인물이다. 혜나(김보라)가 숨은 딸인 줄도 모르고 장례식날 골프를 간 아빠 강준상(정준호)에게 “아빠가 사람이야?”라고 일갈했던 것도 바로 예빈이었다. 예빈은 한서진에게도 정신이 번쩍 드는 한 마디를 던진다. 학원 안갔냐는 물음에 가시 돋친 속내를 드러낸 것. “어. 뭐 하러 학원을 가? 뭐하러 공부를 하냐구? 빼돌린 시험지로 100점 맞으면 되는데. 엄마가 강예서보다 더 나빠. 개실망이야.”

예빈의 그 말은 한서진을 충격에 빠뜨린다. 예서를 어떻게 서울대 의대에 보낸다고 하더라도 그 때부터 지옥문이 열릴 거라는 이수임(이태란)의 말을 실감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빈은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하나하나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아이가 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숨긴 사실은 결국 아이를 엇나가게 만들 수 있다는 걸 한서진은 실감하게 됐다.

예서 또한 우주가 그 차가운 구치소에서 고생을 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한다. 그걸 본 한서진은 밤새워 고민 끝에 결국 예서에게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자고 말한다. 김주영(김서형)이 시험지를 유출하고 혜나를 죽게 했다는 사실을 모두 밝히자는 것. 그런데 그 의미는 예서가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밝혀지면 지금껏 해왔던 예서의 노력이 모두 매도될 수 있고 자퇴를 해야 하는 일이었다.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하고 버틸 수 있겠냐는 한서진의 질문에 예서는 오히려 단단한 답변을 내놓는다. “걱정마 엄마. 내 실력은 내가 증명해 보일께.”

이제 다음 주 마지막회만을 남기고 있는 <SKY 캐슬>을 되돌아보면, 어른들은 어른답지 못했던 반면 아이들은 오히려 어른스러웠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지나친 기대 때문에 하버드에 들어갔다고 거짓말을 하다 덜미를 잡혀 집으로 돌아온 딸 세리(박유나)에게 차민혁(김병철)이 ‘실패작’이라고 말하자 세리가 던진 일갈이 남기는 여운이 그렇다. “아빠 지금 나한테 실패작이라고 했어? 내가 왜 실패작이야? 아빠야말로 실패한 인생이야. 자식한테 존경받는 부모가 성공한 인생이라는데 너희들 아빠 존경해?” 동생들이 모두 아니라고 하자 세리는 “봤지 아빠? 실패작은 내가 아니라 아빠야. 아빠야말로 제일 불쌍해. 아빠는 철저히 실패했어. 바닥이야 빵점!.”

결국 <SKY 캐슬>의 파국을 막은 건 아이들이다. 물론 혜나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그로 인해 대신 우주가 누명을 썼고 그걸 보다 못한 예서가 많은 걸 포기하면서 친구를 선택함으로써 파국은 거기서 멈출 수 있었다.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지옥문 속으로 들어가던 걸 막아 준 이들이 다름 아닌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은 결국 교육의 목표가 아이들의 행복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어른들은 늘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무엇이 진정 아이를 위한 일일까. 아이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귓가에 쟁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SKY캐슬' 학부모와 아이들의 피눈물로 세워진 피라미드 사회

매 회 피눈물의 연속이다. 아마도 이건 어쩌면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이 초반에 보여준 영재네 집안의 비극에서부터 이미 예고되었는지도 모른다. 서울대 의대에 들어갔지만 부모와의 연을 끊어버린 영재(송건희) 때문에 그 엄마 명주(김정난)가 자살하고 아빠인 박수창(유성주)은 거의 폐인이 된 바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김주영(김서형)이라는 괴물 입시 코디네이터가 있었다.


이제 그 피눈물은 한서진(염정아)의 집안으로 들이닥쳤다. 김주영을 자신의 딸 예서(김혜윤)의 입시 코디네이터로 붙이게 되면서 한서진은 조금씩 자신의 욕망이 자신을 지옥 속으로 밀어넣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됐다. 딸 예서를 서울대 의대에 반드시 보내야 한다는 욕망과 집착은 김주영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인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딸을 맡기게 만들었다. 결과는 파국이었다.

예서를 전교 1등 만들어준 것이 김주영이 시험지를 빼돌렸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혜나(김보라)가 이를 갖고 협박하자 김주영은 혜나를 살인교사했고 대신 황우주(찬희)를 용의자로 만들어버렸다. 그 사실을 알았지만 한서진이나 예서는 김주영의 덫에 걸려버렸다. 사실을 밝히면 시험지 유출 사실도 발각되게 되고 그러면 0점 처리 될 성적과 쏟아질 비난이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혜나가 자신의 숨겨진 딸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분노한 강준상(정준호) 역시 김주영을 찾아갔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차마 딸 예서까지 비극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딸이 지옥 속에 빠져버렸다는 걸 알고는 예서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한서진. 자신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우주가 용의자로 몰려 구치소에 있다는 사실과 시험지 유출이 드러날 경우 매장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피눈물 흘리는 예서. 자신의 권력욕 때문에 혜나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예서 또한 위기로 몰아넣은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며 피눈물 흘리는 강준상.

