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작품·시상식·SNS 뺀 진짜 유아인은

 

유아인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들이 있다. 첫 번째 이미지는 아무래도 그가 배우로 활동하며 일관되게 만들어낸 '청춘의 초상'이다. 영화 <완득이>, <깡철이>가 미생으로서의 청춘의 아픔과 성장통을 겪는 유아인의 모습이 담겼다면, <사도>에서는 그 힘겹게 버텨내는 청춘이 쏟아내는 절규의 목소리가 담겼고, <베테랑>은 꾹꾹 눌러 드러나지 않던 어두운 욕망까지 깨워냄으로서 청춘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질만한 허세를 끄집어냈다. <버닝>에서 그가 연기한 종수는 그래서 이런 청춘의 다양한 얼굴들이 복합적으로 뭉쳐진 느낌을 줬다.

 

그리고 떠오르는 두 번째 이미지는 시상식에서의 모습이다. 스스로도 "수상소감만 하면 논란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시상식에서의 모습은 과도한 허세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그 허세가 애써 감추려는 불안과 긴장이 느껴진다. 세 번째 이미지는 SNS에 종종 올라오는 그의 글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다. 그 글들은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피하지 않고 소신 있게 하려는 그의 욕망을 드러낸다.

 

이처럼 작품과 시상식에서의 모습 그리고 SNS에 올라오는 글들만을 통해 그려보는 유아인이라는 인물의 막연한 이미지는 대중들에게는 다소 낯선 느낌이 있다. 그래서일까. MBC <나 혼자 산다>에 그가 출연한다는 소식은 다소 의외가 아닐 수 없다. 무언가 꽁꽁 닫아놓고 있던 문 하나를 활짝 여는 듯한 느낌이 그 결정에서부터 묻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살아있다>에서 좀비들의 세상에 혼자 살아내야 하는 그 면면들이 이 예능 프로그램과 맞닿은 면이 있어서 내린 결정이지만, 그래도 일상을 공유한다는 건 그만한 결심이 필요했을 듯 싶다.

 

<나 혼자 산다>에 비춰진 유아인의 일상은 3층이나 되는 대저택의 으리으리함이나 플렉스가 느껴지는 인테리어나 작품들 같은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보면 볼수록 그 겉으로 드러나는 집의 화려함이 오히려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가진 외로움을 더 크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농담 삼아 "집 자체가 허세"라고 말하며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로 보면서 "재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유아인에게서는 늘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해야하는 부담이 느껴진다.

 

그 넓은 집을 끊임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돌아다니고, 고양이 집사로서 아이들을 챙기는 그는 우리가 작품 속 캐릭터나 시상식 그리고 SNS를 통해 봤던 그런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르다. 눈을 감고 몸의 긴장을 풀어 이완상태를 만들어내는 베네딕트 컴버비치가 한다는 거의 명상에 가까운 운동(?)을 할 때가 그래서 유아인에게는 가장 편안한 시간처럼 보인다.

 

<나 혼자 산다>가 보여준 유아인의 일상은 대중들이 그에게서 떠올리는 허세가 실상은 약하고 지나치게 섬세해 잘 상처받는 자신에 대한 일종의 방어심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늘 과도한 긴장 상태에 있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가끔씩 정지화면이 되어버리기도 하며 그래서 그것이 유아인이 가끔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물론 이런 과도할 정도로의 섬세함은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연기자도 살면서 연기를 하는 것이지 늘 연기 속에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무언가를 완벽하게 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벗어내고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유아인이 <나 혼자 산다>에 나온 건 그에게도 좋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일상이 어떤지를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조금은 그 일상을 공유함으로서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팬들에게는 그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사진:MBC)

'다큐 인사이트' 이성미부터 박나래까지, 개그우먼의 자리를 만든 이들

 

