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의 소파·차승원의 요리·손호준의 손이 의미하는 것

 

 tvN 예능 <삼시세끼-어촌편 시즌5>가 종영했다. 코로나19 시국에 작은 숨통을 틔워줬기 때문일까. 그 어느 때보다 드라마틱하고 훈훈했던 <삼시세끼>의 종영이 아쉽다. 죽굴도라는 섬의 봄에서 여름까지 함께 모여 웃고 떠들고 먹을 걸 만들어 나누던 그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모두가 떠나간 인적 없는 죽굴도에도 여전히 그들의 잔영들과 수다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유독 훈훈하게 느껴졌던 이번 <삼시세끼>는 코로나19 때문에 만재도가 아닌 무인도 죽굴도에서 촬영됐다. 작은 가게 하나 없는 섬이기에, 모든 걸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고구마, 감자를 놓고 마치 레스토랑 스테이크를 먹듯 너스레를 떨며 먹어야 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유머와 농담은 그들의 시간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건 마치 코로나 시국에도 우리가 이 어려움을 어떻게 웃으며 버텨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편의 동화 같았다.

 

이번 시즌이 더욱 드라마틱했던 건 지난 5년 간 상상만 했던 어마어마하게 큰 참돔을 결국 유해진이 잡았기 때문이다. 큰 참돔으로 몇 끼를 나누고 제작진들과도 음식을 나눠 먹는 그 풍경은 결국 버티다 보면 좋은 날도 온다는 어떤 희망의 메시지 같았다.

 

그런데 이번 편이 특히 훈훈했던 진짜 이유는 서울에서 촬영된 마지막 회에 공개된 미방영분내용들과 그들이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 전한 메시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걸 키워드로 말한다면 유해진의 소파(So far), 차승원의 배려 넘치는 요리, 손호준의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듣고 챙겨주는 손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편에서는 낚시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지만 유해진이 이 프로그램에 주는 진짜 재미는 특유의 유머가 아닐 수 없다. 그의 유머가 아재개그에 가까우면서도 남다른 느낌을 주는 건, 거기에 담긴 따뜻한 마음 같은 게 있어서다. 미방영분에서 유해진이 섬으로 밀려들어온 스티로폼 부표들을 안타까워 이를 수거한 후 조각내 커다란 자루에 넣어 소파를 만든 대목은 그의 유머와 남다른 의식과 따뜻함이 모두 담겨진 장면이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모아 마치 빈백 같은 형태의 소파를 만들어낼 줄이야. 나중에 그 형태 그대로 버릴 수 있어 폐기하는데도 용이한 소파를 만들어내고 그 이름을 소파(So far: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는 뜻)로 지었다.

 

차승원은 수다를 떨 때 툴툴대고 면박을 주기도 하지만, 배려 넘치는 요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그의 진면목이다.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먹을 게 마땅찮은 상황에서 공효진이 손님으로 왔을 때 그가 만들어 내놓은 무조림 같은 요리는 그저 입의 즐거움과 허기를 달래주는 포만감 그 이상의 훈훈함을 만든다. 미방영분에서 제작진들까지 챙기고, 구워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그 모습에서도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주는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들의 든든한 막내인 손호준의 손을 빼놓을 수 없다. 차승원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원하는 걸 척척 갖다 주고 챙겨주는 손호준의 손에서도 그가 얼마나 이들과 하나로 묶여져 있는가를 느끼게 만든다. 이젠 제대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원하는 걸 챙겨주는 손호준이 있어 <삼시세끼>는 완벽한 조합이 이뤄졌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건 나영석 PD를 위시한 제작진의 남다른 책임감이었다. 마지막 방송에서 나영석 PD는 지난 4월 2일 죽굴도에서 난 화재에 대해 언급했다. 촬영 준비를 위해 계약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섬 내부에서 무단으로 쓰레기를 태우다 낸 불이었다. 나영석 PD는 "관리 감독의 책임"을 통감하며 주민분들이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자연을 복원해드리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처리업체의 잘못이지만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것.

 

마지막으로 죽굴도를 떠나며 차승원과 손호준 그리고 유해진이 남긴 메시지도 훈훈했다. 손호준은 코로나19 시국에 잠시라도 웃으셨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했고, 차승원은 빨리 이 시국이 끝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했다. 유해진은 가랜드에 메시지를 이렇게 적어 놓았다. "모두들 건강하세요!"(사진:tvN)

'우아한 친구들'은 과연 중년들의 공감 얻을 수 있을까

 

JTBC 드라마, 금요일 밤 그리고 19금. 새로 시작한 <우아한 친구들>에 달린 이런 수식어들이 떠올리게 하는 건 당연히 <부부의 세계>다. 19금으로 최고 시청률 28%(닐슨 코리아)를 넘기며 숱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드라마.

 

아마도 <우아한 친구들>이 19금을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건 전작이었던 <부부의 세계>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 보인다. 과거 19금 설정은 보편적 시청자를 확보할 수 없던 지상파 시절의 영향에서 다소 금기시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의 성공은 이제 드라마에 있어 성인 시청자들의 저변이 확실히 두터워졌다는 걸 증명해 보여줬다.

