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도 해냈다, 잘되는 드라마들의 조건

 

최근 성공하는 드라마들의 시청률 그래프는 유사한 점이 있다. 매회 시청률을 경신하고 또 그 경신 폭이 크다는 것이며 속도도 빠르다는 점이다. 종영한 tvN <또 오해영>의 경우, 첫 회 다소 저조한 2.059%(닐슨 코리아)로 시작했지만 4회 만에 두 배인 4.253%를 넘겼고 본격적인 멜로가 시작되면서 6회에 6%, 10회에 8%를 넘겼다. 즉 첫 회의 시청률보다 중요한 건 다음 회의 성장세다. 입소문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닥터스(사진출처:SBS)'

KBS <태양의 후예>도 마찬가지다. 첫 회부터 14.3%를 기록한 이 드라마는 3회 만에 두 배인 23.4%를 기록했고 9회에 30%를 넘겼다. 아무래도 아직까지 지상파 플랫폼의 힘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런 고공행진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SBS <닥터스>의 흐름이 심상찮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첫 회 12.9%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5회 만에 18.4%20%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태양의 후예>의 뒤를 잇는 지상파 드라마가 탄생하지 않을까 조심스런 예측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잘 되는 드라마들에는 어떤 유사점 같은 것들이 있다. 어찌 된 일인지 과거에 한 동안 주춤해 있던 멜로가 최근 들어 새삼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 오해영>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였고, <태양의 후예>도 블록버스터(?)지만 결국 그 기조는 멜로라고 볼 수 있다. <닥터스> 또한 마찬가지다. 의학드라마의 외피를 갖고 있지만 이 드라마의 핵심은 홍지홍(김래원)과 유혜정(박신혜)이 보여주는 심쿵 멜로다.

 

멜로면서도 이들 드라마가 다른 점은 기존의 멜로 코드를 살짝 비틀어 새롭게 보여주는 시도를 곁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 오해영>은 도경(에릭)의 예지 능력을 하나의 코드로 집어넣어 멜로의 긴장감을 강화시켰고 <태양의 후예>는 블록버스터답게 전쟁과 재난과 질병의 위협을 집어넣어 멜로를 더 절절하게 만들었다. <닥터스>는 유혜정이라는 걸 크러시를 느끼게 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녀가 홍지홍이라는 멘토이자 남성을 만나 성장하고 사랑해가는 과정을 의학드라마의 틀로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들 성공하는 드라마들의 특징은 모두가 사적인 멜로의 이야기를 확장시켜 보편적인 휴먼드라마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또 오해영>은 금수저 흙수저로 비교되는 삶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아냈고, <태양의 후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닥터스>는 환자를 살려내는 의사만이 아니라 무수한 관계 속에서 사람들을 살려내고 보살피며 성장시키는 현실의 의사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 드라마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따뜻하다는 것이다. 이들 드라마들에서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느껴진다. <닥터스>가 주는 그 따뜻한 느낌은 인물들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홍지홍 같은 멘토의 선한 눈빛이 주는 따스함, 또 힘겨운 삶을 홀로 버텨내며 냉정하게 살아왔지만 그래도 그녀를 감싸고 있는 홍지홍의 따스함 아래 조금씩 마음이 녹아가는 유혜정이 전하는 작은 희망. 그런 것들이 <닥터스>에 시청자들이 몰입하는 이유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연기자들이 주는 매력이다. <또 오해영>의 에릭과 서현진,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와 송혜교 그리고 <닥터스>의 김래원과 박신혜는 그 연기자들 자체만으로도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면이 있다. 그것은 단지 이미지적인 것이 아니라 이들의 연기가 캐릭터와 잘 어우러지면서 나오는 시너지다.

 

종합해보면 최근 대중들이 드라마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뚜렷해진다. 첫째 새로워야한다는 것, 둘째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는 것, 셋째, 그러면서도 그것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처럼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기자들이 그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연기해 시청자들을 몰입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모로 지금의 대중들이 원하는 건 위로와 위안이 되고 있다. 차가운 현실을 살짝 벗어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

<디마프>, 조인성 특별출연이 특별하게 다가온 까닭

 

종영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조인성이 나왔다. 그런데 그는 특별출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사실 조인성 정도면 어떤 드라마에서든 주연 자리는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그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드라마를 챙겨보려는 팬들도 적지 않을 테니.

