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는 과연 시청률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까

 

미션으로 제시된 목표 시청률은 20%. 만일 이 시청률을 넘기지 못하면 아이가 죽는다. SBS 월화드라마 <원티드>에서 여배우 정해인(김아중)은 아들 현우의 유괴범이 제시한 라이브 방송에서 그런 미션 시청률을 달성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진다. 그녀는 아들을 구해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범인이 내는 미션들을 해결해야 한다.

 

'원티드(사진출처:SBS)'

그 미션에 목표 시청률 20%가 들어가 있다는 건 흥미롭다. 왜 하필 범인은 정해인으로 하여금 높은 시청률을 거두는 방송을 하게 만든 것일까. 추정되는 이유들은 너무나 많다. 범인이 방송관계자라면 높은 시청률을 통해 이익을 가지려는 것일 게다. 정해인의 스토커라면 그녀를 자신의 뜻대로 방송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을 보기 위함일 수 있다. 어쩌면 정해인의 방송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려는 범인의 의도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드라마가 좀더 뒤로 가야 확실해질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목표 시청률 20%를 내세웠다는 건, <원티드>라는 드라마가 방송의 선정성을 비판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20%를 무조건 달성하기 위해서, 그래서 아들을 무사히 구해내기 위해서, 정해인은 선정적인 방송도 불사해야 한다. 첫 번째 미션으로 차 트렁크에서 발견한 아이의 엄마가 학대받았다는 걸 굳이 증명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그 옷을 찢는 행위는 그래서 그 의도가 시청률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결국 이러한 방송의 선정성은 이 엄마와 아이가 받은 학대만큼 가혹할 수 있다. <원티드>에서는 방송이 표방하고 있는 아이를 구하려는 한 여배우의 간절함이라는 겉면 뒤편에 그것을 통한 저마다의 또 다른 목적들이 어른거린다.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는 아이의 생명보다 특종을 얻고 그 르뽀를 책으로 출간하려고 하고, 형사는 사건을 해결해 진급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물론 방송의 목적 역시 아이를 구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시청률이다. 그 시청률 뒤에는 방송사의 이익과 방송사와 연결된 정치까지 엮어져 있다.

 

아이의 유괴라는 그 본질은 표방되고 있을 뿐 저마다 각자의 욕망들이 그 이면에서 꿈틀댄다. <원티드>에서 이런 허깨비들이 아닌 본질에 가까운 이들은 엄마인 정해인과 아이 그리고 유일하게 진심으로 아이를 구하려 노력하는 형사 차승인 뿐이다. 그들은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아이를 구하려 어떤 짓이든 하는 것이지만,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 이들은 심지어 정해인과 범인이 투톱인 드라마를 찍는 것이라 여기며 범인의 별명을 뭐라 지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선정적인 방송의 신출내기 조연출 박보연(전효성)의 시선은 희비가 교차된다. 카페에서 길거리에서 정해인의 원티드라는 방송에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것에 반색하다가, 방송국 앞에서 선정예능물러가라고 데모하는 이들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녀 역시 이래도 되는가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고민을 싹 지워버리는 건 방송국에 게시된 이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이다. 20.3% 시청률을 확인한 그녀는 다시 웃음을 짓는다.

 

이것은 시청률의 마법(?)이 아닐 수 없다. 그 수치를 위해서는 아이의 생명 따위는 선정적인 방송의 소재로 소비되어 버린다. 저 신출내기 조연출 박보연이 갖는 양가적인 감정처럼, 처음에는 방송이 지켜야할 어떤 선들이 시청률이 주는 쾌감들과 교차하며 심사를 복잡하게 했을 것이지만 점점 깊숙이 그 시청률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면 베테랑 작가 연우신(박효주)이나 신동욱(엄태웅) PD처럼 비정해진다.

 

어쩌면 이 세계는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표징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이가 유괴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자신들의 게임만을 하고 있다. 아이에게 진술을 받던 형사 차승인(지현우)은 문득 이런 이야기를 건넨다. “네가 절대 잘못한 게 아냐. 어른들이 잘못한 거야. 내가 어른들을 대표해서 사과할게.” 그건 진심일 것이다. 시청률 지상주의처럼 저들만의 목표로 현실이 질주하고 있지만 정작 그 대상인 아이는 소외되고 있는 현실.