 

그렇다면 <우아한 친구들>은 과연 그 계보를 잇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첫 방송만으로 예측하긴 어렵다. 총 17부작으로 첫 회가 일종의 프롤로그 성격을 띤다는 걸 염두에 두면 더더욱 판단은 쉽지 않다. 다만 첫 회에서 보여지는 건 이 작품이 <부부의 세계>와는 다른 어딘지 중년 남성들에 더 포인트가 맞춰진 듯한 느낌이다.

 

물론 2회부터 남정해(송윤아), 강경자(김혜은), 유은실(이인혜) 그리고 지명숙(김지영)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면에 나올 수는 있겠지만, 첫 회는 온전히 안궁철(유준상), 정재훈(배수빈), 조형우(김성오), 박춘복(정석용) 그리고 천만식(김원해)으로 이뤄진 대학 연극 동아리 불사조 5인방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들이 보여주는 건 중년의 위기다. 다섯 명이 술집에서 모여 술을 마시며 나누는 대화들은 낯 뜨거운 농담들로 채워져 있지만 사실은 각자 가진 어떤 중년의 위기를 애써 술기운에 숨기는 모습으로 보인다. 안궁철은 의사 아내에 자신도 본부장으로 잘 나가고 있지만, 비뇨기과 원장으로 일하는 정재훈은 무언가 사연을 가진 채 혼자 살아가고 있고, 성인영화 감독 조형우는 경제력 좋은 아내와 살고 있지만 상업영화를 찍고픈 꿈에 대한 갈증이 있어 보인다.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박춘복은 젊은 고객에게 갑질을 당해도 불평하나 없이 살아가는 인물로 삶에도 어딘지 발기부전 상태인 것처럼 보이고, 무엇보다 세무 공무원에 우울증 초기 증상을 가진 아내와 유학 간 딸을 둔 천만식은 직장과 가정 양측에서 느끼는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버스에서 갑작스레 돌연사 해버리는 인물이다. 중년의 위기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

 

그래서 <우아한 친구들>이라는 제목에 담긴 우아함을 이들에게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첫 회가 그 프롤로그로서 중년이라는 나이가 갖는 무게감을 슬쩍 보여준 거라면, 시작부터 보여준 살인사건과 거기에 용의자로 몰린 안궁철의 이야기는 향후 이 중년의 위기가 더욱 극으로 치달을 거라는 걸 예감케 한다.

 

19금 설정의 성인드라마로서 표현에 있어서 훨씬 거침없고 과감함을 보여주지만, 아마도 이 드라마의 관건은 그런 자극보다는 여기 등장하는 중년들의 상황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첫 회는 아직 고개가 갸웃해지는 정도다. 특히 여성들보다 남성들을 전면에 세우고 있는 점은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쉽게 공감하기가 어려운 지점이기도 하다. 과연 <우아한 친구들>은 이런 난점들을 넘어 또 한 번의 JTBC 19금 금토드라마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2회가 궁금하다.(사진:JTBC)

'우리, 사랑했을까', 사랑이 사치가 된 시대의 '맘마미아' 혹은 '응답하라'

 

JTBC 수목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는 어딘지 <맘마미아> 혹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홀로 아이를 키우다 어느덧 서른일곱 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름처럼 사랑은 없다며 일 생계를 위한 노동전선에서 뛰던 노애정(송지효)이 어느 날 나타난 네 명의 남자와 멜로로 얽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가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맘마미아>처럼 이 네 명의 남자들 중 누가 아이 아빠인가가 궁금해진다. 게다가 현재 만난 네 남자와의 과거 풋풋했던 시절 관계들이 병치된다는 점에서 <응답하라> 시리즈가 떠오른다.

 

노애정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인물에게 '사랑은 사치'에 불과하다. 한국대 연영과를 다니던 시절 그래도 영화인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덜컥 아이를 가지는 바람에 학교도 마치지 못했던 그는 대학중퇴로 취업전선에서 번번이 무너진다. 그러다 영화사 엄지필름에 계약직 경리로 들어가지만, 덜컥 정직원이 되게 해주겠다며 내민 보증서에 사인을 한 일로 도망친 회사대표의 10억5천이나 되는 빚을 덜컥 뒤집어쓰게 된다. 잘못하면 가족까지 길바닥에 나앉게 될 형편에 사랑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그는 네 남자에게 얽히게 된다. 회사대표가 사채를 빌려 쓴 나인 캐피탈 사장 구파도(김민준)와 빚이 매개가 되어 얽히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베스트셀러 작가 '사랑은 없다'를 쓴 천억만 작가를 찾았다가 그가 대학시절 헤어졌던 오대오(손호준)라는 걸 알게 된다. 또 그 작품에 캐스팅하려 할리우드 진출을 앞둔 선배 류진(송종호)을 만나려 하고, 딸 하늬(엄채영)가 전학한 학교의 담임선생님으로 예전 인연이 있던 오연우(구자성)를 다시 만난다.

