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결>의 판타지를 모두 뒤집어버린 <님과 함께2>

 

윤정수는 실로 대세 예능인이 됐다. 한동안 방송에는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사업실패로 파산신청까지 할 정도로 추락했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최근 몇 개월만에 이토록 매력적인 인물이 된 데는 JTBC <님과 함께2>라는 프로그램에 김숙과 쇼윈도 부부콘셉트로 출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도대체 이 프로그램의 어떤 점이 윤정수라는 어찌 보면 옛날 코미디언(?)을 이토록 뜨거운 인물로 만든 걸까.

 


'님과 함께2 최고의 사랑(사진출처:JTBC)'

사실 개그맨으로 잔뼈가 굵어온 윤정수의 웃음에 대한 감각은 명불허전이다. 어떤 것이 웃음의 포인트가 되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 심지어 엄동설한에 누드시위(?)를 벌이는 것조차 꺼리지 않는 모습에서는 그의 뼈그맨으로서 면면이 묻어난다. 즉 어떤 상황에서든 웃음을 만드는 그 능력은 확실히 남다르다는 점이다.

 

하지만 윤정수를 이처럼 돋보이게 하는 건 그런 웃음의 강도 때문이 아니다. 최근 예능에서 웃음만큼 중요해진 건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다. 윤정수는 이미 바닥까지 온 자신의 처지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그것조차 웃음의 소재로 내놓는 걸 꺼리지 않음으로써 대중들의 호감을 샀다. 어떤 면에서는 그 웃음 뒤에 짠한 페이소스까지를 느끼게 만드는 윤정수는 그래서 같은 힘겨운 현실을 공감하는 서민들에게는 지지해주고픈 마음을 갖게 하는 인물이 되었던 것.

 

하지만 제 아무리 윤정수가 웃음의 능력이 뛰어나고 또 호감이 가는 인물이라고 해도 그것을제대로 뽑아내주는 <님과 함께2> 같은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이처럼 그가 대세 예능인이 되지는 못했을 게다. <님과 함께2>는 지금껏 MBC <우리 결혼했어요>가 해왔던 가상 부부 콘셉트를 완전히 뒤집어버림으로써 신선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가짜 판타지를 뒤집는 역발상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짜지만 진짜인 척 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님과 함께2>는 아예 대놓고 쇼윈도 부부를 내세운다. 즉 진짜인 척 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이건 가짜(혹은 그래야만 한다고)라고 주장하는 것. 그러자 이야기는 의외의 진정성을 갖게 된다. 즉 가짜라고 주장하고 때로는 그것이 하나의 상황극일뿐이라고 보여주지만, 어느 순간 짧게 진심이 슬쩍 드러나는 그 장면에서는 의외의 애정 같은 게 비춰진다는 점이다.

 

시청률 7%를 넘기면 진짜 결혼한다는 황당한 공약을 내세우고는 그걸 막기 위해 본방 시청하지 말자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나, 이제 대세 예능인으로서 <정글의 법칙>이나 <마이 리틀 텔레비전>, <복면가왕> 같은 프로그램을 겨냥해 방송 연습을 하는 모습은 그래서 웃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짠한 느낌도 준다. 윤정수와 거리를 두려하지만 은근히 그를 도와주는 김숙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마치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는 식으로 온몸을 던지는 윤정수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와 공감대를 함께 하기 때문일 게다.

 

그 누구도 더 이상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가상 부부 콘셉트가 진짜일 거라고 믿지 않는다. 그것이 잠시 현실을 잊게 만드는 달달한 판타지라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판타지가 아닌 <님과 함께2>가 보여주는 개그맨들의 현실에 더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웃고 있고 또 대책 없는 웃음을 만들기 위해 뭐든 하는 개그맨들의 쇼윈도 부부설정에서는 마치 살기 위해 힘겨운 직장 내에서도 웃으며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의 얼굴이 느껴진다. 서로가 살기 위해 일종의 합의된 연기를 하고는 있지만, 때때로 그 연기를 넘어서 다가오는 동료(혹은 그 이상)의 마음이 느껴질 때도 있는 법이다. 김숙이 그러하듯 윤정수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의 마음이 생기는 건 그래서다

<배우학교>, 다큐 찍은 박신양, 예능 하려던 유병재

 

그저 그런 연기 오디션이나 연기를 소재로 한 예능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가졌던 시청자들이라면 tvN <배우학교>의 첫 방송이 사뭇 낯설게 다가왔을 수 있다. 그것은 아마도 여기 출연한 출연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물론 스스로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면서 프로그램에 합류했다는 건 그만한 용기를 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라는 점은 이만큼의 진지함과 압박감을 요구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배우학교(사진출처:tvN)'

