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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인님', 조진국 작가가 보는 인간·공간·시간의 따뜻함

 

'작가님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MBC 수목드라마 <오! 주인님>의 4회 부제는 극중 인물인 오주인(나나)이 한비수 작가(이민기)에게 하는 대사를 가져온 것이다. 어딘지 결벽증에, 자존감 과잉으로 타인을 무시하고, 퉁명스럽기 이를 데 없는 나르시스트처럼 보였던 한비수 작가가 알고 보니 점점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오주인이 느끼게 됐다는 것.

 

물론 이 구도는 멜로에서 늘 등장하는 코드 중 하나다. 까칠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지만 알고 보니 괜찮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마음이 가게 되는 그런 관계의 발전. 하지만 뻔한 코드라고 해도 이걸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느냐 하는 건 시청자들에게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오! 주인님>을 쓴 조진국 작가는 한비수 작가가 치매를 앓는 오주인의 엄마 윤정화(김호정)를 대하는 그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그에 대한 '호감'을 이끌어낸다.

 

한비수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는 오주인이 집 냉장고에 가득 붙여 놓았던 엄마를 위한 메모들을 문구점에서 일일이 코팅을 해 반듯하게 붙여 놓는 장면을 통해 어떤 예감을 준 바 있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그의 결벽증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문구점 아저씨와의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코팅해간 걸 보고 치매환자가 집에 있느냐며 외면하고도 싶고 골치 아프기도 하지 않냐고 말하는 아저씨에게 한비수 작가는 오주인이 들으라는 듯, "가족이 아프면 더 신경 써야지 골치 아프면 어쩌자는 거예요?"하고 따뜻한(?) 비수를 날린다.

 

한비수 작가는 어쩌다 윤정화가 자신을 죽은 남편이라 착각하게 되자, 기꺼이 그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함께 식물원에도 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그렇게 데이트도 해주고 도와준 것에 대해 오주인이 감사함을 표하자, 한비수 작가는 도와줄 생각 같은 거 없었다며 엄마는 환자가 아니라는 의외의 말을 한다. "엄마한텐 보통 사람한텐 없는 능력이 하나 있는 거야. 과거를 지금의 시간으로 불러들이고 그걸 진짜로 만드는 능력. 운 좋게도 그런 능력 있는 엄마를 내가 하루 빌린 거고." 그날의 말과 행동들은 어딘가 퉁명스럽게만 보이던 한비수 작가가 사실은 '좋은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게 해준다.

 

그런데 여기서 드러나는 건 <오! 주인님>을 쓴 조진국 작가의 면면이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을 조진국 작가는 인간, 시간, 공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에서 찾아낸다. 한비수 작가는 퉁명스럽게 말하긴 하지만, 늘 사람에 대한 관심과 주의를 놓지 않는다. 신경 쓰이고 걸리적거린다는 게 그의 표현이지만, 사실은 무관심하지 않게 그 입장을 들여다보려는 따뜻함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치매라는 병증을 '과거를 지금의 시간으로 불러들이고 그걸 진짜로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하는 조진국 작가는 '시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또한 보여준다. 이 드라마에는 지나간 과거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 관점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오주인이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집에 깃들어 있는 과거나, 오래된 LP판을 파는 가게, 그 가게를 운영하며 그 LP판처럼 사람 좋은 아저씨로 나이든 김창규(김창완), 그를 오랜만에 찾아와 '오빠'라 부르며 순식간에 과거 청춘의 시절로 시간을 되돌려 놓는 한비수의 어머니 강해진(이휘향), 그 강해진이 오주인의 엄마 윤정화와 다시 만나 이어가는 우정의 이야기까지, 기억과 추억으로 덧칠해진 따뜻한 시간들이 묻어난다.

 

게다가 어려서는 오주인이 한비수가 살던 집을 그의 어머니에게 사서 들어감으로서 두 사람이 얽혀지는 관계는 다름 아닌 그 한옥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려진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에 강박적으로 문을 닫으려는 한비수와,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마음을 열 듯 문을 열어두는 오주인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이해해하는 과정도 다름 아닌 공간으로 은유된다. 누군가 살고 있는 공간이 그 살았던 사람의 마음처럼 은유되고, 그 공간을 통해 가까워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닫혔던 그 문 속으로 타인이 들어오는 이야기로 표현된다.

 

<오! 주인님>은 전형적인 멜로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자꾸만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이 드라마가 같은 상황을 그려도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 시간, 공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투영되어서다. 그래서 <오! 주인님>을 보다 보면 나나가 한비수를 보듯, 작품을 쓴 작가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그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갖게 될 정도로.(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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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라는 수식어가 참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tvN 예능 <어쩌다 사장>은 어쩌다 강원도의 한 시골마을 슈퍼를 맡아 열흘 간 운영하게 된 차태현과 조인성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시골마을 슈퍼에 뭐 그리 많은 사건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싶지만, 이 프로그램은 의외로 다채로운 관전 포인트들을 제공한다. 어쩌다가... 어부가 되어 <극한직업> 혹은 <도시어부>를 찍고 있는 조인성의 모습까지 확장되어 나가고 있으니.