 

<원티드>는 그 시청률 지상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시청률 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자극적인 방송의 양상들이 드라마의 극성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서 범인이 내세우고 있는 20% 시청률이라는 목적은 <원티드>라는 드라마 역시 벗어날 수 없는 목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원티드>라는 드라마의 실제 시청률은 6%에 머물러 있다. <원티드>는 과연 이 시청률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까. 드라마가 메시지로 던지고 있는 것처럼, <원티드>는 시청률과 무관하게 끝까지 할 이야기를 해내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모쪼록 좋은 메시지가 좋은 시청률로 이어지길 바라지만 현실이 그것을 받쳐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국수의 신><뷰티풀 마인드>, KBS드라마가 고민해야할 것

 

<태양의 후예>의 저주인가? 심지어 KBS 드라마의 부활이라고까지 얘기됐던 그 분위기는 <태양의 후예>가 끝나고 삽시간에 잦아들었다. 후속작으로 기대했던 <국수의 신>10%를 넘기지 못하고 7%대에 머물러 있다. 월화의 시간대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최고 시청률 17.3%(닐슨 코리아)까지 내며 종영했지만 후속작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뷰티풀 마인드>는 고작 4%대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국수의 신(사진출처:KBS)'

물론 드라마라는 것이 다 예상한 대로 잘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국수의 신><뷰티풀 마인드>의 경우는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낮은 의외의 결과를 보인 작품들이다. 잘 만들었지만 시청자들이 그만한 호응을 보내지 않고 있다는 것. 이것은 드라마가 보여주려는 것과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걸 말해준다.

 

<국수의 신>은 복수극이다. 복수극에서 역시 중요한 건 악역이지만, 또한 그만큼 중요해지는 게 그 악역을 뛰어넘고 고구마 전개를 사이다로 풀어내주는 주인공의 역할이다. 이 드라마에서 악역 김길도(조재현)를 맡은 조재현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목적을 위해서는 눈 하나 까닥 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는 희대의 악역 캐릭터는 조재현의 묵직한 연기가 얹어져 드라마 전체의 힘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무명이(천정명)는 그만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언가 통쾌함을 선사하는 복수극의 진면목이 느껴져야 하는데, 어째 김길도에게 이리 저리 휘둘리는 인상이 짙다. 천정명의 연기도 조재현만큼의 존재감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수의 신>은 악역의 힘으로 흘러가는 드라마가 되었다. 너무 어두운 이야기들은 결코 요즘의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통쾌함을 기대했건만 잦은 패배와 복수에 대한 다짐만 반복되는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지치는 건 당연지사다.

 

<뷰티풀 마인드> 역시 완성도는 떨어지지 않는 작품이다. 공감 제로의 천재외과의라는 설정은 의학드라마라는 장르적 설정 속에서도 공감과 소통이 인간의 증명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메시지를 담아낸다. 하지만 <뷰티풀 마인드>는 의학드라마에 스릴러라는 장치를 넣었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 섬뜩함마저 느껴지게 만드는 반전 스토리는 물론 흥미진진할 수 있지만, 이것이 지금의 시청자들이 의학드라마라는 틀을 통해 보고 싶어 하는 건지는 미지수다. 최근 시청자들은 소름끼치는 이야기보다는 좀 더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에 시선이 가기 때문이다.

 

<뷰티풀 마인드>에서도 연기의 문제는 여전히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주인공인 이영오 역할의 장혁은 늘 연기가 비슷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이 드라마에서도 듣고 있다. 상대역할인 계진성(박소담)은 캐릭터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박소담은 영화에서는 대단한 연기를 보였지만, 드라마에서의 연기는 어딘지 어색한 면이 묻어난다.

