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수사', 차태현의 하니 스릴러에도 웃음이

 

스릴러도 차태현이 하면 다르다? OCN 드라마틱 시네마 <번외수사>에는 잔인한 연쇄살인마가 등장한다. 길 가던 행인에게 달려들어 도끼와 칼로 무차별 난자하고 경고의 메시지로서 손목을 자르거나 입을 찢는 연쇄살인마는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또한 사건 현장을 찾은 형사들이 사체를 들여다보거나 검시를 하는 장면도 그렇다. 그건 OCN 스릴러들에 단골로 등장하던 장면들이다.

 

또한 보통 시작부터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여주곤 하는 조폭들이 떼로 몰려나와 치고받는 난투극 또한 익숙하다. <번외수사>에서는 형사 진강호(차태현)와 테디 정(윤경호), 맨손(박태산), 연장(장진희)가 여러 조폭들과 뒤엉켜 보여주는 액션 신이 연출되었다. 특히 테디 정의 무지막지한 액션은 마치 또 다른 마동석을 보는 듯 시원시원했다.

 

하지만 <번외수사>가 특이한 건 이런 긴장하게 만드는 스릴러 속에 웃음이 묻어난다는 점이다. 그 웃음의 진원지는 캐릭터들이다. 이른바 '팀 불독'으로 불리는 이 이색적인 조합은 형사인 진강호와 한때 전설의 조폭이었으나 지금은 칵테일바 사장인 테디 정, 전직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였지만 지금은 월세 걱정하는 탐정인 탁원(지승현), 시청률에 목매는 열혈 PD 강무영(이선빈) 그리고 전직 국과수 수석 부검의였지만 지금은 장례지도사인 이반석(정상훈)이 그들이다.

 

강력 사건들과 죄는 분명한데 증거가 애매한데다 돈이 법보다 앞서는 갑질하는 범인들 앞에서 어딘지 '인싸'하고는 거리가 먼 '아싸' 캐릭터들의 이색적인 조합은 흥미로운 대결구도를 만든다. 엘리트 형사는 아니지만 돈과 권력 앞에 절대 타협하지 않는 강호 같은 형사나, 시청률에 목매는 어쩔 수 없는 방송 PD지만 그래도 나쁜 놈들 잡기 위해 스스로 호랑이굴로 뛰어드는 강무영 같은 인물은, 임상시험약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갑질하는 제약회사 본부장 김민석(한기웅)이나, '칼리가리박사의 밀실'이라는 닉네임으로 다크웹에 끔찍한 영상을 올리고 연쇄살인을 벌인 그의 쌍둥이 김민수(한기원)와 대조를 이룬다.

 

무엇보다 이 스릴러를 특이하게 만드는데 큰 몫을 차지하는 건 차태현이다. 늘 청춘 멜로의 주인공으로 연기를 해왔던 그인지라 스릴러 장르의 옷이 잘 어울릴까 싶지만, 의외로 차태현은 능청과 허세를 보이는 형사 역할로 잘 어울린다. 폼 잡는 모습이 전혀 없는 차태현은 그래서 강력 범죄 앞에서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굽히지 않고 수사를 해나가는 강호 역할을 제대로 연기해내고 있다.

 

물론 <번외수사>는 굉장한 긴장이나 몰입을 만들고 그래서 손에 땀을 쥐고 보는 그런 스릴러는 아니다. 하지만 <번외수사>는 지금껏 OCN에서 봐왔던 스릴러와는 사뭇 다른 결을 보여준다. 사건은 비슷하고 또 전개도 조금은 단순하지만 그 사건을 대하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긴장감과 캐릭터 플레이가 만들어내는 웃음 그리고 매회 빠지지 않는 뒷목 잡게 만드는 빌런의 출연과 그들을 응징하는 통쾌한 액션이 더해져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스릴러가 등장했다.(사진:OCN)

시대적 비극을 담아 '화양연화'가 하려는 이야기

 

아련했던 청춘시절의 첫 사랑을 추억하고 그 설렘으로 현재를 변화시키는 드라마인 줄로만 알았다. 물론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는 그런 이야기를 건네고 있지만 윤지수(이보영)와 한재현(유지태)이 겪어온 끝없는 비극은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오래도록 여동생 지영(채원빈)과 차별받아왔던 지수. 남자친구 재현이 운동권이라는 이유로 아버지 윤형구(장광)가 공권력까지 동원해 그들을 막았고 결국 지수는 재현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 백화점 붕괴 사고로 여동생과 엄마를 잃고 나서 재현을 떠났다. 군에 강제로 끌려간 재현을 만나러 갔던 그 날 여동생과 엄마가 케이크를 사러 갔다가 사고를 당했던 것. 지수는 이 일로 재현을 원망하게 될까봐 이별을 택했다.

