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훌륭', 일반인 출연자들을 위한 배려 왜 중요한가

 

KBS <개는 훌륭하다>에 소녀시대 효연과 함께 깜짝 등장한 손님(?)이 있어 주목을 끌었다. 지난 번 방송에 소개되고 꽤 시끄러운 논란까지 나오게 됐던 보더콜리 담비가 그 주인공이다. 같이 지내는 보더콜리 코비의 괴롭힘을 당하던 담비는 결국 강형욱이 무릎까지 꿇으며 요구한대로 좀 더 사랑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로 결정했다.

 

교육센터의 터줏대감이 됐다는 담비는 척 보기에도 밝아져 있었다. 활발하게 뛰어다니고 장난기까지 보이는 개구쟁이의 모습이 묻어났다. 아마도 시청자들로서는 흐뭇한 광경일 수밖에 없지만, 당시 소개됐을 때만 해도 보호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었다. 애정 때문에 다른 곳에 보낼 수 없다고 한 것이지만 담비가 그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보호자의 잘못이라 비춰졌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물론이고 <개는 훌륭하다> 제작진은 아마도 이런 논란에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민견이 보이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사실상 보호자들의 잘못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의 파장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 후로 방송은 보호자를 배려하는 편집이나 자막들이 자주 눈에 띤다.

 

강형욱 또한 보호자의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기보다는 그 입장을 이해한다는 전제하에 문제의 원인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조금 바뀌었다. 이번에 '이중견(犬)격'을 가진 고민견 푸들 뽀리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강형욱의 엄마 보호자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게 보였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착하디착하지만 보호자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뽀리는 '지나친 애정'이 그 원인이었다.

 

엄마 보호자는 뽀리의 '종'을 자처할 정도로 뭐든 해주려 했고, 그저 목줄을 한 채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 보고도 울컥하는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훈련이라는 것 자체를 별로 받아보지 않은 뽀리는 결국 엄마 보호자를 '동료' 정도로 생각했고 그래서 목줄을 매거나 할 때 물어서 철심을 박아 넣을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기도 했다. 또 물건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기도 했다.

 

강형욱은 차근차근 뽀리가 그렇게 된 이유들을 뽀리가 보이는 행동들을 해석하며 설명했고 엄마 보호자가 그걸 체득할 수 있도록 뽀리를 거부하는 행동으로 '애정 줄이기'에 들어갔다. 또 하루 두 끼를 챙겨 먹여 비만이 된 뽀리의 식사량을 왜 줄여야 하는지도 설득했다. 비만이 뽀리를 결국은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것.

 

엄마 보호자는 강형욱이 시키는 대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뽀리를 훈련시켰고, 뽀리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줄을 맬 때마다 으르렁대고 심지어 물던 모습도 조금씩 사그라졌다. 엄마 보호자를 주보호자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엄마 보호자의 노력에 강형욱은 "훌륭해요", "잘 하셨어요"를 연발했고, 프로그램도 '어머니는 훌륭하다'라는 자막을 더해주기도 했다.

 

사실 <개는 훌륭하다>처럼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은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배려가 필요하다. 그것은 솔루션이라는 것 자체가 일반인 출연자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문제가 배려 없이 자극적으로만 노출되면 자칫 그 출연자를 매도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필자 역시 별 생각 없이 쓰곤 했던 '문제견'이라는 지칭도 그래서 '고민견'으로 바꾸는 편이 훨씬 낫다고 여겨진다.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비춰지기보다는 고민이 된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게 훨씬 부드러운 면이 있어서다. 이런 관점에서 <개는 훌륭하다>와 강형욱이 이제 솔루션만큼 고민견 보호자들을 배려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건 그래서 주목할만한 일이다.(사진:KBS)

'악의 꽃', 이준기의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거짓말

 

"아니 단 한 순간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다. 난 그런 마음 모른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누나 도해수(장희진)가 차지원(문채원)을 사랑하냐고 물었을 때 백희성(이준기)은 그렇게 선을 그었다. 안타깝게도 그 순간 차지원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말았다. 상심한 차지원은 돌아서 홀로 눈물을 흘렸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백희성은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는 진정 차지원을 사랑하지 않는 걸까. 그의 말대로 단 한 순간도 사랑한 적이 없는 걸까. 그간 백희성이 차지원과 그의 딸 백은하(정서연)를 대해온 걸 보면 결코 그렇진 않은 것 같다. 그 누구보다 가족을 챙겼던 백희성이 아니었던가.

