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슬럼버' 어리바리 강동원, 미스 캐스팅 우려 잠재우다

영화 <골든슬럼버>는 원작이 일본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2010년에 영화화되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실 일본 원작의 작품을 리메이크할 때 가장 먼저 우려가 가는 건 그 정서가 우리에게 맞게 제대로 변환되었는가 하는 점일 게다. 하지만 <골든슬럼버>는 적어도 일본 원작 영화에서도 우리가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면이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것은 평범함 서민과 그를 둘러싼 추악하고 거대한 권력과의 사투라는 점이 국적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화 제목의 모티브가 된 비틀즈의 명곡 ‘골든슬럼버’라는 음악이 감동적인 장면들 속에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점도 이런 국적 차이가 만드는 정서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으로 작용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비틀즈의 노래가 아닌가. ‘골든슬럼버’라는 곡은 그래서 이 작품을 특정 국적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 글로벌한 콘텐츠의 느낌으로 만들어준다. 

영화는 인기 아이돌을 강도로부터 구해준 선한 서민들의 영웅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가 고교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신무열(윤계상)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그의 눈앞에서 차기 유력 대권후보로 지목되던 정치인이 폭탄 테러로 사망하고, 신무열은 건우에게 이 모든 것이 그를 암살범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의 계획이라고 말하고는 결국 사망하게 된다. 

조금 어려운 사람을 그저 지나치지 못하고 선하다 못해 심지어 어리바리해 보이기까지 한 건우는 그래서 그를 죽이기 위해 쫓는 거대 권력 조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매스컴에 의해 서민 영웅으로 추대되었던 김건우였기에 갑자기 테러범으로 오인된 그는 모든 주변인물들을 믿을 수 없게 된다. 신무열이 죽기 직전 “그 누구도 믿지 말라”고 했던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게다가 건우는 자신으로 인해 주변인물들마저 죽거나 고통을 겪게 되는 걸 알게 된다. 함께 카페를 하려던 후배는 살해되고, 과거 함께 밴드를 했던 장동규(김대명), 최금철(김성균), 전선영(한효주)에게도 조직의 인물들의 협박과 회유가 이어진다. 너무나 엄청난 권력을 가진 조직의 힘 앞에서 건우는 그저 힘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다. 

아마도 이런 주인공을 이 작품의 원작이 내세웠던 건 일본이 갖고 있는 집단주의적 풍토 속에서 쉽게 희생되어버리는 개인의 문제를 건드리고 싶었기 때문일 게다. 때론 조직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조작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힘없는 개인들은 아무런 토로조차 하지 못한 채 희생되어버린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이런 정서적인 동질감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의 리메이크판 ‘골든슬럼버’가 토착적인 느낌을 주는 이유다. 이 착하기만 하고 ‘조금 손해보는 삶’이 뭐가 나쁘냐고 항변하는 건우라는 인물은 지금의 우리네 대중정서가 가진 소시민적 영웅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가 거대 조직과 맞서 싸우고, 또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그를 여전히 믿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심정적 지지를 갖게 만든다. 

이 작품을 얘기하면서 강동원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이 작품에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은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인상을 줬던 게 사실이다. 그 잘생긴 얼굴이 지극히 서민적인 캐릭터와 부조화를 이루지 않을까 저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동원은 이 작품을 통해 미남이 아닌 아주 평범한 얼굴에 그저 선한 눈빛을 담은 건우라는 인물에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몰입을 보여줬다. 아마도 그의 선한 눈빛만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뭉클해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사진:영화'골든슬럼버')

‘무한도전 토토가3’, HOT가 소년으로 팬들은 소녀로

“1주일 뒤 팬들은 소녀로 돌아가고, H.O.T. 멤버들은 소년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HOT의 막내 재원이 툭 던진 이 말은, 아마도 MBC 예능 <무한도전> ‘토토가3’ 특집으로 HOT 완전체가 무대에 올랐을 때 그 장면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이건 한 마디로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 같은 여행일 것이다. 무려 17년을 기다려온 팬들이라면 더더욱.

이미 2015년부터 재결합이 타진되어 왔지만 쉽지 않았던 HOT 완전체의 무대. 그걸 성사시킨 건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마음은 있지만 나서기는 쉽지 않은 재결합이 아닌가. 하지만 이미 ‘토토가’ 특집을 두 차례 해왔던 그 경험이 있고, 신뢰가 있기 때문에 HOT도 쉽지 않은 마음을 열고 즐겁게 한 무대에 설 수 있었을 게다. 

