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엄마 따라잡기’가 가진 가치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풍자극으로 출발했다. 한석봉의 일화를 패러디한 첫 장면이 그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왜 굳이 제목을 강남엄마로 잡고, 구체적인 지역을 거론했을까. 드라마 종영에 즈음해 생각해보면 ‘강남엄마’라는 직설어법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풍자란 에둘러 현실을 꼬집는 재미를 주어야 하는데(여기서 꼬집는 현실에는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포함한다) 강남엄마란 직접적인 용어는 풍자극을 심각한 사회극으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시선을 잡아끈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강남에 사는 엄마들의 입장에서 보면 속상할 일이다. 게다가 이렇게 현실적으로 환원된 드라마는 현실의 검증이란 쓸데없는 논란까지 만들어낸다. 여러 모로 보나 우리 교육에 대해 용기 있는 문제제기를 한 이 드라마의 가치는, 초반부에 너무 쓸데없는 힘을 빼면서 중반을 지나서야 차츰 가치를 드러나게 된다. 아들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하는 현민주(하희라)라는 캐릭터가 드라마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된 것은 강조된 현실로 인해 풍자극으로서 충분히 희화화되지 않은 캐릭터가 공감을 얻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남으로 이사온 후, 부딪치는 학교에서의 문제들, 예를 들면 과열된 엄마들의 치맛바람이나, 촌지 문제, 학력 논란, 학원문제 등등은 모두 공감을 자아내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된다. 애초부터 이 교육의 문제는 엄마들의 문제라기보다는 교육현실, 즉 잘못된 교육정책이나 거기에 철학 없이 따라가는 학교들이 양산하는 문제였다. 즉 드라마가 강남이니 강북이니 하는 지역 논란을 제쳐두고 학교 문제에 집중하자 공감대의 폭은 넓어졌다는 말이다.
조금 자극적인 설정일 수도 있지만 윤수미(임성민)의 아들 이창훈(김학준)이 자살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가 전해주려는 메시지를 가장 적절히 보여준 에피소드로 보여진다. 학원을 땡땡이 치고 한강으로 놀러간 진우(맹세창), 지연(박은빈), 준옹(이민호)이 오랜만에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과 교차 편집된 창훈의 자살 장면은 교육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 에피소드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결국 아이를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을 제대로 꼬집는다. 직접적인 장면의 자극을 피하고 종이비행기가 날아가는 장면을 통해 미학적으로 처리된 것 역시 적절했다 보여진다.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굳이 강남이 아닌 우리나라의 교육풍토를 풍자한 드라마다. 엄마들과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엮어 가는 드라마 속의 희비극은 고스란히 우리 사회가 처한 교육의 희비극과 맞닿는다. 새벽부터 새벽까지 아이를 학원으로 돌리고, 엄마이기를 포기한 채 학습매니저가 되어 가는 엄마들, 아이를 교육시켜야할 선생님들이 순위표에 줄 세우기를 해야 하는 현실, 학교는 뒷전이고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 이런 현실들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생각해보면 어이없어 웃음이 나오면서도 슬픈 이 시대의 희비극이 아닐 수 없다.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그걸 우리 앞에 끄집어내 준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를 가지는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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