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조정 특집이 보여준 가장 큰 가치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 조정특집이 끝났다. 결과는 예상대로(?) 꼴찌. 2천 미터에 8분2초로 자체 최고 기록이었지만 선수들의 기록에는 못 미쳤다. 레인이 상대적으로 좁았던 8번 레인을 배정받았다는 점, 출발 버저음이 작아 잘 듣지 못했던 점, 게다가 심판진들이 탄 보트가 레인 앞을 가로막으며 물결은 만든 점 등의 돌발변수가 작용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전인 셈이다.

결과는 꼴찌였지만 과정은 1등이었다. '무한도전' 조정특집이 지금껏 걸어온 5개월간의 길은 조정이라는 스포츠가 가진 힘겨움과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것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겪어 보여준 멤버들의 고군분투가 빛나는 시간이었다. 육체적인 힘겨움과 계속되는 악천후, 게다가 함께 맞아 돌아가야 제대로 움직이는 조정경기 특성 때문에 생겨난 힘겨운 감정들까지 멤버들은 버텨내야 했다.

경기는 죽기 살기였다. 선수들과의 격차를 줄이기에 5개월은 너무나 짧은 시간인 게 분명했으니까. 그러니 하하가 "한 번 하는 건데 죽자"고 한 말은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 진술인 셈이다. 꼴찌는 정해진 것이고, 그렇다면 죽을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만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그들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콕스로 홀로 경기의 내용을 보며 배를 진두지휘하는 정형돈은 가장 힘든 자리에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는 이미 경기 결과는 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동료들을 격려하고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에 그가 동료들에게 한 말은 진정한 '무한도전'의 힘을 보여주었다. "내가 봤어! 우리 진짜 잘 탔어!" 그렇다. 그들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진짜 잘 탔다. 그걸 우리는 봤다. 정형돈이 본 것처럼.

그리고 이어지는 사과(?)의 시간. '무한도전' 멤버들은 무엇을 그리 잘못했다는 것인지 거의 한 명씩 돌아가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유재석은 멤버들에게 경기 직후 "미안해"라고 말했고, 하하 역시 김지호 코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준하는 부상으로 출전 못해 바라볼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을 눈물로 전했고, 정형돈도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으며 박명수는 배를 옮기는 과정에서 "자빠져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유재석이 또 한번 코치에게 "코치님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자, 듣기 힘들었던 김지호 코치는 "저한테 죄송하다는 말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르며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그들은 뭐가 그리 미안했던 걸까. 열심히 한 것밖에 없는 것 같고, 그래서 결과도 자신들의 최고 기록을 깬 것으로 괜찮았던 것 같은데, 도대체 왜? 그것은 조정이라는 경기의 특성 때문이다. 조정 에이트는 한두 명이 잘 한다고 해서 결과가 나오는 종목이 아니다. 모두가 고르게 체력을 갖추어야 하고 그들의 호흡이 하나로 맞아 떨어져야 비로소 결과가 좋아지는 종목. 그러니 이들이 서로가 다투듯 미안하다고 한 것은 그 꼴찌라는 결과가 저마다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자인하는 셈이다.

누군가 타인의 잘못으로 경기를 망쳤다고 말하기보다는 서로가 내 잘못으로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 장면에서 '무한도전' 조정팀은 이미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정 경기가 갖는 '모두가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의 가치'를 그 '사과의 시간(?)'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들은 모두가 미안할 것 없는 한 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무한도전' 조정 특집이 우리에게 선사한 가장 큰 가치인지도 모르겠다.


'1박2일' 폭포특집, 한 편의 우화 같았던 이유

'1박2일'(사진출처:KBS)

"5천원 더 갖고 가" 엄태웅은 대표로 제주행 비행기를 타는 이승기에게 5천원을 건네고는 식사라도 하라며 남긴 만 원마저 건네려 한다. "아니요. 만 원은 식사하세요. 사람이 밥은 먹고 살아야죠." 극구 거부하는 이승기에게 이제 은지원은 간절한 자신들의 소원을 새삼 되새긴다. "우리 소원알지?" 그러자 이승기는 날 믿으라며 반드시 소원을 이루겠다고 말한다. 은지원은 거기에 대고 "돈 팍팍 쓰면서 아이스크림 같은 거 사먹으면서" 꼭 일등을 하라고 보챈다. 서로를 꼭 껴안고 떠나는 이승기의 바지주머니에 엄태웅은 슬그머니 만원이 든 꼬깃꼬깃한 봉투를 넣는다. 그리고 출국장을 떠난 이승기에게 전화를 걸어 말한다. "오른쪽 바지 주머니 거기에 만원 넣었다."