 

<어쩌다 사장>에서 슈퍼를 운영한 지 5일차 되는 날, 조인성은 새벽부터 일어나 속초의 한 항구를 찾아간다. 벌써부터 내리기 시작한 촉촉한 비가 어딘가 불길한 예감을 드리운 가운데, 친구 찬스로 오게 된 박병은과 남주혁 그리고 그 곳의 어부인 장일석과 함께 배를 타고 파도가 예사롭지 않은 바다로 나간다.

 

<극한직업>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넘실거리는 파도와 산산이 부서지는 포말 속에서 출렁대는 배와 그 위에서 가자미 낚시를 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그간 <어쩌다 사장>이 보여줬던 한적한 마을 슈퍼의 편안한 광경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자타공인 연예인 어부로 불리는 박병은조차 호기롭게 가자미 50마리를 잡는다고 했다가 그 바다 한 가운데 서자 50마리커녕 5마리도 쉽지 않겠다고 꼬리를 내리는 그 극한의 풍경은 <어쩌다 사장>이라는 프로그램과는 사뭇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그런데 프로그램은 이처럼 다소 센 장면들(?)과 <어쩌다 사장> 본연의 평화로운 슈퍼의 풍경을 교차해서 보여줌으로서 프로그램의 중심을 잃지 않는다. 실시간 조업현황(?)을 배 위에서 알려주고, 그것을 마치 스포츠경기 스코어 적듯 슈퍼에 마련해 놓은 벽보에 기록하면서 마을 주민들과 그 정보를 공유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어쩌다 어부'가 된 이유가 마을주민들을 위해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서기 위해서라는 걸 강조한다. 매일 대게라면만 끓여주다 보니 이제 좀 질릴 수 있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는 것.

 

사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한적한 시골 슈퍼와 파도가 넘실대는 극한의 배를 오가는 영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다 사장>은 처음부터 '대게라면'을 메뉴로 넣으며 고성의 어부친구 장일석을 복선처럼 소개한 바 있고, 그 메뉴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배를 타고 조업을 나가게 되는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슈퍼의 이야기가 다소 정적이었다면, 이제 이곳에서 지내는 시간의 중간 지점에 왔을 때 바다 조업의 동적인 장면을 넣는다는 건 여러모로 전략적인 포석이 아닐 수 없다.

 

유호진 PD가 <어쩌다 사장>을 통해 보여주는 다채로운 맛은 그가 시골슈퍼라는 한 공간을 중심으로 세워두고 얼마나 섬세하게 다양한 재미요소들을 찾아내는가를 잘 보여준다. 처음에는 슈퍼에 적응하는 과정이 주는 재미를 보여주고, 그 과정 속에서 그 곳을 오래도록 운영해온 슈퍼 사장님을 공감하게 되는 정서적 푸근함을 선사한다.

 

게스트들은 오는 이들마다 저마다의 개성이 있어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박보영처럼 그 곳에서 몇 년 간 알바를 했을 것처럼 똑부러지는 모습이 주는 흐뭇함이 있다면, 윤경호처럼 자기도 모르게 계속 일을 찾아 하면서 퇴근하지 못하는 알바생의 마음이 주는 따뜻함이 있다. 물론 신승환처럼 남다른 '식욕'으로 '먹방'의 재미를 보여주는 게스트도 있고, 박병은과 남주혁처럼 <극한직업>의 살풍경 속에서도 남다른 의리를 보게 해주는 게스트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게스트들이 만들어내는 색다른 이야기와 더불어, 차태현과 조인성이 그 곳 마을에 동화되어가는 즐거움 또한 <어쩌다 사장>은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조인성이 보건소를 찾아 슈퍼를 찾았던 한의사에게 침을 맞고, 슈퍼집 반려견 검둥이와 함께 마을 산책을 나선 차태현은 슈퍼에서 만났던 손님들과 반갑게 인사한다. 단 며칠 전만 해도 전혀 모르는 남남이었던 그들이 이웃처럼 느껴지는 그 변화가 주는 흡족함이라니.

 

시골 슈퍼 사장에서부터 어쩌다 어부까지 되어버린 출연자들의 체험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진다. <어쩌다 사장>이라는 제목의 '어쩌다'라는 표현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작은 시골슈퍼에서 그런 경험을 할 것이라고는 잘 예상하지 못했던 어떤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됐다는 걸 담고 있다. 차태현과 조인성에 빙의되어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시청자들도 '어쩌다' 그 곳의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된 셈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단지 노동의 체험이 아니라, 마음을 건드리는 정서적 체험까지 포함하고 있다니.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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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이승기가 던지는 질문, 범죄자는 탄생하는가 만들어지는가

 

"사이코패스는 사회가 진화하면서 생겨난 돌연변이 유전자입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인간의 감정을 콘트롤하는 MAOA 유전자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연쇄살인마가 되는 상위 1%의 사이코패스는 MAOA 유전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죠. 이번 연구에서 얻은 것은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구별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곧 미래의 사이코패스 미래의 전쟁광, 미래의 연쇄살인마를 출생 전에 찾아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의 이야기는 이제 다시 첫 회에 등장했던 장면들을 되돌려 보게 만든다. 유전학 박사이자 범죄학자로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구별해낼 수 있는 연구를 성공시킨 대니얼 리(조재윤)가 내한해 여야 국회의원들 앞에서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는 대목은 이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하려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새삼 가늠하게 한다. 연쇄살인마 '헤드헌터' 사건으로 사회가 들썩거리고, 심지어 정치 쟁점화되면서 사이코패스 유전자 검사를 미리 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 대니얼 리의 연구가 말해주는 건,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사회가 만든 것이 아닌 탄생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이라는 것.

