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김구라의 기막힌 뒤죽박죽 콜라보레이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김구라의 위치는 특이하다. 사실 이 개인방송 콘셉트의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을 끌어 모아 이기려면 재미를 우선순위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조금만 재미없어도 노잼이라고 댓글이 올라오고, 잘 모르는 게스트가 출연해도 노잼이다. 반면 확실한 재미가 선사되면 곧바로 꿀잼이 올라온다. 노잼과 꿀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재미가 그 중심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그런데 김구라는 거기서 이른바 공부 방송을 한다. 역사 선생님을 모셔와 역사 강의를 하고, 경제 전문가를 데려와 경제 강의를 한다. 미술, 야구, 세계사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트루 스토리라는 주제를 갖고 있지만 정보 지식 쇼에 가깝다. 김구라가 갖고 있는 독특한 영역이 그래서이기 때문일 것이지만, 정보와 지식이 이렇게 하나의 재미있는 방송이 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발견이다.

 

사실 매번 김구라가 그 날의 주제로 어떤 공부나 지식을 제시할 때마다 나오는 반응은 모두 노잼이고 수면방송이다. 그런 반응은 김구라 역시 예상하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김구라는 그런 예상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식을 방송 프로그램화하는 도전을 고집하고 있는 걸까. 거기에는 김구라가 가진 자신감과 무언가 자기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결국 개인방송이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승부수가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노잼일 것만 같은 공부 방송이 의외로 재미지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재미들이 쑥쑥 뽑아져 나온다. 이를테면 세계사 강의를 위해 역사학자 함규진 교수를 초빙해놓고 정보적 재미를 던질 때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멍해져 있는 김새롬과 동현군의 표정이 그렇다. 이런 표정이 나올 때면 여지없이 촌철살인의 댓글들이 쏟아져 나오며 방송에 재미를 덧붙인다.

 

공부 방송으로 시작하지만 갑자기 김새롬과 동현의 도토리 키 재기식으로 하는 뜬금없는 세계사 퀴즈쇼가 이어지고, 거기에 멀티 악기 연주자인 권병호가 등장해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는 악기로 배경음악을 깔아준다. 이 흐름은 김구라 혼자 앉아 있다가 조금씩 출연자들이 많아지고 나중에는 이들이 저 마다의 역할과 소리를 내는 왁자지껄함으로 변화해간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조화 혹은 부조화를 이루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미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댓글로 참여하는 네티즌들이다. 어찌 보면 이 김구라의 방송은 네티즌들의 반응에 의해 구성된다고도 여겨진다. 재미없는 것에도 네티즌들이 기막힌 댓글로 그 재미없음을 표현하면 의외로 빵 터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김구라의 왼쪽에만 흥건하게 젖은 겨드랑이 땀이 화제가 되면서 아수라 겨땀’, ‘겨드랑이가 좌파네’, ‘겨리비안베이’, ‘겨부격차’, ‘겨대강사업’, ‘겨땀 양극화같은 포복절도의 댓글들이 연달아 쏟아지는 건 그래서 이 방송의 진짜 동력이 어디서 나오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세계사 공부를 하다가 엉뚱하게도 그 시대사적 상황에 맞는 악기 연주가 들어가고 그러다 김구라의 겨드랑이 땀 이야기에 빵빵 터지는 것. 이것이 김구라의 기막힌 뒤죽박죽 콜라보레이션 방송의 묘미다. 공부 이야기에 기대감 자체가 빠져 있던 네티즌들은 그래서 의외로 터지는 이 방송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역시 인터넷 방송에서 잔뼈가 굵은 김구라의 내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무도>가 혁오밴드를 단번에 주목시킨 방법

 

혁오밴드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물론 음악을 좀 듣는 사람이라면 다를 것이다. 확실한 자신들만의 질감과 우울한 듯 경쾌하기도 한 애매모호한 분위기의 음악은 척 들으면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특히 보컬 오혁의 목소리는 그 읊조림에서부터 순식간에 절규로까지 바뀌며 귀를 집중하게 만든다. 아이유가 팬이라고 한 건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들에게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그런데 이 혁오밴드의 노래를 듣는 것과 이들을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무한도전>10년을 달려오면서 아마추어의 시대를 훌쩍 지나쳐버렸다. 지금은 뭐든 척척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웃음의 프로페셔널이 되어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예능감은 마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혁오밴드는 그런 것 자체가 없다. 아니 방송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질문을 던졌을 때 몇 초 이상 답변을 하지 않으면 그건 NG가 된다. 만일 생방송이라면 방송사고. 혁오밴드의 보컬 오혁은 유재석의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해야 할 지 몰라 한참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또 던지는 이야기마다 재미있다기보다는 엉뚱한 답변(물론 웃기려는 예능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을 내놓았다. 보통의 경우였다면 이건 방송이 불가한 것이었을 게다. 편집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

