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토크, 농담까지, ‘유희열의 스케치북’

빵빵 터진다. 늦은 밤이지만, 음악 프로그램이지만, 이 작고 메마른 남자가 한 마디씩 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어쩔 수가 없다. 라디오를 통해 재치 있는 언변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공개무대에서 저처럼 자연스럽기도 쉽지 않을 듯싶다. ‘이하나의 페퍼민트’는 어눌하고 어색한 이하나의 진행이 오히려 풋풋한 맛을 주었지만,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음악이면 음악, 토크면 토크, 순발력 넘치는 농담까지 능수능란한 유희열의 진행에 편안한 맛이 느껴진다.

진행자에 따라서 이다지도 스타일과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새삼스럽다. ‘이소라의 프로포즈’가 조분조분함이었다면,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그 치기에 가까운 활기참이었고, ‘이하나의 페퍼민트’는 풋풋한 생기발랄함이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아직 그 빈 도화지가 어떤 느낌의 그림을 그려낼 것인지 확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첫 인상으로 감히 예측해본다면 그건 장난기 가득한 어린아이 같은 느낌 같은 게 아닐까.

초대된 이승환 앞에서는 한 때는 자신처럼 “딱 보면 초등학교 6학년 같았지만”, 지금은 운동을 해서 “가슴근육이 거의 저희 큰 고모” 같아졌다고 너스레를 떨고, 이소라 앞에서는 남자처럼 짧게 자른 머리를 갖고 장난을 친다. 언니네 이발관 앞에서는 그 밴드의 탄생 과정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건네주고, 김장훈과는 이 프로그램을 두고 어떻게 해나갈지 고민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의 토크 스타일은 게스트와의 적절한 대결구도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분히 도발적인 이야기들이 상대방을 자극하지만 이상하게도 그것이 그렇게 불편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아마도 그것은 게스트들과의 친밀한 유대가 토크 속에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때론 형처럼 때론 누나처럼 친하기 때문에 어린아이처럼 마음껏 장난을 쳐도 그것이 오히려 친밀감의 표현으로 느껴진다.

프로그램은 이전 프로그램들에 비해 토크가 늘었고 게스트의 수가 줄었다. ‘이하나의 페퍼민트’ 마지막 회에 양희은, 에픽하이, 아마도 이자람 밴드, 동물원, 장기하와 얼굴들, 요조, 짙은, 국카스텐, 검정치마, 킹스턴루디스카가 게스트로 출연했던 반면, 이 프로그램의 첫 방송에는 이승환, 이소라, 언니네 이발관, 김장훈 이렇게 게스트가 단출해졌다. 혹자는 이것을 가지고 음악 프로그램에 음악이 줄었다고 불평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토크가 형식적인 소개 정도가 아니라, 게스트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그네들의 캐릭터와 사연을 덧붙인다는 점에서 줄어든 게스트에 대한 집중도는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희열은 프로그램 말미에 김장훈과 했던 고민, 즉 이 코너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들려주었다. 그것은 “다 필요 없다. 음악적으로 가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관객들과 다짐하듯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가 말했듯 이 무대는 “좋은 음악이 있는 곳”이고 처음 그가 “가수 데뷔했을 때”의 “꿈의 무대”였듯이 앞으로도 “가수의 꿈을 꾸는 분들에게 꿈의 무대”로 남을 것이 틀림없다. 토크와 유머를 갖고 온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그 빈 도화지에 그 꿈의 무대를 그려내기를 기대해본다.