 

어찌 보면 <꽃보다 남자>의 F4를 중년 버전으로 바꿔 놓은 듯한 인물 구성이지만, 여기서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주는 대목은 노애정이라는 인물이 주는 현실 공감이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사랑 따위는 사치로 여기며 살아가는 이 짠내 풀풀 캐릭터는, 한때 풋풋했지만 육아와 현실 살이에 꿈꾸는 일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중년여성들에게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전반적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따르는 이 작품은 그래서 노애정이라는 캐릭터가 다소 과장되어 있다. 그래서 그 캐릭터를 입은 송지효의 연기 역시 과잉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 속에서도 홀로 키운 딸 하늬와 엄마 최향자(김미경)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뒤로 갈수록 어떤 감정적 진폭이 커질 거라는 예감하게 만든다. 특히 하늬의 친 아빠가 누구냐는 사실은 네 명의 남자들 중 진짜 아빠가 되는 그 인물에게는 크나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 사랑했을까>는 굉장한 주제의식이나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는 아니다. 그저 사랑하는 것조차 점점 잊고 살 정도로 각박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정도의 드라마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럼에도 노애정이라는 인물이 드디어 사랑받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더해져 4대1의 멜로는 누구와 연결되는 것을 떠나서 그 자체로 위로를 주는 면이 있다.(사진:JTBC)

'바퀴 달린 집', 모든 게 낯선 김희원이 힐링이라 느낄 때

 

처음 김희원이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저 성동일과의 친한 케미 정도를 기대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보면 김희원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신의 한 수였다 여겨진다. 보기에는 아무 길바닥에서나 눕기만 해도 잘 것 같고, 대충 아무 거나 온기만 있으면 먹을 것 같지만, 의외로 모든 게 낯선 차도남의 모습을 그가 보여주고 있어서다.

 

"나 솔직히 태어나서 텐트에서 한 번도 안 자 봤어." 김희원이 그런 이야기를 하자 성동일이 다정하게 묻는다. 텐트 치고 밖에서 자자고. 오히려 공효진이 "되게 아늑하고 좋다"고 말하자 솔깃한 김희원이 그러자고 하고, 하룻밤을 텐트에서 지내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여기가 너무 좋다"고 말한다.

 

만일 김희원이 아니라 캠핑에 익숙한 사람이었다면, 텐트에서의 하룻밤이 주는 묘미가 이만큼 실감나게 다가오기가 어렵다. 하지만 "가문에서 처음일 지도 모른다"며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일어나 "여름에는 모기장만 해놓고 양쪽 열고 자면 시원하겠어"라고 말하는 김희원의 이야기에서는 진심이 묻어난다.

 

일어나 아침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전날 전통시장에서 사온 떡을 떠올리고는 혹여나 쉬지나 않았을까 걱정하는 게스트로 온 공효진에게 김희원이 한 마디를 툭 던진다. "내가 장이 약해서 조금만 쉬어도 바로 알거든?" 쇠도 씹어먹을 것 같은 김희원이 그렇게 말하자 공효진의 웃음이 터진다.

 

이런 김희원이 머체왓숲의 편백나무 숲길을 걸어가는 느낌 또한 달리 느껴진다. 입구에서부터 환호성을 터트리는 김희원은 숲길을 걸으며 <전설의 고향>에서 들었을 법한 제주 휘바람새소리에 귀를 정화시키는 그 산책의 느낌이 이 뜻밖의 차도남에 아웃도어 초보자에게는 어떻게 느껴졌을 리 궁금해진다.

 

담양으로 떠난 세 번째 여정에서 처음에는 낯설었던 바퀴 달린 집을 끌고 하는 운전이 이제 김희원은 익숙해져 보인다. 성동일도 다시 시험을 봐 트레일러 면허를 땄지만 그걸 알려주면 자신이 운전할 것 같아 숨기고 있을 때 김희원이 먼저 "면허 따도 운전은 무조건 내가 한다"고 말한다. 형 생각해서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김희원이 말하는 이유가 엉뚱하다. "제가 운전하는 게 더 편해요. 제 안전을 위해서." 험하게 막 살 것 같은 그가 안전을 이야기하니 또 웃음이 터진다.

 

텐트 하나 치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그래서 평상 하나 치는 데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김희원은 형 성동일의 이야기를 투덜대며 잘도 따른다. 땀에 선크림이 흘러내려 눈도 못 뜨겠다며 더운 날씨에 수박 타령만 계속하는 김희원이 가까이 있는 시장에 가서 국수를 사먹으며 드디어 "힐링"을 느낀다는 대목도 그렇다. 이렇게 굳이 멋진 대나무숲까지 와서 캠핑을 하면서 사먹을 때 더 힐링을 느낀다니.

 

그런데 또 이런 인물이 막상 캠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해먹으며 감동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큰 실감으로 다가온다. 도시에서 TV를 통해 그 멋진 공간을 대리체험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김희원 같은 초보자의 실감이 더 리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어색함이 주는 웃음과 더해 똑같은 경험도 더 실감나게 해주는 인물. <바퀴 달린 집>에 김희원이 있어 재미가 두 배인 이유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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