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예능에서 설정이 가진 힘과 한계

때 아닌 참돔 하나가 '패밀리가 떴다'를 논란에 빠뜨렸다. 김종국이 아침식사를 위해 낚시를 하다가 잡은 20만 원 상당의 참돔이 조작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청자들의 단순한 의문부호에서 시작됐다. 초보자가 이처럼 거대한(?) 참돔을 잡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의견이었지만 이 이야기는 차츰 조작이 아니냐는 방향으로 커졌고, 여기에 대해 '패떴'측은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고 "잠수부가 미리 잡은 참돔을 끼워줬다"는 한 블로거가 쓴 우도 여행기로 인해 상황은 일파만파로 커져버렸다.

'패떴'측은 그런 일은 절대 없었고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 블로거의 글이 '패떴' 우도편이 방영되기 4일 전인 21일에 발행되었다는 점, 참돔은 본래 잘 잡히지 않고, 김종국이 잡은 참돔에 낚싯바늘이 바깥에서 안쪽으로 끼워졌다는 점을 들어 방송조작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편 모 매체에서는 "그 날 바다 속에 들어간 사람이 없다"는 우도 현지에 있는 다이빙 업체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기사화했다. 이것으로 상황은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지만 이번에는 참돔의 등지느러미가 또 논란이 되었다. 화면에 포착된 김종국이 잡은 참돔에 등지느러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참돔 한 마리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 지느러미까지 비교하게 되는 정도까지 커져가는 것에는 좀 과도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사건의 진위가 어떻든 김종국이 20만 원 상당의 참돔을 잡은 것이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이득이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우연히 잡은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패떴' 우도편을 살릴 만큼 커다란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참돔이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들과 그다지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즉 그 정도의 무리수까지 띄워가며 조작을 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참돔 논란은 방송 내용으로 보자면 지엽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실 '패떴'의 열혈 시청자가 아니라면 때 아닌 참돔 논란은 우스개처럼 여겨질 정도로 과도한 인상을 받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참돔 논란의 진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논란이 이렇게 일파만파의 상황으로 커져가게 된 사정에 있다. 즉 '패떴'이 지금껏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일련의 모습들이 참돔 논란을 키운 원인이라는 점이다.

'패떴'은 지금껏 그것이 리얼이냐 아니냐가 늘 도마 위에 올려지곤 했다. 대본의 존재는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대부분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패떴'의 주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설정을 통한 상황극이 가진 한계다. 상황극 예능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도 흔히 보는 것이고, 또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의 과도함은 의도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상쇄시키기도 한다. 처음부터 야생의 리얼을 주창하기보다, '패떴'은 인물들과 관계가 주는 웃음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설정을 통한 상황극이 주는 웃음은 반복을 거듭하면서 그 힘이 약화되었다. 즉 상황극이 자꾸 의도적인 느낌을 주게 된 것이다.

'패떴'에 갑자기 불어 닥친 참돔 논란은 그 자체보다도 이 프로그램이 지금껏 보여준 상황극 예능의 양상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최근 들어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은 무언가 웃음을 주기 위해 강박적으로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그저 내버려두고 바라보는 것으로 되도록 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자의 자격'이나 '천하무적 야구단', 또 '청춘불패'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큰 웃음에 집착하기보다는 소소한 리얼함으로 호평을 받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최근 들어 관계가 주는 상황만큼 새벽일을 두고 벌이는 게임에 더 주력하는 것은 '패떴' 역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인지도 모른다. '패떴'의 참돔 논란은 과도하다. 하지만 그 과도함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 담담하게 포착한 '청춘불패'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만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청춘불패'에는 온갖 이질적인 것들이 공존하는 기묘한 풍경이 연출된다. 세련된 도시의 스타일을 표상하는 걸 그룹 아이돌들과 그들이 생활하게 되는 강원도 촌마을 유치리가 그렇고, 이 청춘의 아이돌들과 그들이 웃음을 주려 노력하는 시골 마을의 백세 장수 어르신이 그렇다.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 것 같은 하얀 손들이 삽과 망치를 들고 있는 장면이 그렇고, 엣지 있는 스타일의 그녀들이 몸빼를 차려입고 시골 일에 나서는 장면이 그렇다.