 

그 증거는 죽은 아내의 시신을 찾겠다며 백희성의 가족까지 위협하던 박경춘(윤병희)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 백희성의 모습에서 찾아질 수 있다. 그는 박경춘이 가족의 사진을 꺼내 보이며 위협하자 그 사진을 빼앗아 찢은 후 불태워버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차지원을 사랑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백희성이 오랜만에 누나 도해수를 만나 그렇게 말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도해수는 동생인 백희성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동생에게 굿판을 더 이상 벌이지 말라고 찾아갔던 도해수를 마을 이장이 자신을 어떻게 하려고 하자 그는 이장을 죽였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백희성은 이장을 죽인 게 자신인 것처럼 꾸몄다. 그래서 연쇄살인범 도민석(최병모)와 그가 공범이라는 소문이 돌게 된 것이었다.

 

백희성은 누나만은 이런 끔찍한 가족사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살아가길 원했다. 하지만 그렇게 모든 죄를 뒤집어 쓴 채 사라진 동생을 생각하며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살아가지 못했다. 백희성은 누나를 차갑게 대하며 거리를 두는 것이 누나를 위해서도 또 지키고 싶은 가족을 꾸린 자신을 위해서도 나은 선택이라 여기고 있다. 그는 그래서 죄책감을 느끼는 누나에게 "모든 게 내 선택"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백희성이 차갑게 누나에게 "난 그런 마음(사랑 같은 것) 모른다"고 말한 것도 백희성이 결혼한 차지원이 형사라는 사실을 걱정하는 누나를 안심시키고 자신은 보통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말함으로써 누나와의 거리를 두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는 마치 자신이 진짜 연쇄살인범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 것처럼 차갑게 말한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누나의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해주고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게 해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나는 백희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있었다. 김무진(서현우)과 함께 도민석의 공범을 추리하면서 도해수는 "현수 너 네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해"라고 했다. 도해수는 백희성이 모든 걸 느끼고 아파하고 간절해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있었다. 입으로 나오는 말이 아닌 마음 속 간절한 이야기를 하라고 말하고, 그런 건 모른다는 백희성에게 "넌 알아. 네가 변했으니까"라고 말한다. 결국 백희성은 속내를 보인다. "난 백희성으로 살고 싶어. 아무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백희성으로 살고 싶어. 그것뿐이야. 난 내 인생을 잃고 싶지 않아. 절대로."

 

백희성은 마치 감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차갑게 대하고 심지어 사랑이라는 그런 마음조차 모른다고 말하지만, 그건 어쩌면 가족들(아내와 딸 그리고 누나)을 지켜내기 위한 슬픈 거짓말로 들린다. 그는 아내와 딸을 위해 도현수가 아닌 백희성이라 거짓말을 하고 있고, 오랜만에 만난 누나 앞에서 그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인 채 하고 있다. 과연 진짜 범인이 밝혀지게 되면 백희성의 그 무겁디 무거운 삶은 얼마나 큰 무게로 다가오게 될까. 연쇄살인범인 아버지에 누나의 살인을 뒤집어쓴 채 다른 이름으로 서야 비로소 살아갈 수 있게 된 그의 비극적인 삶. 과연 그 삶의 진실을 알게 된 차지원은 그를 따뜻하게 가족의 품으로 보듬어줄까.(사진:tvN)

'놀면 뭐하니'가 싹쓰리 프로젝트를 통해 확장해놓은 것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 프로젝트가 일단락됐다. 워낙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이별의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비룡(비)은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를 위해 직접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는 '요리왕 비룡'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장난기 많은 형과 누나인 유두래곤과 린다G는 다소 감성적으로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빠져들어가는 비룡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일부러 쿨한 이별을 하려는 모습이 역력했고 그래서 비룡이 준비한 편지나 선물 그리고 요리에 '타임캡슐'까지 일부러 진저리를 치는 모습을 보여줘 큰 웃음을 줬다.

 

하지만 갑자기 끝난 것 같은 이별에 대해 이들은 그것이 다시 만나는 날을 기다리게 하는 '여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린다G의 말대로 모든 걸 다 쏟아 부었다면 굳이 다음을 기약할 일이 없을 수도 있었다는 것. 그래서 이들은 헤어지는 와중에도 겨울에 다시 만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제작진이 마련한 마지막 선물은 팬들이 보내 준 응원의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적어 방 한 가득 붙여 이들에게 보여준 것이었다. 쿨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별을 하려 했던 이들이지만, 그 방에 들어가서는 울컥하는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유재석은 무언가 한 가지 허전함이 느껴진 이유를 거기서 발견했다. 그 팬분들과 직접 만났어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게 그 허전함의 이유였다.