그런데 그 피눈물은 이미 윗대에서부터 시작됐던 것이었다. 강준상의 어머니인 윤여사(정애리)가 강준상을 그렇게 키웠던 것.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어떤 짓이든 했던 윤여사의 그 과거는 마치 예서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한서진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뒤늦게 예서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강준상이 윤여사에게 서울대 의대니 병원장 같은 허울 대신 “그냥 엄마 아들”이면 안되냐고 묻는 대목은 그래서 뼈아프다.

<SKY 캐슬>의 피눈물은 노승혜(윤세아)와 차민혁(김병철)의 집안에서도 쏟아져 내렸다. 아이들에게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서야 한다고 강변하며, 폭력적인 훈육을 일삼았던 차민혁은 결국 노승혜의 이혼 서류를 받게 됐다. 아이들과 집을 떠나버린 노승혜는 마지막으로 차민혁에게 남긴 반성문에서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그로부터 아이들을 힘겹게 한 자신을 반성한다는 글을 남겼다. 피라미드 조형물만 남견 텅 빈 집에서 차민혁은 피눈물을 쏟아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학부모와 아이들이 흘리게 된 피눈물은 무엇 때문에 생겨난 것일까. 김주영이라는 절대 악역이 촉매제로 들어가 있지만, 실상 그 피눈물의 연원은 자신들이 가진 엇나간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피라미드 경쟁사회에서 꼭대기에 서기위해 아이들에게 가해진 폭력적인 일들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며 자행된 불법적인 행위들이 결국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신들의 파국을 만들었던 것.

<SKY 캐슬>은 치열한 입시 경쟁에 뛰어든 대한민국 0.1% 부모들의 사교육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어느새 우리네 사회 전체의 시스템이 어떤 욕망으로 굴러가고 있고, 그것이 어떤 파국을 예고하는가를 냉엄한 목소리로 꾸짖고 있다. 매회 이어지는 학부모와 아이들의 피눈물을 통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우리는 이런 바보 같은 피라미드 경쟁에 뛰어들게 되었을까.(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SKY캐슬'의 비극, 피라미드 경쟁이 만든 아비규환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파국이다. 결국 혜나(김보라)를 살인교사한 건 김주영(김서형)이었다. 예서(김혜윤)를 전교 1등 만들기 위해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걸 알게 된 혜나를 사람을 시켜 죽게 한 것. 혜나가 녹음해놓았던 김주영과의 대화 파일을 듣고는 그를 찾아온 한서진(염정아)에게 김주영은 오히려 으름장을 놓았다. 만일 사실을 밝히게 되면 시험지 유출 사태가 드러나게 되고 그러면 예서는 0점 처리되는 데다 학교를 떠나야할 수도 있다는 것.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지기는커녕 더 극으로 치닫는다. 이렇게 된 건 드라마가 전반부에 촘촘하게 터질 시한폭탄들을 장치해뒀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같은 이른바 명문대를 보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하는 부모들. 그 안에서 지쳐가거나 미쳐가는 아이들. 이미 SKY캐슬이라는 곳은 언제든 불씨 하나만 던지면 터져버릴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거기에 불씨 정도가 아니라 활활 타오르는 불 자체 같은 김주영이 들어오면서 이미 파국은 예고된 것이었다. 한서진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김주영을 끌어들였다. 그것은 섬뜩한 인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예서의 ‘서울대 의대’를 포기할 수 없는 그의 욕망 때문이었다. 김주영은 그 약한 고리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한서진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예서까지 엄마보다 자신을 더 따르게 만들었으니.

혜나의 살인용의자가 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황우주(찬희) 때문에 그 엄마인 이수임(이태란)은 한서진에게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빌었다. 김주영이 관련되어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알게 된 이수임은 한서진 또한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걸 감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너무나 안타까우면서도 진실을 밝힐 수 없는 한서진이었다. 그는 자신이 공조했고 김주영이 불 질러 놓은 지옥문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게다가 황우주를 면회 갔다 온 예서가 그를 돕기 위해 혜나가 김주영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리려 하자, 결국 한서진은 이 문제가 ‘시험지 유출’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려줌으로써 딸마저 지옥문에 들어서게 했다. 좋아하는 친구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됐지만, 사실을 밝히는 순간 자신의 ‘서울대 의대’의 꿈은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혜나가 강준상(정준호)의 숨은 딸이었다는 ‘출생의 비밀’ 코드는 후반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파국에 힘을 더했다. 갑자기 실려온 병원장 조카를 먼저 수술하게 함으로써 어쩌면 살릴 수도 있었을 혜나를 죽게 했다는 사실은 그를 지옥문으로 이끌었다.

흥미로운 건 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파국의 이면에 자리한 ‘피라미드 경쟁’의 끔찍한 실체를 이 드라마가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서진이 지옥문에 들어선 건 결국 피라미드 경쟁 속에서 어떻게든 딸을 서울대 의대에 보내야한다는 그 엇나간 욕망 때문이다. 예서를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세우기 위해서는 친구인 우주를 밟고 서야하는 현실을 드라마는 극적인 이야기 속에서 그려내고 있다.

