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과는 또 다른 '루카', 영화 같은 액션에 방점 찍은 까닭

 

쉴 틈 없이 이어지는 논스톱 액션의 향연. tvN 새 월화드라마 <루카 : 더 비기닝(이하 루카)>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루카>는 시작부터 한 아기를 안고 도주하는 어떤 인물이 그 아기를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너는 괴물이 아냐"라고 말하지만 추락하던 아기는 파란 눈을 드러내며 전자기파 같은 걸 뿜어낸다. 그 아기는 바로 훗날의 지오(김래원)다.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은밀한 실험. 이른바 루카(L.U.C.A) 프로젝트는 여러 생물체의 우월한 유전자를 추출해 하나의 세포에 투입함으로써, 이른바 유전자 편집을 통한 '인간 개량(혹은 진화)'을 하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이 괴물로 변하는 실패를 겪었지만 그 중 단 하나의 성공사례가 바로 지오. 그의 진화가 어떤 능력까지 미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가운데, 먼저 드러난 초능력은 마치 뱀장어처럼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험이 벌어지고 어딘가에서 깨어난 루카와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적들의 모습. 그리고 그 위에 깔리는 지오의 내레이션, "나는 도망자인가 추격자인가" 같은 대사는 어딘가 이전 tvN 월화드라마였던 <낮과 밤>을 연상시킨다. <낮과 밤> 역시 영원한 생명에 다다르려는 인체실험을 통해 탄생한 도정우(남궁민)라는 인물이 남다른 초능력을 갖고 여전히 그 실험을 벌이는 이들과 싸우는 이야기 구조를 가졌다. 화두처럼 등장하는 괴물인가 아니면 영웅인가 하는 질문은 <낮과 밤>에서도 <루카>에서도 반복된다. 

 

사실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좀체 다뤄지지 않았던 초능력이나 슈퍼히어로 같은 소재가 최근 tvN 드라마에서 연거푸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우리네 드라마라고 하면 대부분 멜로드라마와 형사물 같은 장르드라마 혹은 사극 같은 어딘가 떠오르는 장르들이 먼저 있지만, <낮과 밤>도 또 <루카>도 이런 흐름 속에서는 마치 '이방인' 같은 작품으로 보인다. 이들 드라마들이 어떤 실험에 의해 진화된 초능력 슈퍼히어로라는 존재를 끌어내듯이, 이 작품들도 우리네 드라마 유전자에 서구 장르들의 유전자를 결합해 새로운 퓨전화된 존재를 만들고 있는 듯한 인상이 짙다. 

 

그래서 <루카>는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들이 스릴러라고 해도 다소 복잡한 사건들과 추리 등 스토리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영화 같은 논스톱 액션에 방점이 찍혀 있다. 1회에 구름(이다희)을 살리기 위해 인간 전기충격기의 힘을 보여준 후, 그 존재가 드러나자 쫓기기 시작한 지오와 그를 좇는 이손(김성오) 일당의 추격전만으로 '시간 순삭'의 액션이 채워졌다면, 2회에서도 지오가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며 주변 건물과 자동차들을 모두 박살내 버리는 폭발을 일으키는 장면과, 병원 엘리베이터 안, 지하철 철로 위에서 벌이는 이손 일당과 지오, 구름의 숨 가쁜 액션으로 한 회가 채워졌다. 

 

마치 넷플릭스 등을 통해 접하게 된 외국 드라마의 장르물을 연상케 하는 <루카>의 이런 색깔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사실 천성일 작가와 더불어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의 작품이 늘 편성되었던 OCN이 아니라 tvN으로 들어왔다는 데서부터 이 작품이 갖는 야심은 어딘가 남다르다 여겨진다. 

 

사실 OCN 드라마는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 지형도 속에서 다소 색다른 길을 걸어왔던 면이 있다. 무비드라마라고도 불리고 드라마틱 무비라고도 불릴 정도로 영화와의 경계가 흐릿했던 OCN 드라마는 바로 그런 독특한 포지셔닝을 갖고 있어서 허용되는 소재나 표현, 내용들이 존재했다. 장르물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그래서 붙었고, 스릴러에 있어서 다소 강한 연출들도 OCN표 드라마는 허용된 면이 있다. 

