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박명수·정준하보다 이효리·비가 더 기대되는 이유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갑자기 <무한도전>의 풍경이 펼쳐졌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100마리 치킨을 무료로 나누는(이 미션을 성공하면 1000마리 치킨을 기부하는 콘셉트였다) 이른바 '토토닭'에 '치킨의 명수' 박명수와 일일 인턴 정준하가 출연하고 이벤트 현장을 찾아온 하하가 합류하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사실 시청자들은 여전히 <무한도전>의 시즌 종영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더해진 <무한도전>의 풍경은 어딘지 조화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것은 <무한도전> 시절의 흔했던 상황극이나 소동극이 <놀면 뭐하니?>에서 재연되는 것이 새로운 재미를 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뻔한 재미의 코드가 박명수의 버럭 개그다. 소리를 지르며 "어떡하냐"를 연발하는 그 정신없는 멘트들은 <무한도전> 시절 박명수의 전매특허 같은 모습이지만,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가 버럭 댈 때 그를 적당히 눌러주는 다른 멤버들이 있어 그것이 그리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던 <무한도전> 시절의 풍경과 <놀면 뭐하니?>의 그것은 사뭇 달랐다.

 

일일 인턴으로 참여한 김연경 선수에게 버럭 대는 박명수의 모습은 그래서 다소 불편한 감을 주었고, 정준하의 참여로 만들어진 하&수 케미도 예전 같은 재미보다는 너무 정신없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차를 대고 기다리는 손님들에게도 버럭 소리를 지르는 그 모습은 최근의 방송 트렌드가 상황극보다는 자연스러움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나마 김연경이 박명수의 그런 버럭을 받아주지 않고 맞서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그 불편함이 상쇄되긴 했지만, 여러모로 박명수의 한계가 느껴지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번 '토토닭'은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고 나아가 불필요한 장면들도 들어가 있어 본래 취지가 흐려지는 면들도 있었다. 대놓고 PPL로 들어온 교촌치킨이 그렇고, 하하가 이벤트장에 찾아와 일을 함께 하게 되는 그 상황도 너무 정해진 수순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벤트장으로 가는 도중 갑자기 박명수가 아내와 딸이 탄 차를 발견하고 딸이 요즘 무용을 한다는 걸 굳이 인서트를 집어넣은 장면도 그랬다.

 

<무한도전>이 그립긴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역시 유재석이 홀로 이끌어가며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낼 때 더 흥미로워진다는 걸 이번 '토토닭' 프로젝트는 보여줬다. 사실 지난 번 비가 출연해 이효리와 비가 함께하는 혼성 댄스 그룹 도전의 이야기를 기다렸던 시청자들이 많았을 게다. 그들의 이야기가 이처럼 기다려지게 되는 건 그 조합이 새롭고 그래서 기대감도 크기 때문이다.

 

박명수의 버럭과 정준하와 맞춰 만들어내는 티격태격 '하&수' 케미, 그리고 하하 특유의 과장된 '호객행위(?)' 같은 장면들은 <무한도전>이라는 틀 안에서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것은 다소 불편한 대립 같은 게 등장해도 그걸 상쇄해주는 서로 간의 물고 물리는 관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 같은 새로운 틀에 자꾸만 <무한도전>의 그 색깔을 끼워 넣으려고 하는 시도는 조금씩 진화해가고 성장해가던 <놀면 뭐하니?>가 뒷걸음질을 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 다양한 세계를 확장시키고 결합시키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무한도전>처럼 강한 세계가 아직 확실히 성장하지 않은 <놀면 뭐하니?>와 붙었을 때 자칫 이 새로운 세계를 잡아먹을 수도 있다는 걸 유의할 필요가 있다.(사진:MBC)

'팬텀싱어3', 역시 천상계 존노, 만드는 무대마다 역대급

 

도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가수가 나왔을까.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3>에서 듀엣미션에 나온 존노는 카운터테너 최성훈과 함께 아비치의 EDM 'Addicted to you'로 또 다시 역대급 무대를 만들었다. <팬텀싱어> 전 시즌을 통틀어 최초로 시도되는 EDM의 크로스오버. 사실 EDM을 성악을 하는 이들이 크로스오버 한다는 건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존노와 최성훈은 마치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는 듯 자유롭게 노래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최성훈이 카운터테너 특유의 목소리로 마치 새가 노래하듯 고조시키면 존노는 마치 그 노래에 추진력을 넣는 듯한 그런 하모니를 선보였다. 특히 고음을 너무나 편안하게 소화하는 존노는 후반부에 리듬이 더해지자 마치 노래를 갖고 노는 듯한 자유로움을 보여줬다. 음악 자체가 되어버린 듯한 존노의 그 자유로움은 다른 가수들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그만의 색깔이었다.