 

바로 이 대니얼 리의 전제는 <마우스>라는 드라마가 희대의 살인마 헤드헌터 한서준(안재욱)을 검거한 후에도 계속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아내였던 성지은(김정난)은 바로 그 한서준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출산했고, 그 아이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이코패스 범죄자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성장해 살인을 저지르던 성요한(권화운) 역시 정바름(이승기)과 고무치(이희준)에 의해 붙잡혀 사망하게 됐지만,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성요한에게 맞아 함몰된 채 사경을 헤매던 정바름이 뇌수술을 받고 깨어난 후 점점 이상한 장면들이 떠오르고, 범죄자들의 생각을 읽게 되는 등의 변화를 갖게 된 것. 바른 생활 청년의 대명사처럼 살아왔던 정바름이 그렇게 변화한 건, 놀랍게도 성요한의 뇌 일부분이 그의 뇌에 이식되면서였다. 그 뇌수술은 대통령 비서실장 최영신(정애리)의 간곡한 부탁으로 교도소에 있던 한서준에 의해 이뤄졌다.

 

여기서 <마우스>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그 바른 생활 청년이던 정바름은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받은 후,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그런 변화를 이겨내고 자신의 본 모습을 지켜낼 것인가. 드라마 첫 장면에 등장했던 먹구렁이를 오히려 공격하는 마우스(쥐)라는 시퀀스는 다름 아닌 '나쁜 유전자'가 이식된 마우스의 의미였다. 그건 현재 정바름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나쁜 유전자가 이식된 정바름을.

 

정바름은 한서준이 자신의 뇌에 성요한의 뇌를 이식한 사실을 알고, 그 사건을 추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런 살의와 감정들을 콘트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교도소에 자청해 들어가 한서준에게 복수를 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고무치가 정바름에게 왜 그랬냐고 다그치자, 갑자기 돌변하는 정바름의 모습이 그렇다.

 

그런데 만일 정바름이 자기의 의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에 의해 뇌 이식을 받아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인다면 그건 그의 잘못일까. 아니면 그런 이식을 결정한 자와 행한 자의 잘못일까. 사이코패스가 유전자로 인해 탄생한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논쟁적이다. 범죄 역시 그들의 잘못된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 대니얼 리가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찾아냈고, 그래서 그런 유전자를 가진 태아를 낙태시키는 방식으로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을 만드는 것처럼, 죽을 위기에 처한 정바름을 살려내기 위해(물론 여기에는 정치권의 논리 또한 개입되어 있지만)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식했다는 사실은 정반대로 생명을 위해 '잠재적 범죄자'를 탄생시킨다는 논쟁적 지점을 끄집어낸다. 정바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그래서 중요해진다. 그는 과연 진짜 사이코패스가 될까, 아니면 그걸 이겨낼 것인가.(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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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100회, 길거리는 못나가지만 낮은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100회를 맞았다. 하지만 100회라고 해서 대단한 특집을 마련한 건 없었다. 유재석의 말대로 늘 하던 대로 정성스레 한 회를 준비했다는 것이 100회를 맞이한 <유퀴즈>의 자세였다.

 

사실 많은 시청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길거리로 나가지 못하게 된 <유퀴즈>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다. 초창기 어설프긴 했지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시민들과 소탈하게 나누던 인생 이야기들과, 이를 통해 세상에 저마다의 모든 삶이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작지 않은 위로를 전해준 면이 있다.

 

결국 코로나19 이후로 길거리가 아닌 특정 공간을 선택하고, 인물들도 특정 카테고리(예를 들면 특정 직업이라든가, 특정 유사 사례 같은)에 맞는 섭외로 이뤄지게 됐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유퀴즈>는 이른바 <유퀴즈> 다움을 저버리지는 않았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하면 과거 길거리에서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한 '낮은 시선' 덕분이다.

 

100회 특집으로 '○○의 현실판'이라는 카테고리를 세운 것도 그냥 붙여 놓은 게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스 갬빗>의 현실판으로 출연한 최연소 체스 국가대표 김유빈양이나, 18년 간 뽀통령의 목소리를 해온 '뽀로로의 현실판 성우' 이선, 영화 <협상>의 현실판으로 국내 1호 위기협상전문가인 이종화 대표를 통해 '○○의 현실판'을 굳이 보여주려 한 건 그 지향점이 이 프로그램에 그간 출연했던 분들을 위한 헌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재심 전문 안준영 변호사가 출연했을 때 재심 결과를 기다리던 피해자 장동익씨가 무죄 판결을 실제로 받아 그 이야기가 현실화됐고, 판다 번식을 시켜서 우리 국민들에게 아기 판다를 보여드리고 싶다 했던 강철원 판다 사육사의 이야기 역시 잘 자라고 있는 아기판다 '푸바오'로 인해 현실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또 '미생'편에 나와 만년부장이 될 걸 걱정했던 자동차 판매왕 박광주씨는 영업이사가 되었으며, 코로나19로 여행사 폐업 결정한 후 사비를 들여 고객들을 무사귀환시킨 일로 화제가 됐던 여주희씨는 다시 여행사를 열고 관광의 날 장관 표창을 받았다. 무려 700만 원어치의 껌을 승객들에게 나눠줘 온 명품택시기사분은 제과업체로부터 껌을 지원받게 되었다고 했다. 100회 특집으로 '○○의 현실판'을 선택한 건 결국 <유퀴즈>의 현재를 '현실화'한 건 이 방송에 나와 주셨던 위대한 보통서민들이라는 걸 말하기 위함이었다.

