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유해진 합류 전과 후 뭐가 달랐나

 

차승원은 어딘가 어색해했다. 당연할 것이다. 얼굴만 봐도 척척 그 속내를 알아채고 같은 나이 또래에 함께 배우 생활을 해온 그 경험치를 공유해온 친구, 유해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맞아주는 손호준과 새롭게 가족이 된 남주혁은 반갑게 그를 맞아주었지만 툭 던지는 아재개그 앞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을 보며 차승원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물론 차승원 역시 새로 합류한 남주혁을 세심히 살피고 챙겨주었다. 배우 이전에 모델 대선배인 차승원이 남주혁에게는 못내 어려운 선배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트에서 남주혁이 우유를 만지작대면 그걸 좋아하나보다 하며 사주고, 그의 입맛을 배려해 떡볶이 떡을 사와 닭복음탕에 넣어주었다. 어려워할 그에게 불 잘 지핀다며 칭찬을 해주고 뭔가를 시킬 때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배려의 모습은 훈훈하긴 하지만 <삼시세끼>가 본래 갖고 있는 그 편안함과 자연스러움과는 살짝 벗어나 있는 것이었다. <삼시세끼>가 애초에 정선에서 이서진과 옥택연을 출연시킨 건, 그들이 이미 <참 좋은 시절> 같은 드라마로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굳이 어색한 만남의 과정을 가질 필요가 없어서다. 그래서 시작부터 투덜대고 못하는 밥이나마 챙겨 먹으며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별다른 사적 관계가 없는 남주혁의 출연에 유해진의 부재는 차승원으로서는 이번 <삼시세끼>가 만만찮게 다가왔을 것이다. 유해진 같은 존재가 있어 같은 또래끼리 치고 박고해야 편안해질 텐데, 두 명의 후배들 위에서 선배로 시키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차승원은 오히려 자신이 불편해질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차승원은 새 삼시세끼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요리에 들어갔다. 텃밭에서 야채를 가져와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은 것. 그렇게 뚝딱 한 끼를 해먹고는 바로 저녁엔 뭐 먹을까를 고민하는 그들은 읍내에 나가 장을 보고 돌아와 닭볶음탕을 해먹는다. 그렇게 어찌 보면 이 첫 날의 모습은 마치 차승원이 요리를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런 다소 어색한 분위기는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유해진이 이 마을로 슬슬 걸어 들어오면서 깨져나갔다.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아재개그를 툭툭 던지는 유해진은 바로 어제 만재도에서 나온 사람처럼 변함이 없었다. 그는 동네 이장님댁에 가서 차승원을 놀래키기 위한 이장 분장을 하면서도 너무 잘 그 동네에 어우러졌다. 물론 뒤태만 봐도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유해진이라는 걸 척 알아맞히는 차승원 때문에 몰래카메라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이렇게 완성된 완전체는 이제야 비로소 <삼시세끼> 같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골 길을 함께 걸어가며 유해진과 차승원은 비로소 특유의 아재스럽지만 푸근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개그들을 늘어놓는다. 후배인 남주혁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선배들을 친구처럼 대하라며 이런 저런 농담을 던지는 그 모습은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후배들까지 빠져들게 했다. 카메라가 부감으로 빠져나가며 비추는 네 사람의 즐거운 모습은 그래서 고창의 어느 마을과 조금씩 어우러져가는 이들을 잘 표현해주었다.

 

도대체 유해진의 무엇이 이런 효과를 가져온 것일까. 그것은 그에게서 배어나오는 시골스러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차승원과 손호준 그리고 남주혁은 아무래도 그저 서 있기만 해도 모델 같은 도회적 느낌을 준다면, 유해진은 진짜 시골 이장님 같은 푸근한 인상이다. 그것은 외적인 것만이 아니라 그가 하는 말투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 이러니 <삼시세끼>에 그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스케줄 때문에 생겨난 일이지만 하루의 격차를 두고 유해진 합류 전과 후로 <삼시세끼>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것만큼 유해진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일이 있을까. 유해진의 합류로 본격화된 완전체의 고창에서의 시골 살이가 더더욱 궁금해진다

<닥터스>의 박신혜-김래원, <운빨>의 류준열-황정음

 

지상파들의 드라마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tvN 드라마의 급성장이 주는 자극은 지상파들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고 이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리게 되면 끝없이 추락할 거라는 공포감마저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 있다. 바로 캐스팅이다. 누가 캐스팅되었고, 그 연기자가 얼마만큼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또 팬덤을 갖고 있는가는 드라마의 성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닥터스(사진출처:SBS)'