최근 개그우먼들이 과거에 비해 조금 늘어났고 또 비중과 위상도 높아진 건 사실이다. 박나래가 MBC 연예대상 대상을 받고, 넷플릭스에서 <농염주의보> 같은 19금 스탠드업 코미디로 호평을 받고 있고, 이영자 역시 최근 몇 년 간 전성기를 구가한 바 있다. 또 송은이가 만들어낸 팟캐스트부터 시작해 비보라는 방송사 설립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판을 통해 김숙, 김신영, 안영미 등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런 변화가 최근 들어 성 평등 사회에 대한 높아진 사회의 요구와 달라진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종영한 KBS <개그콘서트>가 그 긴 시간 동안 해왔던 개그 코너들을 들여다보면 달라진 감수성을 실제로 알아볼 수 있다. 과거 개그우먼들의 역할은 보조적인 캐릭터에 머무르기 일쑤였고, 외모를 활용하는 경우들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성 역할 구분이나 외모 개그 같은 요소들은 개그 무대에서 사라져버렸다.

 

KBS <다큐 인사이트>가 '개그우먼'을 화두로 가져와 담아낸 짧은 개그우먼의 역사는 그러나 지금의 변화가 시대가 달라져 그저 생겨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이들은 끊임없이 세상의 편견에 맞섰고, 아예 무대에서 배제되자 새로운 무대를 만들었다. 이 짧은 다큐멘터리는 그들이 어떻게 지금의 시대를 만들었는가를 보여준다.

 

개그우먼들은 일단 성비에서부터 개그맨들 사이에 한두 명 들어가 있을 정도로 적었고, 그들이 맡는 역할 또한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조금 센 모습을 보이면 순식간에 '비호감'으로 치부되기도 했던 시절. 김미화가 <쇼비디오자키> '쓰리랑부부'에서 했던 순악질여사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고 1990년 KBS 코미디 대상까지 받은 건 실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최근에 와서야 개그우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건 우리네 사회가 가진 성 차별적 시선들을 잘 말해준다. 2006년도에 '연인'이라는 코너로 큰 인기를 끌었던 김지민은 그와 함께 "개그우먼이 왜 예쁜 척 하냐"는 악플 세례를 받았다고 밝혔고, 박나래 역시 너무 캐릭터가 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비호감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코미디로 주가를 날렸고 버라이어티 시절에는 진행능력을 인정받아 MC로도 승승장구했던 송은이가 결국 팟캐스트 같은 대안을 찾아내게 된 것 역시 남자들로만 구성된 버라이어티쇼가 쏟아져 나오면서 설 무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개그우먼들은 그래서 찾아주지 않는 지상파를 떠나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 같은 시도를 했고 아예 비보 같은 회사를 설립해 그들만의 방송을 만들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개그우먼들이 설 무대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숙이 말하듯 시대가 바뀌어 물을 만난 게 아니라, 이들이 나서서 얘기했기 때문에 시대가 바뀌었듯이, 앞으로도 이들은 계속 안주하지 않고 일을 벌일 거라고 했다. 그런 부단한 노력들이 더해져 비로소 지금 같은 변화가 생긴 것이니.(사진:KBS)

'꼰대인턴' 박해진·김응수, 꼰대와 인턴 만드는 시스템과 대결할까

 

꼰대가 되고픈 이가 누가 있으랴. 또 그 누구도 자신이 꼰대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자신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그 위치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 꼰대의 역할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이 다루는 건 그래서 단지 꼰대와 인턴이라는 극단적인 갑을관계를 선악구도로 담지 않는다. 그보다는 위치를 바꿈으로써 서로의 입장을 들여다보고 소통하며, 나아가 이런 갑을관계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옹골 라면사업부에서 팀장으로 있던 이만식(김응수)은 한때 자기 팀에 인턴으로 있었던 가열찬(박해진)이 팀장으로 있는 준수식품 마케팅영업본부에 시니어 인턴으로 적응해간다. 가열찬을 견제하기 위해 남궁준수 대표(박기웅)가 일부러 채용한 이만식이지만, 그는 점점 이 팀에 애착을 갖게 되고 팀을 살리기 위해 가열찬을 도와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비정규직 인턴의 입장을 주로 다루던 드라마는 그러나 거기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이제 팀장이 된 가열찬의 고충 또한 다루기 시작한다. 새로 출시한 핫쭈꾸면의 스프 하청업체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면서 남궁표(고인범) 회장의 압박을 받는 가열찬은 저도 모르게 팀원들에게 꼰대 짓을 하기 시작한다.