 

싹쓰리 열풍은 방송은 물론이고 가요계 그리고 연예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무엇보다 '놀면 뭐하니?'의 새로운 문 하나를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지금까지 유재석이 홀로 도전하는 다양한 '부캐'들로 채워졌던 프로젝트가 비룡과 린다G 같은 참여자 이상의 캐릭터들과 함께 진행됐다는 점이 그렇다.

 

그래서 이제 '놀면 뭐하니?'의 공식적인 출연자에 유재석 이외에 비룡과 린다G가 오르게 됐다. 비룡이 팬분들이 올린 '어벤져스'를 패러디한 유두언맨, 비토르용, 린다위도우를 이야기하며 또 다른 캐릭터들을 물음표로 해놓은 부분을 콕 집어 얘기한 부분은 '무한도전' 시절부터 김태호 PD가 꿈꾸던 '유니버스'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마블 유니버스처럼 자신이 기획하는 프로그램이 하나의 유니버스로 확장되게 하고픈 욕망이 그것이었다.

 

린다G와 비룡이 싹쓰리 프로젝트를 통해 그 유니버스에 들어오고, 이제 린다G가 거론함으로써 성사된 엄정화, 제시, 화사와 함께 하는 '환불원정대'도 그 유니버스(Yooniverse)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로 인해 유재석 홀로 서 있던 '놀면 뭐하니?'의 유니버스는 다른 멤버들이 프로젝트별로 합류해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확장되게 됐다.

 

물론 유재석은 이 세계의 중심축 역할을 할 것이고, 향후에도 다양한 부캐의 확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하는 새로운 부캐 도전에 더 다양한 인물들이 부캐로서 유니버스에 합류할 거라는 건 '놀면 뭐하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 놓는다. 과연 어떤 인물들이 유재석과 함께 색다른 부캐를 갖고 시청자들을 찾아와 줄까. 올 여름을 꽉 채워준 싹쓰리와의 이별은 아쉽지만 향후 프로젝트들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는 이유다.(사진:MBC)

김호중, 끝없는 논란·소송·해명·사과..대중들은 피곤하다

 

이번엔 불법 도박 논란이다. 김호중 관련 논란들은 끝이 없다. 지난달 김호중의 전 여자친구 아버지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딸이 교제 당시 심한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호중은 팬 카페를 통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 7월에는 병역 비리 및 스폰서 의혹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서 소속사는 해당 기사를 낸 기자를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TV조선 <미스터트롯> 톱7에 오른 이후 일방적으로 소속사를 옮기면서 이전 소속사와의 갈등도 여전히 남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이번에는 불법 도박 논란이 더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안의 중대함이 좀 다르다. 불법 도박이 사실로 밝혀졌고 소속사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측 역시 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소속사는 "김호중이 스포츠 도박을 한 것이 사실이다"며 "금액을 떠나 잘못을 인정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금액을 떠나"라는 단서를 붙인 건, 이 사안이 그리 중대한 것이 아니라는 소속사 측의 뉘앙스가 담겨있다. SBS funE는 김호중의 불법 도박이 그저 실수라 치부하기 어려운 상습적인 면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속사 측이 매체를 통해 밝힌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며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책임지겠다"는 말이 오히려 여론을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 잘못을 저지른 입장에서 너무 배짱 가득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실제로 법적 처벌 대상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그 많은 연예인 관련 논란들이 법적인 문제 때문에 질타 받은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잣대로서 응당 대중들에 영향력이 있는 스타가 바람직한 행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더 무거웠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논란조차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김호중 측의 대응방식을 보면 지금 대중들이 그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논란과 소송, 그리고 이어지는 해명과 사과에 얼마나 큰 피로감을 느끼는지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불법 도박을 했다는 사실이 인정된 이상, 지금껏 방송사들이 도박 연예인에게 취해왔던 제재를 그냥 넘기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형평성의 문제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탄탄한 팬덤까지 갖고 있는 김호중이다. 그래서인지 논란이 터질 때마다 그 탄탄한 팬덤에 기대고 있는 모양새다. 어떤 논란이든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하는 팬들도 존재하지만, 지금의 팬덤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연일 쏟아지는 논란 속에 팬들의 지지는 과연 얼마나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

 

진위를 떠나 갖가지 논란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개 숙여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불법도박을 인정하면서도 그게 법적 처벌 받을 수준은 아니라고 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책임지겠다는 식의 대응은 과연 대중들을 상대하는 연예인으로서 적절하다 볼 수 있을까. 법보다 대중들의 정서가 더 중요한 연예계의 사정을 생각한다면 어떤 대응이 적절한 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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