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2’, 그저 프로그램이 아닌 현실을 바꾸는 힘

시작은 소소해보였다. 하지만 이제 식당 마지막 날에 이르러 돌아보니 이 작은 식당이, 이 작은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큰 변화들이 보인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들에게는 이국적일 수 있는 한국음식들을 맛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간다. 낯설 수 있는 나라지만, 한국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이 식당사람들과 음식으로 대화로 소통한다. 처음에는 소소했지만 어느새 마을에 활력까지 만든 한식당이자 프로그램. tvN 예능 <윤식당2>가 가진 특별함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사실 <윤식당2>가 매회 보여주는 풍경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손님들이 찾아오고 음식을 주문하고 그렇게 제공된 음식을 맛보며 외국인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 그리고 간간히 이 아름다운 가라치코 마을의 여유로운 삶과 따뜻한 사람들의 면면들이 담기는 것. 그 풍경들의 반복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반복이 점점 흥미로워진다. 그건 반복을 통해 만들어지는 변화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점점 손님들이 늘어나고 단체손님들도 치르고 그러면서 지역신문에 소개될 만큼 입소문도 퍼져나간다. 그걸 보고 또 손님들은 더 많이 몰려든다. 처음에는 몇 테이블에 동시에 온 손님들을 제대로 응대하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던 <윤식당2>의 출연자들도 이제는 여유만만이다. 그래서 올 테면 와보라고 말하고 심지어 미슐랭에 도전해야겠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난다. 제아무리 한꺼번에 손님들이 와도 이제 척척 해내는 모습에 시청자들도 마음이 편해졌다.

한 번 찾았던 손님이 또 찾아올 때면 이제 이 식당이 온전히 이 마을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손님을 알아보고 이름까지 불러주는 모습은 식당에서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음식도 추천해주는 정겨운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과 이역만리에서 온 출연자들이 어느새 허물없이 어우러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식당을 찾은 외국인들이 한식을 접할 때 어떻게 받아들일까 조바심이 났던 것이, 이제는 그리 다르지 않은 입맛에 우리 음식도 잘 맞을 거라는 어떤 확신 같은 게 생기게 됐다. 그리고 이런 확신은 여지없이 좋은 반응을 보이는 손님들에 의해 입증된다. 이제 한식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가라치코 마을의 일상은 그리 큰 변화 없이 반복되어 왔을 게다. 그래서 이 조용한 마을에 <윤식당2>라는 프로그램이 들어와 실제 한식당을 열며 음식을 나누고 이국의 문화와 교감을 하는 그 경험은 이들에게도 작은 활력을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역신문에서 대서특필한 내용은 바로 그 식당이 만들어낸 ‘활력’이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다시 돌아보면 이건 그저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윤식당2>는 그저 즐거움을 주는 프로그램의 차원을 살짝 넘어서, 현지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작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저 프로그램이 아닌 현실을 바꿨다는 그 지점이 그래서 <윤식당2>가 남다른 파괴력을 갖는 이유가 아닐까. 그것이 리얼리티쇼가 가진 힘이기도 하지만, 그 리얼한 현실의 변화를 직접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윤식당2>는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들과는 다른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시즌1 끝낸 ‘어서와’, 작은 발상의 전환이 만든 큰 변화

포상의 성격으로 제주여행을 했던 4개국 특집을 마지막으로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시즌1을 마무리했다. 서울 MBC 드림센터 스튜디오에 4개국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담아낸 건 그간 그들이 걸어왔던 여행들에 대한 추억과 회고였다. 그 시작점을 생각해보면 소소해보였던 프로그램이었지만, 그들이 걸어온 길들을 되돌아보자 그 소소함이 만들어냈던 의외로 큰 변화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사실 외국인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이 적은 것이 아니었고, 또 여행 콘셉트의 소재는 넘치고 넘쳤던 게 작금의 예능가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콘셉트를 덧붙였음에도 이 프로그램이 완전히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었던 건 작은 발상의 전환 때문이었다. 이미 JTBC가 <비정상회담>으로 외국친구들에 대한 호감을 충분히 이끌어내고 있었고 그래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외국친구들의 고국을 방문하는 여행 소재를 더한 프로그램도 방영되기도 했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 여행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만들어졌다. 외국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외국친구들을 한국으로 초청한다는 콘셉트. 영세한 케이블 채널의 작업 환경을 먼저 떠올려보면 이 기획은 외국에 나가는 것보다 제작비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식이었을 게다. 하지만 효과는 거기에서 머물지 않았다. 이들의 한국 여행이 그들의 여행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우리네 시선까지 바꾸게 했으니 말이다.