또한 드라마는 이 지옥문이 입시경쟁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강준상의 비극을 통해서 보여준다. 강준상이 자신의 딸인 줄도 모르고 혜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건, 병원장에게 잘 보여 그 권력 경쟁의 피라미드에서 좀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함이 아닌가. 결국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피라미드형 경쟁 시스템은 대학은 물론이고 사회에서도 계속 이어진다는 걸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가족들로부터 쫓겨났던 차민혁(김병철)이 며칠 동안 주문해 만든 거대 피라미드 조형물을 집안으로 들이는 장면은 얼마나 이 경쟁체제에 우리가 집착하고 있는가를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그는 아이들에게 꼭대기에 오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진진희(오나라)의 아들 우수한(이유진)은 사실 파라오는 피라미드의 중간 즈음에 있다며 그 곳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피라미드 경쟁 시스템 속에서 그 위로 올라가려는 그 욕망이 만들어내는 지옥문을 떠올려 보면 이 아이의 한 마디가 그저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SKY캐슬', 김서형의 비정상적 행동들이 받아들여진다는 건

혜나(김보라)의 죽음 이후, 매 회 폭발적인 사건들의 연속이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은 마치 이전까지 여러 개의 폭탄들을 설치해 놓은 다음, 혜나의 죽음이라는 기폭장치를 눌러 놓은 듯하다. 그 죽음 하나로 이 곳에 살아가는 이들은 그간 숨기고 있던 욕망의 실제 얼굴들을 드러낸다.

한서진(염정아)은 혜나의 죽음이 혹시 딸 예서(김혜윤)가 저지른 일은 아닌가 불안해하며 증거를 인멸하고 입시 코디네이터인 김주영(김서형)과 함께 이수임(이태란)의 아들 우주(찬희)를 희생양으로 내몬다. 한서진은 같이 살았던 혜나가 죽고 우주가 용의자로 잡혀갔으면서도 오로지 예서의 입시만을 걱정한다. 3학년 1학기까지만 내신을 쌓으면 서울대 의대에 간다는 김주영의 한 마디는 한서진이 이 엄청난 범죄적 행위를 저지르게 만드는 뱀의 유혹이다.

차민혁(김병철)은 누군가에게 밟히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가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하는 인물. 그는 혜나가 죽고 우주가 잡혀간데다 이 문제로 예서 또한 흔들리고 있다는 말을 듣자, 그 아이들을 걱정하기보다는 자기 자식들이 등급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결국 아이들이 그 말을 참지 못한다. 역시 참다 못한 노승혜(윤세아)의 “아빠를 밖으로 모시라”는 말에 아이들은 차민혁을 집밖으로 내쫓는다.

죽은 혜나가 자신의 숨겨진 딸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강준상(정준호)은 ‘출신’ 운운하며 왜 그런 애를 들였느냐고 한서진을 비난한다. 결국 혜나의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고 골프를 치고 들어온 그는 그 사실을 알게 된 둘째 딸 예빈(이지원)으로부터 혜나가 딸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출신을 따지며 혜나를 천대했지만 그것이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 것.

한편 이수임(이태란)은 아들 우주가 용의자로 몰려 잡혀간 후 혜나와 예서가 이복자매라는 사실과 그것 때문에 다퉜다는 이야기를 진진희(오나라)로부터 듣고는 이를 은폐하려 한 한서진을 찾아가 맞붙는다. 그런데 여기서도 한서진은 “내 딸 건드리지 말라”는 자기 자식만 우선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결국 이수임은 이 사건의 배후에 뱀 같은 입시 코디 김주영이 있다는 심증을 갖게 된다. 김주영을 찾아가는 길에 만난 예서가 혜나가 가방에 달고 다니던 인형을 갖고 있는 걸 보게 된 이수임은 혜나와 김주영이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이 모든 사건의 배후에 김주영이 있다는 게 조금씩 드러나고, 혜나가 남겨 놓은 김주영과의 대화 녹음 속에서는, 김주영이 예서를 전교1등 만들기 위해 시험지 유출을 했다는 사실을 혜나가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것은 협박 받은 김주영이 혜나를 죽음으로 내몬 용의자 중 하나라는 의미였다.

김주영은 점점 선악과를 먹게 유혹한 뱀의 실체를 드러낸다. 혜나의 죽음으로 흔들리는 예서는 엄마보다 어느 덧 김주영을 더 의지하는 아이가 되었다. 엄마가 해주지 못하는 것들을 김주영이 해주고 있어서다. 달콤한 말로 예서를 유혹하고, 마치 자기 자식이나 되는 듯 쓰다듬는 김주영의 모습은 우리가 성폭력 사건에서 종종 등장하는 ‘그루밍’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루밍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과 사전에 친밀한 관계를 맺어두는 행위’를 뜻한다. 물론 예서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건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조종하려는 의미에서 이 행위는 그루밍이다.

SKY캐슬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일련의 사건들은 비정상적이다. 입시라는 지상과제 속에서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공간에 김주영이라는 뱀의 혀를 가진 입시 코디가 등장하면서 그 비정상적 행위는 더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드라마 초반부터 등장했던 영재네의 비극(아이는 가출하고 엄마는 자살하는)이 그렇고, 그가 예서를 코디하기 시작하면서 생겨나는 사건들이 그렇다.