 

결국 <국수의 신><뷰티풀 마인드>도 괜찮은 완성도의 이야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외면 받는 상황이다. 게다가 KBS라는 플랫폼의 충성도 높은 시청층들이 이러한 스릴러 장르물들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감안해보면 이들 드라마들이 왜 힘을 내지 못하는가 하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드라마들은 작품의 내적 완성도만큼 중요한 것이 대중들의 정서다. 즉 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인가 아닌가에 따라 완성도와는 별도로 성패가 결정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간만에 <태양의 후예><동네변호사 조들호>로 부활의 단초를 잡은 KBS드라마가 좀 더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것은 KBS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지만.

준수에 택연까지, <집밥 백선생2> 손님 오니 재미 두 배

 

JTBC <집밥 백선생2>에 이종혁의 아들 준수가 등장한다는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감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MBC <아빠 어디가>를 통해 준수는 독특한 4차원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아이답게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말과 행동은 그 순수함 때문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집밥 백선생2(사진출처:tvN)'

백종원은 살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어른들이야 조금 요리가 생각만큼 맛이 없어도 예의 상 맛있다고도 해줄 수 있지만 아이들은 솔직하다. 특히 준수는 속에 없는 말을 절대 할 아이가 아니다. 그러니 막상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 놓고도 준수의 눈치를 살필 밖에.

 

준수의 등장은 아이의 입맛에 딱 맞는 돼지고기로 하는 부드러운 스테이크요리가 제격이게 만들었다. 사실 돼지고기 목살로 하는 스테이크 자체가 조금 낯설 수 있지만 늘 구워 먹기만 했던 목살이 이토록 고급진 스테이크 요리로 탄생할 지는 출연자들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잘 구워진 스테이크에 백종원이 만든 특제소스를 얹어 내놓은 음식을 먹어본 준수는 부끄럽게 맛있어라고 한 마디 할 뿐이었다. 어찌 들으면 무미건조하게까지 들리는 그 한 마디 말.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 말에 대한 신뢰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배운 대로 아빠 이종혁이 준수에게 직접 스테이크를 만들어주는 모습은 손님의 출연으로 <집밥 백선생2>가 이제 조금씩 새로운 스토리를 변주하기 시작했다는 걸 말해준다. 지난 회 정준영의 절친인 자취 4년차 최태준이 등장해 그가 좋아하는 매운 요리를 위한 소스 레시피가 공개된 것도 게스트 출연에 따른 스토리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다음 주 예고편에는 <삼시세끼> 정선편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옥택연이 출연한다. 면 요리를 좋아한다는 그의 취향에 맞춰 <집밥 백선생2>는 각종 우동 요리들을 선보일 예정이란다. 그리고 이어지는 옥택연과 정준영의 요리 대결은 마치 <삼시세끼><집밥 백선생2>의 대결처럼 흥미진진해지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삼시세끼>에서 옥셰프라 불리던 옥택연이 아닌가.

 

<집밥 백선생2>는 물론 백종원만의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이고 그럴싸한 레시피가 재미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것도 반복되면 어떤 이야기의 패턴처럼 프로그램이 느슨해질 수 있다. 손님의 출연은 그런 점에서 이 패턴에 변수를 더해 긴장감을 만들어낸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손님들은 <집밥 백선생2>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외부인으로서의 손님은 시청자들을 대리해 그 요리의 세계에 들어가는 몰입을 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외부인이 잠깐 배우는 레시피는 시청자들 역시 쉽게 그 선보인 요리를 시연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효과적인 레시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던 <집밥 백선생2>. 이제는 손님을 통해 이야기를 변주함으로써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 오해영>, 로맨틱 코미디의 또 다른 진화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둘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가 등장한다. 그 장애는 연적이 되기도 하고 부모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너무 다른 빈부 격차가 되기도 하고 아주 가끔씩은 사회적 편견이 되기도 한다. 달달하고 웃긴 코미디로 시작하지만 중반 이후로 흘러가면서 조금씩 무거워지고 심지어 비극을 향해 달려가기도 하는 흐름을 보인다.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에 대한 논의들이 오갈 때 드라마는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며 끝을 마무리한다.

