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용팔이>, 초반 기세 이어가려면

 

11.6%로 시작해 단 6회만에 20.4%로 거의 두 배의 시청률을 돌파했던 <용팔이>의 그 기세는 왜 주춤해졌을까. 사실 시청률 20%는 최근 주중 드라마의 최대상한선처럼 굳어있다. 그 이상을 넘겨 30%까지 치고나가는 게 드라마 시청패턴 변화와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해 쉽지 않아진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용팔이(사진출처:SBS)'

하지만 <용팔이>20% 시청률에서 주춤하고 있는 건 이런 환경적 요인과 그리 상관이 없어보인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초반의 기세를 생각해보면 30%는 힘들어도 25%까지의 시청률은 무난하게 돌파할 것이라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용팔이>는 지금 현재 우리네 대중들의 심중에 자리하고 있는 불편부당한 정서의 뇌관을 툭툭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VIP 병동에서 호화롭게 병원서비스를 받는 고객님(?)들과 일반병동에서 의사가 제때 돌봐주지 않아 죽어나가는 환자들. 같은 한신병원이라는 공간 속에 자리한 이 확연한 계급구조는 우리네 사회의 축소판처럼 여겨졌고, 그 안에서 속물을 가장한 휴머니스트 의사 김태현(주원)과 재벌 상속녀지만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병원에 감금되어 있는 가련한 여인 한여진(김태희)이라는 인물들은 부조리한 자본 시스템이 양산한 양극단의 희생자들처럼 보였다.

 

그러니 이들을 둘러싸고 자본 쟁탈전을 벌이는 한도준(조현재) 회장과 한신건설 고사장(장광) 같은 인물은 생명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자본이 부리는 하수인으로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한다. 결국 <용팔이>의 파괴력은 이들과 김태현, 한여진이 벌이는 팽팽한 대결구도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VIP병실에 감금되어 누워 있던 한여진이 깨어나면서 <용팔이>의 이야기는 갑자기 김태현과 그녀의 멜로로 흘러간다. 그것도 자연스러운 멜로라기보다는 너무 급진전되는 양상으로서 흘러가는데다, 한 회 분량을 거의 이 멜로에 쏟아 붓는 바람에 자칫 지금껏 존재해온 팽팽한 대결구도가 흐려지는 결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용팔이>에서 멜로는 독보다는 득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즉 김태현과 한여진 사이에 만들어지는 멜로의 강도는 이들을 다시 떼어놓으려는 한도준 회장 일파로 인해 드라마에 긴박감을 넣어줄 수 있다. 이미 사랑하는 남자를 잃게 됐던 트라우마를 가진 한여진에게 있어서 김태현에게 다가오는 위기는 분명 극의 긴장감을 높여줄 것이다.

 

하지만 그 멜로도 자연스러워야 한다. 너무 눈에 보이게 관계를 진전시키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한신병원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마을의 성당에서 알콩달콩한 멜로를 키워가는 모습은 잠시간의 휴식처럼 다가오지만 한참 달려야할 드라마가 너무 한가롭게 흘러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주춤하고 있는 <용팔이>는 아직도 더 달릴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초반 쉴 틈 없이 돌아가던 사건과 액션을 다시 가동시켜야 한다. <용팔이>처럼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드라마에서 멜로는 극의 감미료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빨리 제 궤도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김태현이 다시 저들과 팽팽하게 맞붙는 이야기를 통해 서민들의 판타지와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것이 초반의 기세를 계속 이어 용두사미가 되지 않는 길이다



<학교>와 샤킬 오닐, 이 비현실적 조합의 성취

 

저거 합성 아냐? 아마도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보던 시청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학교, 그것도 우리네 고등학교에 거구의 샤킬 오닐이 학생복을 입고 등교하고 있는 풍경이라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사진출처:JTBC)'