정상적인 부모라면 애초에 끊어버렸어야 하는 인물이 바로 김주영이다. 실제로 한서진은 김주영의 실체를 조금씩 알게 되고 급기야 남편 살해 용의자였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예서 코디를 중단시키려 하지만, 결국 부정한 방법까지 써서 아이를 전교 1등 시켜버리자 서울대 의대라는 그 유혹에 넘어가 버린다. 엄마보다 코디를 더 찾는 상황 또한 비정상적이지만, 그것이 아이의 공부를 위해 좋다는 김주형의 말에 한서진은 또 넘어간다. 김주영이라는 비정상적인 뱀의 행동이 용인되는 건, 역시 비정상적인 입시경쟁 속에서 비정상적인 선택에 휘둘리는 부모들 때문이다.

김주영이 예서와 대화를 나눌 때 카메라는 그 얼굴을 마치 뱀의 형상처럼 잡아낸다. 음영과 김서형의 소름끼치는 연기가 만들어내는 그 형상은 마치 한 아이의 영혼을 달콤한 말로 유혹해 조종하려는 뱀을 닮았다. 과연 서울대 의대만 들어간다고 한서진이 생각하는 아이의 미래가 장밋빛으로 펼쳐질까. 어쩌면 엄마보다 코디의 말을 더 따르게 된 아이는 이미 그루밍의 조종 속에서 피폐되어가고 있는데. 이를 한서진은 어떻게 감당해낼 것인가.(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SKY캐슬' 염정아가 그리는 겉만 번지르르한 저 괴물들 실체

안타깝게도 혜나(김보라)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혜나의 죽음으로 인해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은 본격적으로 이른바 대한민국 0.1%라는 이들의 겉만 번지르르한 실체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머리를 다쳐 곧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했지만, 병원장 손자의 수술을 해야 한다며 혜나를 타 병원으로 이송시키라 명령한 강준상(정준호). 그는 환자를 보는데 있어서도 권력이 우선이었다. 의사 가운을 입고 잔뜩 위세를 떨고 있지만 그 실체는 당당하지 못한 욕망덩어리라는 것.

강준상이 죽음에 이르게 만든 혜나는 그러나 다름 아닌 자신의 숨은 딸이었다.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그런 선택을 한 강준상은 향후 이 진실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이미 혜나가 강준상의 딸이라는 걸 알고 있는 시청자들로서는 이 아이러니한 선택을 보며 혀를 끌끌 찾을 게다. 제 욕망이 제 발등을 찍는 강준상의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겉만 번지르르한 저들의 실체를 그려내는 인물은 다름 아닌 한서진(염정아)이다. 그는 잘 나가는 의사 아내에 전교 1등 하는 아이의 엄마지만, 그 실체는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욕망을 위해 뭐든 하는 인물이었다. 본명인 곽미향을 버리고 한서진이 된 것도 그런 이유. 그는 그렇게 속인 채 강준상이 사귀던 혜나의 엄마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한서진이 딸의 입시 코디네이터인 김주영(김서형)을 위험한 인물이라며 경계하면서도 결국 전교 1등을 만들어내자 그를 믿는다고 말하는 모습에서도 그가 얼마나 표리부동하며 또 욕망을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인물인가를 잘 드러낸다. 그는 김주영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며 딸을 다시 맡아달라고 하고서, 그게 성사되자 나오며 입가에 미소를 띠우는 인물이다.

혜나의 죽음은 한서진의 이런 면을 또다시 드러내게 만든다. 그 날 혜나가 딸 예서(김혜윤)와 다퉜다는 사실을 알고는 혹 딸이 혜나를 죽인 게 아닌가 의심하는 한서진은 증거가 될 수 있는 혜나의 핸드폰과 노트북을 망치로 때려 부숴 청소차에 버리는 ‘증거인멸’을 했다. 그리고 그 날 혜나가 이복자매라는 사실을 말하며 예서와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던 진진희(오나라)를 찾아가 괜스레 살갑게 굴며 그 사실을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게다가 김주영과 만난 한서진은 이 사건에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나누고, 엉뚱하게도 황우주(찬희)가 용의자가 되어버린다. 자신의 아이가 살 수 있다면 다른 아이의 희생은 당연한 듯 선택하는 한서진. 이 모습은 한 명의 어른이 아니라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의 모습이었다.

혜나의 사망 때문에 모인 SKY캐슬의 부모들이 모여 집단으로 머리끄댕이를 잡고 드잡이를 하는 풍경은 그 괴물의 실체를 제대로 드러낸 풍자적 장면이 되었다. 평소 근엄한 척, 우아한 척 했던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아이만을 지키겠다는 이기심에 다른 집 아이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게 드잡이로 이어진다. 저만 살아남기 위해 하던 볼썽사나운 짓들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수임(이태란)이 “아이가 죽었는데...” 어른들이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하는 일갈은 그들의 실체를 실감하게 만드는 통쾌한 면이 있었다.

