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캐릭터의 힘, 예능 장동건 이광수

 

마카오에 이어 베트남을 찾은 <런닝맨>이 발견한 것은 이광수가 그 곳에서는 ‘예능 장동건’이었다는 사실이다. 가는 곳마다 “이광수!”를 외쳐대는 팬들 속에서 멤버들은 얼떨떨한 표정이 역력했다. 흥미로운 건 이 반응에 대해 제작진들 역시 어째서 이광수가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그런 식의 자막이 재미있어서 그렇게 붙인 것일 게다. 하지만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도대체 이광수는 어떻게 아시아의 기린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런닝맨>의 캐릭터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만큼 캐릭터의 힘이 돋보이는 예능이 있을까. 이 힘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과 후를 나눠서 그 출연자들이 갖게 된 이미지나 존재감을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확연히 알 수 있다. <런닝맨>을 통해 개리는 이른바 ‘갖고 싶은 남자’가 됐고, 송지효는 예능 에이스로 거듭났으며 지석진은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게임에 약한 임팔라 캐릭터가 됐고, 이미 예능의 프로들인 하하나 김종국은 더욱 공고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가장 캐릭터가 돋보이는 인물이 바로 기린 이광수다. 그가 <런닝맨>을 통해 차츰 차츰 구축해온 기린 캐릭터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관계에 따라 그 반응이 달라진다는 특징이 있다. 즉 김종국 같은 능력자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지만 송지효 같은 여성 멤버에게는 툭탁대며 싸움을 걸고, 지석진처럼 약한 캐릭터와는 ‘필촉 크로스’ 같은 동맹을 맺는다는 점이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 관계 속에서도 이광수는 머물러 있기 보다는 늘 새로운 반전을 노린다는 점이다.

 

<런닝맨> 같은 게임 예능에서 반전 요소만큼 주목을 끄는 건 없다. 이것은 게임에서 어떤 흐름이 생겨났을 때 그대로 흘러가는 것에 제동을 걸고, 새로운 스토리로의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종국은 이광수 캐릭터의 변화를 가장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처음 이광수 캐릭터는 ‘모함광수’처럼 조금은 소심한 모습을 띄었지만 본격적으로 스파이 미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진화한다.

 

즉 이광수가 김종국 밑에서 그의 충복처럼 행동하지만 그를 이기려는 욕구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런닝맨>은 흥미로운 관계의 변화를 보여줬던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능력자 캐릭터인 김종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세우는 데도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힘과 대단한 촉으로 밀어붙이는 김종국은 바로 그런 캐릭터 때문에 자칫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광수는 배신을 통해 그런 능력자에게 때론 굴욕을 안긴다는 점에서 김종국에게도 어떤 당하는 캐릭터의 면모를 심어줌으로써 친근감을 만들어주는 존재가 된다.

 

이광수의 장점은 그 외모 자체가 주는 과장된 면모를 하나의 캐릭터로 연기해낼 줄 안다는 점이다. 다른 멤버들이 게임 중에서도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맨얼굴을 드러내는 반면, 이광수는 거의 대부분 캐릭터에 빙의된 모습으로 게임에 들어와 있는 모습이다. 바로 이 점은 그의 캐릭터가 그만큼 공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물론 <런닝맨>이 가진 캐릭터의 힘은 결국은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가 자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유재석은 일찌감치 이광수에게 모함광수의 캐릭터 씨앗을 심어주기도 했고, 그 씨앗이 차츰 자라 배신의 아이콘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광수가 아시아의 기린이라는 어마어마한 캐릭터로 주목받을 수 있게 해준 것은 그의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유재석이 이끄는 <런닝맨>이라는 캐릭터 세상 덕분이기도 하다. 초반에는 그저 서브 역할에 머물렀던 캐릭터에서 이제는 아시아에서 열광하는 캐릭터가 된 이광수. <런닝맨>의 캐릭터쇼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제 아무리 '무도'라도 아쉬웠던 이유

 