 

그런데 지금 OCN표 드라마는 이제 색다른 위치가 아니라, 우리도 개척해 나가야할 드라마의 새로운 지대가 되고 있다. 그렇게 된 건, 넷플릭스 같은 OTT를 통해 점점 우리네 대중들도 익숙하게 된 해외 장르물들 때문이다. 훨씬 수위도 높고 자극적인 표현들도 등장하는 그들 드라마를 접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한때는 색다르게 여겨졌던 OCN드라마가 이제는 저들과 대적할 대안적 드라마로서 새롭게 위상을 세우고 있다는 것. 

 

다소 우리네 드라마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초능력을 가진 액션 슈퍼히어로가 가진 이질감을 한껏 상쇄시켜주고 있는 건 역시 연기자들의 호연이다. 김래원과 이다희는 역시 주인공들답게 쉴 틈 없는 액션의 묘미를 선사한다. 특히 김래원의 액션은 어딘가 인간적인 아픔이나 슬픔까지 담고 있어 이질적인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훨씬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내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루카>는 그간 드라마를 보면서 주로 메시지를 찾아내고 숨겨진 스토리를 추리하던 그런 시청방식과는 사뭇 달리, 그저 액션에 빠져드는 것만으로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색다른 시청의 맛을 보여준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액션을 보다보면 드라마가 하려는 어떤 메시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 그래서 궁금해진다. 과연 이러한 글로벌 콘텐츠 시대에 발맞춘 우리네 드라마의 진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 말이다. 새로운 진화를 통해 탄생한 지오가 괴물일지 영웅일지 궁금해지는 것처럼,(사진:tvN)

'우이혼', 이혼이 아닌 재혼을 뜬금없이 다룬다는 건

 

최고기와 유깻잎의 '재결합' 운운하는 방송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나마 좋게 봐주려고 했던 시청자들이 많았을 게다. 하지만 김동성과 인민정을 출연시키고, 아예 대놓고 '특별판'으로 '우리 재혼했어요'라고 붙여 놓은 걸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싶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에 김동성과 인민정 커플이 등장했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커플이다. 두 사람이 이혼한 부부 사이가 아니고, 각자 이혼한 사이이며 그 후 다시 만나고 있는 커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재혼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별판'이라고 굳이 붙인 건 이 프로그램의 제작자들도 이들이 취지에는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김동성은 전처와 이혼 후 양육비를 주지 못해 '배드파더스'에 오르며 논란을 일으켰고, 갖가지 불륜 논란과 전 정권 국정농단에 관계된 인물들과의 논란까지 벌어졌던 인물이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 <우리 이혼했어요>에서는 김동성이 방송 출연하는 것에 대해 어머니도 걱정하는 모습을 비췄다.

 

물론 방송에 나오면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가 그 이유였지만, 그건 어떤 이유에서건 김동성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걸 뜻한다. 김동성은 방송 출연의 이유로 "출연료"를 들었다. 양육비를 주기 위한 출연료를 벌기 위해서라도 방송을 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김동성은 출연료 때문에 출연한다지만, 시청자들은 왜 그걸 봐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게 됐다. 방송에서는 인민정이 직접 출연하는 걸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시청자들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건 일종의 '변명의 장'이자 나아가 '이미지 세탁'의 장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인민정은 김동성과 다정하게 앉아 "내가 아는 오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시청자들도 그 이야기에 공감할 지는 의문이다. 즉 사적으로는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이건 그건 전적으로 그들의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이를 방송으로 내보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건 많은 이들이 바라보는 다소 공적인 의미를 띄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건 재혼을 하건 그건 그들의 지극히 사적인 결정에 따르는 일이다. 하지만 재혼 과정을 방송에 내보낸다는 건, 그래도 한때 가족이었던 전처나 아이들에게도 과연 괜찮은 일일까. 물론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이들을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 또한 자충수처럼 여겨지지만.

