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명랑TV
-
'남자의 자격', 이경규라는 양날의 칼에 달렸다옛글들/명랑TV 2009. 8. 28. 10:12
이경규, 칼날이 아닌 칼자루가 되어야 '남자의 자격' 초반부에서부터 이경규는 확실한 보검이었다. 한동안 위기설을 겪고 난 후여서인지 그는 프로그램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남달랐다. 새로운 예능의 형식으로 자리한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역력했고, 늘 전면에 서서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던 과거의 방식을 버리려 노력했다. 김국진 앞에서 이경규는 의도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고, 지나치게 열성적인 모습으로 이 대한민국 평균 이상의 연령들에게 피해를 주는 김성민에게 당하는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주었다. 50대 이경규의 이런 자세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음악으로 치면 독주보다는 합주를 해야 하는 형식이며, 그 합주에서 함께 출연하는 출연진들과의 적절한 토크 배분은 매우 중..
-
'천하무적 야구단'의 비밀병기, 허준 캐스터옛글들/명랑TV 2009. 8. 23. 07:30
스포츠와 예능, 둘 다 잡아버린 명해설 "김C 형은 감독으로 취임하셨으니까. 저는 어떻게 기록원으로라도..." '천하무적 야구단'의 허준 캐스터는 예능 프로그램에 욕심을 보였다. 처음 이 프로그램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는 그저 야구중계를 위한 캐스터, 그것도 해설자인 김C의 보조적인 인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그의 존재감은 점점 두드러졌다. 해박한 야구지식과 듣는 이를 즐겁게 만드는 야구중계는 기본이고, 촌철살인의 멘트는 '약방의 감초'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온게임넷 등에서 현장감 넘치는 게임 중계로 탄탄한 팬층을 갖고 있는 실력파지만,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그가 이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몸매로만 본다면 지금 서 있는 것도 신기할 정도의 선수인데요.." 허준 캐..
-
김C, 말과 몸 두 마리 토끼를 잡다옛글들/명랑TV 2009. 8. 22. 08:57
'천하무적 야구단'의 김C, '1박2일'의 김C 대기만성이라는 말에 김C만큼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어눌한 목소리, 늘 고통을 참고 있는 듯한 찡그린 얼굴.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가는 사람. 그런 그가 처음 '1박2일'에 출연했을 때, 이 즉각적인 웃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가 어떤 캐릭터로 자리할 것인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늘 진지한 태도는 예능 프로그램의 캐릭터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그는 굳이 억지로 캐릭터를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김C의 캐릭터가 되어갔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모든 멤버들이 버라이어티쇼를 하려고 할 때, 그는 묵묵히 '리얼'에 머물고 있었고 그것은 프로그램의 바탕을 만들어주었다. 이것은 다큐적인 접근을 지향하는 '1박2일..
-
독해야 산다? 천만에! '놀러와'를 보라옛글들/명랑TV 2009. 8. 18. 08:56
편안한 토크쇼, '놀러와' 게스트의 입을 열다 집요하게 추궁하는 MC와 당황해하는 게스트. 이제 토크쇼에서 익숙해진 풍경이다. 상대방의 숨겨진 이야기를 폭로하고 끄집어내는 이른바 '독한 토크쇼'는 대세가 되어버린 리얼 토크쇼의 대안처럼 자리했다. '솔직함'이 모든 토크쇼의 지상과제가 되자, 그 솔직한 모습을 끌어내기 위한 방법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토크쇼가 기본적으로 보여주는 재미가 대화의 재미라고 볼 때, 토크의 내용만큼 중요한 것은 토크의 방식이다. 억지스럽고 강압적인 토크방식은 아무리 놀라운 토크의 내용이라고 해도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놀러와'의 토크방식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독설의 시대, 가시방석의 시대에 '놀러와'는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함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