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순위 집착보다는 음악 그 자체

 

버스커 버스커가 <슈퍼스타K3>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이 순수한 밴드가 우리네 가요계에 이 정도의 신드롬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밴드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그들의 음악은 절대 고음으로 듣는 이를 소름 돋게 하는 가창력이나, 누군가를 눈물 흘리게 만드는 절절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심사위원들조차 버스커 버스커의 단점으로 고음이 안 된다는 점을 지목했고, 음악이 반복적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버스커 버스커는 톱10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버스커버스커'(사진출처:Mnet)

하지만 예리 밴드 사건이 터진 후, 다시 새로운 경쟁자를 뽑는 과정에서 버스커 버스커는 톱10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 후로 점점 그 특유의 감성으로 대중들을 중독시켰다. 버스커 버스커의 리더 장범준의 고음이 안되는 보컬을 비판했던 윤종신은 그것과 상관없이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들의 음악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초반 비판받았지만 결국 또 그것 때문에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버스커 버스커는 경쟁과 상관없이 독자적인 자기만의 색깔을 음악을 통해 들려주었다. 그들은 결국 최종 결선에까지 오르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슈퍼스타K3>에서 버스커 버스커가 일으킨 변화는 그들이 첫 앨범을 발표하면서 가요계 전체에까지 퍼져나갔다.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계절에 그들의 '벚꽃엔딩'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의 귀와 온 몸에 스며들었다. 어딘지 순수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가사와 그저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그간 가요계에서 잊고 있던 '진짜 음악'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 송골매나 산울림을 통해 들었던 마치 비틀스적인 음악 자체의 매력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난무하면서 치달았던 가창력 대결에 피곤을 느낀 대중들은 이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고 빠져들 수 있으며 때론 쉴 수 있게 해주는 버스커 버스커를 통해 음악적인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K팝으로 시끄러운 한류 바람이 보여준 현란한 시각적 충격과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극한의 목청 대결에서 잠시 벗어나 '이것이 진짜 음악이야'라고 말하는 듯, 그들의 음악은 마치 오랜 겨울을 겪고 있는 가요계에 청춘(靑春)의 설렘을 더해주었다.

 

쉬운 노랫말, 과감하면서도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 청춘이라는 주제, 신구세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 무엇보다 만들어진 느낌이 아니라 즐긴 듯한 느낌의 음악. 버스커 버스커가 보여준 것은 그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들로서의 가수들이 점점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가요계에 대중들이 얼마나 아티스트로서의 가수를 희구해왔는가 하는 사실이었다.

 

"존 레논이 노래를 잘 하나요?" <승승장구>에 출연한 이승철은 가수의 가창력에 대해서 이렇게 반문한 적이 있다. 가수의 자질은 가창력으로만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버스커 버스커는 가창력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개성 넘치는 음악이 얼마나 대중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한바탕 봄날을 놀고는 잠시 활동 중단에 들어간 버스커 버스커. 그들은 가을이든 겨울이든 다시 돌아와 또 그 계절의 감성을 공기 속에 퍼트릴 것인가. 여전히 '벚꽃엔딩'을 들으면 그 벚꽃 날리던 2012년의 봄날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신동엽, 19금 멍석 까니 펄펄 나네

 

이거 같은 신동엽 맞아? 아마도 <SNL코리아2>의 호스트로 출연한 신동엽을 본 이들은 그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지상파에서 보여줬던 모습이 그냥 신동엽이었다면 <SNL코리아2>를 통해 보여준 신동엽은 예능의 신 신동엽이었다. 19금 봉인의 해제. <SNL코리아2>가 야심차게 열어놓은 이 무대 위에서 신동엽은 펄펄 날았다.

 

 

'SNL코리아'(사진출처:tvN)

'골프 아카데미'에서는 스윙이 잘 안 된다는 질문에 응큼하게도 가슴 사이즈를 물으며 자신도 예전에 큰 사이즈(?) 때문에 퍼팅하기가 힘들었다고 눙을 쳤고, '짝'을 패러디한 '쨕'에서는 불법도박으로 수감된 사이비 승려로 등장해 그 특별한 직업(?) 때문에 여 재소자들의 인기를 받는 모습을 특유의 능청스런 연기로 보여주었다.

