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블랙' 송승헌, 그저 망가진다고 캐릭터가 사는 건 아니다 ‘블랙’, 소재는 독특한데 어째서 이리도 어색할까비행기를 탄 강하람(고아라)이 갑자기 옆에 탄 아이의 뒤편에 어른거리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고는 경악하고, 기내의 많은 승객들에게도 그림자들이 있는 걸 알고는 미친 듯이 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은 OCN 이라는 드라마에 시선을 집중시키게 하기에 충분했다. 죽음을 보는 소녀가 타인의 죽음을 알면서 막지 못하는 그 능력을 ‘저주’라고 여길 때 그의 앞에 나타난 형사 한무강(송승헌)이 그건 ‘축복’이라고 말해주는 장면에서는 이 두 사람이 누군가의 죽음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며 벌어질 사건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처럼 은 최근 들어 특히 많아진, 타임리프 같은 장르적 장치를 가진(타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재의) 드라마의 참신한 변주처럼 다.. 더보기
'황금빛' 재벌가로 간 신혜선,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 ‘황금빛’, 김혜옥의 비뚤어진 선택이 만든 신혜선의 지옥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을 듯싶다.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서지안(신혜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시방석에 앉게 됐다. 재벌가의 딸이 되어 흙수저를 벗어나 새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기며 남다른 능력을 보여줬던 그녀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것이 모두 엄마 양미정(김혜옥)의 자식 바꿔치기 때문이었고, 자신은 그 재벌가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이라는 걸 알게 된 서지안은 그 집안에서 숨 쉬는 일조차 힘겨워했다. 왜 그렇지 않을까. 친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 부모가 주는 돈과 옷과 갖가지 혜택들을 편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게다. 그건 엄마의 범죄가 이제 그 선에서 머물지 않고 서지안에게도 고스란히 똑같은 실.. 더보기
'변혁' 참신한 강소라·식상한 최시원, 캐릭터를 어찌할꼬 ‘변혁의 사랑’, 강소라는 좋은데 기내난동·재벌가 이야기는 좀당당한 알바걸 백준(강소라)과 찌질한 재벌3세 변혁(최시원) 그리고 어떤 모욕도 견뎌내며 신분상승하려는 권제훈(공명). tvN 새 토일드라마 은 이 세 사람이 만들어가는 청춘멜로다. 여기서 주인공은 제목에도 들어있듯 재벌3세 변혁이다. 그런데 변혁보다 주목되는 캐릭터는 백준과 권제훈이다. 어딘지 뻔해 보이는 재벌3세보다 프리터족 백준과 젊은 야심가 권제훈이 더 현실감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강소라가 연기하는 백준이라는 캐릭터는 요즘처럼 스펙을 요구하는 사회에 비정규직 인턴으로 버텨내도 낙하산에 밀려 정규직이 되는 건 쉽지 않은 현실에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인물이다. 잃어버린 귀걸이 때문에 다짜고짜 강짜를 부리는 호텔 고객 앞에서 버티다 참지 .. 더보기
'부암동', 기어이 이요원·라미란·명세빈이 일을 낼 모양이다 시청률 껑충 ‘부암동 복수자들’, 긴장하는 지상파기어이 tvN 이 일을 낼 모양이다. 2회 만에 시청률이 4.6%(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첫 회 시청률 2.9%에서 이처럼 훌쩍 뛰어오른 시청률이 더 놀라운 건 이 드라마의 편성 시간대가 tvN이 올 가을 들어 공격적으로 내놓은 9시30분대였다는 점이다. tvN은 월화수목 9시30분을 드라마 타임으로 편성함으로써 10시에 시작하는 지상파 드라마들과의 한 판 승부를 예고한 바 있다. 만일 이 이 추세대로 시청률 상승을 기록한다면 지상파 드라마들은 고스란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이 2회에 4.6%의 시청률을 내며 순항을 시작하는 순간, 지상파 드라마들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MBC 이 10%, SBS 가 9.7%를 기록했다. 이 예사롭지 않.. 더보기
'매드독' 우도환, 모처럼 괴물 신인 남자배우가 나타났다 ‘매드독’, 유지태를 기대했는데 우도환이란 괴물 신인이라니KBS 드라마 맞아? 새로 시작한 KBS 수목드라마 을 본 시청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보험 범죄를 조사하는 사설 팀 ‘매드독’이라는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잘 다뤄지지 않던 독특한 소재인데다 본격 장르물을 기대하게 하는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가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첫 회에 등장한 건물 붕괴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보험 사기극의 이야기는 그 스펙터클한 사건의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사고 이면에서 고통 받는 희생자들과 그런 건 아랑곳없이 보험금만 챙기려는 부도덕한 건물주를 통해 공감과 공분을 이끌어냈다. 즉 보험 사기를 조사하는 과정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의 가진 자들이 휘두르는 횡포 같은 부조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