이 풍경은 왠지 낯설지 않다. 과거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유학을 떠나고 보내는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거기 가면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것 같고, 그것으로 가난을 극복하고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던 그 희망. 그러니 당장 여기서는 굶더라도 보내는 이에게 주머니를 톡톡 털어주는 것이 뭐가 어려운 일일까. '1박2일' 폭포 특집은 '대한민국 1등 폭포를 찾아라'라는 미션으로, 제주도의 비가 올 때만 볼 수 있다는 엉또폭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먼저 찾아가는 세 명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 이야기는 그러나 갑자기 부자와 빈자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용돈을 받는 게임에서 돈을 많이 받은 김종민, 강호동, 이수근이 담합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담합을 바라보던 나영석 PD는 "여유 있게 들어가서 비행기타고 가셔서 여유 있게 찾아가서 여유 있게 1,2,3등 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줄 것이냐며 혀를 찼다. 그러자 강호동은 "이렇게 손 잡을 줄은 몰랐던 거지"라고 말했고, 이수근은 설명을 덧붙여 "예를 들어서 5만 원짜리랑 10만 원짜리랑 손을 잡아야 다 갈 수 있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여행경비 독과점을 마치 자랑이나 되는 것처럼 뽐냈다. 그러자 강호동이 현실을 얘기했다. "리얼 상황이 제일 좋은 게 뭔지 아니? 매번 9회말 투아웃에 역전홈런이 나올 수는 없는 거야. 가끔씩 1회 때부터 15대6으로 이길 수 있는 거야. 이것이 리얼이지." 이수근의 말처럼 현실은 어쨌든 나머지 세 사람, 이승기, 은지원, 엄태웅이 모두 제주도에는 못 온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마치 빈자와 부자의 운명이 이미 태생에서부터 정해진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한 가지 변수가 있었으니 그것이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포기하고 한 사람을 밀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변수는 실제로 일어난다. 은지원과 엄태웅이 자신의 돈을 톡톡 털어 이승기의 주머니에 넣어준 것. 이로써 이승기는 결국 이 레이스에서 1등을 차지했고 부자팀은 서로 2,3등을 차지하기 위해 배신과 담합을 이어갔다. 강호동과 김종민이 이수근을 버리고 2,3등을 차지했지만 이승기는 이 이야기의 반전을 소원에 담았다. 이승기의 소원으로 2,3등을 은지원, 엄태웅으로 바꾸겠다는 것.

폭포 특집 미션은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연합으로 이어지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즉 돈으로 뭉쳐진 부자들은 결국 그 이기심 때문에 붕괴하고, 가난하여 마음으로 뭉치게 된 이들은 서로에 대한 간절함 때문에 서로 단합하게 된다는 걸 우화처럼 들려준 것. 어디 현실에서야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싶지만, 그것을 '1박2일'은 게임을 통해 판타지적인 우화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마치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램프 같은 상징물로 다가온 엉또폭포가 비가 올 때만 볼 수 있는 폭포라는 것 역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결국 비가 오지 않아 폭포의 자태를 보지 못했던 것. 하지만 결과가 뭐가 중요할까. 이미 과정 속에서 어떤 이들은 그 아름다운 폭포를 보았을 것이니까. 많은 우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진지함과 엄격함을 무너뜨리는 통쾌함, '라디오스타'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라디오스타'는 게스트를 소개하는 방식부터 남다르다. 거기에는 약간의 깐족거림이 들어있다. '나는 가수다' 출신 가수들을 소개하면서 '나가수의 변방'이라고 부르고, "떨어진 자 김연우, 제 발로 나간 자 백지영, 매니저란 이름으로 날로 먹는 도대체 역할이 모호한 지상렬"로 지칭하는 식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어딘지 상대방을 예우해주고 띄워주는 그런 토크쇼들과는 전혀 다른 노선을 '라디오스타'가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특별한 토크쇼는 '황금어장'이 그러하듯이 게스트를 배려한다기보다는 시청자를 더 배려한다. 그래서 재미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게스트와의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론 공격적으로 물어뜯기도 한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의 이런 도발적인 자세는 절대로 게스트를 무시하거나 방송분량만을 쪽쪽 뽑아먹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지금껏 우리가 봐왔던 스타들의 다른 이면을 끄집어내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그 다른 면모를 통해 거기서 우리는 그 스타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김연우의 노래 부르는 모습만을 봐왔던 시청자들이라면 '라디오스타'에서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친근하고 예능감이 넘치는 또 다른 김연우를 발견했을 것이다. 이미 김연우가 '나는 가수다'를 통해 말 그대로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 그렇다고 겸양을 떠는 건 '라디오 스타'의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마구 자랑하고 드러내면서 그것을 경거망동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게 '라디오 스타'의 방식이다.