 

지수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엄마와 여동생이 사고로 죽었고, 아빠는 그 충격 때문이었는지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중이다. 결혼에 실패해 이혼했고 부양하는 아들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다 결국 자퇴를 하게 됐다. 그는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들 편에 서서 그들을 도우면서 살지만,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학부모로 다시 만나게 된 재현이지만 대기업의 사위가 되어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런데 과연 재현의 삶은 평탄했을까. 대학시절 그토록 약자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싸워왔던 그가 어째서 형성그룹 회장 장산(문성근)의 사위이자 사냥개가 되어 갖가지 비리들에 대한 죄를 온전히 뒤집어쓰고 있을까. 뒤늦게 밝혀진 것이지만 군 생활을 하던 도중 아버지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됐고 그 이유는 형성그룹 장 회장이 사주한 노조파괴에 프락치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이용당했기 때문이었다. 재현은 지금 장 회장에게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

 

너무 먼 거리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여겼던 지수와 재현은 이로써 어쩌면 공동의 목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대학시절에 그러했던 것처럼 지수와 재현이 형성그룹과 맞서 약자들의 편에서 싸우는 그런 장면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것.

 

<화양연화>는 지수와 재현의 삶에 드리워진 비극들을 통해 우리네 사회가 겪었던 아픔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1980~90년대 학생운동으로 겪은 아픔들은 물론이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같은 대형 사고들이 만들어낸 시대적 비극이 그러하다. 게다가 그 비극은 지금도 지속된다. 약자들은 여전히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고, 돈과 권력을 쥔 이들은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기도 하며 법 위에 군림한다.

 

그래서 <화양연화>의 지수와 재현이 그려나가는 사랑이야기는 적폐세력들과 싸우는 정의의 구현과 겹쳐진다.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 두 사람이 피워가는 옛 사랑의 기억들은 그래서 당대의 순수했던 약자들을 위한 삶과 정의에 대한 불씨를 다시금 피워낸다. 과거에 이들의 사랑을 막아섰던 이들이 현재도 그들 앞에 서 있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목표를 사랑 그 이상으로 확장시킨다.

 

물론 이처럼 시대의 갖가지 비극들을 온전히 다 겪는 인물의 이야기는 다소 작위적인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또 드라마가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기보다는 과거를 회고함으로써 느리게 전개되고, 그 비극이 계속 반복됨으로써 답답하게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온 중년의 시청자들은 이들의 사랑이 이제라도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동시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고 이들을 막아 세웠던 부정한 현실들이 청산되기를 기원하게 된다. 우리네 시대를 관통하는 비극들을 통해 사랑과 정의의 문제를 연결시켜놓은 이 부분은 <화양연화>가 가진 색다른 지점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악인전', 연예인 관찰카메라를 특별하게 해주는 음악

 

이것이 바로 KBS 예능 <악인전>의 진가가 아닐까 싶다. 뮤지션들이 꼽는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음악 천재 헨리의 만남이 그것이다. 사실 이 조합은 그 특이한 만남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나이 차도 많이 나고, 외국인인 헨리와 문화적 차이도 느낄 수 있는 함춘호다. 게다가 기타 치는 함춘호와 바이올린을 켜는 헨리의 조합이라니.

 

그 많은 음악 프로그램들이 주로 보여준 것들은 '노래들'이다. 하지만 이번 <악인전>에서 함춘호와 헨리가 슬쩍 보여준 건 '연주'라는 점에서 더 주목하게 만든다. 과연 함춘호의 기타 선율은 어떻게 헨리의 바이올린과 어우러질까. 클래식한 함춘호의 스타일은 어떻게 일렉트릭하고 모던한 헨리의 스타일과 만나 음악적 교감을 이뤄낼까.

 

그들이 처음 만나는 공간이 낙원상가라는 점도 특별했다. 음악인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 아닌가. 함춘호가 누군지를 몰라 악기점 사장님들에게 탐문(?)을 하고 다니는 헨리의 엉뚱한 모습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관찰카메라에도 그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를 보여준다.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익숙해진 관찰카메라가 아닌가.

 

헨리 특유의 찧고 까부는 스타일은 함춘호를 만나면서 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함춘호의 표현대로 언제 어디로 도망갈지 알 수 없는 자유로운 강아지 같은 헨리는 대뜸 함춘호 앞에서 자기도 기타를 잘 친다며 도발하고, 연주를 듣고는 무언가 다르다는 것에 빠져든다. 그러더니 갑자기 바이올린을 빌려와 함춘호와 잼을 제안한다.

