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X멜로’, 가족드라마 실종시대, 멜로는 가족도 살려낼까

가족X멜로

죽은 줄 알았던 전 아빠 변무진(지진희)이 살아서 돌아왔다? 그것도 제삿날, 가족이 살고 있는 건물의 새주인이 되어. JTBC 새 토일드라마 ‘가족X멜로’는 여기서 시작한다. 사업병(?)이 걸려 갖가지 사업을 하다 홀랑 다 들어먹은 변무진은 금애연(김지수)에게 이혼 통보를 받았고, 그렇게 떠났다. 그리고 어느 날 뉴스를 통해 사망소식이 들려왔다. 그렇게 끝난 줄 알았던 변무진의 귀환. 이 사건은 이제 금애연과 변미래(손나은) 그리고 막내아들 변현재(윤산하)의 삶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까. 

 

변무진의 귀환에 가장 큰 반발을 느끼는 건 바로 변미래다. 그도 그럴 것이 변무진이 사업실패로 피폐해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엄마 금애연이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는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바톤을 이어받아 자신 역시 모든 삶을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모든 것이 한 방에 해결됐던 만능 주문. 엄마라고 외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됐다. 그녀는 나의 원더우먼이었다. 엄마가 한 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엄마는 모든 걸 다 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이제는 내가 그녀의 원더우먼이 돼 줄 차례였다.’ 변미래의 내레이션은 그와 엄마 금애연 사이의 끈끈한 가족애가 얼마나 두터운가를 잘 말해준다. 그리고 무책임하게 사라져버린 아빠에 대한 원망 또한. 

 

그러니 갑자기 나타나, 건물주라며 월세도 받지 않고 살게 해주겠다면서 금애연에게 다시 접근해오는 변무진이 마음에 들리 없다. 금애연 역시 변미래와 같은 마음으로 이사갈 결심을 하고 새 집을 알아보러 다니지만, 어딘가 금애연의 마음은 조금 변미래와는 달라보인다. 죽은 줄 알고 기일을 챙겨 제사상을 차리는 것부터가 어딘가 다르고, “너랑 살려고 돌아왔다”는 변무진의 말에 어딘가 흔들린다. 

 

그래서 ‘가족X멜로’의 묘한 대결구도가 생겨난다. 그건 금애연과 다시 살기 위해 로맨스를 이어가려는 변무진과, 그걸 결사반대하며 자신의 원더우먼이었던 금애연을 변무진이 빼앗아간다고 느끼는 변미래의 대결구도다. 금애연과 변무진의 관계가 ‘멜로’라면, 금애연과 변미래의 관계는 ‘가족애’다. 그래서 ‘가족X멜로’라는 색다른 대결구도가 생겨난 것. 

 

이러한 대결구도는 변미래라는 인물 안에 존재하는 갈등이기도 하다. 그는 가족을 위해 연애는 해도 결혼은 안한다는 비혼주의다. 따라서 멜로는 오케이지만 가족은 사절한다며 전 남친과 헤어진다. 하지만 자꾸만 그의 앞에 나타나는 남태평(최민호)과의 관계는 이 비혼주의를 고수하는 변미래의 굳건한 마음에 균열을 일으키지 않을까. 

 

그런데 도대체 ‘가족X멜로’는 왜 가족과 멜로를 대결구도로 세워놓은 걸까. 그건 현재의 청춘들이 느끼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게다. 즉 연애를 한다고 해도 가족을 꾸리는 일이 너무나 버거운 현실 앞에 포기되는 시대가 아닌가. 그래서 궁금해진다. 과연 변무진이 내미는 이 로맨스의 손길을 금애연을 다시 잡을 것인가. 변미래는 그토록 반대하는 변무진과 금애연의 로맨스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또한 변미래 스스로도 단단히 닫아뒀던 사랑에서 가족으로 이어지는 그 관계의 진전을 용인할 수 있을까. 가족과 멜로의 독특한 대결구도가 만든 궁금증이다. (사진:JTBC)

‘감사합니다’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진구의 특별한 존재감

감사합니다

등장은 그저 권력욕에만 불타는 빌런처럼 보였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 인물의 행동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이고 이상하게 정이 간다.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의 황대웅 부사장(진구) 이야기다. 어째서 이 인물은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을 갖게 만드는 걸까.