 

프로듀서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김이나는 "천상계 무대"라며 "선물" 같았다고 했고, 윤상은 이 조합이 "반칙"이라며 "결승을 미리 보는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옥주현은 자신의 심장을 맡긴 듯 쥐락펴락한다고 했고, 확실히 "우린 다르다"는 걸 보여준 무대라고 했다.

 

이날 특별게스트로 참여한 <팬텀싱어> 초대 우승팀인 포르테 디 콰트로와 2대 우승팀 포레스텔라도 그 무대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조민규는 "내가 지금 뭘 보고 뭘 들은 거지? 정말 짜릿한 느낌의 무대"였다고 했고, 강형호는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벌써 2:2 듀엣에서 이 정도 무대면 3중창, 4중창은 도대체 어떤 게 나올 건지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이벼리는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집에 가서 잠을 못 이룰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존노는 <팬텀싱어3>에서의 무대 하나하나가 레전드로 평가되고 있다.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린 디온이 부른 'The Prayer'는 그 듀엣 곡 구성 자체가 그러하듯이, 두 사람이 한 팝적인 발성과 성악적인 발성을 넘나들며 이 가수가 어째서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단을 뽑는 이 오디션에 나왔는가를 증명한 무대였다. 팝적인 발성은 편안함을 줬고 성악 발성은 부드러움과 안정감 그리고 시원함까지 안겨줬다.

 

두 번째 1:1 미션에서 국악을 하는 고영열과 함께 부른 쿠바 노래 'Tú eres la música que tengo que cantar' 역시 역대급 무대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고영열이 국악 특유의 한의 정조를 담아 노래하고, 그 위에서 존노는 그 한을 흥으로 넘기는 듯한 그루브를 선보였다. 쿠바가 가진 쓸쓸함과 유쾌함이 음악이라는 하나로 엮어지는 예술적 순간을 보여준 존노와 고영열의 무대는 먹먹한 감동까지 선사했다.

 

팝과 성악이 어우러지는 팝페라는 물론이고, 국악의 한의 정서와 더해져 쿠바 곡을 소화해내며, 이젠 카운터테너와 함께 EDM을 독특하게 해석해낸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렇게 다양한 영역과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도, 무리한 느낌이 전혀 없고 오히려 그 음악 안에서 자유로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팬텀싱어>라는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오디션에 이만큼 어울리는 가수가 있을까. 향후 3중창, 4중창으로 이어질 그의 또 다른 역대급 무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사진:JTBC)

'삼시세끼', 없으니 비로소 더 소중해지는 것들

 

"뭔가 부족할 때 돈독해지는 것 같아." 물고기 한 마리 못 잡았다는 부채감에 새벽같이 배 타고 나가 낚시를 하는 유해진에게 차승원이 정성껏 차린 밥을 챙겨다주자 유해진은 감동한다. 없으니 비로소 하나하나가 더 소중해지는 시간들.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은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섬에 와서도 고구마와 감자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그래서 더더욱 돈독한 세끼 하우스 사람들의 모습으로 훈훈함을 안겼다.

 

유해진이 낚시를 할 때 차승원은 김치라도 담가두겠다고 나선다. 김치에 들어갈 풀을 쑤고 잠시 차승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손호준과 손님으로 온 공효진은 재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차승원이 있을 때는 뭐든 척척 돌아가던 요리가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해진다. 그래도 경험이 있는 손호준이 나름 재료를 준비해 놓지만, 그 잠깐 동안에 차승원이 세끼 하우스에 부여해온 존재감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오지 않는 유해진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차승원은 물고기를 잡아올 걸 기대하며 먼저 생선 튀김 소스를 맛나게 만들어놓는다. 결국 유해진이 빈손으로 오자 차승원은 전 날 안주로 꺼내 놨다 식재료로 쓰려 넣어뒀던 오징어와 가지, 호박, 고구마, 감자 등을 튀겨 밥 위에 얹어 놓은 후 만들어놓은 소스를 뿌려 먹는 덮밥으로 메뉴를 변경해 내놓는다. 없어도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차승원이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광경이다.

 

그로부터 3주가 지난 5월 어느 경 다시 찾은 죽굴도. 어느 덧 계절이 바뀌어 세끼 하우스 앞에 있던 앙상했던 나무에도 푸르름이 깃들었다. 하지만 죽굴도로 들어가는 차승원과 유해진은 드라마 촬영 스케줄 때문에 하루가 지나야 손호준이 온다는 소식에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헛헛하다. 그래도 괜스레 농담을 한다. 37살 나이의 손호준을 '호준이'가 아니라 '호준씨', '호준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섬에 들어간 차승원과 유해진은 그런데 손호준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낀다. 당장 솥밥을 해먹어야 하는데 밥을 전담했던 손호준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해진다. 차승원은 불 피우는 일이나 채소를 따와 재료를 준비하는 일들이 모두 손호준이 있어 척척 돌아갔다는 걸 실감한다. 쌈밥을 하기 위해 쌈 채소를 준비하고, 불을 피워가며 요리를 하는 내내 '호준이' 타령을 한다. "호준이 있어야 되는 데 이거..."

