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써치', 멜로 라인 없는 팽팽한 긴장감만으로도 충분하다 본문

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써치', 멜로 라인 없는 팽팽한 긴장감만으로도 충분하다

D.H.Jung 2020. 11. 2. 11:23
728x90

'써치', 멜로가 죄는 아니지만, 굳이 멜로 없어도 충분한

 

멜로가 죄는 아니지만, 굳이 멜로가 없어도 충분히 괜찮을 법한 드라마가 있다. 팽팽한 긴장감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만으로도 이제 장르물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더 열광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OCN 드라마틱 시네마 <써치>가 딱 그렇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좀비 장르의 보편적인 재미를 주는 괴생명체라는 소재에 비무장지대라는 우리식의 차별적인 요소가 더해져 있어서다. 민간인들이 들어가지 않은 천혜의 자연 속에서 탄생한 괴생명체와 군인들의 피 튀기는 대결은 그래서 영화 <프레데터>의 공포감을 유발하고, 여기에 겹쳐진 남북한 대치국면은 상황을 더 쫄깃하게 만들어준다.

 

처음에는 비무장지대에서 출몰하던 괴생명체가 DMZ내 민간인이 거주하는 천공리 마을에 출몰하고, 야간수색에 군인들이 나가 빈틈을 타고 심지어 군부대까지 들어와 습격하는 괴생명체가 주는 공포감과 몰입감이 만만찮다. 말년 병장 용동진(장동윤)이 군견병으로서 항상 동고동락했던 군견을 잃게 되고 조금씩 괴생명체에 대한 감정을 얹어가고, 괴생명체를 제거하기 위해 꾸려진 특임대의 송민규(윤박) 팀장과 이준성(이현욱) 부팀장의 속내도 갈수록 궁금해진다.

 

그들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서로를 주시하고 각각 누군가의 지휘라인을 따르고 있다. 그들 뒤에 존재하는 이혁(유성주) 국방위원장과 한 대식(최덕문) 국군사령관이 과거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진 남북 간의 총격전 속에서 벌인 비밀스런 사건은 이 괴생명체의 탄생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그것은 남북 간 대치상황이라는 특수한 한반도에서 부당한 권력이 탄생되기도 했던 우리네 불행했던 과거사를 떠올리게 한다.

 

군대 소재를 다루고 있어 상대적으로 역할이 적게 나올 수도 있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용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손예림(정수정) 중위는 특임대의 브레인으로 괴생명체와의 대결에 있어서 과학적인 접근을 한다. 공수병의 징후를 갖고 있을 거라는 판단 하에 괴생명체를 물로 유인하는 작전을 시도하게 한다거나, 세포 검사를 통해 괴생명체의 정체를 파악해 그 약점을 노리려는 접근방식이 그것이다. 게다가 현재는 기념관에서 해설을 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만만찮은 전투력(?)을 숨기고 있는 듯한 김다정(문정희)의 활약도 기대된다.

 

이처럼 <써치>는 다양하게 건드릴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좀비도 아니고 군인도 아닌 존재로서 굉장한 속도로 움직이는 괴력을 가진 괴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는가 하는 궁금증이 있고, 그런 괴생명체 때문에 비무장지대에서 벌어지는 남북 간의 관계 변화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또 이 실체를 숨기려는 자들과 진실을 밝히려는 자들 간의 치열한 대결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군대 소재의 드라마라는 점 때문에 그랬을까. 굳이 용동진과 손예림을 예전에 사귀었다 소원해진 연인으로 세워 놓은 건 드라마의 흐름을 조금 느슨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본격 장르물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박감으로 가득 채워 넣어도 충분했을 이야기에 갑자기 멜로가 들어가서 생겨나는 느슨함은 <써치>의 아쉬운 지점이다.

 

좋은 소재와 장르적 퓨전을 잘 엮어낸 데다 비무장지대라는 우리네 특수한 상황이 주는 차별점까지 가진 <써치>다. 이 정도면 괜한 우려에 멜로를 기웃거릴 필요 없이 본격 장르물의 팽팽한 스토리를 정주행 해줘도 충분하지 않을까. 괜한 멜로보다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의 전우애가 <써치>에는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사진:O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