 

첫 등장에 빌런처럼 보였던 건, 그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돈키호테 감사팀장 신차일(신하규)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황대웅은 JU건설 부사장으로 대표 황세웅(정문성)의 동생이다. 맏형 황건웅(이도엽)이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 대신 대표직을 맡고 있는 황세웅과 사사건건 대립한다. 그 모습은 마치 황건웅이 황세웅을 밀어내고 대표에 욕심을 가진 것처럼 비춰진다. 그러니 빌런처럼 보일밖에.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황건웅이 황세웅과 대립하는 건 대표직에 대한 욕심보다는 이 건설업에 대한 그의 소신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드러난다. 황세웅이 J-BIMS 같은 기술개발을 통해 JU건설의 비용 절감을 하려할 때 황대웅은 그건 현장을 모르는 이야기라며 그런 기술개발이 힘겹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일자리를 날리는 짓이라고 반발한다. 황세웅이 숫자만 보는 사람처럼 그려진다면 황대웅은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본달까. 

 

성정이 불같고 그래서 주먹이 앞서거나 멱살을 먼저 쥐곤 하는 캐릭터지만, 그것 역시 이 캐릭터가 가진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정반대로 그다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황세웅 대표가 갈수록 빌런처럼 보이는 건 그 속을 알 수 없어서다. 물론 신차일을 감사팀장으로 데려온 건 황세웅이지만, 그건 그가 신차일을 이용해 정적들을 제거하고 대표 자리를 지키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수는 신차일이 그런 황세웅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다양한 비리들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면서 그 과정 중에 어쩐지 점점 황세웅이 아닌 황대웅과 신차일이 한 배를 탄 듯한 느낌을 준다. 채용비리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을 덮기 위해 황대웅과 윤서진(조아람)의 관계를 누군가 폭로하는 사진을 올리자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황대웅과 신차일이 같은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윤서진이 삼촌이라고 부르는 황대웅과 어떤 관계였는가가 밝혀지면서, 황대웅의 또다른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그건 어려서 형들과 달리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았을 때 그를 위로해 준 어런 윤서진을 조카처럼 생각했다는 것이고, 그 힘들었던 시절 그 집에서 밥을 해주던 윤서진의 엄마를 누나처럼 따랐다는 사실이다. 그가 인간적인 정이 있고 또 그걸 원하는 인물이라는 게 그 관계에서 드러난다. 

 

그런데 왜 작가는 황대웅 같은 신차일과 사사건건 부딪치면서도 또 들여다보면 따뜻한 면을 가진 인물을 굳이 그려넣은 걸까. 그건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감사’라는 일의 특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신차일은 그 어떤 사적 관계에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다. 따라서 자신을 발탁한 황세웅의 라인이 되려고 하지도 않고 따라서 황세웅과 대척점에 선 황대웅과 무조건 대결하는 인물도 아니다. 

 

즉 어떤 라인을 따라 편을 가르고 상대를 제압하는 도구로서 감사가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걸 신차일은 보여주는 인물인데, 황대웅은 그런 신차일과 잘 어울리는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때론 적처럼 보이고 때론 아군처럼 보이지만, 그건 편을 갈라서가 아니라 그저 그 사안에 있어서 그렇게 보일 뿐이라는 걸 황대웅이라는 복합적인 캐릭터가 신차일의 칼같은 캐릭터와 만나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결국 어찌 보면 빌런 같고 어찌 보면 너무나 인간적인 이 복합적인 캐릭터를 얼마나 공감가게 그려내는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진구가 ‘감사합니다’라는 작품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가 드러난다. 그저 단순한 대결구도가 아니라, 사안에 따라 복합적으로 변화하는 대결을 만들어 서사를 흥미진진하게 해주고 있어서다. 물론 그건 또한 이 작품이 그리려는 편 나누기로는 제대로 될 수 없는 ‘감사’라는 소재를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사진:tvN)

‘노 웨이 아웃’의 출구 없는 몰입감 부르는 배우들의 호연

노 웨이 아웃

“이 사회에는 법이란 게 있잖아요. 법원에서 법에 따라 판결을 했고 난 그 판결에 따라서 13년을 뺑이 치고 나왔고. 하라는 대로 다 했잖아. 내가 뭘 잘못한 겁니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저지르고 살인 유기까지 했다. 그런데 형기를 마치고 심지어 ‘모범수’로 출소하는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유재명)에게서는 아무런 죄책감이나 반성의 기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법에 따라 처벌을 받고 나왔으니 이제 자신의 죄도 다 씻어진 거라는 듯 말한다. 