 

지난 번 왔을 때 물고기 한 마리 못 잡아 본 유해진은 통발 던지는 데도 영 자신 없는 속내를 드러낸다. 그런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저녁거리로 무언가 잡혔을까 싶어 통발을 찾아 나선 유해진은 꽤 큰 문어가 잡히자 너무나 기뻐한다. 초조함과 괜한 자책감 같은 걸 갖고 있던 유해진은 오랜만의 여유 있는 웃음을 보인다. 워낙 제대로 먹어보지 못해서인지, 문어로 숙회와 볶음을 해놓고 내놓은 상은 만찬 같은 풍성함으로 다가온다.

 

없으니 비로소 소중해지는 것들이 있다. <삼시세끼> 어촌편5가 보여주는 무인도에서의 자급자족 일상은 바로 그 소중한 것들을 새삼 들여다보게 만든다. 한 사람만 없어도 빈자리가 확 드러나고 그 사람이 그토록 소중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워낙 물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어렵게 잡은 문어 한 마리는 밥상을 넉넉한 만찬으로 바뀌게 만든다. 어쩌면 무인도인 죽굴도라는 섬이 주는 느낌이 그러할 게다. 아무도 살지 않으니 거기 들어가 있는 이들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지도.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별 생각 없이 누리던 소소한 것들이 더더욱 소중해지는 것처럼.(사진:tvN)

'슬의생'의 착한 판타지, 좋은 사람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세상에 이런 의사들만 있는 병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다보면 드는 생각이다.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갖가지 수술을 받으며 버텨온 아기. 하지만 이젠 이식수술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걸 알게 된 김준완(정경호)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공여자가 나타나기를 애타게 바란다. 그리고 결국 나타난 공여자를 통해 이식수술을 제대로 해내고 싶어 노심초사한다.

 

이토록 환자를 위해 제 일처럼 마음을 쓰는 김준완은 여자친구 익순(곽선영)에게도 '착한 남친'이다. 그는 유학을 떠나게 된 익순이 준완을 기다리게 하는 게 싫다는 말에 이렇게 답한다. "아니 넌 네가 원하면 5년이든 10년이든 이렇게 지낼 수 있어. 난 다 괜찮아. 내가 하고 싶은 건 결혼이 아니라 너랑 오래 함께 있는 거야. 뭐 물론 결혼도 하고 싶지 당연히. 근데 네가 싫으면 안해도 돼. 지금도 난 너무 좋아."

 

이렇게 익순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준완은 그러나 속내를 숨기고 있다. 익순에게 줄 것이 있다며 손을 내밀어 보라는 말에 익순이 반지, 목걸이 이런 거 싫다고 하자 그는 그런 게 아니라며 이어폰을 꺼내 함께 나눠 낀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나중에 드러난 것이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커플링이 있었다. 전하지 못했을 뿐.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완벽한 의사지만 개인으로 돌아와서는 저마다 숨겨놓은 아픈 개인사들이 있는 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인물들이 가진 특징이다. 익준(조정석)은 남편의 간 이식을 해줄 공여자로 시댁 식구들이 은근히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아내에게 식구들이 없는 자리에서 원치 않으면 자신이 대신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남편을 위한 마음도 있지만 남은 아들을 위해서 자신 또한 위험에 처하는 걸 원치 않는 아내였다. 결국 익준은 식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아내분의 간이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주고, 남편은 그 말에 오히려 안도하며 슬퍼하는 아내를 다독여준다.

 

이렇게 수술 실력은 물론이고 환자에 대한 배려심까지 가득한 익준이지만 정작 홀로 대학시절부터 줄곧 좋아해왔던 채송화(전미도)에게는 그 속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주변만 빙빙 돈다. 안치홍(김준한)이 채송화를 좋아하는 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걸 보면서도 뭐라 말하지 못한다. 그는 안타깝게도 술기운을 빌려 농담처럼 진심을 꺼내고, 그 속마음을 노래를 통해 전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의사들이 특히 매력적이고, 그래서 매 주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건 ,바로 이런 일의 세계와 사적인 삶에서 모두 완벽한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한 구석에 전하지 못하는 말을 꾹꾹 눌러두고 있는 그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 이제는 그 속내를 드러내주기를 기대한다.

 

익준은 과연 송화에 대한 마음을 전하게 될까. 준완은 익순과 그렇게 떨어져 지내면서도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장겨울(신현빈)은 과연 안정원(유연석)의 어머니 정로사(김해숙)의 바람처럼 정원의 마음을 잡아 신부가 되려는 걸 꺾을 수 있을까. 멀리서 바라보며 발발 동동 구르고 있는 추민하(안은진)는 양석형(김대명)에게 그 마음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세상 따뜻하고 배려 깊고 좋은 의사이자 친구들이라 모두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가진 판타지의 힘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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