월화드라마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는 SBS <닥터스>는 박신혜와 김래원이라는 두 배우의 힘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2003<천국의 계단>에서 아역으로 시작해 2009<미남이시네요>로 확실한 한류스타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넌 내게 반했어>, <상속자들>을 거치면서 배우로서의 색깔을 점점 채워나간 박신혜는 이번 <닥터스>에서는 조금은 반항적이면서 여성들도 선망할 멋진 걸 크러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혜정이란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간 착하고 밝은 소녀로서의 이미지만 보여왔던 그녀의 이런 변신은 <닥터스>라는 어찌 보면 전형적일 수 있는 의학 성장드라마를 매력적으로 만든 중요한 요인이다.

 

한편 상대역으로 등장한 김래원은 <천일의 약속><펀치> 같은 다소 무거운 캐릭터의 옷을 벗어버리고 따뜻하고 자상한 이미지의 홍지홍 역할을 선보이고 있다. 교사이자 의사 역할인 극중 홍지홍의 모습은 김래원의 훨씬 더 자연스러운 연기의 면면들을 끄집어내주기에 충분했다. 선생과 제자로 만나 서로에 대한 연정을 키워가는 쉽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박신혜와 김래원이라는 두 배우가 가진 그 자체의 매력은 이 멜로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닥터스>와 경쟁작으로 동시에 시작된 <뷰티풀 마인드>는 그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다 여겨지지만 아쉽게도 장혁과 박소담의 힘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장혁이 하는 공감 제로의 의사 역할은 쉽지 않은 것이다. 때론 카리스마가 느껴지지만 때론 아픔이 느껴지는 그 면면들을 연기해내야 한다. 하지만 장혁에게서는 여전히 <추노> 대길이의 이미지가 느껴진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또한 드라마가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영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박소담의 연기는 어딘지 어색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배우에 대한 호감도나 몰입은 <닥터스>와의 대전에서 <뷰티풀 마인드>가 힘을 좀체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사정은 수목드라마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실 지상파 수목드라마의 성적은 전반적으로 추락해 있다. 지상파 드라마에서 미니시리즈 편성시간대로 자리해있는 수목드라마가 이처럼 10% 시청률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지상파 드라마가 처한 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운빨로맨스>가 그마나 수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류준열과 황정음이라는 두 배우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운빨로맨스>의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하다. 초반의 을 중심으로 이어가던 이야기들도 중반으로 들어오면서 상당부분 사라져버렸고, 대신 심보늬(황정음)와 제수호(류준열)의 달달한 로맨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것은 스토리의 힘이라기보다는 황정음과 류준열이라는 배우들의 팬덤과 그들 팬덤이 요구하는 장면들을 충족시켜주는 데서 나오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캐스팅의 힘이라는 것이다.

 

종영한 <국수의 신>이나 새롭게 시작한 <원티드> 모두 스토리의 힘을 강조한 작품들이지만 캐스팅의 힘만으로 보면 <운빨로맨스>를 이기기가 어렵다. <국수의 신>은 주인공 천정명보다 악역인 조재현의 힘이 더 많이 느껴진 드라마로 종영했고, <원티드>의 김아중은 엄마 연기에 대한 몰입도가 그리 강하게 어필되지 못하고 있다. <운빨로맨스>의 선전은 그나마 황정음과 류준열에게서 기대되는 캐릭터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지고 있고, 그들이 또한 연기자로서의 열정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생겨났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캐스팅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까닭은 작품의 편차가 압도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어느 정도는 평준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이렇게 팬덤을 갖고 있는 배우들의 작품 선택이 그만큼 신중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는 그래서 갈수록 더 드라마의 성패에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수보다 소녀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걸 그룹

 

JTBC의 새 예능 프로그램 <잘 먹는 소녀들>에 대한 이승한 칼럼니스트가 쓴 이게 여성 아이돌에게 방송국이 할 짓인가라는 냉엄한 비판에 대해 대중들은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대중문화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겹쳐져 부정적인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이른바 먹방걸 그룹 방송이 그것이다.