 

그 말에 그를 보호해 집까지 이송해줘야 하는 형사 백중식(조진웅)은 피가 끓는다. 심지어 ‘자유’와 ‘권리’ 운운하는 그에게 분노하지만, 형사라는 그의 직업은 원하든 원치않든 이 희대의 살인범이 들끓는 민심에 의해 혹여나 벌어질 수 있는 누군가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디즈니+의 새 드라마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이하 노 웨이 아웃)’은 이 기막힌 딜레마 상황으로 문을 연다. 천하의 죽일 놈을 지켜야 하는 형사의 딜레마. 

 

흉악범의 집 앞을 가득 메운 인파와, 마음 놓고 아이들 학교도 못보내겠다며 그 흉악범과 함께 살 수 없다고 외치는 사람들. 익숙한 광경이다. 아동 강간범으로 12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후 출소한 조두순은 대표적이다.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출소 반대에 대한 목소리를 냈던가. 하지만 결국 그는 출소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아마도 그를 어쩔 수 없이 보호해야 하는 이들도 있었을 게다. 백중식 같은. 

 

‘노 웨이 아웃’은 이런 현실의 법 정의가 갖는 딜레마에 사적복수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더해 넣었다. 가면남이라 불리는 한 미스테리한 인물이 룰렛방송을 통해 바로 그 김국호의 살인을 전국민들을 대상으로 의뢰한 것. 룰렛을 돌리면 이름과 액수 그리고 미션이 하나씩 결정되는데 그대로 미션을 수행하면 나온 액수의 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룰렛을 통해 가면남은 김국호를 살해하면 200억을 주겠다는 미션을 내건다. 

 

김국호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은 그래서 그 목적이 불분명해진다. 겉으로는 정의를 지켜야 한다며 그 흉악범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한 차원에는 200억이라는 물질적 욕망이 자리한다. 가면남이 룰렛방송을 통해 만들어내는 건 정의에 대한 명분과 돈이라는 현실 사이의 딜레마다. 

 

그 딜레마를 온 몸으로 겪는 이는 다름 아닌 백중식이다. 그는 형사지만 잘못 투자했다가 돈을 홀랑 날려버려 이제 가족 모두가 길바닥에 앉게 될 위기에 처했다. 그런 그에게 유혹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귀가 잘린 채 발견된 도축업자 윤창재(이광수)를 수사하다가 그를 병원에 데려다놓고 간 임지홍(현봉식)의 차적 조회를 통해 그 집을 찾아갔던 백중식은 거기서 10억이 든 돈가방을 발견한다. 마침 집으로 돌아온 임지홍이 백중식을 보고 무조건 도망치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사망하자, 백중식은 그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챙긴다. 

 

결국 이 선택은 백중식을 곤경에 빠뜨리는 계기가 된다. 룰렛에 지목되어 귀를 잘리면 10억을 얻을 수 있다는 가면남의 미션 때문에 임지홍에 의해 귀가 잘렸지만 돈을 나누겠다는 약속을 믿고 찾아온 윤창재는 임지홍이 사망하고 돈가방을 백중식이 가져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 돈을 찾기 위해 나선다. 결국 백중식과 어떤 식으로든 대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노 웨이 아웃’이 그리는 흉악범과 사적 복수에 대한 서사는 그리 새롭다고 보긴 어렵다. ‘모범택시’부터 ‘비질란테’에 이르기까지 사적 복수라는 소재는 범죄스릴러에서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 웨이 아웃’은 여기에 가면남, 룰렛방송 같은 설정을 더해 지독할 정도로 현실적인 딜레마를 그려내면서도 동시에 판타지적 요소들을 가미했다. 