지난주 ‘맞짱특집’이 시작하면서 <무한도전>은 그간 줄곧 시청률 1위를 기록하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냈다. <스타킹>과 13.7%로 동률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 이것은 조금 복잡한 미션이라도 늘 챙겨보던 시청자들이 팬덤으로 존재하는 <무한도전>으로서는 의외의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그 미션 방식이 이해되었을 ‘맞짱특집’ 2회분에서 <무한도전>의 시청률은 오히려 10.9%로 추락했다. 반면 <스타킹>은 전주와 유사하게 12.9%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생긴 걸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물론 <무한도전>에게 시청률이란 사실 그다지 중요한 지표는 아닐 수 있다. 매번 비슷한 형식을 반복하는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들과 달리 무언가 늘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다는 것, 그것이 시청률이라는 단순한 수치로 가치가 매겨지는 건 어딘지 억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과 지나치게 마니아적인 틀에 갇혀버리는 것은 다르다. ‘맞짱 특집’은 <무한도전>이 마니아적으로 흐르게 될 때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가를 잘 말해준 사례다.

 

‘맞짱 특집’은 재작년에 빅뱅이 출연해 가요계와 예능계의 대결을 그렸던 ‘갱스 오브 서울’의 연장선에 있는 아이템이다. 물론 이번 특집의 출연진들은 ‘못친소’ 특집의 친구들인 신치림이나 데프콘, 권오중, 김영철이 출연함으로써 기대감을 높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직검사파’와 ‘콩밥천국파’로 나뉘어 보스를 숨긴 채 가위바위보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는 생각만큼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그것은 이 게임이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몰입해야 겨우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복잡한 심리전이 전개된 데다, 사실상의 캐릭터로 풀어가는 예능이 됨으로써 <무한도전>의 고정 팬들은 좋아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자못 거리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못친소’ 특집을 못봤거나 <무한도전>의 팬이 아닌 일반 시청자들이라면 왜 저들이 저렇게 가위바위보를 갖고 서로를 속이고 속는 장면들을 보이고 있는가가 의아하게 여겨졌을 법 하다.

 

반면 이 시간대에 <스타킹>에서는 면발을 수타로 뽑아서 박을 깨고 못을 박고 가느다란 바늘귀에 꿰는 식의 대결이 펼쳐졌다. 굳이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그 신기한 장면들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어 출연한 8살 짜리 드럼 신동의 이야기는 <스타킹>이 제 아무리 소소한 아이템이라도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를 끌어내는가를 보여주었다. 드럼 신동의 드럼 연주 하나로는 그다지 효과가 없었을 것이지만, 여기에 갑자기 출연한 박준규의 아들과의 배틀이나 FT아일랜드의 드러머 민환과의 연주는 그 흥미를 배가시켰다.

 

여기에 <스타킹> 특유의 가족적인 분위기는 토요일 저녁에 온 가족이 편안하게 둘러보는 예능으로서의 강점을 부가시킨다. 이것은 <무한도전>이 어딘가 마니아적으로 흐르면서 그들만의 세계에 머무는 것과는 상반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제 아무리 <무한도전>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도 재미를 못 느끼게 만든다면 채널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느 팬의 이야기처럼 좋아하는 것과 재미있는 것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무한도전>의 추락을 얘기하는 건 아닐 게다. <무한도전>은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마니아적인 틀에 갇혔다가도 다시 균형을 잡았던 경험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맞짱 특집’ 같은 실수의 반복은 자칫 <무한도전>이 갖고 있던 고유의 팬덤조차 흔들 수 있다. 왜 최근 들어 <무한도전>은 과거 봅슬레이 특집이나 레슬링 특집 같은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굵직한 아이템들을 하지 않고 소소한 캐릭터 게임에 머물러 있는 걸까. 어서 <무한도전>이 본래 갖고 있던 그 대체 불가한 새로운 도전을 보고싶다.

<보이스코리아2>의 차별성, 인재가 모이는 이유

 

도대체 어디서 이런 인재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걸까.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생기면서 가장 걱정되는 일은 계속해서 그만한 인재들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점일 게다. 하지만 <보이스코리아2>를 보면 그건 기우라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즌1에 이어 시즌2 첫 회에서부터 <보이스코리아2>는 확실한 개성의 매력적인 보컬리스트들을 보여주었다.

 

'보이스코리아2'(사진출처:Mnet)

첫 무대를 장식한 이재원은 지난해 <보이스코리아> 우승자인 손승연의 고등학교 후배로 17세의 최연소 참가자이기도 하다. ‘소울마스터’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이재원은 윤상의 ‘넌 쉽게 말했지만’을 자신만의 소울풀한 목소리로 해석해냈다. 그 나이라면 응당 아이돌 그룹을 꿈꾸기 마련이겠지만 자신은 보컬리스트가 꿈이라는 이재원은 <보이스코리아>라는 오디션의 존재 이유를 잘 보여주었다. 아이돌이 아닌 보컬리스트. 아마도 이 지점은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보이스코리아>의 가장 큰 차별성일 것이다.