 

하지만 <무한도전> 가요제에 한 일원으로 참여하게 된 이상 편집되어 나갈 방송분이 없게 된다면 그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무한도전>은 이 오혁의 모습을 오히려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먼저 유재석은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한 표정을 리액션으로 보여줬고, 실제로 인터뷰하기 가장 힘든 인물로 오혁을 꼽았다. 빨리빨리 답변을 주지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

 

제작진은 오혁의 캐릭터에 마음의 소리콘셉트를 덧붙였다. 오혁이 머뭇머뭇 대는 그 순간에 마음의 소리를 통해 성우가 대신 답변을 해주는 장면은 실로 <무한도전>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기에 박명수는 자신의 버럭 캐릭터로 오혁에게 면박을 주는 것으로 오히려 그 캐릭터를 더 공고하게 해주었다. 물론 그 버럭 끝에는 유재석이 원래 저런 분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라는 멘트를 던져 박명수를 배려하는 모습까지 덧붙여졌다.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에는 박진영, 아이유, 자이언티, 윤상, GD&태양까지 누구 하나 쟁쟁하지 않은 참가자가 없었다. 그 안에 혁오밴드처럼 음악적으로도 또 캐릭터적으로도 독특한 인물이 들어 있다는 건 <무한도전> 가요제에 보다 넓은 스펙트럼과 다양성을 드러내준다. 방송에 아직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까지 그대로 캐릭터화시켜 보여준 <무한도전>은 그 짧은 몇몇 장면만으로도 혁오밴드라는 존재를 단박에 주목시켰다. 실로 베테랑다운 저력이 아닐 수 없다. 말이 어색한 출연자에게 마음의 소리라니.



<쇼미더머니4>, 거장도 아이돌도 언더도 할 말은 있다

 

너희들은 힙합을 모른다<쇼미더머니4>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겠다고 나온 힙합의 거장 피타입도 2차 오디션에서 허무하게 탈락했다. 기막힌 가사와 라임, 플로우를 보여주었지만 갑자기 뇌가 마비된 듯 연속되는 가사실수를 한 것. 심사위원인 버벌진트는 피타입의 충격적인 탈락에 대해 제 아무리 놀라운 기량을 갖고 있다 해도 무대에서는 공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쇼미더머니4(사진출처:Mnet)'

피타입의 도발과 탈락은 <쇼미더머니4>에 대한 두 가지 의미를 보여준다. 그 하나는 그 어떤 독한 비판이라고 하더라도 이 무대는 다 열어놓고 그걸 받아주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프로그램이 힙합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근원적인 비판마저도 모두 무대로 끌어안겠다는 것. 이것은 아마도 힙합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무대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 상대방에 날선 독설들을 쏟아낸다. 그것이 뭐든 상관없고, 입장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열려진 소통의 무대. 그것은 힙합의 기본 전제나 다름없다.

 

피타입의 탈락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의미는 이 무대가 공정하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그의 탈락을 보며 충격에 빠진 듯, 그는 끝까지 갈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섭외 자체가 그만한 보장을 담보했을 거라는 추측이었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거장이든 아마추어든 프로든 혹은 아이돌이든 실력파 언더든 이 무대에 자비란 없다. 누군가에 대한 자비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공정이 되기 때문이다.

 

피타입의 도발과 탈락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쇼미더머니4>는 다소 거칠고 감정과 욕설이 터져 나오기도 하지만 적어도 그걸 숨기거나 감추지 않고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건 결국 힙합이 가진 정신에 맞닿아 있는 일일 것이다. 힙합은 음악이지만 또한 언어이기도 하다. 속에 쌓이고 쌓여진 것들을 라임과 플로우에 맞춰 쏟아내는 것. 그렇게 털어내고 쏟아냄으로써 누군가는 상처입고 누군가는 아파하더라도 그걸 숨기지 않는 것. 그렇게 온몸으로 부딪치며 소통하는 것. 그것이 힙합이 아닌가.

 

시작부터 이슈가 된 아이돌과 언더들의 부딪침도 결국은 모두 이 열려져 있는 무대가 해결해주는 것을 <쇼미더머니4>는 보여주고 있다. 여기저기 터져 나온 위너 송민호에 대한 언더들의 공격은 다 가진 아이돌들이 이런 힙합의 무대에 와서 실력까지 인정받겠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에서 비롯된다. 그러면서 그들은 또 저 아이돌로 복귀할 것이 아닌가. 그러니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더욱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송민호가 무대 위에 올라 실력을 선보이자 언더들조차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가 하는 이야기는 아이돌이라는 껍데기에 가려져 제대로 진면목을 드러낼 수 없었던 자신의 심경이었다. 언더들이 억눌린 만큼 아이돌도 억눌려진 감정들이 있다. 저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할 이야기를 건네는 것. 무대는 가감 없이 이 부딪침들을 드러내고 아이돌이냐 언더냐를 떠나 오로지 실력으로서 인정하고 비판하는 보다 큰 틀에서의 힙합 동료들의 틀을 만들어낸다.