 

<유퀴즈>는 이제 BTS 전 멤버가 먼저 원해서 출연하고, 아이유 같은 시대의 아이콘이 찾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물론 이들을 보게 되는 일은 즐겁고 반가운 일이지만, 적어도 서민들이 주인공이어서 더욱 가치 있게 느껴졌던 <유퀴즈>에서도 이들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여겨질 수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BTS나 아이유가 등장해도 괜찮다 여겨지는 건, 이런 유명인들이 등장해도 여전한 <유퀴즈>의 낮은 시선이 변함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BTS 편에서는 그들의 화려한 무대 위 이야기가 아니라, 어찌 보면 그 나이 또래에 고민을 공유하는 평범한 청춘들로서의 BTS를 볼 수 있어서 더욱 가치 있게 느껴졌다. 아이유도 마찬가지다. '나이 시리즈'의 노래에 따라 성장해온 아이유의 이야기 역시 그 나이 또래의 불안과 혼란을 겪는 청춘들과 공유되는 지점이 많았다.

 

물론 <유퀴즈>는 역시 길거리를 나섰을 때 진짜 이 프로그램만의 맛이 우러나는 게 사실이다. 그런 아쉬움과 그리움은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낮은 시선'을 고수하며 유지해가고 있다는 건 <유퀴즈>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다. BTS나 아이유가 등장해도 그들이 나온 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보기 힘든 진솔함이 <유퀴즈>에서 묻어나는 건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니 말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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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뜨강', 드라마 위기대처의 좋은 사례로 남은 까닭

 

웨이브에서 서비스되는 KBS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는 2회에서 6회까지의 분량이 빠져 있다. 이에 대한 사유는 '출연자 이슈'로 적혀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주인공 온달 역할이었던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에 의한 하차를 말하는 대목이다. 결국 지수 대신 나인우가 온달 역할을 7회부터 맡았다.

 

사실 이렇게 출연자까지 교체되면서 드라마가 온전하긴 어렵다. 하지만 <달이 뜨는 강>은 생각보다 이 위기를 잘 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시청률도 8%대(닐슨 코리아)를 유지하고 있고, 시청자 반응도 나쁘지 않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걸까.

 

첫 번째는 빠른 위기 대처능력이다.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이 터졌을 때 <달이 뜨는 강>은 재빨리 나인우로 출연자 교체를 결정했고, 교체된 분량을 다시 찍어 결방 없이 방영을 이어갔다. 보통의 경우라면 일주일 정도 '결방'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었지만, <달이 뜨는 강>의 이런 빠른 결정과 행동은 드라마가 위기상황에서 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두 번째는 주인공 교체에 따라 총 20부작의 95% 촬영을 마친 작품을 사실상 재촬영해야 하는 부담을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기꺼이 감수하고 희생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지지까지 얻어냈다는 점이다. 사실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은 그의 개인적 사안일 뿐 <달이 뜨는 강>은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쪽이었다. 그래도 그 피해를 모두가 감당하겠다는 팀워크와 이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가 이 드라마를 다시 되살려내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세 번째는 그저 남은 분량을 나인우가 소화해내는 것을 넘어, 지수가 출연했던 분량인 1회에서 6회까지의 분량 역시 재촬영을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미 1회는 나인우로 대체되어 재촬영된 분량이 웨이브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제작진은 나머지 2회에서 6회까지의 분량도 빠른 시일 내에 서비스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재촬영에 일부 배우들은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고 나서는 미담까지 전해졌다.

 

1회에서 6회까지의 재촬영은 사실상 해외 판권 판매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특히 1회가 먼저 재촬영된 이유는 그 도입부에서 북조와 전쟁을 벌이는 순노부 사람들과 온달, 평강의 장면들이 13회의 내용을 먼저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13회 내용을 재촬영 하면서 1회 내용 또한 자연스럽게 보강될 수 있었던 것.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의외의 호재들도 생겼다. 지수를 대체한 나인우가 오히려 온달 역할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런 평가는 출연자 교체가 만드는 이물감을 빠르게 지워내는 효과를 만들었다. 여기에 마침 불거진 SBS <조선구마사> 사태는 오히려 <달이 뜨는 강>에는 호재가 되었다. 역사왜곡, 문화왜곡의 소지로 2회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자극적인 <조선구마사> 사태의 반대급부로서, 다소 '순한 맛'의 <달이 뜨는 강>이 오히려 가치를 재조명받게 된 것. 이러한 의외의 호재들이 <달이 뜨는 강>이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 오히려 승승장구하게 된 네 번째 이유다.