 

'또 오해영(사진출처:tvN)'

그 많은 로맨틱 코미디들이 보여줬던 공식들이다. tvN <또 오해영> 역시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전개과정은 사뭇 다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지만 그것은 인연이 아닌 악연으로 시작하고 그 악연이 다름 아닌 같은 이름때문에 빚어진 오해로부터 비롯된다는 건 그 많던 공식들과 비교해보면 새롭게 다가온다.

 

그렇게 꼬이며 만나게 된 남녀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웃하며 벌이는 알콩 달콩한 시트콤적 상황들은 여지없이 로맨틱 코미디의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소리를 채취하고 만들어내기도 하는 음향 감독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이 전형적 상황들을 변주시킴으로써 드라마를 새롭게 만든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살짝 보인 직업의 세계지만, <또 오해영>의 도경(에릭)이 들려준 창문을 열면 들려오는 햇볕의 소리같은 건 확실히 참신한 소재들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시도한 새로움은 도경이 갖고 있는 독특한 능력(혹은 병)을 통한 것들이다. 다름 아닌 오해영(서현진)과 관련되어 미래를 보는 능력은 이 로맨틱 코미디의 갈등 양상을 독특하게 만들었다. 벌어지지 않은 미래의 일들이 도경의 눈에 비춰지면서 드라마는 굉장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즉 자꾸만 보이는 도경의 죽음을 암시하는 미래의 풍경들은 드라마 속에서 도경이 해영과 거리를 두려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하자는 의지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물론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더 간절해진다. 혹여나 이 달달한 커플이 새드엔딩을 맞이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은 마지막회까지도 이어진다.

 

로맨틱 코미디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대를 뛰어넘는 이야기의 소재로 기능할 수 있었지만, 너무 많이 다뤄지면서 식상해지고 긴장감도 흐트러진 면이 있다. <또 오해영>이 흥미로운 건 이렇게 흐트러진 긴장감을 미래를 보는 능력이라는 정신 병리학적 상황을 투입함으로서 다시 팽팽하게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오해라는 어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사건이 수많은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는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인간이 얼마나 가녀린 존재인가를 부지불식간에 드러낸다. 사랑은 굉장한 운명적 사건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사소한 실수와 오해가 만들어낸 신의 장난같은 것이다. 도경과 해영의 만남이 그렇고, 수경(예지원)과 진상(김지석)이 관계를 맺는 과정이 그렇다.

 

비극이 운명 앞에 그 가녀린 존재로서의 인간을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보게 만들어내는 것처럼 <또 오해영>은 그 사소한 부딪침들에 대해 웃음이 나다가도 어느 순간 그것들이 엮어내는 무거운 삶 앞에서 그들을 연민과 동정의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아마도 도경이 가진 미래를 보는 일은 그래서 그것이 능력이라기보다는 극복해야할 질병처럼 느껴지는 것일 게다.

 

그렇게 모든 게 꼬일 대로 꼬인 사소한 오해를 통해 우리는 만나게 되지만 그 운명을 뛰어넘는 건 두 사람의 의지라는 점에서 사랑은 위대하다. <또 오해영>에서 도경이 보던 미래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가 해영을 더 깊게 사랑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다른 미래를 선택하는 것으로 미래를 바꾸게 된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인간의 정해진 운명과 그걸 뛰어넘는 의지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또 오해영>이 로맨틱 코미디라는 가벼울 수 있는 장르를 가져와 얻어낸 적지 않은 성취다. 사실 어찌 보면 로맨틱 코미디는 그 장르 자체가 식상해진 게 아니라는 걸 이 드라마는 보여줬다. 그 틀이 마치 운명처럼 정해진 노선으로만 달렸던 것이 그 흔한 로맨틱 코미디들이 가진 한계였다면, 그 노선 바깥으로 슬쩍 방향을 돌려놓음으로써 그 밖에도 무한한 가능성의 로맨틱 코미디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건 <또 오해영>이라는 드라마의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마치 도경이 정해진 미래를 벗어난 선택으로 미래를 바꾸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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