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의 압도적인 성과와 시즌2를 위해 남은 숙제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의 진은 임영웅이 차지했다. 최종 결승에서 문자투표가 진선미의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문자투표 전까지만 해도 1위는 파란을 일으킨 이찬원이었고, 2위가 임영웅 그리고 3위가 영탁이었다. 하지만 문자투표는 결과를 뒤집었다. 임영웅이 진이 됐고 영탁이 선 그리고 이찬원이 미가 됐다.

 

결과는 충분히 납득될만한 것이었다. <미스터트롯>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출연자들이 유독 많았고 그래서 각각의 기량으로만 성패를 판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대신 시청자들의 취향이 어느 쪽으로 더 기울 것인가가 최종 결과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정통트로트의 맛을 처음부터 끝까지 섬세하고 감성적인 가창력으로 완벽에 가깝게 매 무대를 소화해낸 임영웅에게 최종 우승이 돌아갔다는 결과는 <미스터트롯>이라는 오디션에 시청자들이 진짜 기대한 부분이 무엇이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그 많은 퓨전화된 트로트 무대들이 등장하며 트로트의 장르적 확장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어도, 결국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트로트’에 있었다는 것이다.

 

진선미를 나란히 차지한 임영웅과 영탁 그리로 이찬원은 그런 점에서 <미스터트롯>의 최종 3인방에 적격인 인물이었다. 임영웅이 담담해도 목소리 안에 감성을 담아 듣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트로트 특유의 힘을 보여줬다면, 영탁은 때론 걸쭉하고 때론 톡 쏘며 때로는 마치 대형가수의 무대처럼(결승무대는 실로 놀라웠다) 트로트에 우아한 품격을 더해주는 카멜레온 같은 트로트의 맛을 선사했다. 이찬원은 이제 신예지만 우리네 민요가락의 흥이 저절로 묻어나는 트로트가 가진 한국적인 맛을 매 무대마다 꺼내 보여 시청자들을 흥겹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4위에 머문 리틀 파바로티 김호중 같은 출연자의 지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김호중은 특유의 성악 창법과 트로트 창법을 오가며 다양한 실험을 해오다가 결승무대에 이르러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성악과 트로트가 적절히 퓨전된 색깔을 선보였다. 그건 향후 트로트가 정통의 맛을 지켜나가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장르들과의 퓨전을 통해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만일 K팝을 잇는 K트로트를 꿈꾼다면 김호중 같은 퓨전의 시도가 좀 더 친숙하게 트로트를 전 세계에 인식시킬 수 있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동원은 열네 살 어린 나이에 톱5에 들어가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 어린 나이지만 목소리 자체에 담긴 한이 느껴지는 특유의 ‘소울’은 이 이런 트로트 가수가 향후 어떻게 성장할까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변성기를 잘 거쳐 현재 갖고 있는 그만의 음색을 잘 지켜낸다면 트로트계에 든든한 재목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미스터트롯>은 그 압도적인 성과가 분명한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이 35%(닐슨 코리아)를 넘었고 최종 문자투표수가 700만 건을 넘는 초유의 사태로 우승자 발표가 미뤄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최근 대중문화 전반에서 불고 있는 트로트 열풍의 진원지가 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트로트는 옛 노래라는 선입견과 편견의 틀을 깨고 이제 지금 현재의 세대들 또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장르로 서게 됐다.

 

하지만 <미스터트롯>은 이런 성과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남긴 미숙함이 큰 숙제로 남았다. 이미 Mnet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 논란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좋은 무대와 훌륭한 출연자들만큼 중요해지는 건 그 과정의 매끄러움이다. 결승전에서 벌어진 투표 결과 발표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는 두고두고 뼈아픈 오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과를 향해 가면서 쏟아진 논란들, 이를 테면 불공정 계약 논란이나 편애설은 물론이고 최종 결과 발표만으로 1시간을 채워 지나친 ‘시간 끌기’ 방송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작진들은 겸허하고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TV조선이 <미스트롯>은 물론이고 <미스터트롯>의 또 다른 시즌을 기획한다면 이번에 드러난 제작과정의 숙제들은 중요한 시행착오들이 될 것이다.