 

사실 콘텐츠업계만큼 의외의 위기요소들이 많은 분야도 없다. 그래서 전혀 의도치 않은 어떤 위기에 의해 피어나지도 못하고 꺾어지는 결과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빠르고 현명한 대처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기도 하는 게 콘텐츠업계이기도 하다. <달이 뜨는 강>은 그 위기대처의 좋은 사례로 남을 듯하다. 물론 아직 남은 분량들이 있고, 또 재촬영해야하는 부분도 남았지만 현재까지의 흐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들로 이어지고 있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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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방송인 박수홍, 그래서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최근 2부작 파일럿 프로그램 SBS <뷰티 앤 더 비스트>에 출연했던 박수홍의 얼굴은 예전과 달리 초췌한 모습이었다. 박수홍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낚시터에서 우연히 만나 '아들 삼게 된' 길고양이 다홍이와의 사연을 들려줬다. 자랄수록 더 멋진 모습으로 커가는 다홍이에 박수홍은 푹 빠져 '천재묘'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박수홍의 다홍이에 대한 마음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박수홍의 안타까운 사연이 온라인상으로 등장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박수홍이 전 소속사 대표였던 친형에게 지난 30년 간 100억대의 수입을 횡령 당했다는 사연이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가족에게 당한 배신감은 그 무엇보다 클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그가 다홍이를 그토록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과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올리던 유튜브 채널에 그가 남겼던 댓글들이 새로운 의미로 전해졌다.

 

"다홍이도 처음엔 반대했었지.. 특히 형.. 고양이는 절대 안 된다고 고양이 만나면 내가 망한다고.. 정말 말이 안돼죠? ㅎ" 그 댓글은 다홍이를 형이 반대했었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고, 하지만 박수홍에게 다홍이를 못 만났으면 어쩔 뻔 했냐는 네티즌의 질문에 "죽었을 듯.."이라 답한 박수홍의 짧은 글은 과장이 아닌 진심이라는 게 느껴졌다.

 

"평생 옆에 사람들 믿고 살았는데 크게 배신당하고 상처 받아보니 그냥 죽고 싶더군요. 그 때 저를 버티게 해주고 살려준 게 다홍이입니다. 동물이 사람보다 나은 부분이 있죠.. 저는 다홍이 덕분에 살았습니다. ㅎ" 다홍이에 최선을 다하는 박수홍을 '집착'이라며 올린 누군가에 글에 단 그의 댓글에서도 그의 심경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은 분노와 위로가 쏟아졌다. 어찌 보면 한 연예인의 사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다른 이도 아닌 박수홍의 사연이라는 사실은 대중들의 마음이 얹어지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그간 박수홍 만큼 '성실한 방송인'으로서 살아온 이도 드물기 때문이었다. 그는 늘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성실하게 해온 방송인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일을 당했다는 사실은, 묵묵히 열심히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하며 살아가는 대중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더 안타까운 건 박수홍이 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게, 코로나19로 인해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려 하면서였다는 사실이다. 알고 보니 매입했던 빌딩이 자기 명의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는 거였다. 다른 이도 아니고 믿었던 가족의 배신에 그가 겪었을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다른 이도 아닌 가족사이기에 대중들의 시선은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고 있는 박수홍의 어머니에게로 집중되었다. 가족인데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있느냐는 추측들이 덧붙여졌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박수홍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선을 그었다. "부모님은 최근까지 이런 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셨다"는 것. 그는 오히려 부모님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게 가장 괴롭다고 심경을 밝혔다.

 

최근 들어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아가는 삶이, 누군가에 의해 어그러지거나 잘못된 시스템에 의해 빛을 보지 못하는 일에 대중들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박수홍의 안타까운 사연은 그래서 사적인 가족사의 차원을 넘어, 대중들이 함께 분노하고 위로하는 사안으로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일들이 바로 잡아지길 대중들은 원한다.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다홍이에 특히 진심을 다하는 박수홍의 모습이 안간힘이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한 모습이 되길.(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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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 발레에 담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진정한 소통

 

미안하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의 덕출(박인환)이 채록(송강)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이상하게도 기성세대가 청춘들에게 던지는 사과처럼 보인다. 채록의 아버지 이무영(조성하)이 체벌로 감옥에 가고 그로 인해 채록의 동창이었던 호범(김권)은 자신의 꿈이었던 축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서 호범은 채록이 알바로 일하는 곳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당구장으로 배달을 시켜놓고는 돈을 내지 않는다. 그러면서 늘 이 말을 던진다. "야. 이채록. 네가 잘 살면 안되지 않냐?"

 

하지만 그 광경을 보게 된 덕출이 호범에게 던진 말은 그들 가슴에 콕 박히는 '팩폭'이었다. 덕출에게 채록의 아버지가 사람 때려 감옥에 갔다고 호범이 하는 말에, 덕출은 이렇게 대꾸한다. "근데.. 채록이가 때렸어? 얘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채록이한테 이러는 건데? 안그래 학생?" 그건 사실이었다. 잘못은 채록의 아버지가 한 것이지 채록이 한 게 아니라는 것. 그런데 그로 인해 꿈을 접게 된 호범은 채록 탓을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이 감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건, 지금의 청춘들이 겪는 치열한 경쟁과 좌절이 그들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몰아세운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다는 점을 그 상황이 에둘러 그려내고 있어서다. 채록도 호범도 잘못이 없다. 하지만 호범은 그 좌절감을 채록에게 풀고 있었고, 채록은 그것조차 당연히 자신의 몫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덕출이라는 진짜 어른의 등장과, 그가 던지는 일갈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이 시대 청춘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담겨져 있다 여겨진다.