소녀 아이돌들이 시골에 간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걸 그룹과 시골이라는 공간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청춘불패'는 소녀시대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공포영화제작소' 같은 코너에서 보여주었던 의도성을 최대한 배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출의 의도를 벗어버리고 이 프로그램이 하는 것은 그저 이 소녀 아이돌들의 시골생활을 담담히 보여주는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적응이 덜 되었다고 스스로 밝히는 남희석이 "이거 예능인데 너무 일만 하는 거 아냐"하고 말할 때, 이 프로그램은 드디어 '걸 그룹의 예능'이라는 틀에 박힌 선입견을 벗어버린다.

처음 걸 그룹의 아이돌들이 예능으로 모인다는 '청춘불패'의 예고를 들었을 때, 우리가 갖게 된 인상은 '1박2일'의 걸 그룹 버전일 거라는 호기심이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나르샤, 소녀시대의 유리와 써니, 포미닛의 현아, 카라의 구하라, 티아라의 효민, 시크릿의 한선화 등, 걸 그룹 열풍 속에서 쟁쟁한 이들의 출연만으로도 '청춘불패'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걸 그룹들이 지금껏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청춘불패'는 또 하나의 걸 그룹의 풋풋한 이미지를 활용한 예능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춘불패'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이러한 의구심을 깨버렸다.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는 강박관념을 벗어버린 것. 덕분에 이 쟁쟁한 아이돌들의 시골생존기는 자연스러움을 얻었다. 닭똥을 치우고, 은행을 따고, 집 주위에 울타리를 치고, 화장실과 닭장을 만들고, 고추를 따는 것이 그들이 프로그램에서 하는 일의 대부분이다. 심지어 어르신들 앞에서 장기를 선보이는 자리에서도 그들은 굳이 장기를 보여줘 예쁜 이미지를 남기려는 모습보다는 그저 어르신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담히 보여준다.

이렇게 되자 '청춘불패'는 아이돌 예능이 갖는 통상적인 틀을 벗어나 그네들이 일찍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생생한 얼굴들을 드러낸다. 어르신들에게 어색하게 절을 올리고, 그네들과 함께 묵묵히 일을 하는 장면은 큰 웃음이 없어도 훈훈해지고, 낯선 시골 생활에서 어색한 그들의 행동은 청춘의 풋풋함을 그대로 드러낸다. 집안 어른들과 오랜만에 나누는 전화 통화에서 그간 숨겨왔던 마음이 더 절절해지는 건 그들이 이제 무대라는 화려한 가상공간을 벗어나 이 진정성이 살아있는 공간 속에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춘불패'는 이처럼 걸 그룹 아이돌들을 출연시키지만, 그네들의 겉이 아닌 속을 들여다본다. 외형을 벗어던지고 알맹이에 접근하자, 그녀들은 오로지 청춘이라는 이름 하나로 이 이질적인 공간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 동안 건강한 육체노동을 하고, 밥을 지어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진지하고 훈훈한 웃음이 피어나는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담담함이 가져온 진정성의 힘이다. 그리고 이것은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발길을 향하는 자들이 가지게 마련인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과 다르지 않다. '청춘불패'가 아이돌 예능 그 이상을 보여주는 건 그 살아있는 진정성이 아이돌을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시골 버라이어티 전성시대, 그 의미는?

이른바 ‘시골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되었나. ‘무한도전’은 일찍이 2006년 농촌체험을 소재로 그 시골이라는 공간이 주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2007년에는 ‘비(?) 특집’을 통해 비 내리는 논에서의 한바탕 몸 개그를 선보이며 농촌을 버라이어티쇼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그리고 2009년 ‘무한도전’의 벼농사 특집은 1년이라는 긴 기간으로 기획되어 실제로 농사를 짓는 그 과정을 보여주었다.

