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오은영 박사의 '금쪽같은', 이런 게 진짜 육아예능이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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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의 '금쪽같은', 이런 게 진짜 육아예능이지

D.H.Jung 2020. 12. 2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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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내 새끼', 관찰카메라의 자극 대신 공감 코칭 선택

 

이른바 '육아예능'이 쏟아져 나왔던 건 관찰카메라라 불리며 사실은 리얼리티쇼를 시작한 우리네 예능가가 그 안전한 선택으로서 '육아'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MBC <아빠 어디가>가 그 시작이었다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고 SBS <오 마이 베이비>가 등장하면서 육아예능의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 육아예능은 한 풀 꺾인 상태다. <아빠 어디가>는 일찍이 종영했고 <오 마이 베이비>도 버티다 종영을 선택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만이 주말시간대의 시청률을 가져오면서 지금껏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육아예능이 이렇게 예전만 못해진 건, 애초 육아의 버거움을 예능적인 툴로 담아내겠다던 취지가 점점 희석되고, 보다 예능에 맞춰진 이벤트가 많아지면서 공감대 역시 사라졌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육아와 특히 아빠들의 잠깐 체험하는 육아가 보통 사람들의 육아와는 다르다는 점도 공감이 사라진 이유가 됐고, 어떤 경우에는 그들만의 육아로 시청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불편함을 안기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오은영 박사가 주축이 되어 진짜 리얼 육아의 일상을 관찰카메라로 보면서 공감가는 코칭을 더해주는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는 앞에서 거론한 육아예능들과는 차별화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벤트적인 예능적 성격은 거의 들어내고 오롯이 리얼 육아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고민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카메라에 담아내지만, 그러면서도 자극적인 시선을 지워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개그우먼 허민과 야구선수 정인욱 편에서 동생이 생겨 질투가 폭발한 첫째 아이가 동생을 안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짜증을 내고 발로 차기도 하며 심지어 모빌을 집어 던지는 행동을 한 후 엄마한테 "할아버지가 발로 찼다"고 거짓말을 하는 행동을 담아내는 영상이나, 그걸 보고 코칭을 해주는 오은영 박사의 방식은 자극보다는 공감이 먼저였다. 

 

아이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금쪽이'라고 표현하는 데서부터 알 수 있듯이 방송은 여기 관찰카메라에 담기는 이들을 최대한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또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비춰질 때 스튜디오에서 그걸 보는 패널들은 놀라면서도 자신들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는 걸 드러내면서 그것이 그 집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공유한다. 이렇게 출연자의 개인사를 담아내면서도 거기 등장하는 문제를 보편적인 시선으로 끌어안는 방송의 태도는 이 육아예능이 진짜 육아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개그우먼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경력이 단절된 상황을 겪고 있는 허민의 입장을 통해, 같은 처지에 놓여 있을 분들과의 공감을 끄집어내는 부분도 주목할 점이다. 두 아이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독박육아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면서 시아버지와 남편 같은 가족의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사실을 영상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이런 분위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건 오은영 박사다. 그는 그 관찰카메라 속에서 아이가 하는 행동이 왜 일어나는가를 공감하면서도 전문가로서 그 시기가 되면 무조건 받아주기보다는 '금지'되는 것도 알아야 하고 '훈육'도 필요하며 집안 내 서열도 인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생을 가족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공해준다. 아이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소통하고 또 육아에 조금씩 참여시켜 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며, 가족 간의 스킨십을 통해 서열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방식이 그것이다. 

 

사실 최근 들어 관찰카메라는 점점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로 흘러가는 중이다. 한때는 이 형식이 갖는 사생활 엿보기의 불편함을 상쇄하기 위해 소재로 선택한 육아예능의 경우도 그것이 과연 재미 그 이상의 정보적 가치를 주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 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는 진심이 느껴지는 진짜 육아예능의 면모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보면서 안타까운 현실을 공감하기도 하고 그걸 넘어서는 가족애의 감동을 전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제대로 육아에 도움 되는 정보들을 전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사진:채널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