 

죄송해요. 덕출이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어려서 접었던 발레의 꿈을 다시 펼쳐나가고, 진짜 무대에 서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걸 아냐고 하면서도 가족들의 반대에 "정면돌파"를 이야기하는 채록의 모습에서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 하고픈 일 한 번 시도해보지 못한 진짜 어른에 대한 청춘의 사과가 느껴진다. 만만찮은 힘겨운 현실 때문에 그런 현실을 만든 기성세대들을 탓하지만, 그들 역시 삶 하나를 통째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이들이어서다.

 

하지만 이제 나이 들어 꿈꾸던 발레를 다시 하려는 덕출을 가족들은 "미쳤냐"며 반대한다. 아내조차 자식들에게 민폐 끼치지 말라며 발레복을 가위로 조각조각 잘라 버린다. 채록의 스승인 기승주(김태훈)는 채록에게 대놓고 덕출을 매니저로 붙인 이유가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할아버지가 발레하시는 게 진짜 중요해서? 나 그런 거 관심 없어. 그냥 너 위해서 이용하는 거야."

 

도대체 이 어른이 무슨 잘못을 해서 평생 하고픈 일을 단 한 번도 할 수 없게 됐을까. 그리고 이제 꿈을 향해 하려는 작은 날갯짓조차 허용하지 못할까. 그런데 이 덕출의 작은 날갯짓은 채록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아내의 반대에도 끝까지 숨어서라도 발레를 할 거라는 덕출은 채록에게 자신이 진짜 무서운 게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채록아. 내가 살아보니까 삶은 딱 한 번이더라. 두 번은 아냐. 내가 아홉 살 때 아버님이 반대를 하셨고 지금은 집사람이 싫어하는데 솔직히 반대하는 건 별로 안 무서워. 내가 진짜 무서운 건 하고 싶었는데 못하는 상황이 오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게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인거지."

 

칠순의 나이에도 하고픈 발레의 꿈을 계속 이어가는 덕출의 모습은 과거사에 붙잡혀 늘 머뭇거리던 채록의 멈춰진 날갯짓을 움직이게 한다. 그는 기승주에게 콩쿨에 나가겠다고 말하면서, 슬쩍 할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꺼내놓는다. "쌤은 할아버지가 발레 배우는 거 관심없을 지 몰라도 전 관심 있어요."

 

<나빌레라>가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건, 거기에 우리네 어른 세대와 청춘 세대가 서로에게 던지는 사과와 위로가 담겨 있어서다. 발레는 그걸 매개해주는 소통의 고리다. 그래서 덕출과 채록이 함께 서로를 다독이고 부축하며 발레를 해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크나 큰 힐링을 선사한다. 서로의 탓이 아니라, 오히려 내 탓이라 말하며 서로를 지지해주는 그 관계야말로 단절되어 갈등마저 일으키는 세대 간의 진정한 소통의 시작일 테니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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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 같은 매력 캐릭터들의 향연

 

입으로만 싸우는 '입 고수'인 줄 알았지만, 갑자기 놀라운 레슬링 실력을 보여주는 전당포 부부 이철욱(양경원)과 장연진(서예화). 아직 완전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들의 액션을 보면, 어딘가 프로레슬링 같은 걸로 다져진 몸인데, 너무 세서 사고를 칠까봐 조심조심 살아온 이들이라는 걸 엿볼 수 있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의 금가프라자 사람들이 어딘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드러낸 이들은, 그러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이들만이 아니었다는 걸 가위 하나 들고 조폭들을 현란하게 때려잡는 세탁소 사장 탁홍식(최덕문)을 통해 드러낸다.

 

박재범 작가는 금가프라자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마치 <개그콘서트>의 여러 코너들을 보는 것 같은 빵빵 터지는 상황극으로 만들어낸다. 이 드라마의 메인스토리는 물론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송중기)와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홍차영(전여빈) 변호사가 사회악의 표상처럼 그려져 있는 바벨그룹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팽팽한 대결구도만큼 드라마의 많은 부분들은 매력적인 금가프라자 사람들이 보여주는 포복절도의 코믹 상황극으로 채워져 있다.

 

이철욱, 장연진 그리고 탁홍식에 이어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남주성(윤병희) 사무장이나, 국정원 요원으로 이태리 음식점 알바생을 위장해 이 프라자에 들어온 안기석(임철수), 피아노 학원 원장이지만 해커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서미리(김윤혜), 한때 바벨그룹의 전담 법무법인 우상의 지시를 받아 금가프라자 사람들을 몰아내는 일을 해왔지만, 잘린 후 그 프라자에 여행사를 냄으로써 이제 상가주민들 편에 서게 된 박석도(김영웅) 등등. <빈센조>에는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캐릭터라고 해도 될 법한 웃음 터지는 인물들이 넘쳐난다.