 

그룹 세븐틴의 버논이 2차 오디션을 간신히 통과한 것에 대해 앤덥이 수준 안 되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3차 오디션인 11 대결에서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과정은 그래서 <쇼미더머니4>가 가진 파괴력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잘 보여준다. 무대는 두 사람의 대결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건 그러니 실력으로 스스로를 입증하고 그걸 통해 인정하라는 소통의 밑그림이다.

 

사실 진정한 소통이란 이런 것일 게다. 무언가 말하면 뭐든 척척 받아들여지고 이해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전혀 다른 입장만 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게 허용되는 것. 그저 입 다물고 속으로만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내놓고 서로 터트려보는 것. 그래서 다른 입장이지만 그 입장 또한 나름의 근거가 있다는 걸 인정해가는 것. <쇼미더머니4>의 무대가 다소 거칠어도 쿨한 소통의 풍경을 그려내는 건 그래서다



메르스 풍자, <개콘><무도>가 무슨 잘못을 했던가

 

<개그콘서트>에 이어 <무한도전>도 방통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이유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풍자한 것에서 비롯됐다. 보건복지부의 메르스 감염 예방 기본수칙으로 소개됐던 낙타와의 접촉을 피하라는 황당한 내용을 풍자한 것이었다. 방통심의위원회는 <무한도전>낙타, 염소, 박쥐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라는 메르스 예방법을 얘기하면서 중동지역을 넣지 않은 것에 객관성 위반이란 의결을 내렸다고 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번 <무한도전>의 방송 때문에 염소 농가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논란이 일어났던 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무한도전> 제작진은 염소 농가에 사죄의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예방법을 적시한 건 보건복지부였다. 이 예방법이 소개됐을 때 각종 패러디물들이 인터넷을 가득 메운 건 그래서다. <무한도전>이 풍자하려 했던 건 바로 그 점이다. “낙타를 어디서 봐라고 버럭하는 박명수는 대중들의 황당했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방통심의위원회는 이 풍자의 본질을 들여다보기보다는 ‘<무한도전>이 중동지역을 특정하지 않아 국내 염소농가 등에 불필요한 오해와 피해를 유발했다는 민원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 건 방통심의위원회의 역할이다. 과연 이 위원회는 보다 좋은 방송을 위한 조직인가 아니면 방송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조직인가. 민원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민원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거기에는 어떤 판단이 들어갈 텐데, 과연 <무한도전> 했던 풍자의 내용이 나쁜 방송이었을까.

 

<무한도전>은 보건복지부의 예방법을 그대로 내보내면서 그걸 풍자한 것뿐이다. 풍자가 무엇인가. 그 예방법의 황당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예방법이 잘못됐다는 걸 이 풍자는 결국 말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만일 이 보건복지부의 예방법을 그대로 내보낸 것이 문제가 된다면 그건 보건복지부 역시 제재를 받아야 한다. 국민들을 황당하게 만들고, 각종 패러디와 우스갯소리까지 쏟아져 나오게 한 건 애초에 보건복지부이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민상토론은 역시 메르스 사태를 풍자하면서 방통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불쾌감을 유발했다며 품위유지 조항을 적용해 행정지도 의견제시제재를 확정한 것. 이 민원은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인터넷미디어협회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단체는 민상토론에서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무능을 풍자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불쾌감을 유발했다는 얘기나, 품위를 손상했다는 얘기는 너무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마스크 쓴 사진을 공개하면서 방역을 위해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범 국민”, “솔선수범하는 모습이라고 풍자한 것이 불쾌하고 품위를 손상했다고 말할 수 있는 대목일까. 그 풍자는 문 장관 본인이 메르스의 공기 감염 가능성을 부인하고는 정작 공식일정에서 마스크를 쓰고 나온 것이 구설수가 됐던 걸 꼬집은 내용이었다. 그건 사적인 지적이 아니다. 공인으로서의 문 장관에 대한 비판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방통심의위원회의 <개콘>에 이은 <무도> 징계 결정은 그것은 좋은 방송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방송에 재갈을 물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풍자란 건강한 것이다. 적어도 최소한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가뭄에 역병을 얘기한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 작은 웃음 하나 허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입을 막아버리는 행위는 결코 건강한 일이 아닐 것이다. 때로는 이런 소통 부재는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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