 

<SNL코리아2>의 야심찬 정치 콩트인 '여의도 텔레토비'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제니'로 등장해 반장선거에 나서는 모습을 통해 정치 풍자를 보여주었고, '진품명품'에서는 '부르는 게 가격'이라는 신사임당의 문서를 갖고 나왔지만, 알고 보니 그게 신사임당 가문의 노비 문서였다는 것을 알고 멘붕을 일으키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신동엽의 섹드립(섹스+애드립. 야한 농담)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직접 목도한 느낌은 그 이상이었던 것. 말 그대로 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동엽의 19금 콩트는 거침없으면서도 적절한 품격(?)을 갖춘 것이었다. 이 정도면 신동엽쇼를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물론 신동엽쇼가 가능하려면 19금 콩트가 자연스러운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방송 환경 상 지상파에서는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케이블이라면 다르다. 사실 신동엽이 <SNL코리아2>를 통해 대중들의 열광을 얻어낸 것은 어쩌면 그간 닫혀 있던 19금 예능에 대한 갈증을 얘기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SNL코리아>는 시즌1에서 정치 풍자라는 지금껏 수면 아래에 있던 예능의 영역을 양지로 끌어냈다. '위크엔드 업데이트'에서 장진 감독은 거침없이 정치인들을 소환해와 풍자 코미디의 도마 위에 올렸다. 그리고 이 정치 풍자는 시즌2에서 더 강력해졌다. '여의도 텔레토비'는 대표적이다. 청와대 앰비, 통합진보당 구라돌이, 민주통합당 화나, 새누리당 또가 캐릭터로 등장해 여의도 정치의 난장판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또 '크루쇼'에서는 이재오 의원이 출연해 박근혜 의원으로 분장한 정성호와 대담을 나누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즌1이 좀 더 직설적인 정치 풍자라는 봉인을 해제했다면 시즌2는 예능의 또 다른 벽으로 자리했던 성담론을 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양동근을 통해 그 가능성을 선보인 <SNL코리아2>는 신동엽을 통해 본격적인 19금 예능을 출격시킨 셈이다. 이로써 <SNL코리아2>는 이제 진짜 제대로 된 <SNL>의 세계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SNL>은 정치풍자와 섹스코미디가 적절히 섞여진 성인들을 위한 코미디쇼로서 사랑받아왔다. 정치와 섹스의 절묘한 조합이 진지함과 가벼움의 균형을 통해 품격 있는 19금 쇼를 가능하게 했던 것.

 

<SNL코리아2>와 신동엽의 만남으로서 드러난 가능성은 그래서 양측면에서 모두 고무적이다. 하나는 <SNL코리아2>가 지금껏 예능이 저질로 치부하면서 꺼려왔던 19금 예능(성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쇼라는 의미로서)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신동엽이 그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19금 콩트와 섹드립을 마음껏 드러냄으로써 그의 가치를 새롭게 대중들에게 인식시켰다는 점이다.

 

그간 버라이어티쇼들은 쇼의 형식 속에 출연자들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왔다. 하지만 <SNL코리아>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그날의 호스트에 맞춰 색깔을 달리하는 쇼는 앞으로 예능이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출연자의 숨겨진 가능성을 백분 발휘할 수 있게 최적화시켜 주었을 때 그 출연자의 진가가 드러나고 거기에 대해 비로소 대중들도 호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동엽이 19금 쇼라는 멍석 위에서 펄펄 날았던 그 모습은 그런 점에서 예능 전체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런닝맨> 100회 게임 버라이어티의 한 획을 긋다

 

<런닝맨>이 벌써 100회를 맞았다. 게임 하나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100회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런닝맨>의 게임은 기존 예능에서 흔하게 했던 가위바위보나 스포츠, 퀴즈 같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펙터클과 장르적인 스토리텔링, 여기에 스파이라는 고도의 심리전이 결합된 게임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게임의 즐거움은 투자한 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그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좀 더 복잡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단순한 게임보다 더 큰 즐거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런닝맨>은 부담을 갖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복잡하고 세련된 게임을 하게 되면 시청자들에게 너무 낯설게 다가갈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단순한 게임을 하게 되면 장소만 바꾼 게임 버라이어티의 반복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7월 한 쇼핑몰에서 시작한 <런닝맨>은 월드컵 경기장, 과천과학관, 서울타워, 세종문화회관 등등 장소를 바꿔가며 지형지물을 이용한 게임을 펼쳤지만 <패밀리가 떴다>의 도시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간을 시골에서 도시의 랜드마크로 바꿨을 뿐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 하지만 이것이 오해였다는 것은 차츰 미션이 하나씩 추가되면서 밝혀졌다.

