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훌륭' 행동하지 않는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사실 KBS <개는 훌륭하다>를 좀 봤던 시청자라면 다견 가정에서 중요한 건 일종의 '거절 훈련'이라는 것쯤은 알게 됐을 게다. 보통 한 마리보다는 두 마리를 함께 키울 때 더 나을 거라 착각하지만 그것 역시 지극히 보호자의 입장일 뿐 반려견들은 그로 인해 오히려 더 힘들 수 있다는 것 역시.

 

강형욱은 그 때마다 강조했다. 똑같이 사랑을 준다고 보호자들은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래서 여러 반려견을 함께 키우는 다견 가정에서는 차라리 한 마리 당 한 명씩 전담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반려견을 위해서도 좋은 거라는 걸 지난 방송들에서 무수히 보곤 했다.

 

이번 주 등장한 다견 가정은 무려 6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집에 가구조차 제대로 놓여 있지 않은 그 집은 어찌 보면 보호자의 집이 아니라 반려견들의 집처럼 보였다. 딸 보호자를 6마리가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놀아 달라 하고, 어느 한 마리와 놀고 있으면 이제는 입질까지 하기 시작하는 등 다견 가정이 보이는 전형적인 문제들을 이 집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집안에 아무런 규칙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반려견들에게 나름 보호자는 공평하게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식탁 위에까지 올라오는 반려견들을 제지하지 않은 채 서서 구석에서 밥을 먹는 상황이었지만 그런 통제 없는 방임이 반려견들에게는 더더욱 애정을 갈구하고 경쟁하게 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었다.

 

한 마리에 목줄을 채우면 다른 반려견들이 달려드는 통에 산책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가장 나이가 많은 뽀미는 힘이 달려 애정 경쟁에서 밀려났고 결국 포기하는 모습까지 보여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물론 저마다 파양 같은 아픈 경험을 가진 반려견들을 입양하기로 결심한 보호자의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런 만큼 더 필요한 건 단호한 교육이었다.

 

결국 강형욱은 애정을 주는 것보다는 거절 교육이 우선이라고 했다. 한 마리에게 목줄을 채우고 다른 반려견들이 달려들 때 보호자가 그걸 막고 거절하는 훈련을 했다. 문제는 보호자의 여린 마음이었다. 목줄을 하고 잡아끄는 것조차 불편하게 생각했다. 강형욱은 단호하게 말했다. "줄을 당기는 것보다 더한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 "마음은 충만한데 행동은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고 하겠다고 해놓고선 안하고 사랑한다고만 하고, 감수성에 찌든 SNS 하나 올리고... 실천하지 않는 보호자들 볼 때마다 지긋지긋해요."

 

보호자는 그제서야 자신이 애들한테 못된 짓을 하고 있었다며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진 켄넬 훈련에서도 한 마리 한 마리를 각각의 켄넬에 넣어주는 것으로 훨씬 안정된 집안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강형욱은 "여러 마리를 키우려면 강력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이 하는 훈련을 보면 다소 냉정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문제들이 보호자가 과잉된 애정을 주는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형욱의 입장에서 그런 애정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모든 걸 받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그 반려견을 위한 일인가를 알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

 

지난 회에 출연해 많은 논란이 이어졌던 코비와 담비네 집에서 강형욱이 무릎까지 꿇으며 담비를 더 사랑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내줬으면 한다고까지 말했던 이유에도 무엇이 진정한 사랑인가에 대한 강형욱의 질문이 담겨 있다. 결국 더 좋은 곳으로 보내주겠다고 마음먹은 보호자에게 강형욱은 큰 결심을 하셨다며 그 아팠을 마음을 다독였다.(사진:KBS)

'#살아있다' 흥행으로 유아인·박신혜가 진짜 살려낸 건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살아있다>가 100만 관객을 넘겼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100만 관객 돌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뚝 끊겨버렸던 영화관 발길이 이 영화로 인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는 건 아닌가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살아있다>가 이 같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먼저 코로나19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철저한 사전방역과 검사, 마스크 쓰기 그리고 극장 내 좌석 간 띄어 앉기 같은 예비책을 통해 극장에서의 영화 보기가 어느 정도는 용이해졌다는 관객들의 판단이 생겼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예비책보다 더 중요한 건 영화가 그만큼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이 충분한가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살아있다>는 확실히 코로나 시국에 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최근 <부산행>에 이어 <킹덤> 그리고 개봉 예정인 <반도>로 이어지는 이른바 K좀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데다, 이 좀비 세상이 그려내는 풍경이 지금의 시국을 통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면이 있어서다.