 

'디어 마이 프렌즈(사진출처:tvN)'

하지만 조인성은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위치를 기꺼이 감수했다. 그가 맡은 연하라는 캐릭터는 슬로베니아에 거주하는 인물이다. 완이(고현정)와 함께 그 곳에서 사랑을 피웠지만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 “장애인과 유부남은 안 된다(물론 뒤에 와서는 이런 편견을 모두 깨지만)”는 엄마 난희(고두심) 때문에 그녀는 그를 떠나와 돌아가지 못한다. 그런 자신을 질책한다. 그럼에도 연하는 그 먼 곳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그런 인물이다.

 

가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완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초반부에 등장하고, 점점 그가 당했던 사고와 그로 인해 완이와 떨어져 지내게 된 사연 등이 소개되며, 나아가 난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슬로베니아까지 날아온 완이와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로 발전하지만, 연하는 이 드라마에서 중심적인 인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가 다리를 다친 후 그 자리에 멈춰선 수동적인 인물로 살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완이를 도무지 잊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게 되면서 그는 그녀를 보기 위해 귀국하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면서 동시에 연하의 자기 극복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조인성이 이 역할을 맡아 드라마를 빛내주면서도 동시에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한 발 뒤편으로 물러나는 걸 기꺼이 감수했다는 사실이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특별출연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무게감 있는 조연에 가깝다. 어르신들이 저마다 앞으로 나와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사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연기자들은 드라마에서 자신이 서는 위치에 대해 민감하다. 특히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들일수록 자신의 역할이 보조적인 것에 머무는 걸 용납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심지어는 분명 조연인데도 불구하고 과한 연기로 주연을 가려버리는 중견 연기자들도 적지 않다. 결국 드라마가 팀플레이라고 생각한다면 제 아무리 연기력이 출중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건 드라마를 망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디어 마이 프렌즈>는 김혜자, 나문희, 신구, 주현, 고두심, 박원숙, 윤여정 같은 쟁쟁한 중견 연기자들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그분들은 모두 우리네 드라마에서 어머니, 아버지 역할을 해 오셨던 분들이다. 드라마가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더 많이 다뤄왔기 때문에, 이 분들은 항상 뒤편에 서서 보조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그 분들이 연기가 부족해서 그렇게 한 발 뒤로 물러나 계셨을까. 그것이 드라마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 분들이 그동안 어떻게 이 놀라운 연기력을 억누르며 뒤편에 서 있었는지가 놀라울 정도의 연기들을 보여줬다. 치매 연기를 하며 마치 아이처럼 우는 장면에서는 보는 이들을 모두 눈물짓게 만들었던 김혜자, 꼰대 남편에 대한 불만과 함께 여전히 남은 정을 보이는 따뜻한 연기를 선보인 나문희, 그 쉽지 않은 꼰대 역할을 제대로 보여준 신구, 속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있지만 씩씩한 엄마로서 딸과 화해를 해나가는 변화를 연기한 고두심, 친구에 대한 깊은 우정과 오랜 세월 순애보를 안고 살아가는 여배우 역할을 실감나게 보여준 박원숙,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보는 이들에게 사이다를 안겨준 윤여정 그리고 노년에도 여전히 멋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주현까지. 어느 한 명 빼놓을 수 없는 명연기들이 펼쳐졌다.

 

이들이 이렇게 속에 깊이 갖고 있던 연기에 대한 갈증을 제대로 풀어놓을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노희경 작가가 그 마음껏 그 연기력을 펼쳐낼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인성이나 이광수 같은 이른바 특별출연연기자들은 기꺼이 뒤로 물러나 이분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게 해주었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저 어르신들이 해왔던 그런 역할을 즐겁게 자청했던 것.

 

이것은 <디어 마이 프렌즈>가 전하는 메시지와도 상응하는 이야기다. 지금껏 막연히 꼰대로 치부되어 왔던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좀 더 담아내겠다는 것. 그러니 연기자들도 늘 뒤편에 있던 어르신들이 앞으로 나오고 앞에 서있던 젊은 배우들이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조인성과 이광수 같은 연기자들의 특별출연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물론 이런 배치와 이야기 구성은 있는 그대로의 현재의 어르신들의 모습을 무조건 긍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 현재 고령화 사회의 길에 접어든 우리에게 어르신들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어버이가 어버이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연장자라는 것 때문에 그것까지를 모두 수용하고 긍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래서 현실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우리네 어르신들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비전을 담아냈다. 중견연기자들은 기꺼이 그 비전을 절절한 연기로 전해주었다. 조인성과 이광수 같은 젊은 배우들이 비껴 준 자리에서.