첫 회만 두고 얘기하자면 <배우학교>는 예능이라기보다는 다큐에 가까웠다. 박신양은 진심으로 그 학교를 찾아온 출연자들에게 연기를 가르쳐주려 했고 그래서 그 첫 번째 관문으로서 자기소개 시간에 왜 연기를 하려는가에 대한 압박질문을 던졌다. 처음 자기소개를 하러 나온 남태현에게 집요하게 왜 연기를 하려는가를 물었고, 자꾸만 머뭇거리며 회피하려 하는 속 얘기를 결국은 꺼내게 만들었다. 자신의 연기력 논란에 드라마 제작진들부터 연기자들까지 모두가 피해를 입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고 최소한 그런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연기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이토록 압박감과 긴장감을 유발하고 첫 모습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눈물까지 흘리는 이 장면은 <배우학교>가 향후 어떤 모습의 프로그램이 될 것인가를 가늠하게 해주었다. 박신양의 어찌 보면 가혹하다싶을 정도로 그냥 넘어가지 않는 독한 질문들은 일종의 화두였다. 지금껏 어찌어찌해 캐스팅된 연기를 하기는 했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들. 연기란 무엇이고 나는 왜 연기를 하려하는가에 대한 연기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유병재는 아마도 자신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해왔던 대로 이 프로그램 역시 배우수업이라는 상황에서의 재미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병재의 이 생각이 깨지는 건 단 몇 분 간의 질문세례면 충분했다. 박신양에게 심지어 자신이 선생님으로서 합격시켰다는 식의 무례한 얘기까지 꺼낸 건 분명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그 말은 웃음이 아닌 무거운 분위기로 돌아왔다. 결국 거듭된 박신양의 질문 속에 압박감을 느낀 유병재는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유병재를 데리고 침대가 놓여져 있는 숙소로 간 박신양은 그를 다독이며 마음을 가라앉히게 해주었고, 그날 밤 그에게 두 번째 주어진 자기소개 시간에는 훨씬 더 차분한 목소리로 왜 연기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할 수 있게 했다. 발표하는 것 자체가 훨씬 편해진 그에게 박신양은 연기 또한 그렇게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잘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결국 박신양이 압박질문을 통해 하게 했던 자기소개 시간은 사실은 여기 참가한 출연자들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고 또 단단한 껍질을 깨고 그 속살을 드러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연기가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 속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과정이라면 먼저 자신을 제대로 보고 인정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박신양의 첫 수업은 그래서 연기자라면 가져야 될 가장 기본적인 자세를 끄집어낸 시간들이 될 수 있었다.

 

<배우학교>는 결코 웃기려는 예능이 아니라는 것을 첫 방송은 보여줬다. 예능을 하려던 유병재를 진지한 연기의 세계로 이끄는 박신양의 진심이 느껴졌다. 물론 상황 자체가 웃음을 유발할 수는 있을 것이나 그것이 목적이 되지는 않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배우학교>는 웃음보다는 눈물과 땀이 더 느껴질 예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가장 큰 이유다

<배우학교>의 박신양, 연기에 대한 진정성 보여줄 수 있을까

 

박신양과 예능. 어딘지 낯선 조합이다. tvN이 새롭게 시도하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 <배우학교>가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어모은 건 바로 이 낯선 조합에 대한 호기심 덕분이다. 왜 박신양은 <배우학교>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했을까. 지금껏 해왔던 배우로서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실로 이례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배우학교(사진출처:tvN)'

박신양이 누군가. <편지>, <약속> 같은 영화로 또 <파리의 연인>, <쩐의 전쟁>, <바람의 화원>같은 드라마로 그 누구보다 화려한 필모그라피를 보여주는 배우다. 물론 최근에는 2011년 작품인 <싸인> 이후에 이렇다 할 작품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연기력에 있어서 누구나 인정했던 배우가 바로 박신양이다.

 

하지만 박신양은 2007<쩐의 전쟁>에서 이른바 고액 출연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쩐의 전쟁>이 인기를 끌면서 연장방송된 번외편에서 회당 155백만 원의 출연료로 추가계약을 한 사실은 당시 제작사였던 이김프로덕션과의 법정 분쟁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결국 밥정은 박신양의 손을 들어줘 이김프로덕션이 추가 계약대로 386십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문제는 이 고액의 액수가 만들어낸 적지 않은 파장이었다.

 

드라마 제작사 협회가 나서 박신양이 거액의 출연료 요구로 드라마 발전을 방해하고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명목으로 박신양의 드라마 출연을 무기한 정지하기로 의결했고, 그 액수가 알려지면서 대중들의 박신양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가워졌다. 결국 이 여파로 박신양은 2011<싸인>에 출연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안방극장에 얼굴을 내밀 수가 없었다.

 

사실 연장방송을 한 것이 더 잘못이고, 거기서 추가계약을 했다면 그 액수대로 지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박신양에게 이러한 계약이나 출연료보다 더 큰 문제는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이 논란에 의해 상당히 흐려져 버렸다는 점이다. 물론 그건 진짜라기보다는 이미지의 문제다. 그런 돈의 이미지가 배우로서 온전히 서 있던 박신양에게 드리워지게 됐다는 것.