 

이른바 ‘방울 미션’의 시작은 <런닝맨>의 추격전에 긴박감을 부여했고 유르스윌리스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름표가 부착되면서 게임 캐릭터들의 이른바 ‘생명’이라는 아이템이 생겨났고, 그 이름표 안에 스파이 같은 또 다른 숨겨진 정체를 부착함으로써 게임은 고도의 심리전으로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있었던 유재석의 스파이 물총 미션은 <런닝맨>의 게임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써 제작진과 출연자들 사이에 미션을 둔 심리전이 시작되었다.

 

스파이 미션은 더블 스파이 미션 같이 더 복잡한 단계로도 넘어갔고 ‘셜록 홈즈’나 ‘좀비 특집’ 같은 장르적인 소재와 연결되면서 게임의 스토리성을 강화시켰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이나 런닝맨 초능력자 미션은 이 스토리성이 판타지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런닝맨>이 장르적 스토리를 게임에 활용하면서 생겨난 가상과 현실의 접목은 실로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예능 장르의 진화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게임 버라이어티의 확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은 이미 ‘여드름 브레이크’ 같은 아이템에서 볼 수 있듯이 장르와 게임 버라이어티의 접목을 시도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1박2일>이 <무한도전>이 시도했던 여행 버라이어티를 가져와 확대 발전시킨 것처럼, <런닝맨> 역시 <무한도전>의 게임 버라이어티를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런닝맨>이 열어 놓은 가장 큰 공적은 예능 한류의 가능성이다. 홍콩이나 대만, 북경에서 벌어졌던 <런닝맨>을 통해 수많은 해외 팬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런닝맨>이 이렇게 예능 한류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이유는 그 소재와 방식이 해외 팬들에게도 어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랜드마크들이 배경이 되고 그 안에서 캐릭터가 살아있는 새로운 게임들이 벌어진다. 우리나라가 가진 특수성이 바탕에 깔리고 게임이라는 보편성이 겹쳐지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술한대로 게임이 재미있으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런닝맨> 100회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그만큼 <런닝맨>은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게임의 영역을 넓혀왔고 이제는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예능으로 자리했다. 사실 100회를 버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이렇게 잘 달려온 <런닝맨>이 앞으로 잘 달려가기 위해 남겨진 숙제가 있다. 그것은 이 재미있는 게임 버라이어티가 끊임없이 진화해가면서도 지나치게 마니아적으로 흐르지 않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주말예능의 최강자로 자리하면서 제작진들에게 적지 않은 고민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 고민의 흔적은 이덕화, 박준규, 박상면이 출연함으로써 세대적인 폭을 넓히려 했던 철원에서의 미션에서도 드러나고, 최근 박지성 특집에서도 드러난다.

 

식상하지 않은 새로운 게임을 시도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주말 예능으로 자리한 이상 이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저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공간이나 일의 공간으로 치부했던 공간들을, 한바탕 놀이의 공간으로 치환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런닝맨>은 프로그램 외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모쪼록 일에 중독되어 살아왔던 이 사회에 잠시나마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기를.

 

<런닝맨이 지금껏 달려온 길>

2010 7 11 첫 방송 쇼핑몰에서의 게임

7 18 월드컵 경기장 황금돼지 찾기

8 1 과천과학관에서 벌어진 과학관이 살아있다 . 송지효의 존재감(게스트)

8 8 지형지물 이용 게임

8 15 서울타워

8 22 세종문화회관 방울소리. 런닝볼. 유르스윌리스의 존재감.

8 29 서울 역사 박물관

9 5 놀이동산 로맨스 게임, 방울소리

9 12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월요커플의 태동

9 18 서울중앙우체국. 평온개리를 속여라(심리전)

9 26 잠실종합운동장. 서울디자인축제. 두뇌중기를 속여라

10 3 sbs방송센터

10 17 보라매 안전체험관. 도둑잡기

10 24 지하철 차량기지 지하철 스캔들? 송지효, 송중기

10 31 지하철에서 용산 대형쇼핑몰까지

11 7 한양여대

11 21 부산 크루즈

11 28 남산 한국의 집

12 5 기상청

12 12 광명역 지하철 미션

12 19 마트. 초대형 장난감 매장,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12 26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기원. 심형래 출연

1 2 신년특집

1.9 만화박물관 코스프레쇼

1 16 종로 대형악기상가. 게스트 찾기 미션

1 23 예술의 전당

1 30 초대형 찜질방. 김병만 출연

2 6 해양테마파크. 유재석 vs 김종국 단체 미션

2 13 국립국악원. 승리 출연

2 20 겨울 속 여름휴가

2 27 파주출판단지 W교육기업. 오피스 올림픽

3 6 서울 전역. 인천국제공항. 추격전(추노).