몇 주 동안 '나는 가수다'를 기다리다 겨우 두 곡 부르고 하차한 김연우에게 윤종신은 "스케치북에 가도 두 곡 부르고 나온다"고 깐족대고, 김구라는 "보컬 트레이너로 유명한데 손님이 뚝 끊겼다"는 얘기를 꺼내고는 "저라도 등록할까요?"하고 장난을 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윤종신이 '타깃을 주부로 돌려 보세요"라고 말하면서 웃음이 빵 터지는 식이다.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연우를 두고 김구라가 '유남규 닮은 가수'라고 끄집어내면 그 옆에서 김희철이 탁구치는 모습을 흉내 내는 방식. '라디오스타'는 그 악동 같은 MC들의 면면이 빛날 때 웃음이 터지고, 그럴 때마다 게스트의 새로운 면면이 슬쩍슬쩍 드러난다.

이러면서도 이런 지나친 듯 보이는 장난이 허용되는 것은 게스트들의 준비된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김연우는 아예 내놓고 경거망동 캐릭터로 자화자찬을 일삼는데, 이것은 MC들의 공격(?)과 잘 합이 어우러진다. 본인 스스로 '발라드신, 연우신'이라고 말하는 김연우는 MC들의 공격을 허용하는 셈이다.

물론 MC들이 공격만 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스스로 자신을 무너뜨려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정석원과 두 달 만났다는 백지영의 얘기에 김희철이 자신은 "세 달이면 이별"이라며 "오래 만났다"고 말한다거나, 백지영이 정석원을 '어버'로 부른다고 하자 윤종신이 자신이 그렇게 아내를 부르면 "진짜 업을 것"이라며 "와이프가 절 업어도 충분히 어울린다"고 말하는 식으로 자신을 무너뜨린다.

흥미로운 건 이 '라디오스타'의 한 없이 엉뚱하고 가벼운 이야기 주제들이다. '무릎팍 도사'가 어딘지 진지한 주제들을 갖고 인생을 이야기한다면 '라디오스타'는 너무 소소해 저게 과연 토크쇼에 어울릴까 생각되는 것들을 주제로 올린다. 김연우의 '털'이 화제로 오르고, "털 많은 사람이 정도 많다"는 지상렬의 엉뚱한 얘기에 "아 그러면 외국사람들은 다 정 많어?"하고 김구라가 받아치는 식으로 이야기는 한없이 가벼워진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이렇게 진지함을 벗어날수록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그 카리스마 넘치는 김연우가 클럽 춤을 추고 합기도 유단자라는 이유로 전방낙법, 측방낙법, 발차기를 하는 대목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에는 '라디오스타'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웃음의 결이 느껴진다. 그것은 엄격함과 진지함을 무너뜨리는 통쾌함을 가진, 마치 서민들의 일상적인 격 없는 대화가 주는 즐거움이다. 여기에 '라디오스타'라는 정체성에 맞게 음악이 곁들여지면 금상첨화. 이것이 이 특별한 토크쇼가 사는 법이다.