 

관찰카메라는 최고기와 유깻잎의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둘 사이에 나누는 이야기와 방송에서 어떤 이야기를 꺼내는 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유깻잎도 또 시청자들도 불편하게 느꼈던 점은 '재결합'의 이야기를 굳이 방송에서 꺼냈다는 점이 아니었던가. 이처럼 방송으로 나간다는 건 그 자체로 '공적'인 장에 올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동성과 인민정의 재혼 과정을 방송으로 내보낸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보면 너무 무리한 일이 아닐까.(사진:TV조선)

'싱어게인', 오디션을 매 공연으로 만들었던 태호의 성실함

 

JTBC 오디션 <싱어게인> 톱6에는 이정권, 이소정, 이승윤, 요아리, 정홍일 그리고 이무진이 오르게 됐다. 톱10 대결에서 아쉽게도 태호, 최예근, 유미, 김준휘는 탈락했다. 사실 누가 톱6에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은 대진표가 아닐 수 없었다.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음악의 색깔도 달라 심사위원들로서는 곤혹스러운 톱6 결정전이었으니 말이다. 

 

<싱어게인>이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달리 느껴지는 건, 톱6가 결정됐고 그래서 나머지는 탈락하게 되었지만 저마다 각자 개성을 살린 강렬한 인상의 무대를 펼쳐 보인 가수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톱10에서 탈락한 4인만 봐도 그렇다.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만만찮은 퍼포먼스와 더불어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을 보여준 태호와, 시작부터 남다른 그루브와 끼, 편곡능력을 선보인 최예근, 여전히 가슴을 울리는 가창력을 보여준 유미 그리고 낮은 읊조림만으로도 짙은 허스키 감성에 빠져들게 만드는 김준휘가 그렇지 않았던가. 

 

특히 탈락했지만 매 무대마다 성실한 준비가 돋보였던 37호 가수 태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돌 그룹 임팩트 활동 이력을 가진 태호는, 아이돌 출신이라면 갖게 되는 막연한 편견과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준 가수였다. 아이돌 출신이라면 퍼포먼스는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다 여겨지지만, 가창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태호는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매 회 새로운 도전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성실하게 준비해 보여줬고, 그러면서도 가창 역시 빠지지 않는 가수였다. 

 

유희열 심사위원이 말했듯 춤과 노래를 함께 한다는 건 두 배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부상 투혼까지 발휘하면서도 무대에서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오로지 '관객'들을 위한 최선을 보여주려는 태호의 태도는 보는 이들을 감복하게 만들 만했다. 선미가 눈물을 흘리고, 이승기가 "성실도 끼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준다고 말했던 건 진심이었다. 그 후로도 태호는 매 무대마다 참신한 선곡을 가져와 이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편곡해 들려줬다. 

 

톱6 결정전에서 <싱어게인> 최고의 발견이라고 할만한 30호 가수 이승윤과 대결해 2:6으로 졌지만 그가 아버지의 18번이라며 부른 김현식의 '사랑 사랑 사랑'은 마치 아이돌 그룹 활동을 해왔던 자신의 색깔을 온전히 담은 퍼포먼스와 음악으로 채워졌다. 이례적으로 백댄서들과 함께 군무를 펼치는 모습이 그랬다.

 

하지만 무엇보다 태호에게서 주목되는 점은 그의 무대에 임하는 태도였다. <싱어게인>은 다시 노래 부르기 위해 무대에 선 무명가수들이라는 그 특성 때문에 그 간절함이 남다른 면이 있었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며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가수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태호가 지금껏 보여준 무대들을 되새겨보면, 그다지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준비해온 걸 보여주고 들려주는 무대가 대부분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어찌 그라고 떨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게 해준 건 아마도 매 번 최선의 무대를 공연처럼 준비했던 것처럼, 무대 위에서도 자신이 아닌 관객을 위한 시간을 제공하려는 그 성실한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무대를 시작하기 전 짤막하게 자신이 준비한 노래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그대로 최선을 다한 무대를 선보이고, 당락과 상관없이 일관된 목소리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싱어게인>이 적어도 그에게는 오디션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준비해온 작은 공연들이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졌지만 잘 싸웠다. 그 성실함으로 이제 다시 노래 부르는 가수로 만나게 되길.(사진:JTBC)

'아카이브K', 일회적 방송으로는 아까운 소장 가치 음악 예능

 