이미 너무나 익숙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서울의 풍경들이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새로워졌다. 역사적 유적들은 교과서에서 배울 때 잠깐 우리의 기억에 머물렀을 뿐,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그 역사적 유적과 거기에 담긴 이야기들을 우리와는 다른 시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건 우리에게도 새삼스런 발견으로 다가왔다. 

흔하디흔한 국 한 그릇을 먹어도, 전화만 걸면 바로 배달해 오는 치킨에 맥주를 마셔도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공간의 신기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것들이 그토록 신기할 수밖에 없다는 걸 우리 앞에 다시 내밀었다. 외국인친구들의 여행기는 그래서 그들의 여행이면서 우리들의 발견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저마다 휴가철만 되면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들에게, 정작 우리는 우리의 것들을 잘 알고 있는가 하는 진중한 질문을 던졌다. 

또한 외국인들의 한국 체험과 그들의 체험을 또한 공감하는 MC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문화 사이의 소통의 물꼬를 열어주었다. 핀란드 친구들이 우리나라에서 경험하는 찜질방이 남다르게 다가오고, 독일 친구들이 도심에서 오르는 북한산의 정경이 남다른 건 그들의 경험치와 문화가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걸 서로 공유하는 시간은 우리가 외국인들을 그저 타자로 바라보던 시각을 바꿨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이미 친구처럼 가까워진 그들을 느끼게 된 건 그래서다. 

소규모 케이블 채널이라도 작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보여줬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대형 기획에 스타급 연예인이 출연해야 성공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것 없이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다른 작은 규모의 제작자들에게도 어떤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벌써부터 시즌2가 기다려진다. 이런 참신한 발상의 전환을 가진 더 많은 프로그램들이 나오기를.(사진:MBC에브리원)

‘1박2일’의 혹한기 캠프, 그 ‘변함없음’이 갖는 빛과 그림자

KBS 예능 <1박2일>에게 사계 중 최고의 호기는 겨울이고, 최고의 아이템은 ‘혹한기 캠프’가 아닐까. 물론 여러 효자 아이템들이 많았지만, 배고픔과 추위를 ‘혹한기 적응’이라는 명분으로 대놓고 끄집어내, 복불복 게임을 하는 ‘혹한기 캠프’는 웃음과 자극 면에서 따라올 아이템이 별로 없다. 그래서일까. 이번 강원도 인제 연가리에서 펼쳐진 ‘동계 야생 캠프’도 제목만 살짝 다를 뿐, 변함없는 ‘혹한기 캠프’의 재미를 보여줬다. 

아무 것도 없는 산 속에 땅을 파고 나무와 비닐로 얼기설기 하룻밤 지낼 캠프를 짓는 모습은 그 과정 자체가 큰 웃음을 줬다. 그럴 듯한 계획을 내세우고, 그래도 군대에서의 경험이 있다는 윤시윤이 등장해 뭔가 남다른 신뢰를 주다가도 금세 무너져버리는 캠프 앞에서 점점 바보 같아지는 멤버들의 모습은 그 허무함과 황당함 때문에 웃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과정은 말 그대로 야생이다. 실제로 짓는 것이고 잠자리 복불복에서 지게 되면 그들이 들어가 하룻밤을 자야 한다. 그래서 웃음을 위한 상황들이 벌어지지만 그건 리얼이다.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캠프를 짓지만 번번이 무너지는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동계 야생 캠프’만의 생 리얼 웃음의 묘미가 되살아났다. 

잠시 베이스캠프인 산장으로 내려와 뜨끈뜨끈한 아랫목에서 곯아떨어져버리는 멤버들의 모습 또한 안쓰러움과 동시에 웃음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것은 웃음만큼 강한 자극을 만들어낸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뜨끈한 아랫목의 대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그들이 지은 캠프에서 하룻밤과 이 뜨끈한 아랫목에서의 하룻밤을 놓고 벌이는 잠자리 복불복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포대자루를 갖고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다 표시된 지점에 정확히 안착하는 게임은 동계올림픽과 맞물려 스켈레톤과 컬링을 붙여 놓은 듯한 묘미를 선사한다.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벌이는 아이스크림 빨리 먹기 대결과 맨발로 양말을 집고 물에 적셔 빨랫줄에 거는 이른바 ‘플라잉 삭스’ 게임은 웃음과 함께 그 차가운 냉기가 주는 촉각적인 자극을 더해준다. 