악역에서 코미디까지 남궁민의 연기지

 

도대체 그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고 지독스럽던 그 악역의 얼굴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SBS <미녀 공심이>의 안단테를 연기하는 남궁민에게서 바로 이전 작품인 <리멤버-아들의 전쟁>의 남규만을 떠올리는 건 어렵다. 흔히들 꿀 떨어진다는 표현의 달달한 멜로 연기는 물론이고, 마치 개그 프로그램의 한 대목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자신을 망가뜨려 웃음을 주는 코미디 연기도 일품이다.

 

'미녀 공심이(사진출처:SBS)'

사실 어찌 보면 <미녀 공심이>라는 작품은 어색해질 수 있는 요소들을 상당 부분 많이 껴안고 있다. 마치 시트콤처럼 너무나 가볍게 나가다가도 안단테가 가진 유괴되어 타인에게 키워진 그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들어가면 드라마는 갑자기 무거워진다. 공심이(민아)와 둘이 만들어가는 알콩달콩한 멜로가 나오다가도 과거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들이 누구인가를 파헤치는 장면으로 넘어가면 복수극의 비장함이 묻어난다. 한 마디로 <미녀 공심이>는 연기자로서는 감정 선이 널뛰듯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초반부에는 동체시력을 가진 안단테의 액션 연기도 들어 있었다. 그는 남다른 시력으로 불량배들의 공격을 일시에 척척 물리치는 장면을 실감나게 보여줬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도 마치 우스꽝스런 중국영화의 한 대목을 보는 듯한 코믹함을 슬쩍 넣는 여유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조금은 과장된 코미디로서 이 작품의 기조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조금은 느슨할 수 있는 작품의 얼개를 납득시키게 만들 만한 연기들이었다.

 

남궁민의 상대 역할인 민아는 물론 현장의 칭찬이 자자할 정도로 본인 능력의 200%를 해내고 있지만, 역시 상대역인 남궁민의 리드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민아를 안단테를 사랑하는 공심이 역할에 몰입시키고 때로는 함께 코미디 콤비가 된 듯 웃음을 주는 상황을 완성하는 데도 남궁민의 천연덕스런 연기가 빛을 발한다. 이 정도면 <미녀 공심이>라는 작품의 의외로 강한 힘은 남궁민이라는 연기자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리멤버> 이전에 남궁민은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도 강렬한 악역 연기로 주목받았다. 사실 그 때만 해도 스릴러 장르는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갑질 하는 사회에 대한 대중적인 반감이 스릴러 장르를 통한 복수극에 강력한 힘을 실어 줬기 때문. 하지만 최근 들어 스릴러 장르보다 주목되는 드라마의 새로운 트렌드는 로맨틱 코미디다.

 

이제 현실을 깨치는 판타지보다는 조금은 사적일 수 있지만(그렇다고 드라마가 사회적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 행복을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리멤버>에서 <미녀 공심이>로 넘어오는 남궁민의 연기 변신 과정은 하나의 트렌드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이 배우가 가진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그는 이제 어떤 트렌드가 필요로 하는 연기도 척척 해내는 만능 연기자로서의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필자는 남궁민을 만난 자리에서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조금은 무거운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남다른 몰입이 연기자의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해서 던진 질문이었는데, 의외로 남궁민은 몰입만큼 중요한 게 시청자가 그걸 바라볼 때 어떻게 느낄까 하는 그 계산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즉 자신만 캐릭터에 빠져서 연기를 한다고 좋은 연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걸 보는 시청자들에게 캐릭터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연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

 

이 이야기는 남궁민이 그 극악한 갑질 재벌3세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것과 이제 서민들을 위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공심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것이 그가 가진 연기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걸 말해준다. 그리고 이것은 악역에 이어 로맨틱 코미디까지 향후 그가 열어갈 새로운 연기의 영역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마프>, 고두심과 김혜자가 보여준 엄마의 진면목

 

완이(고현정)는 잠든 엄마 난희(고두심)의 얼굴을 찬찬히 내려다본다. 그 얼굴은 많이 늙었고 어찌 보면 낯선 느낌이었을 것이다. 눈 떴을 때의 그 짱짱함이나 꼬장꼬장함은 어디 갔는지 사라지고 마치 아기처럼 잠 들어 있는 엄마의 문득 낯설게 다가오는 그 얼굴. 완이는 괜스레 엄마의 얼굴에 바람을 살짝 불어본다. 바람결에 뒤척이는 엄마를 보며 마치 살아있는 걸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아마도 가장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어왔지만 우리가 오래도록 보지 않았던 엄마의 얼굴이 주는 알 수 없는 짠한 느낌. 난희의 얼굴을 바라보는 완이의 마음이 그랬지 않았을까.