‘6시 내고향’의 예능 버전이라고 불리는 ‘1박2일’은 전국 각지의 농촌과 어촌을 찾아다니며 벌어지는 하룻밤의 해프닝을 리얼로 다룬다. 이 프로그램을 ‘6시 내고향’과 비교하는 것은 그 방영 시간대가 주중에 하는 ‘6시 내고향’과 같은 6시대이면서, 동시에 프로그램 속에 담기는 것들도 그 시골의 특산품이나 명물, 명소들이기 때문이다.

시골에 대한 주목은 이후 등장한 ‘패밀리가 떴다’의 본격적인 시골 버라이어티쇼로 이어진다. ‘패밀리가 떴다’는 시골이라는 공간을 쇼의 공간으로 바꾸면서 다양한 게임들을 마당에서 펼쳐 보여주었다. 스튜디오를 벗어난 공간으로서의 시골은 현장의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새로운 게임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시골에서 리얼로 벌어지는 1박2일 간의 해프닝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들 ‘시골 버라이어티쇼’는 주로 남성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에서 여성 멤버를 투입하면서 독특한 심리관계가 주는 재미를 선보이자, 이제는 더 이상 ‘시골 버라이어티’에 성별은 중요한 것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들의 아낌없이 무너지는 그 모습은 ‘시골 버라이어티’ 특유의 시골스런 모습과 대비되면서 주목되었다. 이효리가 몸빼바지를 입고 눈곱 낀 생얼을 카메라에 가감 없이 보여주고, 박예진이 그 가녀린(?) 손으로 거침없이 닭을 잡는 모습은 시청자를 열광케 했다.

그러니 신비로운 소녀 이미지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걸 그룹들이 시골에 가지 말란 법이 있을까. 새로이 시작된 ‘청춘불패’는 소녀시대의 유리, 써니, 카라의 구하라, 포미닛의 현아,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나르샤, 티아라의 효민, 시크릿의 선화가 시골의 집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일종의 생존(?) 버라이어티쇼라고 볼 수 있다. 화장실조차 없어 스스로 화장실을 만들던 이들이 구덩이의 간격을 맞춰보기 위해 자세를 잡는(?) 장면은 ‘청춘불패’가 보여주는 시골 버라이어티의 지점을 정확히 그려낸다.

이처럼 버라이어티쇼가 시골로 가게 된 것에는 먼저 연예인 리얼리티쇼가 대세가 된 지점과 시골이라는 공간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연예인들이 몸빼 바지를 입고 시골에서 노동을 하는 모습은 그들의 불편한 모습 자체로 날 것의 웃음을 준다. 이른바 세련됨과 인공적인 치장을 걷어낸 뒤, 신비주의가 무너지는 그 지점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골이라는 야외공간이 갖는 장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리얼리티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다수의 카메라의 동원을 통한 리얼한 순간의 포착은 이처럼 넓은 야외공간 속에서 빛을 발한다. 스튜디오가 갖는 좁은 공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1박2일’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골의 야생 속으로 뛰어드는 강한 리얼리티를 선보인다. 즉 계곡이나 바닷물로 입수하거나 갯벌 속에서 진창에 뒹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골이라는 공간은 의미를 창출하는데 있어서 유리하다. 버라이어티쇼는 점점 어떤 스토리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도달해있고, 그 스토리는 이제 웃음의 차원을 넘어서 어떤 의미까지를 요구하고 있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체험을 통한 조명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시골의 때 묻지 않은 환경(자연환경은 물론이고 그 곳을 사는 분들의 순박함까지)이 때 묻은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물론 시골이라는 공간이 너무 쇼의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지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이들 버라이어티쇼들은 쇼가 갖는 재미의 측면과 함께 늘 이 시골이라는 공간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것이 이 공간에 빚져 인기를 얻고 있는 버라이어티쇼가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버라이어티쇼가 주목하는 시골에 대한 가능성을 관계부처들은 얼마나 인식하고 있으며, 또 실제로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시골 버라이어티쇼가 물론 그 프로그램의 성격상 시골의 사정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대중들에게 시골이라는 공간이 주는 날것의 순박함이 넘치는 자연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쩌면 시골 버라이어티쇼는 그 쇼적인 기능 이상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집단 버라이어티 토크쇼의 시대, '세바퀴'가 보여주는 것

