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3', 역시 천상계 존노, 만드는 무대마다 역대급

 

도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가수가 나왔을까.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3>에서 듀엣미션에 나온 존노는 카운터테너 최성훈과 함께 아비치의 EDM 'Addicted to you'로 또 다시 역대급 무대를 만들었다. <팬텀싱어> 전 시즌을 통틀어 최초로 시도되는 EDM의 크로스오버. 사실 EDM을 성악을 하는 이들이 크로스오버 한다는 건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존노와 최성훈은 마치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는 듯 자유롭게 노래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최성훈이 카운터테너 특유의 목소리로 마치 새가 노래하듯 고조시키면 존노는 마치 그 노래에 추진력을 넣는 듯한 그런 하모니를 선보였다. 특히 고음을 너무나 편안하게 소화하는 존노는 후반부에 리듬이 더해지자 마치 노래를 갖고 노는 듯한 자유로움을 보여줬다. 음악 자체가 되어버린 듯한 존노의 그 자유로움은 다른 가수들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그만의 색깔이었다.

 

프로듀서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김이나는 "천상계 무대"라며 "선물" 같았다고 했고, 윤상은 이 조합이 "반칙"이라며 "결승을 미리 보는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옥주현은 자신의 심장을 맡긴 듯 쥐락펴락한다고 했고, 확실히 "우린 다르다"는 걸 보여준 무대라고 했다.

 

이날 특별게스트로 참여한 <팬텀싱어> 초대 우승팀인 포르테 디 콰트로와 2대 우승팀 포레스텔라도 그 무대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조민규는 "내가 지금 뭘 보고 뭘 들은 거지? 정말 짜릿한 느낌의 무대"였다고 했고, 강형호는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벌써 2:2 듀엣에서 이 정도 무대면 3중창, 4중창은 도대체 어떤 게 나올 건지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이벼리는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집에 가서 잠을 못 이룰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존노는 <팬텀싱어3>에서의 무대 하나하나가 레전드로 평가되고 있다.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안드레아 보첼리와 셀린 디온이 부른 'The Prayer'는 그 듀엣 곡 구성 자체가 그러하듯이, 두 사람이 한 팝적인 발성과 성악적인 발성을 넘나들며 이 가수가 어째서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단을 뽑는 이 오디션에 나왔는가를 증명한 무대였다. 팝적인 발성은 편안함을 줬고 성악 발성은 부드러움과 안정감 그리고 시원함까지 안겨줬다.

 

두 번째 1:1 미션에서 국악을 하는 고영열과 함께 부른 쿠바 노래 'Tú eres la música que tengo que cantar' 역시 역대급 무대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고영열이 국악 특유의 한의 정조를 담아 노래하고, 그 위에서 존노는 그 한을 흥으로 넘기는 듯한 그루브를 선보였다. 쿠바가 가진 쓸쓸함과 유쾌함이 음악이라는 하나로 엮어지는 예술적 순간을 보여준 존노와 고영열의 무대는 먹먹한 감동까지 선사했다.

 

팝과 성악이 어우러지는 팝페라는 물론이고, 국악의 한의 정서와 더해져 쿠바 곡을 소화해내며, 이젠 카운터테너와 함께 EDM을 독특하게 해석해낸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렇게 다양한 영역과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도, 무리한 느낌이 전혀 없고 오히려 그 음악 안에서 자유로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팬텀싱어>라는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오디션에 이만큼 어울리는 가수가 있을까. 향후 3중창, 4중창으로 이어질 그의 또 다른 역대급 무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사진:JTBC)

'삼시세끼', 없으니 비로소 더 소중해지는 것들

 

"뭔가 부족할 때 돈독해지는 것 같아." 물고기 한 마리 못 잡았다는 부채감에 새벽같이 배 타고 나가 낚시를 하는 유해진에게 차승원이 정성껏 차린 밥을 챙겨다주자 유해진은 감동한다. 없으니 비로소 하나하나가 더 소중해지는 시간들.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은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해 섬에 와서도 고구마와 감자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그래서 더더욱 돈독한 세끼 하우스 사람들의 모습으로 훈훈함을 안겼다.

 

유해진이 낚시를 할 때 차승원은 김치라도 담가두겠다고 나선다. 김치에 들어갈 풀을 쑤고 잠시 차승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손호준과 손님으로 온 공효진은 재료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차승원이 있을 때는 뭐든 척척 돌아가던 요리가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해진다. 그래도 경험이 있는 손호준이 나름 재료를 준비해 놓지만, 그 잠깐 동안에 차승원이 세끼 하우스에 부여해온 존재감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오지 않는 유해진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차승원은 물고기를 잡아올 걸 기대하며 먼저 생선 튀김 소스를 맛나게 만들어놓는다. 결국 유해진이 빈손으로 오자 차승원은 전 날 안주로 꺼내 놨다 식재료로 쓰려 넣어뒀던 오징어와 가지, 호박, 고구마, 감자 등을 튀겨 밥 위에 얹어 놓은 후 만들어놓은 소스를 뿌려 먹는 덮밥으로 메뉴를 변경해 내놓는다. 없어도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차승원이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광경이다.

