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612)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5395)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641,741
Today295
Yesterday713
728x90

안타까운 <송포유> 논란, 좀 더 섬세한 배려가 있었다면

 

추석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송포유>는 애초의 기획의도와는 정반대의 상황을 맞게 되었다. 제목에서부터 풍겨나듯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처럼 ‘일진 미화’ 같은 것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이런 목적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은 없을 테니까.

 

'송포유(사진출처:SBS)'

오히려 <송포유>는 이런 사회적인 마찰이나 불편한 시선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뤄지는 기적의 ‘하모니’를 보여주고 싶었을 게다. 합창을 소재로 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보여줬던 것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목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이룰 때 그것은 그 자체로 소통의 의미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게다.

 

이런 프로그램이 주는 감동을 우리는 <남자의 자격> 하모니 편이나, 영화 <하모니> 그리고 지난 2011년 12월에 <SBS 스페셜>에서 방영되었던 ‘기적의 하모니’를 통해서도 본 적이 있다. 특히 ‘기적의 하모니’에서 김천 소년교도소 소년수형자 합창단의 멘토로 출연했던 이승철은 당시에 그가 느꼈던 소통의 경험이 이번 프로그램 출연의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좋은 의도와는 별개로 <송포유>는 불편한 방송이 되어버렸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그 첫 번째는 <송포유>가 영화 같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 현실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미셸 파이퍼가 교사로 출연했던 <위험한 아이들> 같은 영화는 그것이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영화라는 허구적 장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불편함보다는 감동을 안겨준다.

 

하지만 <송포유>는 다르다. 거기 출연하는 아이들이 지금은 달라졌다고 해도 과거 그들에게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고통으로 각인된 실제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주목된다는 것 자체가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게는 모순처럼 여겨질 수 있다. 가해를 한 아이들은 방송에 나와 주목받고 심지어 폴란드 합창대회에 나갈 기회가 주어지지만 정작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그걸 바라봐야 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송포유>가 서 있는 예능과 다큐 사이의 어정쩡한 지점에서 발생한다. 어찌 보면 심각한 이야기일 수 있는 문제 학생들을 다루면서 <송포유>는 다큐적인 깊이로 들어가기보다는 예능적인 가벼움으로 건드린 면이 있다. 즉 이렇게 문제 학생들이 되어 끝단에 몰려 있는 아이들이 왜 그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부모와 사회의 책임은 없는지, 피해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은 없는지 그래서 그 아이들은 과거를 후회하는지 등등 다차원적인 접근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예능으로서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능적인 차원으로만 접근해 아이들의 겉으로 드러난 행동들만을 보여준다면 거기에는 왜 이들이 방송에까지 나와 기회를 얻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가 잘 드러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송포유>는 2편까지 마치 조폭처럼 험악한 아이들과 그들이 반항을 하면서도 합창 연습을 하는 장면들만 들어갔을 뿐, 그들의 내면은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이것은 아마도 <송포유>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면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이 그랬듯이 꽤 긴 호흡으로 접근해 아이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필요하다면 피해 학생들의 이야기까지 같이 다뤄졌다면 <송포유>는 진정한 기적의 소통이 가능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 3회 분량으로 다뤄지면서 이런 세세한 이야기들은 그저 훑고 지나가버린 상황이 되었다.

 

다큐와 예능을 퓨전하는 것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지만 이것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때로는 지나친 미화나 경직성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퓨전이 가진 위험성이기도 하다. <송포유> 논란은 바로 이 예능과 다큐가 접목되는 최근 트렌드가 어떻게 접근되느냐에 따라 얼마나 민감해질 수 있는가를 드러낸 안타까운 사례가 되었다.

 

물론 방송이 교조적일 필요는 없다. 또 잘못을 저지른 문제 학생들이라고 해서 그저 방치하고 배제하며 때로는 격리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즉 이 문제를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으로 보는 시각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좋은 의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모든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송이라는 결과다. 문제 학생들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들까지 고려한 좀 더 섬세한 배려와 사회적인 접근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