 

어쨌든 대단원을 마친 <미스터트롯>은 임영웅, 영탁, 이찬원 같은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그래서 오디션은 끝났지만 이들의 향후 행보가 사뭇 기대되는 대목이다. <미스트롯>이 만들었던 송가인 열풍에 맞먹는 이들의 신드롬을 기대해본다. 그것은 이 프로그램이 촉발시킨 트로트 열풍의 불길을 계속 이어가게 해주는 것일 테니.(사진:TV조선)

손님 덜 받고 가격 올려라...‘골목식당’ 백종원의 현실적 솔루션

 

이번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공릉동 기찻길 골목편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마무리되었다. 방송이 종료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미진함을 털어내기 위해 다시 찾아간 공릉동 가게들은 끝까지 그 진정성을 보여줬다.

 

삼겹구이집은 백종원이 고등어구이를 대체할 새로운 메뉴로 제시했던 1인 김치찜을 완성시켰다. 다시 찾은 삼겹구이집 사장님은 그간의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안 좋아졌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은 백종원이 이야기하면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놀라운 실천력을 보여준 집이었다. 사골분말과 멸치가루를 같이 써서 깔끔한 맛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쌀뜨물로 육수를 대체함으로서 백종원은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야채곱창집은 노력에 노력을 더해 불맛을 내기는 했지만 백종원이 했던 만큼의 맛을 내지 못해 속상해했다. 결국 다시 찾아온 백종원은 또 다시 불향을 내는 방법을 직접 시연해 보여주면서 한 번에 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힘들어하는 만큼 계속 음식 맛은 좋아질 거라는 덕담을 해주었다.

 

이번 편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백반집은 방송 이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본래 점심영업시간이 3시면 끝나야 했지만 1시간 반이 더 소요되어 4시 반에 끝난 백반집. 백종원이 찾아가 보니 단 일주일만에 백반집 사장님과 딸은 눈에 띄게 살이 빠져 있었다. 중간에 손님을 잘라야 하는데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그걸 쉽게 허락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하지만 애써 괜찮다고 더 어려울 때도 잘 버텼다고 말하는 백반집 사장님에게 백종원은 강한 어조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다. 그렇게 하다가는 체력이 버티지 못한다는 것. 결국 장사는 마라톤이라며 오는 손님들을 다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래 가는 게 중요하다”고 백종원은 말했다.

 

그것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었다. 점점 체력이 소모되면 쉬는 날도 들쭉날쭉해지고 힘에 부쳐 그것이 음식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거였다. 그러면 그건 다시 좋지 않은 손님들의 평가로 이어져 결국 음식점이 오래갈 수 없게 만든다는 것. 백종원은 장사도 장사지만 우선 건강과 체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또 백종원은 다시 한 번 가격에 대해 재고할 것을 조언했다. 이런 백반 상차림에 6천원이라는 건 너무 낮은 가격이라는 것이었다.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퍼주는 건 좋지만 가게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는 거였다. 그것 역시 이런 백반집이 더 오래도록 장사를 했으면 하는 백종원의 바람이 담긴 조언이었다.

 

지금껏 백종원이 해왔던 솔루션을 보면 음식 맛을 유지하기 위해 숙달될 때까지 손님을 덜 받으라는 얘기는 많았지만, 체력 유지와 더 오래 장사를 하기 위해 손님을 덜 받으란 이야기는 별로 한 적이 없다. 또 가격에 있어서도 내리라고 한 적은 있지만 올리라 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백반집의 손님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그 마음이 백종원의 조언도 바꿔놓은 것이다. 손님 덜 받고 가격 올리라는 그 현실조언에 시청자들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사진:SBS)

‘미스터트롯’, 막강해진 팬덤 이젠 제작 전반까지 들여다본다

 

잘 나가는 프로그램의 유명세일까. 아니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일까. TV조선 오디션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에 임영웅 편애 논란이 터졌다. 논란을 촉발시킨 건 담당작가의 SNS였다. 임영웅의 노래가 음원사이트에 진입한 걸 축하는 내용의 그 SNS에서 ‘장하다 내새끼’ 같은 해시태그가 발단이 됐다.