 

그로부터 3주가 지난 5월 어느 경 다시 찾은 죽굴도. 어느 덧 계절이 바뀌어 세끼 하우스 앞에 있던 앙상했던 나무에도 푸르름이 깃들었다. 하지만 죽굴도로 들어가는 차승원과 유해진은 드라마 촬영 스케줄 때문에 하루가 지나야 손호준이 온다는 소식에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헛헛하다. 그래도 괜스레 농담을 한다. 37살 나이의 손호준을 '호준이'가 아니라 '호준씨', '호준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섬에 들어간 차승원과 유해진은 그런데 손호준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낀다. 당장 솥밥을 해먹어야 하는데 밥을 전담했던 손호준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해진다. 차승원은 불 피우는 일이나 채소를 따와 재료를 준비하는 일들이 모두 손호준이 있어 척척 돌아갔다는 걸 실감한다. 쌈밥을 하기 위해 쌈 채소를 준비하고, 불을 피워가며 요리를 하는 내내 '호준이' 타령을 한다. "호준이 있어야 되는 데 이거..."

 

지난 번 왔을 때 물고기 한 마리 못 잡아 본 유해진은 통발 던지는 데도 영 자신 없는 속내를 드러낸다. 그런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저녁거리로 무언가 잡혔을까 싶어 통발을 찾아 나선 유해진은 꽤 큰 문어가 잡히자 너무나 기뻐한다. 초조함과 괜한 자책감 같은 걸 갖고 있던 유해진은 오랜만의 여유 있는 웃음을 보인다. 워낙 제대로 먹어보지 못해서인지, 문어로 숙회와 볶음을 해놓고 내놓은 상은 만찬 같은 풍성함으로 다가온다.

 

없으니 비로소 소중해지는 것들이 있다. <삼시세끼> 어촌편5가 보여주는 무인도에서의 자급자족 일상은 바로 그 소중한 것들을 새삼 들여다보게 만든다. 한 사람만 없어도 빈자리가 확 드러나고 그 사람이 그토록 소중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워낙 물고기가 잡히지 않으니 어렵게 잡은 문어 한 마리는 밥상을 넉넉한 만찬으로 바뀌게 만든다. 어쩌면 무인도인 죽굴도라는 섬이 주는 느낌이 그러할 게다. 아무도 살지 않으니 거기 들어가 있는 이들이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지도.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별 생각 없이 누리던 소소한 것들이 더더욱 소중해지는 것처럼.(사진:tvN)

'슬의생'의 착한 판타지, 좋은 사람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세상에 이런 의사들만 있는 병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다보면 드는 생각이다.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갖가지 수술을 받으며 버텨온 아기. 하지만 이젠 이식수술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걸 알게 된 김준완(정경호)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공여자가 나타나기를 애타게 바란다. 그리고 결국 나타난 공여자를 통해 이식수술을 제대로 해내고 싶어 노심초사한다.

 

이토록 환자를 위해 제 일처럼 마음을 쓰는 김준완은 여자친구 익순(곽선영)에게도 '착한 남친'이다. 그는 유학을 떠나게 된 익순이 준완을 기다리게 하는 게 싫다는 말에 이렇게 답한다. "아니 넌 네가 원하면 5년이든 10년이든 이렇게 지낼 수 있어. 난 다 괜찮아. 내가 하고 싶은 건 결혼이 아니라 너랑 오래 함께 있는 거야. 뭐 물론 결혼도 하고 싶지 당연히. 근데 네가 싫으면 안해도 돼. 지금도 난 너무 좋아."

 

이렇게 익순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준완은 그러나 속내를 숨기고 있다. 익순에게 줄 것이 있다며 손을 내밀어 보라는 말에 익순이 반지, 목걸이 이런 거 싫다고 하자 그는 그런 게 아니라며 이어폰을 꺼내 함께 나눠 낀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나중에 드러난 것이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커플링이 있었다. 전하지 못했을 뿐.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완벽한 의사지만 개인으로 돌아와서는 저마다 숨겨놓은 아픈 개인사들이 있는 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인물들이 가진 특징이다. 익준(조정석)은 남편의 간 이식을 해줄 공여자로 시댁 식구들이 은근히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아내에게 식구들이 없는 자리에서 원치 않으면 자신이 대신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남편을 위한 마음도 있지만 남은 아들을 위해서 자신 또한 위험에 처하는 걸 원치 않는 아내였다. 결국 익준은 식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아내분의 간이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주고, 남편은 그 말에 오히려 안도하며 슬퍼하는 아내를 다독여준다.

 

이렇게 수술 실력은 물론이고 환자에 대한 배려심까지 가득한 익준이지만 정작 홀로 대학시절부터 줄곧 좋아해왔던 채송화(전미도)에게는 그 속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주변만 빙빙 돈다. 안치홍(김준한)이 채송화를 좋아하는 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걸 보면서도 뭐라 말하지 못한다. 그는 안타깝게도 술기운을 빌려 농담처럼 진심을 꺼내고, 그 속마음을 노래를 통해 전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의사들이 특히 매력적이고, 그래서 매 주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건 ,바로 이런 일의 세계와 사적인 삶에서 모두 완벽한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한 구석에 전하지 못하는 말을 꾹꾹 눌러두고 있는 그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 이제는 그 속내를 드러내주기를 기대한다.

