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

"사람들이 왜 너를 못 알아볼까?"

 

정목은 음악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지연이 

집안의 반대에도 중3때부터 고깃집 알바를 하며

음악을 했고 친구와 단칸방에서 지내며 재수를 해

현재의 자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렇게 말한다.

 

특히 관심을 가진 출연자지만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던 지라

정목의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지연은 궁금해진다.

 

"내가 어떤데?"

"그냥, 안타깝네."

 

정목은 섬세한 성격답게 바로 말하지 못하고 말을 고르고 고른다.

지연이 재촉한다. 

 

"왜? 빨리 말해, 듣다가..."

 "약간 또라이 같이 들릴 수도 있는데...

"아니야, 말해."

 

결국 정목은 이런 말로 자신이 얼마나 지연을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표현한다. 

 

"그냥 보면서 뭐라 해야되지? 아, 나중에 내가 딸을 낳는다면... 딸을 낳는다면.. 이렇게 자랐으면 좋겠다."

 

그 말에 반색하면서도 지연은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부인한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

"근데 이렇게 안 자라는 게 좋을걸."

"왜?" 

"공주처럼 자란 애들은, 공주처럼 자란 게 보여, 눈에. 뭔가 진짜."

"보이지."

"오히려 난 그런게 더 부럽던데?"

 

사랑이라는 건 어떤 운명의 순간들이 교차해 만들어지는 걸까.

정목과 지연이 서로에게 마음을 갖게 되는 이 순간이 그렇다.

뒤늦게 지연이 술취해 고백하지만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남자를 만나는 것조차 불편함이 있었다는 지연에게

딸을 낳는다면 너처럼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한 정목과,

공주처럼 걱정없이 살아온 이들이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느껴진다며

이도에 대한 마음이 흐릿해졌던 정목에게

공주처럼 자란 애들은 공주처럼 자란 게 보인다며 부럽다고 말한 지연.

 

이걸 어떻게  운명의 순간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으랴. 

'우리영화', 끝이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삶, 작품

 

우리 영화

 

SBS 금토드라마 '우리영화'는 '하얀사랑'이라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하얀사랑'은 시한부 규원과 현상의 사랑과 이별을 담았고, 그 규원 역할을 실제 시한부인 이다음(전여빈)이 맡았다.

그 작품을 찍는 감독 이제하(남궁민)는 영화를 찍으며 이다음을 사랑하게 되고, 그 작품 속 시한부 규원의 마음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영화'의 엔딩신은 이제하와 이다음에 의해 원작과는 달라진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찍은 엔딩신에서

규원 역할을 빌어 이다음이 극중 남주인공인 현상에게 건네는 말은

이제하에게 그대로 와 닿는다. 

 

"현상씨 들려요? 끝도 없이 부서지는 소리."

"응. 들려."

우리 영화

"이제하는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어요."

"어, 알아. 나는 행복해질 수 있어. 다음씨가 알려줬잖아."

우리 영화

"제하씨는 제하씨의 시간을 살아줘. 아주 행복하고 충실하게. 나는 여기에 머물러 있을게. 제하씨 마음에 그리고 이 바다에도."

우리 영화

"응. 다음씨는 여기 있는 거야." 

"응. 나는 이렇게 부서지고 다시 생기고 부서지고 다시 생길 거니까."

 

부서지지만 다시 생겨나는 포말처럼

이다음은 계속 그 곳에 있을 거라고 한다. 

그건 이제하의 기억 속에, 그가 이다음과 함께 찍은 '하얀사랑'이라는 영화 속에 있겠다는 거다.

 

앞으로 이제하는 이다음 없는 세상에 남겨지겠지만

어느 파도 앞에서

또 언제든 다시 틀어 볼 수 있는 영화 속에서

이다음이 다시 생겨나고 부서지고 또 생겨나는 걸 볼 것이다. 

 

계절이 그렇고, 그 계절 맞아 피었다 금세 떨어지는 꽃잎이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그 지는 꽃잎을 애써 주머니에 한웅큼 집어 넣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떨어진 꽃잎도

계절이 오면 다시 피어나고 또 떨어진다.

 

우리 삶이 그렇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을 애써 만들려는 마음도 그 삶을 애써 반복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우리 영화. 우리 삶.

사라져도 영원히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반복될...

 

우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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