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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외나무 다리에서’, 뻔해도 보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 “나랑 연애합시다. 라일락 꽃 피면.” 독목고등학교 이사장으로 오게 된 석지원(주지훈)은 술자리에서 윤지원(정유미)과 ‘미친 라일락’이 꽃을 피울까 안 피울까를 갖고 옥신각신하다 이를 두고 내기를 걸게 된다. 라일락 꽃이 피지 않으면 이사장직을 내놓으라는 윤지원의 제안에 그러겠다고 선선히 말한 석지원은 대신 라일락 꽃이 피면 자신과 연애하자고 제안한다.  tvN 토일드라마 ‘사랑은 외나무 다리에서’에 등장하는 이 장면은 석지원과 윤지원 사이의 특별하고도 오래된 관계를 드러낸다. 두 사람 집안은 할아버지대부터 이어진 철천지 원수 지간이다. 석지원의 아버지 석경태(이병준)는 윤지원의 할아버지 윤재호(김갑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독목고 재단을 사들여 과거 자신의 사업을 어렵게 했던 복수를 하려 한다. 그러니 석.. 더보기
기발한 상상력, 강풀의 ‘조명가게’ 오싹한데 뭉클한 이 세계 ‘조명가게’, 어떻게 공포가 감동으로 바뀔 수 있었을까(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중환자는 의식이 없는데 어떻게 의지가 생기죠?” 흔히들 의식불명에 빠진 중환자의 가족들에게 의사는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의식이 없던 중환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사경을 헤매다 살아돌아온 건 어떤 의지 때문이었을까. 강풀 원작의 디즈니+ 드라마 ‘조명가게’가 그리고 있는 독특하고 기발한 세계관은 바로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했을 게다. 그들의 의지는 어쩌면 환자만의 의지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이들의 의지가 더해진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력으로부터.  퇴근 길 버스정류장에 매일 같이 같은 모습으로 앉아 있는 여자, 그 여자가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걸어다니는 어두운 동네, 불빛이 하나도 없어 김.. 더보기
우리는 ‘습관처럼, 분리불안처럼’ 살아가는 건 아닐까 ‘트렁크’, 시스템의 관계들을 분해하자 드러난 것들우리는 어쩌면 습관처럼, 분리불안처럼 살아가는 건 아닐까. 결혼은 사랑의 결실로 이야기하지만, 결혼 후의 삶은 과연 사랑으로 계속 채워질까. 사랑은 과연 그렇게 영원한걸까. 사랑이 아니라면 결혼 후의 관계는 무엇일까. 저마다 각자가 가진 외로움과 불안과 습관 그리고 혹은 상처들이 뒤범벅되어 그저 서로를 붙들고 있는 그런 건 아닐까.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는 이처럼 많은 질문들을 던지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랑과 관계 그리고 결혼에 대해 그 실체를 질문하는 작품인지라 클리셰적인 멜로나 로맨스 혹은 치정을 기대했지만 실망감만 가득할 작품이다. 게다가 ‘기간제 결혼’이라는 과감한 가상 설정은 이 드라마의 문턱을 높인다. 일단 이 문턱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 안.. 더보기
겉과 속 “뭐든지 포장하기 마련이야. 보는 게 본질이니까.” 김대우 ‘히든페이스’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진짜 속은 얼마나 다를까. 김대우 감독의 영화 ‘히든페이스’는 인간의 겉과 속에 대한 이야기를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스릴러로 풀어낸 작품이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 성진(송승헌)은 자신의 삶 역시 지휘하며 살아갈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가 약혼한 수연(조여정)과 그의 엄마(박지영)가 만들어 준 삶을 살아간다. 수연의 엄마는 오케스트라를 소유한 단장으로, 분식집 아들로 자수성가한 성진이 마당 넓은 집에 살고 지휘자로서도 설 수 있게 해주는 인물이다. 성진은 이에 대한 열등감 같은 게 있지만 드러내진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수연이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사라지면서 그의 숨겨진 민낯이 드러난다.  겉과 속이.. 더보기
비비, 종횡무진 경계를 넘나드는 대세 아티스트 가수와 배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김형서 혹은 비비 “달다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비비가 부른 ‘밤양갱’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가사와 멜로디가 특징인 곡이다. 헤어지는 남자가 너는 바라는 게 너무 많다고 말하지만 비비는 바라는 게 하나 뿐이라며 그건 바로 ‘달디단 밤양갱’이라고 노래한다. ‘밤양갱’에 대한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비비의 소녀 같은 모습이 블링블링하게 이어지는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것은 아마도 달콤한 사랑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장기하가 쓴 곡이라 그런지 ‘말 놀이’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소박한 곡은 그러나 공개된 이후 신드롬을 일으켰다. 갖가지 버전의 ‘밤양갱’ 패러디 영상들이 등장했고,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가사는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