3 13 홍대 앞

3 20 캠핑 미션

3 27 캠핑 3종 경기

4 3 초대형 쇼핑몰. 박예진 출연

4 10 대형종합병원. 유재석 물총 스파이 미션

4 17 서울 풍물시장. 소녀시대 윤아 써니 출연

4 24 프랑스 문화체험 마을. 짐승돌 닉쿤, 택연 출연

5 1 초대형 도서관. 박중훈. 이선균 출연

5 8 런닝맨 최강자전

5 15 스펙터클 전국 횡단 레이스

5 22 광고회사 미션

5 29 광고회사 직원들과 함께

6 5 대형문고 미션

6 12 대형문고 본사

6 19 외규장각 의궤, 국립중앙박물관

6 26 북서울숲. 여왕 미션

7 3 태국편 시작

7 10 태국편. 사라진 돈가방을 찾아라

7 17 서울-경주 주사위 레이스

7 24 경주. 런닝맨 헌터 최민수 이름표 붙이기 미션

7 31 여의도. 보스 지키기 대작전

8 7 짝꿍 레이스. 걸 그룹과 삼촌 팬

8 14 짝꿍 특집 2탄. 무서운 누님들

8 21 제주도. 신세경 차태현 출연

8 28 제주도 추격전

9 4 홍대 놀이터, 대학로. 힙합 특집 스파이 미션

9 11 트루 개리쇼

9 18 북경편 시작

9 25 북경편 - 송지효 스파이 출연

10 2 일산. 소녀시대와 쌍쌍 레이스

10 9 소녀시대와 레이스

10 23 용산에서 논산까지 주사위 레이스, 추격팀과 미션팀 대결

10 30 전국 순회 레이스

11 6 김수로 박예진 출연

11 13 지석진, 이광수 스파이 미션. 더블 스파이

11 20 런닝맨 헌터 최민수

11 27 손예진, 박철민, 이민기 출연

12 4 왕비레이스, 오연수 출연

12 11 홍콩편. 성룡 미션

12 18 홍콩편. 구룡의 전설

12 25 런닝맨 초능력자 미션

1 1 한류아이돌과 함께하는 산수레이스

1 8 여수. 런닝맨 킬러 지진희, 김성수, 주상욱, 이천희 출연

1 15 여수 2탄. 아이유 합류

1 22 천하통일 레이스, 초한지 미션

1 29 셜록홈즈 미션 윤도현, 김제동 출연. 지석진 스파이 미션

2 5 미녀삼총사 미션. 고아라, 임수향, 효민 출연

2 12 개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기억력 미션

2 19 부산 대형백화점. 스파이 레이스

2 26 부산 명소. 보따리 미션 오지호 출연

3 4 런닝맨 vs 빅뱅

3 11 런닝맨 vs 빅뱅

3 18 런닝맨 선수권 대회. 하지원 출연

3 25 화성. 첫사랑 미션. 한가인 출연

4 1 제주도. 런닝맨 코드. 정재형, 보아 출연

4 8 제주도.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

4 15 철원. 런닝맨 형님들. 이덕화, 박준규, 박상면 출연

4 22 송도. 돌아온 유임스본드

4 29 인천 차이나 타운. 짜장면 미션

5 6 서바이벌 레이스

5 13 걸그룹과 함께 하는 웨딩레이스

5 20 박지성 미션

5 27 박지성 vs 런닝맨 초능력 축구

6 3 박지성 스파이로 변신

6 10 인천. 좀비특집

6 17 서울 부암동. 왕 특집 임금레이스

6 24 100회 특집

<개그콘서트> 서수민 PD, 왜 위기감을 느꼈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 '애정남', '비상대책위원회', '감사합니다' 같은 인기 코너가 사라졌고, '감수성'과 '사마귀 유치원'도 폐지 논의에 들어갔다. 파업이 끝나고 복귀한 서수민 PD가 마치 벼르고 있었다는 듯이 칼을 뽑아들었고, 코너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물론 아직까지 새 코너들이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과감한 폐지 선언에 대한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실제로 무리한 점이 없잖아 있다. 만일 서수민 PD가 파업으로 자리를 비우지 않고 있었다면, 코너들의 물갈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탔을 것이다. 잘 나가는 대표코너들이 있을 때, 새로운 코너들이 준비되고 그 중 몇 개가 두각을 나타내면 몇몇 반복되고 식상해지는 코너들을 폐지시키는 과정들을 서수민 PD는 물 흐르듯 진두지휘해 왔었다.

