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네모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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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보는 음악시대, 자정풍경을 바꾸다옛글들/네모난 세상 2009. 3. 27. 01:16
밤 12시 TV 풍경을 바꾼 음악 프로그램들 하루의 노동 끝에 눈도 뻑뻑하고 어깨도 결리는 몸이 침대 위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자정. 그 고요한 밤의 품속에서 오롯이 깨어있는 것, 바로 귀다. 시각보다는 청각이 열려있기 마련인 이 시간대, TV는 언제부턴가 음악 프로그램들을 편성하기 시작했다. 처음 그 편성은 낯설었다. 한참 잠을 청할 시간에 노래라니! 그것은 또한 중심 시간대에서 밀려버린 음악 프로그램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실제로 우후죽순 생겨났던 가요 순위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몰락으로 점차 프라임 타임 대에서 사라져갔다. 하지만 중심에서 밀려난 음악 프로그램과, 소음에서 자유로워진 자정 시간대라는 이 두 지점이 만나자, 음악 프로그램들은 오히려 제대로 음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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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음악상이 ‘싸구려 커피’인가옛글들/네모난 세상 2009. 3. 13. 10:16
소극장으로 간 한국대중음악상, 왜? 결국 대중음악은 소극장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한국대중음악상’을 말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갑작스런 지원중단 발표 후, 시상식을 연기해온 ‘한국대중음악상’은 애초에 건국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학전 소극장으로 축소 개최되게 되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한국의 그래미’, ‘한국의 빌보드’를 만들고 ‘대중음악전용관’을 짓겠다며 대중음악을 키우기 위해 무려 1275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애초에 유인촌 문화부 장관이 키우겠다던 대중음악은 ‘한국대중음악상’이 말하는 그 대중음악이 아니었던 것일까. 혹자들은 ‘한국대중음악상’에 인디밴드들과 같은 상대적으로 낯선 음악인들이 대거 수상자 명단에 들어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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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e’, 그 역설의 미학옛글들/네모난 세상 2009. 3. 11. 08:18
‘지식채널e’, TV의 법칙을 모두 뒤집다 ‘지식채널e’의 ‘가비오따스’편은 “발전을 어떻게 정의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1970년 콜롬비아 열대 우림에 운하건설을 위해 파견된 파올로 루가리는 인디언 정착지를 둘러보며 ‘개발로 인해 정작 행복해지는 사람은 누구일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찾아 코카나무조차 자랄 수 없는 척박한 땅 가비오따스로 들어가고 거기서 가능한 모든 것들을 시도한다. 자생력 강한 소나무를 심고, 수경 재배법을 퍼뜨리고, 버려진 잡동사니로 풍차를 만들고, 심지어 시소놀이를 하면서 물탱크를 채우는 슬리브 시소 펌프를 만든다. 결국 수천 년 만에 사막이 열대우림으로 되살아나고 그는 말한다. 진정한 위기는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상상력의 부족이라고. 이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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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감성’, 불황기 새 코드로 뜬다옛글들/네모난 세상 2009. 3. 10. 01:54
불황기 문화풍경을 바꾼 비주류의 전복 불황기를 맞아 늘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 같은 화려하고 세련된 음악적 감성들이 어딘지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렸던 분들이라면, 장기하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하고 외쳤을 때 무릎을 탁 쳤을 만도 하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오는 그 ‘싸구려 커피’의 감성은 홍대 클럽에서는 익숙한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처음 ‘이하나의 페퍼민트’에서 전파를 탔을 때는 날카로운 B급 감성의 바늘에 찔린 것 같은 충격이 되었다. 그 낯선 노래가 가진 천진함에 가까운 솔직함은 불황을 맞아 오히려 화려하고 세련된 음악들의 수사를 낯선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단지 낯설게만 느껴지는 비주류의 감성에 머물지 않고 주류로 떠올랐다. 지난 27일 발표된 ‘장기하와 얼굴들’의 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