 

팀원인 주윤수(노종현)과 탁정은(박아인)이 사내 연애를 한다는 게 우연히 드러나자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사내 연애냐며 호통을 치고, 이만식과 이태리(한지은)가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며 허탈한 한숨을 내쉰다. 자기만큼의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팀원들 앞에서 자기 혼자 고군분투한다 느끼는 것. 그래서 그토록 자신은 하고 싶지 않던 꼰대의 말투가 불쑥 불쑥 튀어나온다.

 

과거 핫닭면을 만들어 인생역전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또 위기에 빠진 핫쭈꾸면을 기사회생시킨 라면뮤즈 이태리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 가열찬은 그러나 그의 "꼰대 같아요"라는 말 한 마디에 충격을 먹는다. 전 직장에서 이만식의 꼰대 짓 앞에 무너졌던 인턴 가열찬은 어쩌다 꼰대가 되어버린 자신에 놀란다.

 

그런데 꼰대가 되자 인턴 시절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팀원들에게 꼰대 짓을 하고 나니 이제는 팀원들이 그를 왕따시키고 홀로 외로운 술잔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가 된 것. 심지어 이만식을 불러도 오지 않는 외로움이라니. 그런데 그런 꼰대 취급받는 팀장의 위치를 이해하는 건 한때 자신도 그 위치에 있었던 이만식이다. 그는 달고나 커피를 만들어주며 술자리에 가지 못한 미안함을 전한다.

 

인턴이라는 철저한 을의 위치에서 느꼈던 절망감만큼, 꼰대의 갑의 위치에서도 팀원들이 자신을 은근히 왕따하는 것에 대한 외로움이 느껴진다. 한때는 "까라면 까"라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을들도 뭉쳐 목소리를 내는 시대다. 그래서 인턴도 어렵지만 상사의 압박에 꼰대 짓까지 해야 하는 팀장도 어렵다.

 

어쩌다 꼰대가 되어버린 가열찬을 그래도 이만식이 이해한다는 건, 꼰대든 인턴이든 그 누구도 원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그렇다면 그런 갑과 을의 위치는 누가 만들어내는 걸까. 그건 이 조직이라는 시스템의 운영자 즉 경영권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는 꼰대 혹은 인턴으로 불렸던 가열찬과 이만식 그리고 그들이 함께 하는 팀이 이들을 압박하는 남궁표 회장이나 남궁준수 대표, 구자숙(김선영) 전무나 안상종(손종학) 본부장과 맞서 그들만의 새로운 팀 문화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걸 기대하게 된다. 그것이 꼰대나 인턴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에 대적해 이기는 일이니 말이다.(사진:MBC)

'가족입니다', 갈수록 시청자 반응 뜨거워지는 이유

 

그저 따뜻하고 훈훈한 가족드라마인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는 조금씩 숨겨졌던 가족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의외로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사고로 기억이 20대 때로 돌아가버린 김상식(정진영)은 고압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했던 가부장적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사랑꾼'이 되었다. 거의 죽은 듯이 살아왔지만 이제 졸혼을 요구하고 혼자 살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 잠을 설치던 아내 이진숙(원미경)은 달라진 남편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그렇게 달달했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더욱 충격을 받은 건 김상식 본인이다. 그는 자신이 아내에게 과일 하나도 맘대로 사먹지 못하게 했고 그것 때문에 심지어 주먹으로 유리를 깨는 폭력까지 저질렀던 기억의 단편을 마주했다. 그는 자신이 그런 짓까지 저질렀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마치 사죄하듯 아내 이진숙이 원하는 졸혼을 하자고 말한다.