 

제작진은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며 입장을 발표했다. 즉 임영웅을 편애하는 내용이 아니라 곡이 차트에 들어가게 된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건 사실일 게다. 흔히 방송 프로그램에서 ‘내새끼’라는 표현은 자주 등장하는 출연자들에게 쓰이곤 한다. 그만큼 고맙고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지만 그렇다고 그 특정 출연자를 편애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제작진 역시 이런 오해가 발생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즉 결승전 방송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런 SNS 자체를 조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또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여러 명의 작가가 참가자들을 각각 1대1로 담당,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한 작가가 자신이 담당하는 가수에 애정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런 마음을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로서 SNS에 게재하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부적절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편애설과 함께 프로그램 상의 자막이나 편집 심지어는 분량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결승을 향해 달려갈 때 생겨나는 잡음들일 수 있다. 제작진이 기계가 아닌 이상 출연자들의 분량을 완벽하게 맞춰서 내보내기는 어렵다. 그건 또한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다.

 

자막이나 편집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필수적인 양념이 되었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맞춰진 <미스터트롯>의 자막과 편집은 상대적으로 커다란 폰트의 글들이 화면 가득 채워지기도 하고, 특정 장면들은 심지어 서너 번씩 반복적으로 편집되어 보여지면서 강조점을 찍기도 한다. 그건 그 출연자들의 무대가 가진 묘미와 매력을 극대화해서 전해주려는 제작진의 노력이지만, 모든 출연자들의 형평성을 잣대로 세우면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초중반까지는 그다지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 점점 결승을 향해 달려갈 때, 별 문제되지 않던 자막, 편집, 분량 나아가 제작진의 사소한 SNS까지 문제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어떻게 편집되느냐에 따라 현장이 아닌 방송을 통해 보는 시청자들의 문자투표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강력한 팬덤이 개입한다. 초반에는 생기지 않던 팬덤이 후반으로 갈수록 확고해지고, 이들은 심지어 문자투표 독려 같은 ‘활동’까지 하게 된다. 각자 지지하는 출연자가 조금이라도 박대를 받는다 싶으면 그건 ‘논란’으로도 쉽게 비화된다. 애정이 커질수록 방송을 보는 눈초리는 더 예리해진다. 제작 전반까지 들여다볼 정도로.

 

<미스터트롯>에 갑자기 불거진 편애설은 하나의 해프닝이다. 하지만 이 해프닝을 제작진들은 좀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건 팬덤들이 이제 눈에 불을 켜고 방송 전반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적절한 소재와 기획의도를 가지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형식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강력함을 만들어내는 팬덤의 ‘관여 욕구’는 작은 것에도 주의를 요구하게 만든다.(사진:TV조선)

‘부럽지’ 연애 매칭에서 연애 관찰로, 진짜 연애 보여준다

 