 

'잘 먹는 소녀들(사진출처:JTBC)'

먹방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 이전부터 음식 프로그램들은 이미 푸드 포르노의 양상들을 그 안에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 <결정! 맛대맛>이나 <찾아라! 맛있는 TV> 같은 식욕자극 프로그램들은 먹방이 트렌드가 되기 훨씬 이전인 2006년에도 이미 푸드 포르노의 징후들을 보여준 바 있다. 그나마 <6시 내 고향>류의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던 음식 소개가 시장을 살린다거나 농촌을 살린다는 취지를 내세워 수위를 조절했다면, 당시 식욕자극 프로그램들에서는 점점 노골화되는 방송의 선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잘 먹는 소녀들>은 먹방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이러한 푸드 포르노적인 성격에 걸 그룹 소녀들을 수많은 시선들 속에 세워 두었다는 점에서 더 노골화된 먹방의 선정성을 드러냈다. 걸쭉한 음식이 소녀들의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클로즈업하고 슬로우 모션으로 자세히 보여주는 장면들은 만일 그것이 식욕과 성욕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은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면 기막힌 컷으로 여겨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그런 영화가 아니다. 실제로 먹방이라는 허울 아래 소녀까지 등장시켜 푸드 포르노를 극대화한 장면일 뿐이었다.

 

그것은 먹방이 본태적으로 갖고 있는 선정성은 물론이고, 최근 걸 그룹들이 방송에서 어떻게 선정적으로 소비되고 있는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미 이런 기형적으로 되어가는 걸 그룹 소비방식이 주는 불편함은 도처에서 그 징후를 드러낸 바 있다. 여름철만 되면 쏟아져 나오는 걸 그룹들의 섹시 경쟁은 이제는 식상해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의 실종이나 꿀벅지베이글이니 하는 입에 담기도 불편한 표현들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에서 통용되는 용어처럼 되어버렸고, 이러한 섹시 이미지에 더해 오빠애교로 대변되는 귀여운 이미지까지 걸 그룹들은 동시에 수용해야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프로듀스101>은 걸 그룹들이 어째서 노래만으로 승부할 수 없는가를 우리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채 피라미드형 삼각대형 무대에 올라가 군무를 추며 픽미!”를 외치는 그들의 절박함을 방송은 온전히 활용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호통치고 면박을 주고 경쟁에서의 탈락을 통해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경쟁하면서도 같은 위치에 서 있는 그 아픔들을 보듬는 선의까지 방송을 통해 소비되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그 안에서 노래와 춤 같은 음악 자체는 그다지 주목되지 않았다. <슈퍼스타K><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거기 출연한 이들의 음악에 집중하게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대신 방송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녀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되었다. 누가 누구를 도와줬고, 누구는 자신만 살기 위한 이기심을 드러냈다가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것이 본래 오디션 형식을 갖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의 생리일 수 있지만, 특이하게도 이 소녀들은 음악 자체보다 이미지로 더 많이 소비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것은 어쩌면 경쟁의 소산일 수 있었다. 즉 경쟁적으로 걸 그룹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또 그네들의 음악이라는 것이 확실한 변별력을 갖기보다는 너무 비슷비슷해 이른바 섹시와 큐티 사이의 이미지를 반복하는 걸 그룹 노래라는 틀로 뭉뚱그려지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어떻게 하면 음악 이외의 방법으로 자신들을 드러낼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 결국은 방송이다. 이제 방송에 나가게 된다면 무엇이든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토크쇼에서 뜬금없이 춤을 춰달라는 요구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자리에서 민망할 수 있는 춤을 춰야 하고, 당당한 자신의 직능으로서의 가수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로해줘야 하는 그런 존재로서 이미지 메이킹 되어야 한다. 심지어 그들이 누군가의 선물로 소비되는 방송 속에서 걸 그룹이 갖고 있는 가수로서의 존재감은 희석되어 버린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건 그들의 절박함을 미끼로 섹시와 큐티와 정숙까지를 요구받으며 끊임없이 기형적으로 소비되는 소녀 이미지.

 

과연 지금 우리에게 걸 그룹은 가수가 맞을까. 물론 음원차트 속에서 걸 그룹은 노래로 소비되지만 그 노래조차도 음률과 가사의 묘미라기보다는 섹시와 큐티와 정숙이 뒤범벅된 소녀 이미지들인 경우가 적지 않다. 모든 걸 그룹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치열해진 청춘들의 전선들처럼 이들 걸 그룹들은 가수로서의 본질 그 이상의 이미지를 소비하면서까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문제는 이것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즐기며 내재화하는 일이 가져올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지금의 우리네 사회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거의 다 내포되어 있다. 자신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진 경쟁사회와, 사적인 것들마저 무대 위에 올라 소비되는 투명사회, 우리에게 너무도 깊게 내재화되어 그것이 무슨 잘못인지도 모른 채 행해지는 기형적인 성 소비들 같은 문제들이 거기에는 뒤얽혀있다. 무엇보다 이런 방송들을 통해 어차피 세상은 다 저렇다고 체념하고 포기하며 나아가 순응하게 되는 청춘들의 냉소적인 시선은 어쩌면 가장 끔찍한 우리 사회의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걸 그룹은 어째서 온전히 가수로서 설 수 없게 된 걸까. 청춘들이 그 나이에 걸맞게 도전하고 즐기며 살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하반기 JTBC드라마 라인업, 그 기대감