 

하지만 복귀해서 그간 변하지 않고 있던 <개콘>을 본 서수민 PD는 아마도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변화하지 않고 고여 있는 듯한 코너들, 긴장감 없는 분위기에서 사라져가는 헝그리 정신, 게다가 몇몇 개그맨들은 최근 들어 너무 잘 나가고 있지 않은가. 광고를 찍고 음원이 차트에 오르고 하는 건 물론 개그맨들에게 좋은 일이지만, 자칫 그 본래 터전인 <개그콘서트>만의 긴장감이나 헝그리 정신을 희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일이다.

 

서수민 PD가 칼을 든 것은 아마도 개개 코너들에 대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결과는 코너들이 재미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거기에는 그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개그콘서트>라는 경쟁 시스템이 느슨해질 때, 코너들도 식상해지고 프로그램도 어려워지게 된다. 그것은 결국 개그맨들에게도 위기로 이어진다. 즉 당장의 편안함이 이 <개그콘서트>라는 시스템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서수민 PD의 칼날은 코너들을 살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바로 경쟁 시스템 자체를 복원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전히 보면 웃기기는 하지만 이미 반복적으로 굴러간다 싶은 코너들은 그래서 <개그콘서트>에는 그 자체로 독이 될 수 있다. '애정남'은 그 폐지 수순이 너무 늦었다 싶을 정도로 반복적이었다. 이 부분은 서수민 PD 역시 알고는 있었지만 시청자분들이 챙겨준 아이디어들을 그저 버릴 수가 없어서 존속시키고 있었다고 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여전히 재미있지만 역시 그 패턴이 너무 익숙해져버렸다. "안돼!"와 "고뤠!"의 반복인 셈이다. '불편한 진실' 역시 "왜 이러는 걸까요?'라는 패턴 반복의 고리에 빠져 있다.

 

'사마귀 유치원'도 신선함이 사라져버렸지만, 그나마 그 안에서 일수꾼 최효종이 브로커로, 쌍칼 조지훈이 작두 아저씨로 캐릭터를 바꿔 변화를 주고 있다. 하지만 결국 이 코너도 큰 틀은 그대로인 셈이다. '생활의 발견'은 아이디어적으로는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는 코너지만(지금껏 남녀 사이로만 국한된 아이디어에 머물러 왔다) 좀체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게스트를 통해 넘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감수성'도 마찬가지다. 다만 '감수성'은 엔딩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복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새 코너들은 어떨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까지 빈 자리를 제대로 채워줄 핫한 코너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무섭지 아니한가'나 '아빠와 아들' 같은 코너는 너무 과거에 무수히 써먹었던 개그의 반복처럼 여겨지고, '호랭이 언니들'은 개그우먼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기획적인 안목은 좋지만 개그로서는 너무 약한 게 흠이다. '박부장'은 공감은 가지만 한방이 부족해보이고, '하극상'은 너무 말장난으로 가는 느낌이다.

 

그나마 주목되는 것은 '희극지왕 박성호'다. 박성호를 전면에 내세운 이 코너는 예상과 반전으로 웃음을 만든다. 이 개그는 박성호가 하는 개그를 평가하면서 그것이 개그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웃음의 틀이 탄탄하게 여겨진다. 즉 박성호가 웃기지 않으면 웃기지 않다는 걸 내세워서(그는 <개콘>의 최고참이다) 웃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박성호 특유의 언변이 돋보이는 개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코너마저 내린다고 한다. 그만큼 <개콘>의 분위기가 남다르다는 얘기다.

 

어쨌든 <개콘>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 그래서 코너들보다도 먼저 경쟁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 그 팽팽한 긴장감과 경쟁구도가 살아난다면 코너들은 자연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역시 서수민 PD는 명장이다. 여전히 적지 않은 20%라는 시청률에 현혹되지 않고 문제를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변화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조만간 더 강력해진 <개콘>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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