학교는 단박에 난리가 났다. 시청자들에게도 비현실적인 풍경처럼 보이는 거구의 사나이가 성큼성큼 교문을 지나 들어오고 있으니 당연할 법도 하다. 지금의 고등학생들에게 샤킬 오닐은 낯선 인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를 느끼는 데는 아무런 시간적 장벽도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 거구의 사내는 자신을 보고 환호해주는 학생들을 향해 하이파이브 주먹을 내밀며 자신의 방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거구에서 나오는 위압감에 조금 떨어져 따라오던 학생들은 그에게 달려나와 서로 그 주먹을 툭툭 건드리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사실 샤킬 오닐이라는 존재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나오는 장면은 중년들에게 특히 각별한 느낌을 줬을 것이다. 샤킬 오닐이 누군가. 과거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과 함께 NBA 붐이 국내에 한참 불었을 때 엄청난 존재감으로 나타났던 닉네임 그대로 샤크가 그가 아닌가. 우악스러울 정도로 강력한 그의 덩크슛에 농구대가 종잇장처럼 찢어져 나가는 장면을 보며 환호했던 그들이다.

 

아마도 당시 고등학생이었을 중년들의 눈에, 샤킬 오닐이 한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풍경은 순식간에 시간을 과거로 돌려놓았다. 이제 그 샤킬 오닐이 우리네 고등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도무지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열광의 존재가 우리 옆에 앉아 말을 건네는 듯한 장면은 자꾸만 생각해도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샤킬 오닐을 가까이에서 보자 의외로 귀여운 모습이다. 잠깐 보여진 모두들 안녕 나는 샤크야라고 인사하는 장면 속에서 샤킬 오닐은 마치 어린 아이 같은 천진한 얼굴이었다. 물론 언어의 벽이 있지만 흥 많기로 소문난 그의 노래와 녹슬지 않은 농구실력은 그 벽을 쉽게 허물어버릴 것으로 보인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샤킬 오닐의 조합은 그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판타지를 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특히 그를 기억하는 중년들에게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이 주는 복고적인 감성에 더욱 빠져들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기획의 승리다. 샤킬 오닐이 만일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에 나왔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이미 유명한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다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프로그램 속으로 성큼 성큼 들어오는 샤킬 오닐의 모습은 바로 그 비현실적인 느낌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시선과 감성을 잡아끈다. 특히 그에 대한 기억이 남다를 중년들에게는 더더욱.



<불타는 청춘>에 강수지가 만드는 효과

 

강수지는 저희에게 이효리예요.” <불타는 청춘>의 박상혁 PD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강수지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김국진과 함께 달달한 치와와 커플로 불리는 강수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잘 관리된 몸매에 여전히 청순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그녀가 보여주는 존재감이 <불타는 청춘>에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다.

 


'불타는 청춘(사진출처:SBS)'

사실 <불타는 청춘>은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50(혹은 50대에 가까운) 중년들이 출연해 아직 젊은 청춘의 면면들을 보여준다는 건, 동세대 혹은 그 윗세대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공감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중년을 바라보는 40대들에게는 자칫 프로그램 시청 자체가 꺼려질 수 있다. 그것이 스스로 나이 들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느낌을 상쇄시켜주는 인물이 바로 강수지다. 사실 과거 하이틴 시절의 강수지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갸녀린 체구와 청순한 이미지만으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강수지도 나이가 들었다. 물론 이제 50줄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그 외모는 달라진 게 별로 없어 보일 정도로 젊다. 그렇지만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김국진과의 썸을 보여주면서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경험이 묻어나는 원숙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간간히 허당기가 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는 오히려 그 허술함이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즉 그녀에게 세월의 흐름은 과거의 것을 지워버리고 새로 나이든 모습이 채워지는 게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나이테처럼 쌓여 공존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나이 들어가는 이들에게는 모두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나이 들어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늘 건강한 웃음과 젊었을 시절의 풋풋함을 유지하면서도 나이 들며 갖게 된 좀 더 편안해진 모습을 갖게 되는 것. 그것이 누구나 원하는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아닐까.