한서진은 필요하면 악마와도 손을 잡기도 하고, 다른 아이를 희생양으로 삼기도 하는 모습으로 <SKY캐슬>이 겨냥하고 있는 저들의 실체를 제대로 풍자하는 인물이다. 번지르르한 말들로 포장되지만 화가 나면 불쑥 튀어나오는 “아갈머리를 찢어버린다”는 상스러운 말이 그 실체인 괴물. 그가 어디까지 밑바닥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SKY캐슬'과 '알함브라', 작가라면 이런 의미 있는 시도해야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JTBC <SKY 캐슬>은 그 드라마의 색깔은 다르지만 드라마에 쏟아지는 반응은 유사한 면이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모두 높은 드라마인데다, 거침없는 전개로 박수 받는 드라마라는 점이다. 참신한 소재와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라 그저 그런 뻔한 소재와 전개를 가진 드라마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작가라면 이런 도전적인 시도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차병준(김의성)이 제이원 홀딩스 컴퍼니를 손에 넣기 위해 궁지에 몰아넣었던 유진우(현빈)가 그에게 ‘동맹’을 맺게 만드는 상상초월 전개로 시청자들을 반색하게 만들었다. 게임 속 세계가 현실과 연결되는 ‘미쳐야만 이해할 수 있는 그 세계’ 속으로 드디어 차병준도 들어가게 된 것. 차병준은 이로써 그의 앞에도 사이버좀비가 되어 나타난 아들 차형석(박훈)을 보고는 멘붕에 빠졌다. 향후 차병준은 이제 어쩔 수 없이 유진우의 공동운명체가 되어 그를 도울 수밖에 없게 됐다. 유진우의 마지막 퀘스트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궁금증이 쏠리는 이유다.

<SKY 캐슬>은 강준상(정준호)의 숨겨진 딸로 그 집에 들어왔던 혜나(김보라)가 폭주하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복자매인 예서(김혜윤)에게 충동적으로 그 사실을 말하고, 이 사실을 SNS에 올리면 어떻게 되겠냐며 위협을 가하는 와중에 무슨 일인지 베란다 난간에서 떨어지는 혜나의 모습으로 끝나는 엔딩은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도대체 누가 혜나를 죽인 것인지, 그것이 실제 사건인지 분분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게 한 것. 어른들의 잘못된 세계 속에서 지옥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러한 거침없는 사건 전개는 그저 자극이 아니라 메시지와 맞닿는 것이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SKY 캐슬>이 보이는 또 하나의 유사한 특징 중 하나는 이야기 전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변화무쌍함을 보인다는 점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애초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하는 멜로가 아닐까 오해하게 했지만 게임의 세계에 빠져들고 그 세계과 현실과 중첩되면서 벌어지는 상상초월의 이야기 전개로 이어졌다. <SKY 캐슬>도 처음에는 JTBC 드라마 특유의 색깔이 묻어나는 상류층 사교육을 풍자하는 드라마처럼 시작했지만, 차츰 어른들의 욕망이 어떻게 아이들을 지옥으로 내모는가 하는 이야기로 확장되어갔다.

이러한 거침없는 전개는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의 2018년 12월 4주차 드라마 화제성 순위표를 보면, <SKY 캐슬>이 1위이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2위다.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순위표에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현빈과 박신혜가 각각 1위, 5위이고 <SKY 캐슬>의 염정아와 김보라가 각각 3위, 7위를 기록했다. 시청률에서도 <SKY 캐슬>은 1.7%로 시작해 무려 15.78%(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는 대반등을 만들었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최고 시청률 9.8%를 기록했다. 그만큼 지금 이 두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산술적으로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나눠 평가할 수 없는 구조지만, 공교롭게도 이 두 드라마가 모두 비지상파라는 점은 그저 우연한 일로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결국 대본이 똑같이 들어와도 그걸 편성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건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SKY 캐슬>은 두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방송사의 드라마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를 잇는 판타지로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거론되고, <품위 있는 그녀>를 잇는 풍자극으로서 <SKY 캐슬>이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면 수십 편의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른바 ‘드라마 홍수 시대’다. 하지만 양적으로 늘었다고 질적으로도 좋아졌다 말할 수 있을까. 그저 그런 드라마 코드들을 범벅해 내놓은 드라마들이 공해 수준으로 쏟아지고 있는 와중에, 시청자들이 보내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SKY 캐슬>에 대한 열광을 드라마 기획자나 작가들이 곱씹어봐야 하는 이유다. 작가라면 이런 의미 있는 시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SKY캐슬', 아이들 지옥으로 내모는 어른들

“내 딸 손대지 마!”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참다못한 노승혜(윤세아)는 결국 폭발했다. 그리고 하버드대에 입학했다는 게 거짓이었다는 게 밝혀진 딸 차세리(박유나)의 뺨을 때린 남편 차민혁(김병철)을 막아섰다. 노승혜는 자신의 속이 텅 빈 것 같은 허탈감에 비통해했지만, 곧 그것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라는 걸 깨달았다.