 

이런 일련의 흐름을 통해 볼 때 박신양의 <배우학교>라는 예능 프로그램 선택은 꽤 괜찮은 행보라고 보인다. 다른 예능도 아니고 연기로 소재로 하는 예능이 아닌가. 게다가 박신양이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분석해보면 그는 결코 이 프로그램을 예능으로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연기에 대한 진심을 담아서 이 프로그램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학교>는 그런 점에서 박신양의 연기에 대한 진정성을 드러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 출연하는 이른바 발연기제자들의 진정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여기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발연기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 정도로 드러내놓겠다는 건 진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의 다른 말이 아닐 것이다.

 

과연 <배우학교>는 박신양과 그 제자들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담당 PD인 백승룡 PD는 이 프로그램이 예능인지 드라마인지 다큐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바로 그 헷갈리는 지점에 그 진정성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배우학교>도 또 박신양도.

<라스> 박나래, 웃음을 위해 그 누가 이만큼 할 수 있을까

 

완전 골퍼 다리예요.” 등장과 함께 뜬금없이 박나래에게 던진 김구라의 요청에 그녀는 골프 스윙을 보여주고는 손으로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선보인다. 역시 박나래다. 등장부터가 남다르다. 조금 어색할 듯도 싶지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뭐든 웃음으로 살려낸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MBC <라디오스타>에 박나래가 다시 나온 건 이전에 이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던졌던 양세찬에 대한 짝사랑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함이다. 이 날 방송에는 박나래의 옆에 박나래의 남자, 제대로 똥 밟은(?)’ 양세찬이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연적(?) 설정으로 장도연이 그리고 그 옆에 이 모든 사건(?)을 목격해온 양세찬의 형 양세형이 앉아 있었다.

 

박나래가 등장과 함께 골프 세리머니로 웃음을 주자 김구라는 그녀의 웃음을 자판기에 비유하며 “(동전을) 넣으면 커피가 나온다고 즐거워했다. 대세 개그우먼답게 병신년이 잘 어울리는 여자 연예인 미녀개그우먼 박나래입니다라는 인사 한 마디에도 기분 좋은 웃음을 주는 그녀였다.

 

김구라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박나래에게 윤종신이 설에 인사 한 번 가라고 하자 아예 그 자리에서 테이블 위에 올라 세배를 올리는 모습은 웃음을 위해서는 거리낌이 없는 그녀의 진심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사실 제 아무리 개그우먼이라고 해도 여자로서 감추고 싶은 것들도 있게 마련이지만 이 날 박나래는 양세찬을 짝사랑했던 그 에피소드들을 모두 도마 위에 올려도 괜찮다는 쿨한 모습이었다.

 

박나래가 좋아한다는 말에 똥 밟았다고 했다는 양세찬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그녀는 유쾌하게 받아주었다. 심지어 나는 똥이에요라고 말하고, 그걸 웅변으로 풀어보라는 김구라의 요청에도 피하는 일이 없었다. 결국 박나래의 이런 자세가 그 날 나온 양세찬, 절친인 장도연 그리고 양세형까지 존재감을 만들어내게 해주었다.

 

특유의 19금 개그는 그녀가 의도하지 않아도 캐릭터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했다. 장도연이 김구라에게 호감을 표하는 모습을 슬쩍 보이자 서로 두 사람을 이어주려고 부추기는 와중에 박나래가 아무 뜻 없이 저런 사람들이 잘해요라고 툭 던진 말이 19금으로 해석되어 큰 웃음을 주었다. 오해라며 여자한테 잘 한다는 뜻이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 당황한 모습마저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그녀였다.

 

양세찬과 혹시 결혼하게 되면 박나래가 술 취해 동그랑땡 부치는 모습이 너무 꼴불견일 것 같다며 웃음을 준 양세형의 이야기에도 그녀는 심지어 그 모습을 막간 콩트로 보여주기도 했다. 양세형이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빵빵 터질 수 있었던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박나래가 쿨하게 자신을 모두 이야기의 도마 위에 올려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만일 그녀가 이 모든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불편하게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자칫 잘못하면 그 상황 자체가 불편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박나래가 스스로 이를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이자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 또한 유쾌한 방송이 가능해졌다.

 

<무한도전>에 깜짝 출연했던 잭 블랙은 대스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의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그 모습은 웃음 그 이상의 감동을 주기도 했다. 코미디언의 진심이 거기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라디오 스타>에서 보인 박나래의 모습은 마치 그 웃음을 위해 뭐든 다 받아주는 잭 블랙을 연상시켰다. 이러니 잘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대세 개그우먼이라는 말이 그냥 붙은 게 아니라는 걸 그녀는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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