 

<#살아있다>는 갑자기 터진 알 수 없는 이유로 서로 공격하는 좀비들 세상에 아파트에 고립된 채 생존해가는 준우(유아인)가 건너편 아파트의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 밖에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게 된 현 상황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영화다.

 

반드시 살아남으라는 부모의 마지막 메시지를 들은 후 홀로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이겨내며 버텨내던 준우가 결국 절망에 빠져 생존의 끈을 놓으려 할 때 나타난 또 다른 생존자 유빈의 존재는 그가 살아야 하는 새로운 의미가 된다. 그는 자신의 생존은 물론이고 유빈이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좀비들과도 맞서게 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좀체 쉽게 꺾일 것 같지 않은 코로나 시국에 답답함과 절망감마저 느끼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던지는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준우는 과연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또 가족은 살아 있을까를 궁금해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 '살아있다'는 것의 가치와 의미가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그렇다.

 

영화는 아파트 한 동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채워져 있어 다소 단순한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초반 3분의1 정도는 대부분 준우의 집에 카메라가 집중되어 있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한 아파트라는 공간에 집중함으로써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달려드는 좀비떼들의 움직임이 더 긴박감 있게 펼쳐지는 효과를 내는 것도 사실이다.

 

준우와 유빈 사이에 애써 멜로 구도 같은 걸 넣지 않은 것도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위해서는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들이 서로 돕고 함께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건 개인적 사랑이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증명 같은 것이니 말이다. "살아있어요!"라는 외침이 "사람 있어요!"라는 외침과 겹쳐지는 대목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인간성이 살아있는 그 존재여야 비로소 사람이고, 살아있다 말할 수 있는 것일 테니.

 

영화 제목이 <#살아있다>여서인지 이 영화가 개봉 첫 주말을 지나며 코로나 시국이후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사실 또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절망적인 영화계에 여전히 영화는 살아있다고 외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철저한 사전방역과 검사, 거리두기를 통해 안전한 관람이 지켜져야 하겠지만 모쪼록 이 영화를 기점으로 우리네 영화들이 살아있다는 걸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사진:영화#살아있다)

'사이코', 서예지와 김수현이 나누는 온기가 이토록 먹먹한 건

 

"그래서 마음이 아파? 아니면 슬퍼? 지금 정확히 어떤 감정이야? 넌 몰라. 네가 무슨 감정으로 이렇게 날 뛰는 건지 너도 모른다고. 속은 텅 비었고 그냥 소리만 많아. 깡통처럼. 그러니까 아무 것도 모르면서 나에 대해 다 안다고 다 이해한다고 착각하지 마. 너 죽을 때까지 나 몰라."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문강태(김수현)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맞았다는 걸 알고는 화를 내는 고문영(서예지)에게 그렇게 쏘아붙인다. 반사회적 인격성향을 가진 고문영은 감정이라는 걸 갖지 못한 채 태어난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강태가 왜 자신을 이렇게 따라 다니냐고 물었을 때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갖고 싶다고 말한다. 예뻐서.

 

고문영은 어린 시절 자신의 목을 졸라 죽이려 했던 아버지에 대해서 문강태에게 "치매환자"라며 "영혼은 죽고 가족만 남은 빈껍데기"라고 말한 바 있다. 사람도 물건처럼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진다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고문영에게 화가 난 문강태가 차에서 내려 혼자 걸어가자 고문영은 그 뒤에 대고 "사랑해 강태씨"라고 바락바락 소리친다. 하지만 그 말에는 영혼이 없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니까!"

 

그런데 과연 그런 어쩌다 감정이 없는 빈 깡통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그것이 그의 잘못일까. 그런 자는 누군가의 온기조차 느낄 자격이 없는 걸까. 문강태는 겉으로는 그렇게 잔인하게 말했어도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것은 자폐를 가진 형 때문에 자신도 어려서부터 심지어 엄마에게까지 자신의 존재가 빈 깡통처럼 지워지는 깊은 상처를 겪은 바 있다.