오랜 만에 여의도 MBC 공개홀에서 한 명씩 HOT 멤버들이 모이고, 오랜만의 모임이라 낯설어하다가 차츰 말문이 터지고, 노래방 미션을 할 때 기억이 가물가물하던 춤과 랩과 노래가 되살아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마치 우리네 기억 저편에 소중하게 보관해뒀던 젊은 날의 한 때를 다시금 되살리는 시간처럼 보였다. HOT는 물론 팬들에게는 그들의 청춘 그 자체처럼 다가올 수 있을 게다. 아니 굳이 팬이 아니라도 그 노래를 젊은 날 들었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토토가3’ 특집은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너무 멀리 각자의 길을 간 이들이 다시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강타와 스웨그 넘치는 노래와 랩 그리고 유머감각을 보이는 문희준, 혼자 안무를 틀려도 남달리 열심히 노력하고 무엇보다 완전체가 모였다는 것만으르도 눈시울이 붉어진 토니, 아직도 춤 실력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우혁과, 어딘지 허당기 가득하지만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재원까지. 이들과 오랜 만에 노래와 춤과 이야기로 나누는 소통이라니.

그리고 그 무대를 완성시킨 건 다름 아닌 팬들이었다. 방청신청을 한 팬들에게 HOT 멤버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당첨소식을 알리는 장면에서 팬들은 저마다 그 감격을 전해 오히려 HOT 멤버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라는 팬의 말 한 마디에 더 이상 말을 더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아마도 그 때는 HOT 팬으로서 소녀였던 그 분들은 이제 저마다 자기 위치로 돌아간 어른들이 되었을 게다. 그래서 각자의 일상 속에서 그 나이만큼의 삶을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화통화만으로도 그들은 어느 새 17년의 세월을 뛰어넘고 있었다. 그 때 “오빠”하고 외치던 그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앳되게 들렸다. 

이건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이 가진 감동의 실체가 아닐 수 없다. 긴 세월이 흘러도 무대 하나로 시간을 훌쩍 되돌려 그 젊은 날의 한 때로 돌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 당대의 스타와 팬들이 지금 다시 소통하는 거라는 사실은 이 특집이 가진 뭉클함의 실체다. 물론 다시 꾸려진 무대에서 HOT와 팬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그 순간이 이 감동의 절정을 보여줄 것이지만. 그들이 소년으로 돌아오자 팬들은 소녀로 돌아가는 그 순간.(사진:MBC)

‘미스티’, 시청자도 빠져드는 김남주의 진심 혹은 거짓

제목처럼 ‘안개가 자욱한’ 상황의 연속이다. 과연 그녀의 진심은 무엇이고 또 거짓은 무엇이며 만일 거짓이라면 왜 그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에서 차량사고로 죽은 케빈 리(고준)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고혜란(김남주)은 참고인이 피의자처럼 취급되는 여론을 마주하게 된다. 청와대 대변인 제의까지 받고 있던 상황에서 고혜란은 대변인 자리는커녕 그가 하고 있던 ‘뉴스9’ 앵커 자리까지 위협받는다. 

그런데 이 고혜란이라는 인물이 가진 심경이 복잡 미묘하다. 그는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 그 이상의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심지어 그가 강태욱(지진희)과 결혼하게 된 것도 그가 가진 집안과 배경이 우선이었다. 결혼까지 이런 이유로 선택할만한 인물이라면 더한 일도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물이 바로 고혜란이다. 

그러니 죽기 전 고혜란을 성추행하고는 그 장면을 사진으로 몰래 찍어 협박했던 케빈 리의 죽음에 그를 의심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는 경찰서에서도 또 남편 앞에서도 결백을 항변한다. 그래서 경찰서 바깥에 운집한 기자들 앞에 당당히 나서고, ‘뉴스9’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자신은 참고인일 뿐이라며 추측성 기사들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송을 한다. 

그 정도라면 그의 결백이 확실해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방송에서 자신의 결백을 항변하는 고혜란의 모습을 보고는 남편 강태욱은 아내에게 이제 믿기로 했다고 말하고 자신에게 기대라고 한다. 그래서 남편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고혜란의 모습은 진짜 그의 결백과 억울함이 묻어나는 듯하다. 하지만 또한 데스크인 장규석(이경영)이 한 뉴스란 ‘팩트에 기반한 쇼’이고 고혜란은 역시 그걸 잘 안다는 말이 걸린다. 방송에서의 멘트는 자못 진지한 것이었지만 그건 과연 진심이었을까.