토크쇼에서의 고정 게스트의 집단화는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 시도되었던 김용만의 '브레인 서바이버'는 집단적으로 게스트가 출연해 퀴즈를 풀며 토크도 하는 형식으로, 퀴즈쇼와 토크쇼가 적절히 접목된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었다. 당대 이 코너의 인기는 '코미디 하우스'에서 정준하가 자신을 두 번 죽이며(?)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던 '노브레인 서바이버'로 이어졌다.

현재 토요일 예능의 최강자로 '무한도전'의 아성마저 위협하는 '세바퀴'는 이 '브레인 서바이버'가 보여준 퀴즈쇼와 토크쇼의 결합에 대한 재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세바퀴'는 이 형식에 아줌마의 수다를 결합하고, 퀴즈에 있어서 설문을 통한 공감 포인트를 부가했으며, 토크만이 아니라 몸 개그적 요소까지 마련함으로써 명실공히 토크쇼와 퀴즈쇼, 개그쇼까지 두루 겸비한 버라이어티쇼로 자리매김했다.

실로 버라이어티쇼가 대세인 요즘, '세바퀴'를 그 중 하나의 버라이어티쇼로 치부하기는 쉽다. 하지만 '세바퀴'에는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공기가 있다. 그 공기 속에는 무엇이든 들어가면 뒤섞이고 융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그 무언가가 도출되어 나오는 기이한 힘이 있다. 공연을 앞두고 있는 가수의 넋두리 같은 이야기가 신변잡기처럼 나오다가, 갑자기 즉석에서 그 가수를 무대로 끌어내 노래하게 만들고, 그 노래에 맞춰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줌마들과 아이돌이 함께 춤을 추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만드는 그 공기.

'세바퀴'에는 다양한 장르와 세대와 성별과 소재 같은 구분되어지는 어떤 것들이 한 공간에 모여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며 하나로 융화되는 분위기가 연출된다. 퀴즈쇼 형식은 여기서 실로 중요하다. 퀴즈가 단순히 의외의 답을 통한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로 대변되는 전 세대와 성별의 공감대를 모색하기 위한 문제제기로서 제시되기 때문이다. '연상녀를 사귈 때 가장 좋은 것은?' 하는 설문의 가장 많은 답으로 '푸근하고 이해심이 많다'가 제시되면 곧바로 MC는 젊은 아이돌에게 연상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묻는다.

아이돌이 자기의 얘기를 하는 순간(사적인 이야기), 그것은 또한 설문과 맞닿으면서 공적인 이야기로서의 울림을 갖는다. 여기에 다양한 연령대의 게스트들이 질문과 답변을 종횡으로 집어넣으면 이야기는 더 큰 울림을 갖게 된다. 공감의 폭이 그만큼 커진다는 이야기다. '세바퀴'가 갖는 퀴즈 토크쇼의 매력은 '야심만만'이 초창기에 시도했던 설문 토크쇼와 닮은 구석이 많다. 다른 점은 그 설문 내용에 대응하는 게스트들이 집단화됨으로써 더 다양한 사적이야기가 폭넓은 공감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집단 토크 시스템이 갖는 경쟁적인 구도, 아줌마들의 거침없는 입담, 아저씨들의 능수능란한 대응, 세대를 넘나드는 이야기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까지 소화하는 쇼의 장 등등. '세바퀴'의 성공요인은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요인들 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전 세대를 공기처럼 아우르는 공감대가 이 퀴즈토크쇼에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세바퀴'의 성공을 그저 집단 버라이어티 토크쇼가 대세라는 식으로 간단하게 말하기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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