 

아쉽게 아무 코치의 턴도 받지 못하고 탈락한 사필성은 <보이스코리아>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길에게 이렇게 답변했다. “음악 쪽으로 걸어온 지 10년이 넘었어요. 내가 살아가야 될 길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살아왔는데 한번은 조금 따뜻한 조명 밑에 서보고 싶어서...” 부산에서 버스킹을 하며 지내온 사필성의 이 이야기는 오로지 노래에만 집중하는 <보이스코리아>가 어떻게 거기에 딱 맞는 인재들을 계속 끌어 모으는 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편 당구를 잘 치고 털털한 매력을 가진 경복궁 쟈넷 리(?)로 불리는 이시몬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코러스로 패티김의 ‘이별’을 새롭게 해석해 불러 첫 올턴의 주인공이 되었다. 백지영 코치는 그녀의 이름에 빗대 “시몬 너는 아느냐 네가 노래를 얼마나 잘 했는지를...”이라고 그를 극찬했다. 작년 <보이스코리아> 출연해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코러스 출신 유성은의 절친이기도 한 이시몬은 이 무대가 코러스 출신들이 그러하듯 절정의 실력은 갖추고 있으면서도 늘 뒤에 서 있던 이들의 기회의 장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심한 곱슬머리라 아예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윤성호는 164cm의 키에 48킬로의 몸무게로 왜소한 체구만큼 소심한 인물. 어딘지 방송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면모를 보인 그는 하지만 김민기의 ‘새벽길’을 파워풀하게 해석해내는 반전무대로 코치들을 매료시켰다. 백지영은 그의 독특한 목소리를 “변성기 전도 변성기 후도 아닌 독특한 음역대를 갖고 있어요”라고 말했고, 길은 거기에 맞장구를 치며 “마이클 잭슨이 가진 음역대와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145킬로에서 70킬로로 무려 몸무게의 반을 뺀 김민석은 케이윌의 ‘눈물이 뚝뚝’을 불러 백지영 코치의 선택을 받았다. 백지영은 “그 정신상태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라고 격려를 해주었고 신승훈은 “굉장히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목소리를 갖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단지 저는 노래를 하고 싶었어요. 아무 무대도 받아주지 않더라구요.”라고 말하는 김민석에게도 오로지 목소리로 승부하는 <보이스코리아>는 각별한 오디션이었을 게다.

 

특유의 흥을 섞어 김건모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부른 허각과 닮은 꼴로 ‘코가 잘생겨’ 코각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김우현, 가수들도 어렵다는 신용재의 ‘가수가 된 이유’를 완전한 몰입과 절정의 가창력으로 불러낸 음악가족의 대표주자(?) 이예준, 프라이머리의 ‘씨스루’를 불러 쇼킹한 비주얼과 달리 음악적으로 강렬하고 엣지 있는 모습을 보여준 박의성, 이하이의 보컬트레이너로 들국화의 ‘제발’을 불러 그동안 뒤에서 “부럽고 배 아프기도 했던” 마음을 확 풀어낸 신유미까지. 단지 첫 회지만 <보이스코리아2>는 앞으로 참가자들의 기대감을 높여놓기에 충분했다.

 

오디션이 이렇게 많은 데도 또 나올 인재가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서 <보이스코리아2>는 그 답을 보여주었다. 오디션은 아무리 많아졌다고 해도 확실한 차별성을 가진다면 인재들은 언제나 넘쳐날 수 있다는 것. 아이돌보다는 보컬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코러스나 보컬 트레이너처럼 이미 실력은 갖추었지만 음지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또 외모 같은 이유로 무대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무엇보다 노래 하나에만 집중하며 삶을 살아왔던 이들이라면 그들에게 열려진 무대가 바로 <보이스코리아>라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오디션은 많지만 인재도 넘쳐난다.