고혜란이 사망 전 차 안에서 케빈 리와 나누는 대화 역시 그의 진심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는 케빈 리에게 강태욱과 결혼한 건 사랑이 아니라 ‘필요’였다고 분명히 밝히고, 대신 케빈 리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드러낸다. 차 안에서 케빈 리와 키스를 나누는 고혜란의 모습은 그래서 또 다시 그에 대한 의심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케빈 리에게 안겨 어딘가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그것 역시 연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무엇이 진심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고혜란이라는 인물은 ‘미스티’한 느낌 그 자체를 보여준다. 진심으로 얘기하는 것 같지만 필요하면 누구에게도 거짓을 말할 것만 같은 성공에 대한 강박을 가진 인물이 그이기 때문이다. 아주 격이 있어 보이지만 자신의 앵커 자리를 노리는 한지원 기자(진기주)가 케빈 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걸 몰래 사진으로 찍어 몰아내는 술수에도 능한 인물이다. 

<미스티>라는 드라마는 그래서 이 미스터리한 속내를 좀체 드러내지 않는 고혜란이라는 인물이 온전히 이끌어가는 원 탑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고혜란을 연기하는 김남주라는 배우의 속을 알 수 없으면서도 때론 속물적이고 때론 우아하기까지 하며 때론 걸크러시가 느껴질 정도의 통쾌한 면모까지 보여주는 다채롭고 섬세한 감정 연기가 놀랍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미스티>의 고혜란이라는 인물은 이 작품의 동력이면서도 또한 김남주에게 역대급 연기를 끄집어낸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사진:JTBC)

‘어서와’ 친구들이 새삼 확인시킨 제주의 다양한 모습들

제주가 이토록 다채로운 재미를 주는 곳이었던가. 사실 여행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제주의 여러 명소는 이미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소개된 공간이 되었다. 그래서 모든 게 익숙할 법도 한데, 어찌된 일인지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소개하는 제주여행은 남다르다. 이탈리아, 멕시코, 독일, 인도 친구들이 그들의 시선으로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는 것도 새롭게 담아내기 때문이다. 

멕시코 친구들이 찾은 ‘도깨비도로’만 봐도 그렇다. 사실 이제 너무 흔해져서 ‘도깨비도로’를 찾는 사람들은 예전만큼 많지 않다. 그것이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는 걸 이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어서다. 하지만 멕시코 친구들이 그 곳을 찾아 시동을 끈 차가 오르막길처럼 보이는 그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걸 경험하고 놀라워하는 장면은 새삼 이 공간을 흥미롭게 만든다. 

차에서 내려 직접 그 도로를 경험하기 위해 물을 바닥에 따르고, 귤을 굴리지만 생각만큼 거꾸로 굴러가지 않아 당황하는 멕시코 친구들의 모습도 우습지만, 다른 관광객이 놓은 작은 병이 굴러가는 걸 보고는 동글동글한 친구 파블로를 일부러 굴려보는 장면은 ‘도깨비도로’에서도 느껴지는 멕시코 친구들의 유쾌함이 느껴진다. 

독일 친구 페터와 다니엘이 아침부터 든든하게 김치와 곁들여 한 끼를 챙겨먹고 오른 한라산도 새롭게 다가왔다. 눈 덮인 한라산의 아름다운 풍광도 풍광이지만, 이들을 알아보는 등산객 아저씨가 그들은 물론이고 제작진에게까지 음식을 나눠주는 모습은 새삼 ‘산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줬다. 페터와 다니엘이 그 아저씨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느꼈듯이.

알베르토가 제안해 이탈리아 친구들이 체험한 바다낚시는 그들의 첫 경험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알베르토는 어려서부터 이웃집 아저씨 때문에 낚시를 해왔다고 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바다낚시를 해본 적이 없었던 것. 하지만 의외로 가장 많은 물고기를 낚은 루카 앞에서 알베르토는 멋쩍어질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친구들이어서 그저 음식 하나를 먹어도 그 느낌은 다르게 다가왔다. 이탈리아 친구들이 제주 특유의 고기국수 맛에 푹 빠지는 모습이나, 인도 친구들이 산낙지를 통째로 집어 넣어 끓여 먹는 해물탕의 비주얼에 놀라다가, 그 맛에는 더욱 놀라는 모습 또한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어찌 보면 그들이 한 제주여행 자체가 새로웠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외국인, 그것도 다양한 나라의 저마다 다른 문화와 취향을 가진 그들이기 때문에 제주여행의 모든 면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국수를 먹어도, 산을 오르거나 거기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도 모든 게 달라보였던 것.

그토록 많은 여행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래서 국내는 이제 어느덧 너무 흔해진 느낌마저 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면 이런 느낌 자체가 하나의 편견이자 선입견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공간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공간을 누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사진:MBC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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