주말 밤의 풍경을 바꾸는 명품 다큐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히딩크의 사나이, 그리고 맨유의 심장이자 현 국가대표 주장.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성실함으로 늘 경기장에서 가장 많이 뛰는 선수. 하지만 이런 화려한 영광 속에 서 있는 박지성은 스포츠 경기 중계나 뉴스를 통해서 보여진 모습일 뿐이었다. ‘MBC 스페셜-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에서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사실은 진면목을 잘 모르고 있는 박지성을 다큐멘터리 특유의 진정성으로 포착해 큰 호응을 얻었다. ‘MBC 스페셜’이 보여준 박지성은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지만 보통사람이고 싶은” 한 세계적인 축구스타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MBC 스페셜’은 작년 말부터 주목받는 다큐멘터리로 호평을 받아왔다. 창사특집으로 기획된 ‘북극의 눈물’은 지구온난화로 사라져가는 북극의 위기를 그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역설적으로 그려냈고, ‘공룡의 땅’은 공룡화석의 발굴과 탐사를 담은 과학다큐멘터리로 공룡 다큐멘터리의 새 장을 보여주었다. 한편 ‘곰배령 사람들’편에서는 자연다큐와 인물다큐의 접합점을 찾아 도시인들에게 자연의 의미를 되새겨 주었고 ‘마지막 해녀’편에서는 해녀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스타 다큐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평가되는 ‘최민수, 죄민수 그리고 소문’에서는 최민수 사건의 진실과 소문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스타의 화려함 그 이면의 아픔을 포착하면서도 동시에 소문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여주었다. 또 다른 스타다큐로서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편에서는 김명민을 통해 배우의 눈물겨운 노력을 포착해 큰 호응을 얻었고, 이어 박지성 편은 그 계보를 이어주었다.

연이은 명품다큐라는 호평 속에 시청률도 고공행진중이다. ‘북극의 눈물’이 10%대(1부 11.4%, 2부 10.8%, 3부 9.9%)의 시청률을 그리고 ‘공룡의 땅’이 9.1%, ‘마지막 해녀’가 10.7%의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는 12.2%로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말 밤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달라진 시각은 단지 ‘MBC 스페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KBS 스페셜’은 ‘누들로드’같은 대작은 물론이고 다채로운 소재를 넘나드는 명품다큐멘터리로 오랜 시간 주말 저녁 8시에 자리매김해왔고, ‘SBS 스페셜’ 역시 ‘방랑식객’같은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다큐멘터리를 발굴해나가고 있다. 주말 밤 TV의 새로운 풍경으로 다큐멘터리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TV의 새로운 경향과 다큐멘터리가 시너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영상의 홍수 속에서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특유의 진정성을 무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HD화면이 주는 생생함과 연출 없는 장면이 건네는 진심이 묻어나는 영상들은 이 새로운 풍경의 바탕이 되고 있고, 그 위에 과거와는 달라진 실험적인 기획들은 풍경을 쑥쑥 키워주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주말 밤. 이제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도전과 체험까지 개고생으로 만드는 상술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이런 자막과 멘트가 흘러나왔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해봤을 것이다. ‘개고생’이라는 말이 주는 특유의 어감 때문이다(물론 이 단어는 표준어다. 하지만 어감은 여전히 비하하는 의미가 들어있다). 이 불쾌한 단어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이 욕이라도 들은 것 같은 감정을 갖게 한다. 티저광고로서 아무런 설명이 없기 때문에, 이 단어는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맥락 속에 들어가면 엉뚱하게도 마치 모든 샐러리맨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순간 샐러리맨들은 개고생하러 집 나가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바탕에 깔리는 ‘아내의 유혹’의 한 장면. 은재(장서희)의 치밀한 복수로 거리로 내몰린 정교빈(변우민)이 쓰레기통에 숨어 있다가 나와 거지꼴로 국밥집을 흘끔거리고, 노숙한 씻지도 못한 얼굴을 보여주는 그 영상은 그래도 애교가 있다. 변우민의 막장 표정을 보는 순간에는 웃음도 터진다. 아마도 막장드라마라 지칭되는 이 드라마에 대한 모종의 희화화도 한몫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엄홍길 편에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산악인으로서 산에 대한 도전을 하는 그 행위가 이 광고를 통해 개고생으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하나의 가치가 개고생이라는 한 단어로 전락하는 그 장면에는 극단적인 냉소주의가 숨겨져 있다. 일반인 편에는 개미떼처럼 사람들이 몰린 피서지를 찾은 가족들과 무전여행을 하는 한 사내의 개밥그릇을 넘보는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그 행위들을 역시 개고생으로 의미 지운다. 이 정도까지 오면 목적(자신들의 메시지만 전달하면 된다는)을 위해 가치 따위는 개고생으로 치부해도 된다는 막장의 사고방식이 드러난다.