거침이 없다. 당당하다. 사랑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길거리에서건 어디서든 스킨십도 자연스럽다. 사실 연애를 해본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얼마나 감정이 애틋하고 가슴이 설레는지.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애틋한 감정이나 설레는 마음은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달라진 건 그걸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에는 그런 사적인 연애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길거리에서도 종종 뽀뽀를 나누는 젊은 연인들을 볼 수 있고, 과감한 스킨십도 타인의 시선을 그리 의식하지 않는다. 마치 해외를 여행하다 느낀 그 자유로움을 이제는 우리네 길거리에서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MBC에서 첫 방영된 <부러우면 지는 거다(이하 부럽지)>는 바로 이런 사적인 연애를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거리낌이 없어진 시대의 변화를 밑그림으로 가져왔다고 보인다. 배우로 전향했지만 우리에게는 아나운서의 이미지 또한 남아있는 최송현과 프로다이버 이재한 커플은 그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뽀뽀를 하고 감정을 드러내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이원일 셰프와 MBC <전지적 참견 시점> 김유진 PD 커플은 웨딩샵에서 드레스를 입어보며 한껏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다. 웨딩샵을 빠져나오며 길거리에서 서로에게 뽀뽀를 나누는 것에서도 과감하다. 또 레인보우 지숙과 최근 코로나 앱으로 화제가 됐던 이두희 커플은 PC방 데이트를 즐기며 ‘공개연애’가 오히려 만들어준 자유를 만끽한다. 그 전에는 숨어서 했던 연애를 이 방송을 계기로 대놓고 할 수 있어 즐겁단다.

 

사실 관찰카메라는 처음 그 형식이 시도됐을 때부터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애써왔다. 해외의 리얼리티쇼가 보여주는 그 과감함(?)을 우리로서는 그대로 적용하기가 정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3년 MBC <아빠 어디가>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관찰카메라가 먼저 시도됐다. 가장 정서적 부담이 적은 관찰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관찰카메라가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혔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연예인 관찰카메라로 영역을 넓히면서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시대에 1인 라이프를 들여다본다는 ‘사회적 의미’를 굳이 더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1인 라이프 이야기는 더 이상 이 프로그램에 중요하지 않게 됐다. 어느 새 관찰카메라는 어느 영역에서든 익숙해진 형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TV조선 <연애의 맛> 같은 본격 관찰카메라 프로그램은 보다 내밀한 사적인 관계로까지 카메라가 들어갔다. 이제 우리에게도 어떤 정서적 장벽처럼 여겨지던 내밀한 사생활을 관찰하는 본격 리얼리티쇼의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여전히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의 정서적 차이는 존재한다.

 

스튜디오에 출연하는 장성규, 장도연, 허재, 전소미, 라비는 그래서 그 관찰영상들에 대한 반응들이 조금씩 다르다. 그 중에서도 ‘라떼는’ 하며 과거에는 풍기문란으로 잡혀 들어갈 장면들이 나오는 것에 말문이 막혀하는 허재와, 이 방송을 통해 연애 버킷리스트를 만들겠다는 신세대 전소미의 다른 반응들은 그 정서적 세대적 차이를 잘 보여준다.

 

프로그램은 형식적으로도 이들의 사적인 연애를 들여다보는 재미를 대놓고 추구하고 있다는 걸 드러낸다. 카메라 렌즈 형상으로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출연자들을 누군가 훔쳐보듯 들여다보다가 화면이 전환되어 진짜 커플들의 장면을 이어 붙이는 편집이 그렇다. 그것은 시청자들의 시점을 관찰카메라의 시점과 맞춰놓는 형식적 장치다.

 

한 때 남녀 커플을 등장시키는 이른바 연애 매칭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차원을 넘어서 연애 관찰 프로그램으로 카메라의 포커스가 바뀌고 있다. 실제 연애의 풍경이 달라졌고, 그것을 드러내는 일이나 타인의 시선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시대에 <부럽지>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조심스러움을 걷어내고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의 진짜 연애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적 연애를 들여다본다는 그 정서적 장벽을 슬쩍 넘어서 프로그램을 보면 달라진 연애의 풍경과 남녀의 모습 게다가 일과 사랑에 대한 관점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에게는 공유하는 취미가 중요하고 사랑만큼 일도 소중하다. 그것을 서로 존중하고 나아가 타인의 취향까지 사랑하는 모습이 이들의 연애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애써 부정하려 해도 우리는 이미 사적인 것들을 드러내고 들여다보는 일에 익숙해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많은 각자의 SNS들은 그걸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부럽지>는 이런 시대의 변화된 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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