 

게다가 박재범 작가는 이들 캐릭터들을 활용한 풍자 코미디에도 능수능란하다. 빈센조가 마피아 변호사였다는 게 드러나는 순간에, 금가프라자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마피아 게임'을 하는 대목 같은 것이 그렇다. 진짜 마피아라는 게 알려지면서 조폭을 때려눕힌 일로 한껏 어깨에 힘을 주던 탁홍식이 뜨끔 하는 모습이라니. 또 빈센조가 조영운(최영준)과 함께 프라자 지하에 금괴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몰래 숨어 들은 서미리가 빈센조 앞에 마치 귀신처럼 손을 들고 나타나는 장면이나, 국정원 요원이라는 걸 과장하듯 보여주는 액션을 통해 병맛 캐릭터의 웃음을 전해주는 안기석이 검찰에 체포된 빈센조를 풀어주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런 코믹 캐릭터들에 박재범 작가가 진심이라는 건, 이미 전작이었던 <열혈사제>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주인공인 김해일(김남길)이 다소 심각하게 적들과 싸워나갈 때, 그를 돕는 구대영(김성균)이나, 중국집 배달원이지만 알고 보면 태국 왕실 경호원으로 정체를 드러내는 쏭삭(안창환) 같은 캐릭터를 떠올려 보라. 이들이 만들어내는 자잘한 코미디 상황극들이 얼마나 드라마를 깨알 같은 웃음으로 채워넣었던가를.

 

물론 이런 코믹 캐릭터의 향연과 <개그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상황극의 연속은, 박재범 작가 드라마의 또 다른 한 축인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사이다 액션과 복수극의 속도를 다소 느리게 만드는 면은 있다. 하지만 이들 캐릭터들이 대부분 서민들의 반전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건 단순한 사이다 액션, 복수극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에, 진짜 사회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서민들에게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담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빈센조>에서 까도 까도 끝없이 등장하는 양파 같은 캐릭터들의 향연은 그 자체로 큰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갑갑한 현실에 작은 위로와 숨통을 틔워주는 존재들로 느껴지게 된다. 박재범 작가는 이들 건강한 캐릭터들을 통해, 제 아무리 힘들고 거지같은 현실 속에서 갑갑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살 수 있는 힘은 이들에게서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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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유야호, 이번엔 MSG워너비 프로젝트다

 

지미유 대신 유야호, 환불원정대 대신 MSG워너비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지금껏 가장 잘 해왔던 '음악 프로젝트'의 또 다른 갈래를 열었다. 마치 <아내의 유혹> 민소희(장서희)처럼 얼굴에 점 하나를 찍고 지미유의 쌍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유야호'는 남성 보컬 그룹 MSG워너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유야호'는 최근 과거 <무한도전> 시절 '알래스카에서 김상덕씨 찾기' 미션 중 등장해 레전드 짤이 되어 유행처럼 등장한 "무야호!"에서 따왔다. "좋다"는 의미의 "무야호!"는 당시 현지에서 만난 권할아버지가 특유의 손동작을 하며 "무한-도전-"하는 그 구호를 몰라 "무야호!" 했던 데서 유래한 유행어다.

 

유재석이 새로운 부캐로 가져온 유야호는 대놓고 쌍둥이라는 지미유와 자신을 차별화시켰다. 지미유가 '톱100귀'라면 자신은 '톱10귀'라고 했고, 환불원정대의 성공에 대해서도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 같은 쟁쟁한 인물들을 데리고 "성공 못하는 게 이상한 것"이라 했다. 그래서 이번 MSG워너비 프로젝트에는 이미 톱을 찍은 분들은 '탈락'이라는 그만의 원칙을 내세웠다.

 

곧바로 이어진 오디션은 오로지 목소리만 듣고 선택한다며 블라인드로 시도되었고, 유야호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며 그 음색과 가창실력으로 당락을 결정했다. 역시 이 과정에서 누가 들어도 금세 알 수 있었던 잔나비의 최정훈은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지만 '이미 톱을 찍은 분'이라는 이유로 바로 탈락됐고, 코드쿤스트 역시 의외로 좋은 가창력을 선보였지만 윤종신의 '좋니'에서 고음이 약해 탈락된 후 정체가 공개됐다.

 

블라인드로 오디션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프로그램에서 밝히진 않았지만 누군지 예상되는 가수들이 존재했다. 이 블라인드 오디션은 너무 음색이 좋고 노래를 잘 불러 그 음악 자체로도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데다 누군지 궁금한 지점을 찾는 <복면가왕> 콘셉트가 더해져 궁금증을 증폭시켰고, 사이코러스(양세찬, 황제성) 같은 참가자가 만들어내는 예능적인 웃음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1차를 통과한 이들을 위해 한 한옥에서 펼쳐진 2차 오디션에서는 너무나 김정민과 비슷한 목소리와 창법을 들려줘 그로 오인해 유야호가 "탈락"을 줌으로써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정체를 공개한 도경완이 의외의 반전과 큰 웃음을 선사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노래를 잘 했고, 그 정체 공개 과정에서의 '억울함'이 웃음을 줬던 것. 도경완은 이제 프리라며 이렇게 "포장을 깠으면 사야 된다"는 위트 있는 말로 유야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트로트 신인 유산슬에 이어, 싹쓰리 프로젝트 그리고 환불원정대까지 <놀면 뭐하니?>가 부캐 도전을 통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건 역시 음악과 함께 할 때였다. 특히 이 일련의 도전들이 의미 있었던 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분야를 붐업시키겠다는 의미가 더해져서 였다. 이제 막 트로트 붐이 일어나던 시기에 유산슬이 그랬고, 혼성그룹이 사라진 현재에 등장한 싹쓰리가 그랬다. 또 센 언니들의 걸 그룹 환불원정대에 이어, 그들의 성공에 도전장을 내민 MSG워너비 역시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는 남성보컬그룹의 부활을 위한 것이었다.