 

엄마는 어린 강태에게 말했다. "강태야. 너는 죽을 때까지 형 옆에 있어야해. 키우는 건 엄마가 할 테니까 너는 지켜주고 챙겨주고 그러면 돼. 알았지? 엄마가 너 그러라고 낳았어." 상태를 향해 누워 자는 엄마를 애써 등 뒤에서 껴안으며 강태는 얼마나 속으로 외쳤을까. 나도 온기가 필요하다고. 그래서 강태가 문영에게 한 그 날선 이야기는 어쩌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자신 또한 빈 깡통 같은 삶이고 그건 누구도 몰라주는 일이었다고.

 

문영은 병원에서 아버지를 다시 대면하지만, 아버지는 "왜 살아있냐"며 그의 목을 조른다. 냉정하게 '빈껍데기'라고 말했지만 아마도 실오라기만큼 남았을 문영의 기대는 그 순간 무너졌을 게다. 그는 비 내리는 그 먼 길을 걷고 또 걷는다.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텅 빈 깡통이 애써 제 몸을 혹사시킨다. 그렇게라도 해야 제 존재의 아픔을 드러낼 수 있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렇게 좀비처럼 절망적으로 걸어가는 문영을 봤지만 외면했던 강태는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문영이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 '좀비아이'를 읽는다. '어느 작은 마을에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어. 피부는 창백하고 눈동자가 아주 큰 아이였지. 아이가 크면서 엄마는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 이 아이는 감정이 전혀 없고 그저 식욕만 있는 좀비였다는 걸. 그래서 엄마는 마을 사람들 눈을 피해 아이를 지하실에 가두고는 밤마다 남의 집 가축을 훔쳐서 먹이를 주며 몰래 키웠어. 하루는 닭을.. 하루는 돼지를..'

 

강태는 그 동화의 이야기가 점점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낀다. 마치 좀비아이처럼 가려지고 버려졌던 자신의 그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난 어느 날 마을에 역병이 돌아서 남은 가축들이 다 죽고 사람들도 많이 죽어. 그나마 산 사람들은 마을 모두 떠나버렸지. 아들만 두고 떠날 수 없던 엄마는 결국 배고파 우는 아이에게 자신의 다리 한 쪽을 잘라주고 다음엔 팔 한쪽을 잘라주고 그렇게 다 주고 결국엔 몸통만 남아서는 마지막으로 아이의 품속에 스스로 들어가 자기의 남은 몸을 맡기지.' 강태는 잠잘 때조차 항상 형 상태를 향해 있었던 엄마의 등을 애써 끌어안았던 자신을 떠올린다.

 

'몸통만 남은 엄마를 아이가 양팔로 꽉 끌어안으며 처음으로 한마디를 해. 엄마는... 참... 따뜻하구나.." 그리고 그 마지막 한 줄에 결국 강태는 오열하며 알게 된다. 자신도 마찬가지로 빈 깡통이었고 그럼에도 엄마의 온기가 필요했었다는 것을. 문영 역시 그러하리라는 것을 그는 깨닫는다.

 

그래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그 밤길을 재수(강기둥)의 오토바이를 빌려 달리고 달린 강태는 여전히 스스로에게 벌이라도 내리듯 그 빗길을 걷고 걷는 문영을 찾아내고, 그에게 자신의 옷을 벗어 덮어주고 안아준다. 그건 강태가 문영을 안아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안아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그렇게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삶의 존재가치가 부정된 문영과, 지체를 가진 형 때문에 존재를 부정당해왔던 강태가 서로를 끌어안으며 온기를 나누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떻게 태어났든 우리는 저마다의 빈 구석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그 빈자리의 차가움을 채우기 위해 서로의 온기가 필요하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사진: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서예지는 김수현을 놀게 할 수 있을까

 

"나 그냥 너랑 놀까?"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강태(김수현)가 문영(서예지)에게 툭 던지는 그 말 한 마디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그건 강태가 처한 입장이 담겨 있는데다, 문영이라는 이 드라마의 독보적인 캐릭터가 어째서 필요했는가가 함축되어 있다.