그리고 결국 복불복에서 진 멤버들이 다시 산을 올라 그들이 지어놓은 비닐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그 추운 곳에서 어떻게 하룻밤을 보낼까 걱정이지만, 의외로 따뜻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코까지 골며 잘 자고 일어난 그들은 마침 내리는 눈으로 절경을 이룬 연가리의 풍광 속에서 마무리를 짓는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1박2일>의 이른바 혹한기 캠프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찾아와 큰 웃음을 줬다. 하지만 이런 광경들이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이전에 했던 혹한기 캠프에서 박스를 이용해 집을 짓고 하룻밤을 보낸 적도 있었고, 계곡의 얼음물을 깨고 입수를 한 적도 있었으며, 갖가지 ‘동계올림픽(?)’을 흉내 낸 복불복게임을 한 바 있다. 물론 멤버들과 스텝 간의 대결도 빼놓을 수 없다. 

<1박2일>은 그래서 ‘변함없는’ 웃음을 주었지만, 바로 그 ‘변함없다’는 점이 주는 장수프로그램의 딜레마 또한 분명 존재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변함없는’ 재미가 ‘즐겁다’는 시각과 ‘이제는 달라질 때’라는 시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변함없는 모습으로 동시에 조금은 다른 면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건 <1박2일>이 앞으로도 계속 풀어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여행 소재 예능 프로그램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시대에.(사진:KBS)

‘효리네2’, 연자매의 편지에 효리와 윤아는 왜 울었을까

단 며칠간의 만남이지만 정은 깊었나보다. JTBC 예능 <효리네 민박2>에서 떠나는 연자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정이 들었을 이효리나 임윤아에게도 그 이별의 아쉬움이 왜 없었을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연자매를 떠나보낸 후, 조용해진 집에서 자매들이 남기고 간 편지를 읽는다. 편지봉투에서 그들의 마음처럼 툭 떨어진 하트모양 종이와 사진, 그리고 편지지에 깨알 같이 써진 글자들. 그 편지를 읽던 이효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애써 눈물 흘린 걸 숨기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씻고 아무렇지 않은 듯 목욕을 하겠다고 이효리가 2층으로 올라간 사이, 임윤아도 연자매가 남긴 편지를 열었다. 그리고 그 역시 편지를 읽으며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그 소리가 들렸던 듯, 서로 울었냐고 되묻고, 아니라고 부인하는 두 사람은, 이상순이 들어오자 결국 울었던 사실을 털어놨다. 

시청자들로서는 못내 궁금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도대체 그 편지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길래 이효리도 임윤아도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걸까. 하지만 <효리네 민박2>은 그 이유를 굳이 밝히지 않았다. 이효리도 임윤아도 눈물의 이유를 말하기 위해 그 편지 내용을 밝히거나 하지 않았다.

일찍이 <효리네 민박2>에서는 손성제의 ‘굿바이’를 듣던 임윤아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장면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그 때도 굳이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다만 이효리는 그것이 가수들이 가진 남다른 감수성이라고 얘기했을 뿐이었다. 당시 제작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렇게 이유를 묻지 않은 것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사적인 일은 “본인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으로 그걸 굳이 끄집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런데 바로 이런 ‘출연자들에 대한 예의’는 의외로 더 다양하고 깊은 감성을 만들어냈다. 너무 직설적인 한 가지 이유를 자세히 보여주는 것보다 그런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헤어짐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저마다의 이유를 생각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 열린 궁금증 속에 자신들의 생각과 상상을 더해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연자매와 이효리 그리고 임윤아에 대한 예의도 지켜주면서.

막연하지만 상상해보면 이효리와 임윤아가 연자매에게서 느꼈을 남다른 따뜻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연자매의 둘째 연선이 사실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을 때 이효리가 느꼈을 마음이 그렇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빠를 만나면 모른 척 했었다는 연선은 그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며 그냥 지나치는 “오빠를 보면서 변함없는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어떤 걸 해도 그냥 사랑해주고 이해해” 줬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자신은 해준 것도 없이 오빠에게 사랑만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미안해하는 연선에게 이효리는, 어려서 늘 오빠와 붙어 다녀 통역사 역할을 했다는 연선에게 “너도 준 게 많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고의 선물”은 “아무도 못 알아들어줘도 내 말을 알아들어주는 단 한명”이라는 것. 아마도 이효리와 임윤아는 그런 연선의 마음과 오빠의 마음이 그 편지와 사진 속에 함께 들어 있는 삼남매의 모습 속에서 고스란히 다시 느껴지지 않았을까.

사람의 그 깊은 마음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당사자만이 아는 일일 게다. 하지만 아무도 못 알아들어줘도 그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먹먹해질 수밖에 없다. 오빠에게는 연선이 그랬을 것이고, 연선에게는 그 마음을 알아준 이효리가 그랬을 게다. 편지에 담긴 내용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먹먹해진 건 그 내용과 상관없이 그 눈물이 말해주는 ‘마음과 마음의 교감’을 거기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굳이 드러냈다면 오히려 가려질 수도 있었을 그 교감은 그래서 더 깊어질 수 있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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