이 광고가 개고생으로 치부하는 행위들은 각각 별개의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현실(매개된 삶이 아닌 진짜 체험의 삶이란 의미로서의)과의 직접적인 대면이라는 점이다. TV나 기타의 매체를 통해 보면 편안한 것이고 괜스레 직접 하는 체험이나 경험은 개고생이다. 그러니 이 광고의 논리적인 메시지는 광고 마지막에 늘 등장하는 집 모양의 아이콘 위에 떠 있는 ‘ㅋㅋ’가 말해주는 것처럼 ‘집 밖에서의 개고생’보다는 ‘집 안에서의 ㅋㅋ’를 즐기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ㅋㅋ’란 이 광고의 실체인 KT의 새로운 유선통합브랜드인 쿡(QOOK)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광고가 불편한 진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이 광고의 메시지는 편안하게 집안에서 쿡(QOOK) 서비스를 즐기라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 실체는 쿡(QOOK)을 통한 매개된 삶(잔짜의 삶은 개고생이니까)의 가치가 더 높다는 말이다. 이것은 상업적 목적을 위한 가치의 전도다. 이 땅 위의 그 무엇이든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자본의 속성은 이제 체험이나 도전 같은 가치까지도 뒤집어 상품으로 포장한다. 이렇게 보면 개고생이란 단어의 즉각적인 불쾌감은 이 메시지가 주는 불쾌감에 비하면 오히려 적은 편이다. 물론 어쩌면 이 광고는 논란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논란의 끝에 남는 것은 논란의 이유보다는 논란의 강도만큼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황당한 일이지만 어쩌면 이 글조차 이 광고의 한 부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드라마, 예능, 음반에 드리워진 88만원 세대의 그림자

그들은 오로지 대학만이 모든 것을 이뤄줄 것이란 이야기를 들어가며 학창 시절을 보냈고,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대학에서도 낭만이란 말은 뒤로 접어둔 채, 일찌감치 취업준비로만 전전해왔다. 그리고 사회에 버려지자마자 바늘구멍 뚫기만큼 힘들다는 취업전선에서 다시 경쟁해야 했고, 그렇게 가까스로 기회를 잡은 그들도 그러나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몇 개월 간의 치열한 노동의 경쟁 속으로 다시 뛰어들어야 했다. 정당한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전긍긍해야 하는 그들. 한때 사회현상처럼 대중문화에서 조명되었던 백수세대는 이제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으로 다시 무대 위에 오르고 있다.

‘내조의 여왕’, 온달수의 인턴시대
‘내조의 여왕’의 온달수는 나이도 있고 결혼도 했으며 아이까지 있지만 그가 처한 상황은 88만원 세대의 그것을 그대로 닮았다. 굴지의 대기업인 퀸즈푸드에 입사하려는 온달수는 면접에서부터 인사부장을 친척으로 두고 있는 상대와의 경쟁에서 혈연으로 밀린다. 우여곡절 끝에 입사가 허락되지만 반쪽 짜리. 인턴 3개월을 거쳐야 하는 입장이다. 조직은 실력과는 상관없이 연줄과 권력(돈)의 힘으로 굴러가고 그 앞에 선 온달수가 가진 것은 열정과 내조를 위해 친구 앞에서도 무릎을 꿇는 아내뿐이다.

이 온달수가 처한 상황은 아내와 관련된 부분만 떼 놓고 보면 사회 초년생으로 첫발을 내딛는 88만원 세대들이 겪는 것과 꼭 같다. 이미 굳건하게 저들만의 리그가 결정되어 있는 사회 시스템 앞에서 누구나 무릎을 꿇고 처세를 해야 하지만, 온달수처럼 가진 것 없는 사람은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이 드라마는 88만원 세대가 처한 현실을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주부들 눈높이로 맞춰놓은 것만 같다. 이 드라마가 노골적으로 여성층을 겨냥하고 있으면서도 또한 남성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내조의 여왕’, 그 여왕이 내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88만원 세대가 처한 현실이다.