쌍둥이를 키우느라 힘들었던 그는 언니가 세리를 맡아주겠다는 말에 13살의 어린 나이에 딸을 미국으로 보냈고, “성적이 잘 나온다”는 말에 좋아하기만 했었다는 것. 결국 딸이 거짓말까지 하게 된 건 차민혁의 지나친 기대 때문이었다. 항상 피라미드를 보여주며 그 꼭대기에 서야한다고 말해왔던 아빠를 기쁘게 해주겠다며 했던 거짓말은 결국 눈덩이처럼 커져 이 가족의 불행으로 되돌아왔다.

이수임(이태란)과 진진희(오나라)에게 심경을 토로하며 눈물 흘리는 노승혜는 딸의 거짓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잖아도 쌍둥이들을 직접 가르친다며 감옥이나 다름없는 스터디룸에 가둬두고 체벌까지 해가며 몰아세우는 걸 안타깝게 봐온 노승혜였다. 그는 아이들을 좋은 대학을 보내려는 남편의 말을 따르고는 있었지만, 그만큼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였다. 그는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기 위해 아이들이 희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노승혜의 각성이 시청자들을 공감시킨 건,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바로 거기에 담겨 있어서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산다는 SKY캐슬이라는 곳에는 끊임없이 놀라운 사건들이 터진다.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지만 부모와의 연을 끊으려한 아들 때문에 엄마가 자살하고, 하버드대학에 들어갔다고 거짓말을 한 아이는 1년 동안이나 가짜 대학생으로 살아가다 발각된다. 상상할 수 없는 금액으로 초빙된 입시 코디네이터는 아이의 최고 성적을 끌어내는 대신 그 영혼까지 갉아먹어 그 아이는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 파괴한다.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선택도 불사한다. 김혜나(김보라)가 자신이 강준상(정준호)의 핏줄이었다는 걸 알고 그 집으로 들어와 강예서(김혜윤)와 각을 세우는 상황은 아이들의 경쟁을 좀 더 극대화해 보여주는 면이 있다. 툭하면 유전자가 다르다는 식으로 말하며 아빠 없이 자란 김혜나를 자극하자, 결국 김혜나는 자신이 강준상의 딸이라는 사실을 강예서에게 폭로한다. 그리고 그 사실은 강예서를 극단으로 몰아넣는다.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겠는 그는 김주영(김서형)과 전화통화를 하며 “선생님 나 진짜 김혜나 죽여버리고 싶어요”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그리고 이어진 난간에서 떨어진 김혜나가 피를 흘리고 쓰려져 있는 장면으로 끝나는 엔딩. 누가 살해했는지, 혹은 그것이 진짜인지 누군가의 상상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장면이 보여주는 건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살의를 품을 정도로 망가져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어른들이다. 아이들에게 꿈과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자신들의 욕망 때문에 아이를 파괴하고 있는 어른들.

<SKY 캐슬>은 이 특별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극화된 사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면을 풍자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과장된 이야기들이 담기지만, 아이들이 겪는 불행만큼은 결코 과장이라 말하기 어려울 게다. 어쩌다 우리는 스스로 아이들을 지옥 속으로 밀어 넣게 되었을까. 그것이 우리들의 지옥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그래서 참다못한 노승혜가 일갈하는 “내 딸 손대지 마!”라는 한 마디가 주는 울림이 크게 다가온다. 그건 당장 눈앞에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들어 올리는 손찌검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교육이란 허울로 자행하는 갖가지 학대 행위들에 대한 최소한의 부모로서 갖는 감정이 묻어나는 말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쩌다 우리는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됐을까.(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SKY캐슬'의 풍자 판타지에 이토록 빠져드는 이유

도대체 무엇이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 이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이 드라마의 시청률표를 보면 그 상승곡선이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1.7%(닐슨 코리아)로 첫 회를 시작했지만 2회에 4.3%로 치솟았고, 10회에 11.2%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13회에는 13.2% 최고 시청률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그 열광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이 드라마가 건드리고 있는 ‘사교육 문제’에 대한 풍자다. ‘SKY 캐슬’이라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사교육이 그것이다. 수 십 억을 들여 입시 코디네이터를 두기도 하고, 집에 아예 감금시키듯이 아이를 공부시키는 공간을 만들어놓기도 하는 이들의 사교육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100% 현실적이라고 보긴 어려운 극화된 면들이 있지만, 실제로 입시 코디네이터가 존재하고 저들만의 세상처럼 여겨지는 가진 자들의 은밀한 사교육이 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지경이 되어버린 게 우리네 교육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교육이 개천에서도 용이 되기 위한 유일한 길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개천에서는 절대 용이 나기 어려운 교육시스템이 되었다. 자녀들의 입시가 부모들의 재력과 무관하지 않게 된 현실이 아닌가.