 

과연 유야호의 MSG워너비는 그의 장담대로 지미유의 환불원정대를 넘어설 수 있을까. 촉촉한 봄비가 내리는 계절에 살랑살랑 감성을 건드리는 남성보컬그룹의 탄생과정에 벌써부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누가 그 구성원이 될 것이고, 그들은 어떤 케미로 하모니를 들려줄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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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범인 추적만큼 이 스릴러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담았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의 종잡을 수 없던 사건의 전말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21년 전 이동식(신하균)의 여동생 이유연(문주연)의 죽음에는 박정제(최대훈)와 그의 엄마인 시의원 도해원(길해연) 그리고 이창진(허성태) JL건설 대표가 연루되어 있었다. 아마도 강진묵(이규회)의 범행으로 손가락이 잘린 채 도주하던 이유연이 박정제가 낸 교통사고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장면이었다(물론 진짜 뺑소니범은 따로 있었지만). 도해원과 이창진은 그 사건을 덮었을 테고.

 

이들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건, 강진묵에게 낚싯줄과 아내의 사망신고서를 건넨 인물이 이창진이었고, 그 진실에 다가가던 남상배(천호진) 소장을 죽인 인물 역시 이창진이었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이창진은 강진묵이 체포됨으로 해서 과거 이유연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게 두려워 그를 자살하게 만든 것이었고, 강진묵은 죽으면서까지 '유연이는 아니야'라는 다잉메시지를 남기게 된 것이었다.

 

결국 <괴물>이 끄집어낸 진짜 괴물은, 연쇄살인범에 의해 사람들이 살해되고 실종(사실상 살해)되는 일들이 벌어져도 자신의 이익과 개발에만 몰두하며 사건을 덮어버리는 도해원이나 이창진 같은 인물들이다. 문주시 만양읍이라는 소외된 동네가 겪게 되는 비극은 그래서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부동산 개발 그 이면에 쓸려 나가버리고 묻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괴물>은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사체가 유기되는 끔찍한 범죄스릴러지만,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드라마였다. 그 이유는 이 드라마가 보통 범인 찾기와 잡기에 집중하는 범죄스릴러와 달리, 잔혹한 범인에 의해 살해당한 이들과 그 유족, 이웃들이 겪게 되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아픔과 상처를 담았기 때문이다.

 

만양정육점에서 남상배 소장이 생전에 동료 후배들과 함께 모여 막걸리를 마시며, "돈 많냐?" "건강하냐?"를 차례로 묻고 이에 "아니요!"라고 연거푸 답하면, "인생 뭐 있냐 마셔!"하고 외치는 그 풍경은 따뜻하면서도 아련하고 쓸쓸하다. 그들은 이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의해 가슴 한편에 저마다 처참한 생채기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정육점에 모여 구운 고기 한 점에 막걸리를 마시며 서로의 등을 토닥인다. 그게 살아가는 유일한 힘이라도 되는 듯.

 

이들의 이런 따뜻한 사람냄새를 처음에는 이상하게 바라보던 한주원(여진구) 경위는 남상배 소장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만양정육점에 모인 사람들과 건배를 하며 조금씩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게 된다. 술 마시고 운전하지 말라며 걱정하는 유재이(최성은)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는 한주원은 그래서 이제 범인으로 모두를 의심하는 비정한 마음이 아닌, '의심하지 않기 위해서 의심하는' 마음으로 이들과 공조 수사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이 드라마 속에서 만양 사람들이 함께 정육점에 모여 막걸리에 고기를 굽는 장면과, 도해원, 이창진 그리고 한기환(최진호) 차장이 일식집에서 둘러앉아 사케에 회를 마시는 장면은 의도적으로 대비시킨 면이 있어 보인다. 날생선을 먹는 그 서늘한 장면이 아마도 '괴물 같은' 그들의 진면목을 은연 중에 드러낸다면, 고기 한 점을 나눠 먹는 훈훈한 장면이 '사람냄새'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실로 독특한 범죄스릴러가 아닐 수 없다. 살풍경한 살인사건들이 벌어지고 그 범인을 추적하는 쫄깃한 추리가 이어지지만, 범인이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만큼 피해자들의 아픔이 담겨진 범죄스릴러라니. 그래서 진짜 괴물은 범인만이 아니라, 이 사람냄새 나는 소외된 이들 저편에서 어떤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심지어 사람이 죽는) 개발의 이익만을 따먹으려는 냉혹하고 무정한 사회라는 걸 강렬한 메시지로 던지는 범죄스릴러라니.(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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