 

강태는 놀지 못한다. 여기서 놀지 못한다는 의미는 마음껏 자기 하고픈 것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는 자폐를 갖고 있는 형 상태(오정세)에 묶여 있다. 1년마다 때가 되면 나타나는 나비 때문에 발작을 하고 그래서 수시로 이사를 해야 하는 그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은 돌보려 하지 않는다.

 

그건 상태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동생 강태에게 자신이 짐이라는 사실을 힘겨워한다. 그래서 괜찮은 정신병원 오지왕(김창완) 원장이 벽화를 그려 달라 했을 때 얼마를 줄거냐고 대뜸 묻는다. 그는 캠핑카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중이다. 그게 있으면 계속 이사 다니지 않을 수 있고, 나비가 나타나도 금세 도망칠 수 있다고 상태는 강태에게 말한다.

 

하지만 그런 상태를 꼭 껴안으며 강태는 말한다. "형 난 집도 차도 돈도 다 필요 없어 난 형만 있으면 돼. 정말야. 형이 내 전부야." 그는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형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 문영의 목소리가 슬쩍 끼어든다. "위선자."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그려내는 문영이라는 캐릭터는 착하다거나 누군가를 위해 희생을 한다거나 하는 그런 동화적인 이야기나 삶에 대해 위선이라 말하는 인물이다. 그는 마치 잔혹동화 같은 인물이다. 기존 동화가 건네는 지배적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인물. 우리는 그 동화의 메시지를 저도 모르게 내면화하며 그것이 응당 해야 할 '착한 삶'이라 여기지만 문영은 그것이 위선일 수 있다 말하는 인물이다.

 

드라마는 그래서 실제 정신 질환을 가진 인물들을 매회 에피소드로 소개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막내아들이지만 조증을 가져 노출증 성향을 보이는 환자가 병원을 탈출해 아버지의 유세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이야기에서도 문영이라는 인물의 역할은 분명하게 그려진다. 그는 그 환자를 유세장까지 데려와서는 "우리 여기서 놀자"고 말한다. 단상에 오른 환자는 자신이 그간 아버지에게 당해왔던 일들을 토로한다. 좀 모자라게 태어난 것뿐이지만 "공부 못한다고 때리고, 이해 못한다고 무시하고 말썽 핀다고 가두고" 했다는 것. 자신도 자식인데 하도 투명인간 취급을 해서 제발 나 좀 봐달라고 미쳐 날뛰다가 진짜로 미쳐버렸다는 것이었다.

 

환자를 잡으러 왔던 강태는 그의 말을 듣고는 충격을 받은 듯 멈춰 서 버린다. 그래서 그의 옆으로 다가온 문영에게 "나 그냥 너랑 놀까?"라고 하는 말에는 자신 또한 억누르며 살아왔고, 그래서 어쩌면 미쳐버릴 것 같은 그 삶의 버거움이 묻어난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사실 문영 같은 캐릭터는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보긴 어렵다. 아마도 그 역시 어린 시절 겪었던 부모와의 불행한 과거가 현재의 그 같은 캐릭터를 만들었겠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우리가 흔히 '사이코'라고 폄하하기도 하는 그런 정도의 과함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힘은 바로 이처럼 조금은 과격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문영이라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그는 스스로에게도 또 세상에서 미쳤다고 흔히 치부되는 이들에게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다소 과하게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에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들어주고 그래서 몰입하게 해준 건 서예지의 연기와 박신우 감독의 연출 덕분이다. 서예지는 다소 과할 수 있는 이 문영이란 인물에 자신을 완전히 몰입시킴으로써 시청자들도 빠져들게 만드는 힘을 부여하고 있고, 박신우 감독은 마치 디즈니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숲속 문영의 저택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잔혹동화 같은 드라마의 색깔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다.

 

과연 문영은 강태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열고 함께 놀 수 있을까. 또 강태는 문영이 과거 겪었던 끔찍한 악몽으로 남은 기억들을 따뜻하게 끌어안아 줄 수 있을까. 그들의 변화에 감정이입하게 되는 건 우리 모두 만만찮은 현실 속에서 저마다 꾹꾹 눌러놓은 상처나 감정 같은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게다. 그래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드라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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