 

<불타는 청춘>이 보여주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이 들면 갖게 되는 그 원숙함과 능수능란함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마음이 설레는 그들 안의 청춘을 발견해내는 것. 그래서 이들이 함께 모여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낯선 시골집에서 한 끼 밥을 함께 해먹으며 때로는 청춘의 왁자한 웃음을 터트리고 때로는 마음 속 깊은 중년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 자체로 마음 한 구석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

 

<불타는 청춘>은 마치 과거 <패밀리가 떴다>의 중년 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박상혁 PD는 강수지를 굳이 이효리에 비교해 말했을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 안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이겠지만 강수지와 김국진의 썸이 실제로 이뤄지기를 응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이들의 모습이 진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실로 나이 들어간다는 건 청춘과 비교한다면 속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청춘과 비교할 수 없는 중년의 여유와 편안함 같은 것도 존재한다. 그러니 막연히 피하고 속상할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누릴 일이다. <불타는 청춘>은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강수지에게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면 누구라도.



<힐링캠프> 김상중, 그가 <그알>을 연기로 소화하는 까닭

 

세상에 이렇게 일관되게 진지한 톤으로 때론 웃기고 때론 진짜 진지하게 얘기했던 게스트가 있을까.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이제는 유행어가 된 김상중의 말투에는 이 진지함과 웃음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가 잘 나타나 있다. 이제 1000회를 맞게 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김상중은 그런데 말입니다를 반복했고, 그럴 때마다 시청자들은 그 말이 만들어내는 궁금증에 채널을 돌릴 수 없는 마법에 빠져버렸다. 그래서 그 진지한 한 마디는 이제 말해지기만 하면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김상중만의 유행어가 되었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

김상중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신뢰감이 있는 중저음이다. 그의 말대로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이 그 신뢰감을 더욱 공고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본래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발성연습을 통해 생긴 목소리라고 했다. 연기자로서의 연극적인 톤이 살아있는 그 목소리가 사실은 신뢰감 있는 김상중의 이미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힐링캠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그는 좀체 그 목소리 톤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나는 이제 1000회를 맞게 된 <그것이 알고 싶다>MC라는 자리가 그에게 섣불리 일상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피하게 했을 거라는 점이다. 그 스스로도 너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그가 어떤 멘트를 던질 때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그것은 그의 신뢰감 있는 목소리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진지한 몰입감을 주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유행어처럼 웃음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말입니다는 대표적이다. 그래서 김상중은 <힐링캠프>에 출연하면서도 시종일관 <그것이 알고 싶다>의 목소리톤과 표정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그런 모습 그대로 그가 EXID 하니와 함께 위 아래의 춤을 추거나, “기싱꿍꼬또를 하는 모습 자체가 더 큰 웃음을 다가올 수 있었다. 물론 그 끝에는 다시 <그것이 알고 싶다>의 목소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잊지 않았지만.

 

자신을 스마트하지 않고 스위트하다고 말하면서도 진지한 톤을 유지하고, ‘뻐카충이나 낄끼빠빠같은 신조어의 뜻을 마치 사건 추리하듯이 맞추는 모습 속에서 진지함이 웃음으로 전달되었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하며 알려만 주고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해 늘 미안함을 느낀다거나 반복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를 얘기할 때는 그 진지함이 더욱 진지한 이야기로 전해진다.

 

이것은 아마도 김상중이라는 연기자가 가진 대체불가 매력의 비밀일 것이다. 그는 <그것이 알고 싶다>MC를 하나의 연기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배역을 선택할 때도 <그것이 알고 싶다>를 의식해 지나친 악역이나 우스운 캐릭터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그 단서다. 그는 좀 더 진지하고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로 <그것이 알고 싶다>MC를 소화해냄으로써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힐링캠프>가 끝날 때쯤이 되자, 김상중이 뜬금없이 던지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자주 보시나요?”라는 진지한 질문은 어느새 웃음이 터지는 질문이 되어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서 훅 들어오는 질문이 웃음을 준 것이지만 거기에는 또한 그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 갖고 있는 애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애정은 우리 사회에 대한 애정이기도 했다.

 

그는 두 번에 걸쳐서 미안하다는 얘기를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는 주지만 해결해주진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하지만 하니가 고마움을 전하며 말한 것처럼 그저 덮여지고 묻혀지는 진실에 대해 질문을 던져 알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세상을 바꾸는 일도 없을 것이다. “다양한 얘기에 관심을 가지고 공감해줘야 한다고 김상중은 마지막 말을 전했다. 그 공감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김상중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하나의 연기로 받아들여 많은 이들을 몰입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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