 

<가족입니다>는 김상식의 기억의 뒤틀림이라는 장치(?)를 통해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이 자신조차 잘 몰랐던 실체를 마주하게 한다. 젊은 시절에는 그토록 살갑고 다정했던 사랑꾼이 어느 새 집안의 무자비한 폭군이 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기억이 돌아왔다고 거짓말을 한 상식이 여전히 살가운 말투를 대하자 낯설게 바라보는 아내 진숙 앞에서 이제는 가부장적인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상식의 상황은 그래서 더더욱 비극적이다.

 

큰 딸 김은주(추자현)는 부부로 함께 살아왔던 남편 윤태형(김태훈)이 성소수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동생 김은희(한예리)가 윤태형이 일부러 놓고 간 노트북을 열어보는 바람에 숨겨졌던 성 정체성이 드러난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은주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신을 하기 위해 홀로 그 고통스런 시술을 받아왔던 그였기 때문이다.

 

윤태형은 더 이상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길 수 없어 그걸 일부러 노트북을 놓고 감으로써 알게 한 것이었다. 은희는 어딘지 윤태형이 카페 바리스타 안효석(이종원)과 함께 소록도에 갔을 거라는 감에 그 곳에 내려갔다가 결국 그들이 함께 있는 걸 발견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연인일 거라는 짐작은 오해였다. 안효석의 연인을 윤태형이 가로챘던 것. 그래서 안효석은 윤태형에게 겁을 주려 근처 카페에서 알바를 하게 됐고 그러다 그 곳을 자주 찾는 은주와 친해지면서 모든 게 뒤틀어졌던 것이었다.

 

은주는 남편이 성소수자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그럼에도 그들이 어떻게 결혼까지 하게 됐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은주는 깨닫는다. 과거 자신이 가족을 지긋지긋해 했다는 것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그 곳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건 남편 윤태형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정체성을 알고 찾아온 은주 앞에서도 병원 걱정을 먼저 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그가 어떻게 아들을 대해왔는가를 미루어 짐작하게 만든다.

 

그래서 은주와 윤태형은 결혼을 해 가족이 되었지만 애초부터 엇나간 관계였다. 가족이 지긋지긋하다며 아이에 집착하는 은주를 윤태형은 끔찍하고 위선적으로 바라봤고, 그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남편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은주의 이야기는 이 드라마가 드러내려는 가족이지만 말하지 않으면 그 속을 알 수 없다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미국 본사에서 온 출판사 부대표 임건주(신동욱)가 사실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던 '엉겅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은희는 그 만남이 갑자기 이뤄진 가벼운 사랑이 아니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연애 감정이 생겨나는 즈음에 불쑥 친구로만 생각해왔던 박찬혁(김지석)이 마음에 담기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상황을 찬혁이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 것. 그건 은희가 사실은 찬혁을 마음에 두고 의지하고 있었다는 걸 말해준다.

 

<가족입니다>의 이야기는 이처럼 우리가 익숙하다 여겼던 관계가 우리의 착각이었다는 걸 끄집어낸다. 이들의 관계는 사고를 통해 20대 사랑꾼으로 돌아간 상식이나, 남편이 성소수자였다는 걸 알게 된 은주, 그리고 친구 관계로만 생각했던 찬혁에 마음이 가는 은희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우리는 과연 가족이나 친구, 연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느냐고 질문한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평탄해 보였던 한 가정의 실체가 드러나며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담아냈듯이 <가족입니다>는 별 일 없이 평범해 보였던 가족과 주변인들의 관계의 실체가 드러나며 그려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만 <가족입니다>가 <부부의 세계>와 다른 점은 파국보다는 그 실체를 제대로 마주한 연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틀로 끌어안는 점이 아닐까. 가족이지만 아는 건 별로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는 건 별로 없어도 그래도 가족이라는 이야기. 가족 해체 시대에 가족을 뻔한 판타지로 그려내는 그런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수작이 나왔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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