 

특히 딜레마 상황을 더할 나위 없이 리얼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조진웅은 물론이고 극한의 악역들을 소화해냄으로써 안재홍 이후 또 다른 ‘은퇴설’을 예고하는 유재명, 이광수 같은 배우들의 호연은 이 리얼과 판타지를 오가는 작품에 깊은 실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앞으로 등장할 염정아, 김무열 그리고 ‘상견니’로 국내에서도 팬덤을 가진 허광한까지, 캐스팅이 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과연 ‘노 웨이 아웃’은 제목처럼 출구없는 몰입감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사진:디즈니+)

감사합니다

 

“쥐새끼를 잡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tvN 토일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신차일(신하균)은 JU건설 감사팀 팀장 면접에서 지원동기를 묻는 질문에 그렇게 답한다. 면접 자리에서 ‘쥐새끼’ 운운하는 이 인물의 도발에 임원진들은 당황하지만 그는 미동도 없이 말을 이어간다. “JU건설에는 쥐새끼가 아주 많습니다. 방만하시면 회사를 다 갉아 먹을 겁니다.” 그가 말하는 쥐새끼란 바로 기업 내에서 횡령이나 배임 같은 비리를 저지르는 자들을 뜻한다. 그의 표현이 다소 과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감사합니다’가 보여주는 기업 비리에 의해 벌어지는 참사들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결코 과한 표현이 아니라는 걸 공감하게 된다. 즉 기업 비리는 기업 내부를 갉아먹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고한 서민들의 삶을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사회적 재난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로 등장한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크레인 전복사고는 회사의 전무가 뒷돈을 받고 부실한 크레인을 도입해서 벌어진 인재지만 그로 인해 무고한 인부들이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더 직접적이다. 서민들의 주거지 재건축 사업에 들어온 돈을 건설회사 직원이 결탁해 횡령한 사건이다. 이로써 내부비리는 그 주거지에 살고 있던 서민들의 삶 전체가 뿌리뽑힐 수 있는 위기 상황으로 이어진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함바 비리 사건이다. 건설 현장과 연결된 함바 식당 선정에 있어 청탁 비리 같은 것들이 벌어지는데 그것은 결국 그 곳에서 식사를 하는 인부들이 집단 식중독에 걸리는 등의 사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이 에피소드는 보여준다. 이처럼 기업 내부에 벌어지는 횡령, 배임 같은 비리들은 고스란히 사회적 재난들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건 우리가 실제 현실에서도 자주 목격해왔던 것들이다. 지난 2021년 광주 동구 학동에서 벌어져 17명의 사상자를 낸 건물 붕괴 참사만 봐도 그렇다. 그 때 제기된 건설업 다단계 하도급의 문제는 이미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제대로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반복적인 참사가 일어나는 이유이다. 결국 기업 내부 비리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참사의 비극은 그 여파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우리는 무수한 기업 빌와 연관된 사건사고들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앞도 뒤도 재지 않고 그 어떤 경영진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쥐새끼를 잡기 위해 돌진하는 신차일 같은 돈키호테가 시청자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는 황대웅(진구) 같은 부사장 앞에서도 굽히지 않고 감사를 해나가는 인물이고, 또 사적 감정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공적인 임무에 충실한 인물이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저 거대한 풍차처럼 보이는 기업 내부에 돌아가는 비리들을 향해 창을 들고 달려가는 그의 돈키호테 같은 면모가 오히려 시원시원하게 느껴진다. 

 

‘감사합니다’는 기업 비리라는 사건의 특징으로서 ‘신뢰를 이용한 범죄’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믿었던 사람이 알고 보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충격을 주고, 그렇기 때문에 그 척결 과정이 주는 카타르시스도 훨씬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범이 누구인가를 두고 복잡하게 얽히는 수사물보다는, 보다 적군과 아군을 분명히 나눠 고구마와 사이다를 적절히 활용하는 활극의 성격이 더 강하다. 그만큼 신차일은 궁지에 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끝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감사합니다’ 역시 결코 쉽지만은 않은 기업 내부의 비리 감사의 현실적인 면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신차일을 처음 JU건설의 감사팀장으로 세운 황세웅(정문성) 대표의 속내가 어쩌면 경영권을 쥐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감사팀 역시 회사의 직원일 수밖에 없다는 그 한계를 생각해보면 신차일이 어쩌면 대표와 맞서게 될 수도 있는 이 난제들을 어떻게 뚫고 나갈까가 궁금해진다. 현실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판타지를 보여주면서도, 결코 쉬울 수 없는 기업 비리 감사의 현실을 모두 담아내려는 ‘감사합니다’의 진정성있는 기획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글:일간스포츠,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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