 

마치 대결하듯이 이뤄진 잼이지만 오래도록 함께 연주를 해왔던 사람들처럼 주고받으며 음악으로 밀당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악인전>이라는 이 프로그램이 드디어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아낸 것 같은 풍경을 그려냈다. 스팅의 'Shape of my heart' 기타 연주에 즉흥적으로 선율을 얹는 헨리의 바이올린은 시청자들에게 이 악기 연주가 가진 음악의 묘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함춘호와 헨리의 이야기는 다시 헨리의 작업실로 이어졌다. 피아노는 물론이고 바이올린 등등 다양한 악기들로 채워져 있는 작업실에서 함춘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이런 저런 악기 연주를 들려주는 헨리의 모습이 담겨졌고, 처음에는 냉랭하다가 차츰 그 연주에 빠져드는 함춘호의 모습은 이 두 사람의 교감이 조금씩 이뤄져 가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악인전>은 지금껏 관찰카메라가 포착해온 연예인들 중 그다지 그 카메라 앞에는 잘 등장하지 않던 레전드 음악인들을 세운 것만으로도 기대를 만들어낸 바 있다. 송창식 같은 기인의 등장이 그렇다. 즉 <악인전>이 제대로 잡아낸 포인트는 관찰카메라에 음악을 덧붙였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함춘호와 헨리의 등장은 <악인전>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가를 드러낸 면이 있다. 그저 연예인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만들고 즐기는 이들의 특별한 일상이어야 한다는 것. 꼭 노래가 아니더라도 연주 같은 상대적으로 많이 보여지지 않은 음악의 다양한 영역들을 관찰한다면 더 흥미로워질 수 있다는 것. 거기에 <악인전>의 진가가 있지 않을까.(사진:KBS)

'놀면 뭐하니' 박명수·정준하보다 이효리·비가 더 기대되는 이유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갑자기 <무한도전>의 풍경이 펼쳐졌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100마리 치킨을 무료로 나누는(이 미션을 성공하면 1000마리 치킨을 기부하는 콘셉트였다) 이른바 '토토닭'에 '치킨의 명수' 박명수와 일일 인턴 정준하가 출연하고 이벤트 현장을 찾아온 하하가 합류하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사실 시청자들은 여전히 <무한도전>의 시즌 종영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더해진 <무한도전>의 풍경은 어딘지 조화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것은 <무한도전> 시절의 흔했던 상황극이나 소동극이 <놀면 뭐하니?>에서 재연되는 것이 새로운 재미를 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뻔한 재미의 코드가 박명수의 버럭 개그다. 소리를 지르며 "어떡하냐"를 연발하는 그 정신없는 멘트들은 <무한도전> 시절 박명수의 전매특허 같은 모습이지만,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가 버럭 댈 때 그를 적당히 눌러주는 다른 멤버들이 있어 그것이 그리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던 <무한도전> 시절의 풍경과 <놀면 뭐하니?>의 그것은 사뭇 달랐다.

 

일일 인턴으로 참여한 김연경 선수에게 버럭 대는 박명수의 모습은 그래서 다소 불편한 감을 주었고, 정준하의 참여로 만들어진 하&수 케미도 예전 같은 재미보다는 너무 정신없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차를 대고 기다리는 손님들에게도 버럭 소리를 지르는 그 모습은 최근의 방송 트렌드가 상황극보다는 자연스러움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나마 김연경이 박명수의 그런 버럭을 받아주지 않고 맞서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그 불편함이 상쇄되긴 했지만, 여러모로 박명수의 한계가 느껴지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번 '토토닭'은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고 나아가 불필요한 장면들도 들어가 있어 본래 취지가 흐려지는 면들도 있었다. 대놓고 PPL로 들어온 교촌치킨이 그렇고, 하하가 이벤트장에 찾아와 일을 함께 하게 되는 그 상황도 너무 정해진 수순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벤트장으로 가는 도중 갑자기 박명수가 아내와 딸이 탄 차를 발견하고 딸이 요즘 무용을 한다는 걸 굳이 인서트를 집어넣은 장면도 그랬다.

 

<무한도전>이 그립긴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역시 유재석이 홀로 이끌어가며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낼 때 더 흥미로워진다는 걸 이번 '토토닭' 프로젝트는 보여줬다. 사실 지난 번 비가 출연해 이효리와 비가 함께하는 혼성 댄스 그룹 도전의 이야기를 기다렸던 시청자들이 많았을 게다. 그들의 이야기가 이처럼 기다려지게 되는 건 그 조합이 새롭고 그래서 기대감도 크기 때문이다.

 

박명수의 버럭과 정준하와 맞춰 만들어내는 티격태격 '하&수' 케미, 그리고 하하 특유의 과장된 '호객행위(?)' 같은 장면들은 <무한도전>이라는 틀 안에서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부분이다. 그것은 다소 불편한 대립 같은 게 등장해도 그걸 상쇄해주는 서로 간의 물고 물리는 관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 같은 새로운 틀에 자꾸만 <무한도전>의 그 색깔을 끼워 넣으려고 하는 시도는 조금씩 진화해가고 성장해가던 <놀면 뭐하니?>가 뒷걸음질을 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인다. 다양한 세계를 확장시키고 결합시키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무한도전>처럼 강한 세계가 아직 확실히 성장하지 않은 <놀면 뭐하니?>와 붙었을 때 자칫 이 새로운 세계를 잡아먹을 수도 있다는 걸 유의할 필요가 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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