그런데 <SKY 캐슬>은 이렇게 가진 자들의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보여준다. 그것도 그저 대학입시에 떨어지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그런 실패다. 그 첫 번째 사례는 영재네 집안의 비극이다. 서울대 의대에 들어감으로써 이들의 사교육은 성공한 듯 보였으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의 부추김에 의해 영재는 가출을 하고 결국 그의 엄마 이명주(김정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코디네이터 김주영이 한서진(염정아)의 딸 예서(김혜윤)을 맡게 되면서 불안감은 계속 이어진다. 영재네가 이사를 나가고 그 집으로 들어온 이수임(이태란)은 아이들의 불행을 막기 위해 이를 소재로 동화를 쓰려하고 그 취재과정에서 김주영의 놀라운 과거행적을 알게 된다. 영재 이전에 그가 맡은 학생도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는 것. 이수임은 김주영이 ‘위험한 인물’이라는 걸 한서진에게 경고하지만 그는 이를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김주영이 과거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딘가 이들 기득권자들과 그 자녀들에 대한 ‘악감정’을 갖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고 실제로 자신이 맡은 아이들을 서울대에 입학시키는 실적을 내며 유명해졌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에 모든 걸 잃게 만드는” 그의 방식은 교육이 아니라 복수에 가깝게 느껴진다.

드라마는 현실에서는 그 기득권을 통해 성공이 대물림되는 사교육을 ‘처절한 실패’로 그려냄으로서 박탈감을 느껴온 우리네 서민들에게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재네가 무너졌고, 예서 역시 불안한 상태이며, 차민혁(김병철)이 그토록 총애하는 하버드에 들어간 줄 알았던 딸은 사기행각으로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입주과외라는 명목으로 한서진의 집에 들어온 혜나(김보라)는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폭탄이나 다름없다.

<SKY 캐슬>은 우리네 교육시스템을 풍자하는 드라마지만, 동시에 현실과는 달리 저들이 파괴되어가는 걸 판타지로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른바 ‘생기부 전형’으로 불리는 입시 경쟁에서 가진 자들이 막대한 투자로 얻어가는 ‘교육과 학벌의 세습구조’ 속에서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는 그 박탈감을 잠시 동안의 판타지로나마 깨주고 동시에 비판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수직상승하는 시청률 수치와 열광이 말해주는 건 어찌 보면 그 박탈감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 아닐까.(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SKY캐슬', 염정아·김서형 같은 괴물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네 비뚤어진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리 사회 전반의 부조리들이 보인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이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여기 등장하는 ‘SKY캐슬’이라는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대한민국의 축소판처럼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이 드라마의 시작점으로 되돌아가보면 영재(송건희)네의 비극이 과연 이 SKY캐슬이라는 곳에서 벌어졌던 사건인가가 무색해질 정도로 아무 변화도 없는 이 곳의 현재에 놀라게 된다.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다며 축하파티가 열렸지만, 그 지옥 같은 삶에 복수하듯 가출해버린 영재로 인해 그의 엄마 이명주(김정난)가 자살함으로써 한 집안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나버렸다.

가장 가까이서 이명주를 따르고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까지 이어받아 자신의 딸 예서(김혜윤) 또한 서울대로 보낼 꿈에 부풀었던 한서진(염정아)은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김주영의 뺨을 때리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에게 무릎을 꿇는다. 그래서 다시 예서의 입시 코디가 된 김주영은 보란 듯이 아이를 전교회장으로 만들어냄으로써 이를 반대하던 한서진의 남편 강준상(정준호)까지 설득시킨다.

한 집안이 박살나는 비극을 보면서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불나방처럼 그 속으로 다시 뛰어드는 이 이야기는, 잘못된 부조리한 경쟁시스템들에 의해 그토록 많은 비극들이 벌어지고 그 때마다 큰 충격에 빠지지만 그럼에도 금세 잊어버린 채 다시 그 비극을 반복하는 우리네 사회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시스템은 건재하다. 그래서 비극은 반복된다.

<SKY 캐슬>은 입시라는 문제를 전면에서 다루고 있지만 그것은 이 드라마가 다루려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하나의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이 어디서부터 비롯되고 있는가를 들여다본다. 한서진의 둘째딸 강예빈(이지원)이 편의점에서 도둑질을 하는 그 증상은 그걸 입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허용하는 그 엄마 한서진이 있어서다. 한서진은 교육의 목적이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도둑질은 그 과정으로서 허용되는 것이다. 어른들의 비뚤어진 가치관과 세계관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예서가 전교회장이 된 걸 축하한다는 명분으로 열린 파티에서 영재네의 비극을 소재로 이수임(이태란)이 동화를 쓰려 한다는 사실을 끄집어내자 이에 대해 보이는 반발은 우리 사회가 가진 일그러진 얼굴들을 드러낸다. 이 곳에 사는 이들은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걸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 비극을 끄집어내는 일을 “명예가 손상되고 품위가 실추되는” 일로 여긴다. 지진희(오나라)는 이런 일이 알려지는 게 “집값부터 떨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강준상은 그래서 이수임이 하려는 일을 “남의 비극을 소재삼아 돈벌이를 하려는 짓”이라 폄하한다.

이에 대해 이수임은 자신이 글을 쓰려는 진짜 의도를 밝힌다. “영재네에서 있었던 엄청난 비극이 여러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절망스러워서요. 입시경쟁으로 해마다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데도 우리 사회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게 비통하다 못해 참담해서요.”