 

<미생>, <시그널>, <기억>, <디어 마이 프렌즈> 그리고 <또 오해영>까지. tvN이 최근 내놓은 드라마들의 성취는 놀랍다. 거의 영화적인 영상미와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는 엣지 있는 메시지, 게다가 톱 배우들의 인생연기라 할 만큼 돋보이는 연기까지 높은 완성도를 가진 드라마들을 이렇게 연달아 내놓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tvN 드라마 때문에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이 너무 비슷한 패턴에 묶여있는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tvN 드라마는 확실히 브랜드를 쌓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청춘시대(사진출처;JTBC)'

이러한 흐름에 따라 최근 눈에 띄는 것이 JTBC드라마의 하반기 라인업이다. 사실 <밀회> 같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온 JTBC지만 최근 1년 동안 JTBC드라마는 이렇다 할 한 방을 보여주진 못했다. 드라마 편수도 1주에 한 편으로 줄였고 그렇게 라인업된 드라마들도 어떤 건 너무 과해서 어떤 건 너무 약해서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엔 어려웠다. 그나마 <송곳>이나 <욱씨남정기> 같은 드라마가 시대 현실을 날카롭게 찌르며 자존심을 세워줬을 뿐이었다.

 

이렇게 된 건 JTBC드라마가 그간 일종의 숨고르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달라지고 있는 드라마 트렌드에 맞춰나가기 위해 인력을 보강하고 작가와 배우들을 차근차근 섭외해나가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하고 있었던 것. 최근 나오고 있는 JTBC 하반기 드라마 라인업은 그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청춘시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힘쎈 여자 도봉순>, <맨 투 맨> 등이 그 작품들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마녀보감>의 후속으로 들어오는 <청춘시대>. 우리에게 <연애시대>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박연선 작가가 대본을 쓰고 작년 방영되어 호평을 이끌었던 <사랑하는 은동아>의 이태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연애시대>가 이혼 후 연애라는 당대의 달라진 결혼풍속도의 일단을 감각적인 대본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라면, <청춘시대>는 셰어하우스에 동거하는 다섯 명의 청춘들의 연애담이 담겨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박연선 작가에 대한 기대감이 큰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는 이선균 캐스팅에 유명한 일드 리메이크로 벌써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송곳>을 연출했고 <조선명탐정> 같은 영화 연출로도 유명한 김석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10년 차 PD의 이야기지만, 요즘 시대에 맞게 SNS를 통한 고민상담 같은 트렌디한 요소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게감 있는 주제지만 가벼운 코미디 스타일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힘쎈여자 도봉순>은 박보영 캐스팅으로 내년 1월 방영을 예정하고 있는 작품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여성들의 히어로를 담아낼 이 작품은 그 캐릭터가 박보영이라는 배우와 얼마나 잘 맞아 떨어질 것인가가 주목되는 드라마다. <사랑하는 은동아>로 감각적인 필력을 인정받은 백미경 작가가 대본을 쓰고 <욱씨남정기>의 이형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연기자 박보영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으로 느껴지는 드라마.

 

<맨 투 맨>은 메가히트를 거둔 <태양의 후예>를 공동집필한 김원석 작가의 작품으로 <치즈 인 더 트랩>으로 중국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박해진이 주연을 맡았다. 배우와 경호원의 이야기로 <태양의 후예>가 보여줬던 액션과 멜로의 또 다른 교집합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를 기대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밖에도 아직 확정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7급공무원>을 쓴 천성일 작가의 <더 패키지>가 기획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현지 가이드와 관광객들이 벌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성의 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른 스토리라인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연희가 출연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JTBC 하반기 드라마 라인업에서 주목을 끄는 건 박해진, 이선균, 박보영 같은 캐스팅과 박연선 작가, 김석윤 감독, 김원석 작가 같은 스타 제작진들의 면면이다. 드라마를 성공시키는 요인들은 다양하지만 결국 드라마의 성패는 그걸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JTBC 드라마의 하반기 라인업은 확실히 시선을 끄는 면이 있다. 만일 tvN 드라마들이 거둬가고 있는 성과들처럼 JTBC 드라마가 결실을 가져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네 드라마 판도는 또다시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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