발라드편을 2회로 구성하며 이문세부터 변진섭, 신승훈, 조성모에 이어 백지영, 이수영, 임창정, 김종국, 성시경으로 이어지는 계보를 보여줬을 때, SBS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이하 아카이브K)>라는 다소 거창한 야망(?)이 엿보이는 프로그램은 기대 반 아쉬움 반이었다. 이른바 K팝이 글로벌하게 인기를 끌고 있는 현재까지 우리네 가요사를 제대로 아카이브 관점에서 다룬 프로그램을 보기가 어려웠다는 점에서 반가운 기대가 반이었다면, 그 짧은 시간에 1990년대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발라드의 계보를 완벽하게 그려낸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반이었다. 

 

하지만 3회에 1990년대 나이트 DJ와 댄스음악의 계보를 그려나가는 부분과 4회에서 이태원 미군 전용 클럽 문나이트를 중심으로 풀어낸 춤꾼들의 이야기는 <아카이브K>가 가진 진정성과 가치를 느끼게 만들었다. 사실 그토록 많이 들려졌던 90년대 댄스음악들이지만, 이 음악들의 가치를 이렇게 체계적으로 담아낸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나이트클럽의 DJ들이 주축이 되어 직접 노래를 만들고 가수 활동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가수들을 발굴해내기도 했던 그 시대의 풍경은 어쩌면 지금의 K팝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결과물이 아니라는 걸 고스란히 보여줬다. 

 

게다가 만화가 김수용이 그렸던 <힙합>의 실제 무대였던 문나이트를 중심으로 현진영은 물론이고 양현석, 이현도, 김성재, 구준엽, 강원래 같은 춤꾼들이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다룬 이야기나, 이들에 의해 시작된 이른바 블랙뮤직의 흐름을 찾아가는 대목도 흥미로웠다. 흔히들 음악사를 다루거나 혹은 가요의 레전드를 말하면, 대형가수들 중심으로 풀어냄으로써 사실상 소외되기 마련이었던 댄스 음악 같은 장르들을 <아카이브K>가 제대로 맥락을 짚어 조명해주고 있어서였다. 

 

5회에 방영된 '홍대 앞 인디뮤직'편도 마찬가지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라는 대중적인 인디밴드의 탄생 뒤에 존재하던 클럽 '드럭'이 소개되고, 우연찮게 땜빵으로 토요일 무대에 섰다가 황인뢰 감독의 제안으로 OST를 내놓으면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 자우림의 마치 영화 같은 스타탄생의 과정이 담겨진다. 펑크락을 하던 크라잉넛과 노브레인과는 사뭇 다른 모던락을 시도했던 밴드들이 소개되고, 그 밑바탕에 PC통신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소통 방식이 존재했다는 걸 짚어낸다. PC통신 음악동호회를 중심으로 탄생한 델리 스파이스와 언니네 이발관 같은 밴드가 그들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너무나 짧은 시간 안에 어느 한 장르의 계보를 모두 담아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소개되지 못한 많은 아티스트들이 존재한다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발라드에서부터 댄스음악, 인디 등 다양한 음악장르들을 한 프로그램에서 아카이브 형식으로 담아낸다는 그 의도 자체가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그건 K팝으로 현재 통칭되곤 있지만 사실상 아이돌 음악 정도가 우리네 가요가 가진 유산의 전부인 양 보이는 것에 대한 전복의 의미가 거기 자연스럽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K팝이라는 하나의 지칭이 생겨나기 전 무수히 많은 아티스트들이 존재했고 현재도 그러하다는 걸 <아카이브K>는 에둘러 말해준다. 그래서 겨우 10회 분량으로 제작된 <아카이브K>는 이처럼 일회적인 방송으로 끝내긴 너무나 아까운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애초 '아카이브K'라는 거창한 목표를 제시한 만큼, 좀 더 지속적인 '사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시즌제라는 좋은 형식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매년 새 시즌으로 우리네 가요사의 다양한 부분들을(혹은 지나간 것 중 빼놓은 것들까지 망라해) 조명하고 채워 넣는다면 그건 우리네 대중문화사에 있어서 실질적인 자산(아카이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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