1인 게스트 토크쇼, 왜 대세가 됐을까

'무릎팍도사'(사진출처:MBC)

'놀러와'는 '인물열전' 2탄으로 심수봉을 초대했다. 1탄은 전유성이었다. 본래 게스트에 대한 배려와 집중도가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1인 게스트를 중심에 세워놓은 건 '놀러와'의 새로운 시도다. 물론 심수봉을 받쳐주는 게스트로 임백천과 이상우가 출연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받쳐주는 역할일 뿐 이 '인물열전'의 초점은 심수봉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그 토크쇼의 흐름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보인다. 여러 군데서 '무릎팍 도사'의 그림자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미리 조사한 게스트가 살아온 프로필을 읽어나가는 것이나 그러면서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그리고 중간 중간 이어지는 작은 코너들로 만들어내는 변화 등등. 이것은 '무릎팍 도사'가 1인 게스트를 고집하며 지금껏 뚝심 있게 해온 방식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물론 이것은 '놀러와'의 한 특집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무릎팍 도사'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놀러와'뿐만이 아니다. '승승장구' 역시 1인 게스트를 모셔놓고 네 명의 MC가 얘기하기보다는 귀를 열어놓는 프로그램으로 그 방식도 '무릎팍 도사'와 유사하다. '당신의 사전'은 키워드를 통해 게스트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코너로, '무릎팍 도사'가 '건방진 프로필' 등으로 게스트의 프로필을 흥미롭게 전하는 방식의 변화된 형태다. 여기에 '승승장구'만의 특별한 형식인 '몰래온 손님' 같은 코너는 이 토크쇼를 좀 더 차별화된 방식으로 만들어준다.

초반 집단 게스트를 통해 좀 더 버라이어티한 맛을 보여주었던 '강심장'에게 한참 밀리던 '승승장구'는 최근 들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물론 여전히 1인 게스트 토크쇼가 갖는 한계인 게스트 의존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평균적인 흐름을 보면 '강심장'이 과거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승승장구'는 어느 정도 고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들의 유동률이 많은 '강심장'과 비교해 '승승장구'가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 밤에 SBS가 '밤이면 밤마다' 대신 '힐링 캠프'를 런칭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일이다. 어딘지 시끌벅적하던 '밤이면 밤마다'와는 완전히 다른 '힐링 캠프'는 1인 게스트를 모셔놓고 말 그대로 '힐링'의 느낌을 주는 편안함을 선사하는 토크쇼다. '승승장구'의 캠프 버전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토크쇼는 역시 그 연원을 찾아가보면 '무릎팍 도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웃고 울면서 총정리하는 듯한 그 토크쇼의 흐름은 분명 '무릎팍 도사'가 만들어낸 것이다.

토크쇼는 당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한 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했던 이른바 '집단 토크쇼'는 여러모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영향이 짙다. 1대1로 주고받는 전화 같은 과거의 소통방식은 인터넷으로 오면서 여러 개의 창이 화면 위에 열려진 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낯설지 않게 했다. 물론 집단 토크쇼는 또한 뭔가 1대1로 주고받는 방식이 갖는 홍보적인 성향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을 상쇄시키기도 했다. 어느 한 사람에게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그만큼 과도한 집중이라 여겨졌던 것.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시간을 할애 받아 각자의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집단 토크쇼는 그래서 심지어 민주적(?)인 방식이라고까지 여겨지게 됐다.

하지만 이 집단 토크쇼의 트렌드는 이제 조금씩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제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고 해도 TV는 여전히 TV인 셈이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들은 오히려 배틀로 변질되고,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한 사람의 이야기도 제대로 들어주지 못하는 예의 없는 방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정신없음은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피곤함을 재현한다. 디지털이 고도화될수록 거꾸로 아날로그를 찾듯 사람들은 다시 좀 더 편안한 토크쇼를 찾게 됐다.

모두가 집단화되고 배틀화되던 토크쇼의 경향 속에서도 꿋꿋이 1인 토크쇼를 고집한 '무릎팍 도사'가 새삼 주목되는 건 최근의 이런 새로운 경향이 그 뒤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1인 토크쇼는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무릎팍 도사'는 과거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진화를 보여준 게 사실이다. 1인 토크쇼가 갖는 홍보적인 성향을 넘어서기 위해 적절한 긴장과 대결구도를 무릎팍 도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장착해내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낱낱이 그려내는 토크쇼. '무릎팍 도사'는 그래서 지금 점점 트렌드가 되고 있는 1인 게스트 토크쇼 시대를 새롭게 열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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