무엇이 <화신> 김희선을 편안하게 했을까

 

김희선이 <화신>이라는 새로운 토크쇼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비교대상으로 떠오른 인물은 고현정이었다. 과연 김희선은 <고쇼>의 고현정과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물론 <고쇼>도 나름대로 고현정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 토크쇼였지만 그다지 성공적이라 평하기는 어렵다.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라 고현정이라는 메인 MC의 매력이 생각만큼 부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신'(사진출처:SBS)

이것은 기대감의 문제일 수 있다. 이름을 건 토크쇼의 경우, 예능의 프로들도 그 기대감의 무게를 견뎌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것은 이미 <박중훈쇼>의 실패를 통해서 일찌감치 드러난 바 있다. 게스트로 나왔을 때 그토록 재미있었던 박중훈은 막상 호스트 입장이 되자 재미없는 토크쇼를 보여주었다. 한 MC에 대한 부담감과 기대감은 이토록 쇼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승승장구> 역시 초반에 메인 MC였던 김승우가 고전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김승우가 메인이 아닌 다른 MC들 모두가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승승장구>는 제 궤도의 토크쇼를 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이름이 걸림으로써 전체 쇼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생기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사자는 굳어버린다는 것을 이들 쇼들은 보여준 셈이다.

 

그렇다면 <강심장>의 후속으로 새롭게 시작한 <화신>의 김희선은 어땠을까. 지금껏 토크쇼에 많은 배우들이 진출했지만 김희선만큼 초반부터 편안한 매력을 선보인 이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여기에는 굳이 김희선을 전면에 메인 MC(사실상의 메인이라도)로 세우지 않은 <화신> 제작진의 배려가 엿보인다. <힐링캠프>에서 이경규라는 토크의 달인과 김제동 같은 진행의 귀재 사이에서 오히려 돌직구를 편안하게 날릴 수 있었던 한혜진이 부각될 수 있었던 것은 제작진에게 좋은 사례가 되었을 것이다.

 

신동엽이 전면에서 이끌어나가고 윤종신이 끊임없이 추임새를 달며 웃음의 포인트를 잡아나가는 <화신>에서 김희선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위치에 설 수 있었다. 특히 신동엽은 콩트면 콩트, 토크면 토크, 애드립이면 애드립까지 능수능란한 말 그대로 토크쇼 대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요한 것은 김희선이 얼마나 이들의 이야기를 잘 받아주고 또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던질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김희선은 기대 이상(애초에 기대감을 뺀 것이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그 매력은 그녀가 "누구나 주차장에서 연애 한 번씩 해보지 않나요"라며 "층수가 깊을수록 좋다"거나, 남편에게 “밥을 잘 차려주지 않아 잘 모르겠다”는 식의 폭탄발언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편안함이다. 토크쇼 내내 김희선은 어색하거나 불편한 모습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토크에 잘 녹아든 느낌을 주었다. 바로 이것이 어딘지 불안해보였던 고현정과 김희선이 달랐던 지점이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화신>이 가진 설문 방식 토크쇼의 장점도 작용했다. <고쇼>가 게스트의 카테고리만 정해져 있을 뿐 구체적인 토크의 주제가 잘 보이지 않았던 점은 고현정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화신>은 주제가 명확하다. 먼저 콩트로 설문을 바탕으로 한 문제를 제시하고 그 세대별 정답을 맞히는 포맷은 이미 <야심만만>을 통해 검증된 형식이기도 하다. 이 형식 속에서는 설문을 통해 공적인 여론을 주제로 얘기하면서 거기서 사적인 이야기를 덧붙이기가 용이하다. 그만큼 편하다는 얘기다.

 

<화신>으로 첫 토크쇼 MC를 시도한 김희선은 첫 단추를 잘 꿰었다. 그것은 신동엽이나 윤종신 같은 발군의 토크 기량을 가진 MC들이 멍석을 잘 깔아주었기 때문이며 또 설문 방식 같은 구체적인 주제를 던져주는 토크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그 위에서 김희선은 우리가 잘 보지 못했던 그녀만의 솔직한 매력을 선보이기만 하면 되었던 셈이다.

 

이렇게 보면 김희선이 메인 MC가 맞나 싶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거꾸로 이 토크쇼에서 김희선이 없다고 상상해보면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신동엽과 윤종신의 토크 능력이나 설문방식의 토크 형식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지만, 유독 김희선만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화신>은 이 익숙함(능숙함)과 새로움(풋풋함)의 균형을 잘 맞춤으로써 김희선을 잘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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