 

'디어 마이 프렌즈(사진출처:tvN)'

치매를 앓게 된 희자(김혜자)의 민낯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나이 들어도 늘 소녀 같던 그녀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방금 있었던 일도 기억을 못해내고 화장실을 혼자 가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하지만 아픈 기억은 어째서 그리도 생생하게 잊히지 않을까. 젊은 시절 잃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밤마다 성당을 잠옷 바람으로 찾아가 회개하는 그녀다. 희자의 잠든 얼굴을 아들 민호(이광수)는 아프게 내려다본다. 그 얼굴 또한 낯설음만큼의 아픔 같은 것이 아들을 통해 전해진다.

 

이 시선은 tvN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가 갖고 있는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잘 보여준다. 지금껏 통상적으로 어떤 이미지로만 막연하게 그려져 온 어르신들의 얼굴. 하지만 이 드라마는 민호와 완이 같은 시선으로 그네들의 또 다른 얼굴들을 들여다본다. 겉으로 퉁퉁대고 때로는 꼰대처럼 굴었던 어르신들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왔던 아픔이나 고통 같은 것들이 거기서는 읽혀진다.

 

자식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오는 얼굴이지만, 친구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아내인 정아(나문희)살 섞고 산 세월이 얼만데라며 아는 척하는 꼰대 어르신 석균(신구)은 이제와 아내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아직도 그 진짜 얼굴을 잘 모른다. 그런 석균에게 충남(윤여정)우린 살 대신 마음 섞고 살았어.”라며 대꾸한다.

 

젊었던 시절 아이가 아파 결국 죽게 됐을 때, 유일한 친구였던 정아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희자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그 원망의 마음을 토로하지만 그 후 희자는 미안한 마음에 정아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한다. 그런 희자에게 정아는 자신 역시 당시 유산된 아기 때문이었다는 걸 밝히면서도 미안하다고 말한다. 희자는 세상이 우리한테 미안해야 해라며 눈물을 흘린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쓰다듬어 준다.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 오히려 화가 잔뜩 난 희자에게 난희는 자신이 암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오히려 그녀를 위로한다. 그러면서 병자끼리 있으니까 위로가 된다고 너스레를 떤다. 마음을 섞고 산 친구들은 서로의 얼굴을 오래도록 봐왔고 그래서 그들의 어떤 모습도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그런 난희도 자신의 엄마 오쌍분(김영옥)이 낯설다. 수술을 받기 전 내려간 시골에서 엄마가 챙겨주는 맛난 밥을 먹고는 한 방에서 삼대 모녀가 잠든 밤. 난희는 돌아누운 쌍분을 굳이 다시 되돌려 그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런 난희의 등 뒤에서 완이는 그녀를 꼭 껴안는다. 엄마의 얼굴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낯설다. 오래도록 함께 있었지만 그래서인지 자세히 본 적이 없는 그런 얼굴. 그것이 못내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한다.

 

완이는 이 엄마의 낯선 얼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아마 그 말은 부모된 사람의 입장에서 한 말일 게다. 우리 자식들의 잘못은 단 하나 당신들을 덜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영원히 아니 오래 우리 곁에 있어줄 거라는 어리석은 착각.’이라고.

 

세상의 엄마들은 그렇게 나이 들었다. 희자처럼 지금도 여전히 세상의 엄마들은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정아가 받아들이듯 그건 혼자 할 수 있었던 것이지 지금은 아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그 날이 온다. 잠든 엄마의 얼굴이 몹시도 낯설게 다가오는 그 시간. <디어 마이 프렌즈>는 그 낯선 엄마들의 얼굴을 오래도록 비춰주었다. 우리들이 그 얼굴을 보며 눈물이 났던 건 아마도 우리 역시 저마다의 엄마들에 대한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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