하지만 이들은 비극을 멈추려 하기보다는 비극 자체가 없는 것처럼 치부하며 그 경쟁시스템에서 살아남으려 몸부림친다. 그건 입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일하는 일터에서도 똑같이 벌어지는 일이다. 촌극처럼 그려지는 우양우(조재윤)가 끊임없이 강준상의 눈치를 보며 대학병원 내 서열극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고, 이런 경쟁시스템이 만들어낸 김주영 같은 사실상 사설 불법정보원 같은 일까지 하는 입시 코디네이터 괴물이 그렇다.

이들은 끊임없이 그 시스템이 야기하는 비극들을 보고 있고 가까이서 겪고 있지만 그걸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사건은 없는 것처럼 여기려 한다. 게다가 그 비극의 주인공들을 심지어 이 경쟁시스템의 낙오자 정도로 취급함으로써 그 부조리한 시스템을 더 공고하게 만든다. 결국 아이들은 죽어나가거나 그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계에서 괴물이 되기도 한다. 한서진이나 김주영 같은 어른들만이 괴물이라 여겨졌던 <SKY 캐슬>에 엄마가 죽은 후 자신이 강준상의 딸이었다는 걸 알게 된 혜나(김보라)가 또 다른 괴물처럼 등장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도대체 이 비극은 어째서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걸까. <SKY 캐슬>에 시청자들이 집중하게 되는 건 이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우리네 사회가 갖고 있는 부조리를 축소판처럼 담아내고 있어서다. 경쟁시스템 안에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경쟁하듯 살아가다 보니 제대로 그 시스템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들여다보지 않았던 우리들은 이 드라마가 그려내는 그 축소판을 통해 새삼 그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부지불식간에 모르는 것처럼 지나치곤 했던 그 현실과.(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SKY캐슬'은 저들만의 성일까 아니면 감옥일까

“예서는 영재와는 달라.”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예서(김혜윤) 엄마 한서진(염정아)은 스스로 다짐하듯 그렇게 말한다. 그건 오히려 그가 얼마나 불안한가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언니처럼 따르던 영재 엄마 이명주(김정난)가 자살하게 된 이유가 영재의 복수심을 이용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형(김서형)의 꼬드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부모에게 적개심을 보이는 영재에게 김주형은 가장 큰 복수가 저들이 원하는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후 부모를 떠나는 것이라 알려주었고, 실제로 영재가 부모와의 연을 끊겠다고 나오자 이명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

그래서 이 사실을 몰랐던 한서진은 자신의 딸이 김주형의 코디를 받게 됐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사실을 알고 나서는 이를 그만두게 하려했다. 하지만 한서진을 더 불안하게 하는 건 영재네의 비극보다 자신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시댁이었다. 무조건 예서를 서울대 의대에 보내는 일만이 자신을 인정받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릎까지 꿇어가며 다시 김주형에게 딸을 맡기지만 한서진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하지만 김주형에게 딸을 맡기기 위해 무릎까지 꿇은 뒤 겨우 승낙을 받아내고 나오며 입가에 미소를 띠우는 한서진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그는 입시 코디네이터를 부리는 건 자신이고 그래서 그 주도권은 자신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서가 스펙을 쌓기 위해 전교회장 출마를 하려 하자 김주형은 나와 봐야 당선되기 어렵다며 쓸데없는 공력을 낭비하지 말자고 하지만, 한서진은 “그래서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그것은 “부탁드리는 게 아니라”는 걸 명확히 했다. 그 말은 결국 시키면 하라는 이야기다.

한서진의 요구에 결국 김주형은 “알겠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그 무표정한 얼굴 뒤에 어떤 생각이 숨겨져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김주형은 벌써부터 한서진의 딸 예서를 더 혹독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전교 1등이지만 라이벌인 혜나(김보라)에게 진 거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예서가 가진 경쟁심을 부추긴 것. 영재와는 달리 강한 멘탈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김주형의 이런 지도방식은 예서 역시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한서진은 자신이 김주형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지만, 결국 아이를 쥐고 있는 건 김주형이라는 점에서 이건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한서진이 스스로 “괜찮을 것”이라 낙관하게 만드는 건 결국 자신의 불안 때문이다. 아이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야 그 불안감을 겨우 이겨낼 수 있어서다.

<SKY 캐슬>의 이야기 구조를 들여다보면 극명하게 보이는 건 아이들보다 더 불안감에 떠는 부모들이다. 아이가 SKY로 대변되는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으로 치부되는 SKY캐슬은 그래서 우리네 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상징하는 공간처럼 보인다. 마치 신기루처럼 손에 닿지 않는 하늘에 세워진 성이고, 그래서 그 곳에 들어가기 위해 비인간적인 훈육방식에 아이들을 내모는 곳. 밖에서는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쓰고, 안에 들어온 이는 밀려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그곳은 그래서 부모들을 불안에 잠식시킨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한참 보다보면 그 곳이 누구나 들어가고픈 하늘 위에 지어진 성이 아니라,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부모들도 힘겨운 감옥처럼 보인다. 김주형 같은 괴물은 바로 그 감옥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밀려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그 괴물의 입에 아이들을 집어넣는 한서진의 집착과 낙관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과연 그는 자신이 이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다고 여기는 걸까. 이미 감옥에 포획되어 있는 처지도 모른 채.(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