‘분장실의 강 선생님’, 행복한 줄 알아 이것들아!
‘개그콘서트’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른 ‘분장실의 강 선생님’. 이 코너는 개그맨 사회를 분장실로 축소해 그 모습을 통해 우리네 조직문화를 풍자한다. 여기서 강 선생님은 최고참인 강유미지만 이 코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중간고참인 안영미다. 안영미는 강유미 앞에서는 굽실대면서, 신참들인 정경미, 김경아 위에는 군림하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안영미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신참들을 괴롭히면서도 습관적으로 “행복한 줄 알아 이것들아!”하고 외친다.

여기서 ‘행복한 줄 알아야 하는 이것들’에 해당되는 정경미와 김경아는 바로 88만원 세대의 분신이다. 그들은 감기에 걸려도 허락 받고 걸려야 하는 처지. 하지만 맥락을 좀더 넓혀보면 88만원 세대는 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은 모두 여성으로서는 수치스러울 수 있는 분장을 하고 있고, 그것은 웃겨야 살 수 있다는 처절한 현실을 반영한다. 안영미가 신참들을 괴롭히고 고참에 아부하면서도 그것이 밉상이 아닌 것은 그녀가 가장 독한 골룸 분장을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코너는 88만원 세대의 개그맨 버전이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임금조차 없이 꿈 하나만으로 버텨오던 그들이지만, 막상 무대가 생겨도(코너를 잡아도) 늘 불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들은 온 몸의 분장으로 보여준다.

‘싸구려 커피’마시며, ‘별 일 없이 산다’ 왜?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가요계에 벌어진 큰 사건 중 하나는 장기하라는 감성의 발견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싸구려 커피’를 들고 나오는 순간, ‘88만원 세대’의 정서는 음악이 되어 대중들의 축 처진 어깨를 두드렸다. 그 노래에는 장기불황에 직면해 ‘한 몇 년간 세숫대야에 고여 있는 물 마냥 그냥 썩어 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는’ 청춘들의 정서가 녹아있다. 거기에는 좌절과 포기를 넘어서 마치 자기 일이 아닌 것 마냥 그 자체를 희화화시킬 정도로 둔감해진 고통이 숨겨져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패배의식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규1집의 타이틀이기도 한 ‘별 일 없이 산다’에서는 바로 이 일이 없어 별 일 없이 사는 그들이, 거꾸로 그래서 ‘별 일(고민) 없이 산다’는 역설을 끌어낸다. 이것은 승자독식 구조의 견고한 시스템 속에서 자신들의 승리를 자축하며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을 그 누구에게 ‘깜짝 놀랄 만한 얘기’면서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로 변모한다. 그런데 이 장기하 감성이라고 해도 좋을 정서는 청춘들뿐만 아니라 중ㆍ장년층에게도 그대로 어필된다. 그네들 역시 시스템 속에 앉아있지만 마치 저 안영미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그 처절한 조직의 삶에 마찬가지로 지쳐있기 때문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지금 대중문화 속에는 88만원 세대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것은 현재 우리네 청년들이 처한 슬프고도 암담하며 답답한 현실을 담고 있다. 하지만 대중문화가 포착하는 88만원 세대의 정서는 청년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한 때의 망각을 꿈꾸는 주부의 감성 속에도 묻어나고, 개그맨의 처절한 현실을 보며 통쾌한 웃음으로 잠시 자신의 현실을 잊으려는 사람들에게도 피어나며, 노래 한 자락에 위안을 삼아보려는 중ㆍ장년들의 정서 속에서도 피어난다. 이것은 어쩌면 ‘88만원 세대’를 낳은 시스템의 문제가 우리네 사회 전체가 처한 현실의 문제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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