 

익준은 과연 송화에 대한 마음을 전하게 될까. 준완은 익순과 그렇게 떨어져 지내면서도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장겨울(신현빈)은 과연 안정원(유연석)의 어머니 정로사(김해숙)의 바람처럼 정원의 마음을 잡아 신부가 되려는 걸 꺾을 수 있을까. 멀리서 바라보며 발발 동동 구르고 있는 추민하(안은진)는 양석형(김대명)에게 그 마음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세상 따뜻하고 배려 깊고 좋은 의사이자 친구들이라 모두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가진 판타지의 힘이다.(사진:tvN)

갑질 하는 세상, '쌍갑포차'의 서민 판타지 통할까

 

어두운 밤, 귀갓길에 쓸쓸히 포장마차에 들러 소주 한 잔을 마셔본 사람은 알 게다. 뭘 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나 도저히 풀어낼 길 없는 상처 같은 것들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술기운에 잠시 잊는 것뿐이라는 걸. 그래서 모든 걸 잊고 푹 자고나면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술 한 잔을 기울인다는 걸.

 

아마도 JTBC 수목드라마 <쌍갑포차>가 굳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를 동원해 삶에 지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나선 건 바로 그 서민들에게 잠시나마 위로를 건네기 위함일 것이다. 갑질하고 심지어 성추행까지 하는 상사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하소연 한 번 못하는 마트 비정규직에게 쌍갑포차의 월주(황정음)는 술 한 잔을 권한다. 그 술 한 잔이면 이승도 저승도 아닌 꿈 속 세상 '그승'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 꿈속에서 월주와 귀반장(최원영)은 문제를 해결해준다.

 

'쌍갑포차'라는 이름은 이 포차의 특징과 동시에 이 드라마의 메시지까지를 담고 있다. 그것이 이 포차에서는 "쌍방이 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서다. 갑질하는 세상이 구분해 놓은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상처들이 우리네 서민들이 겪는 다반사라면, 이 포차는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문제를 꿈을 통해 해결해주는 곳이다.

 

이 쌍갑포차에 손으로 만지기만 하면 그 사람이 진심을 털어놓는 능력을 가진 한강배(육성재)가 합류한다. 이제 9명만 더 문제를 해결해주면 월주가 500년에 걸쳐 해온 일들이 마무리되지만 찾아와도 도무지 속을 내비치지 않는 손님들뿐이라 한강배는 스카우트 대상이 된다. 하지만 누군가의 진심을 듣는 일이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는 한강배는 쌍갑포차에서 그 일을 해주는 것을 주저한다. 하지만 자신을 잘 대해준 안동댁(백지원)의 사연을 해결해주면서 그 역시 쌍갑포차에 합류한다.

 

<쌍갑포차>는 이처럼 매 회 새로운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포차를 찾아오고 그 사연을 꿈 속으로 들어가 해결하는 월주와 귀반장 그리고 한강배의 모험담을 담아낸다. 드라마는 판타지와 코미디가 그 주된 장르지만, 매 회 제공되는 사연은 웃음만큼 짠내도 가득하다. 한 순간의 질투로 거짓말을 한 것이 친동생처럼 지냈던 순화(곽선영)를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을 가진 채 그의 딸 은수(곽선영)를 평생 속죄하듯 키워온 안동댁의 사연이 그렇다.

 

화장 알레르기라고 은수에게 이야기해왔지만 사실은 자신에게 벌주듯 치장을 거부하며 살아왔던 안동댁은 죽어서도 월주를 통해 은수의 아버지를 찾아주고, 저승으로 가면서 순화를 만나 속죄한다. 포차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지만, 염라대왕과 저승사자 같은 인물들이 사연자와 함께 등장하는 건 마치 <전설의 고향>의 한 대목을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쌍갑포차>는 그래서 코믹하고 가벼운 판타지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사연자들이 전하는 눈물 가득한 진중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그 판타지의 방식이 흥미롭다. 포차에서 월주가 건네는 특별한 술을 마시는 것이고, 그 술이 인도하는 꿈속으로 들어가서 사연자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이다. 그건 마치 거대한 현실에서 도무지 풀 길 없는 문제들을 가진 서민들이 포차에서 술 한 잔으로 달래는 그 쓸쓸함을 판타지로 담아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쌍갑포차>에서 월주가 건네는 술 한 잔은 포차 특유의 분위기와 어울리게 유쾌하면서도 짠한 면이 있다. 어쩌면 그 짠한 사정들을 술 한 잔을 곁들여가며 들어주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한 작은 위로라고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혹여나 그렇게 술기운에 고민 없이 푹 자고나면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하는 서민들의 짠함이 <쌍갑포차>의 유쾌한 포장 속에 담겨져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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