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가족이 보여준 새로운 가족의 희망

오랜만에 실컷 웃어보았고 오랜만에 실컷 감동을 받았다. 8개월 간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린 ‘거침없이 하이킥’에 쏟아지는 찬사들이다. 그 방영시간대가 좀체 채널을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일일드라마들이 떡 버티고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그 드라마들과 거침없는 대결을 벌인 이 시트콤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일 가족드라마가 가진 관성적인 시청과는 차별화 된 ‘거침없이 하이킥’. 거침없는 그들이 하이킥한 것은 무엇일까.

캐릭터, 세대 간의 벽을 하이킥하다
이 시트콤의 주 시청층은 30대 이하의 젊은 층. 특히 10대 시청층은 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일드라마가 가진 40대 이상의 시청층과는 사뭇 다른 구조인 셈이다. 일일드라마와 똑같이 가족을 다루고 있지만 이렇게 젊은 시청층을 TV앞에 끌어 모을 수 있었던 힘은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이 시트콤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이 시트콤이 처음부터 하이킥한 대상은 일일드라마 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캐릭터들이다.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집안의 최고 어르신의 이미지는 이 시트콤으로 들어와 ‘야동’, ‘굴욕’, ‘악플’, ‘애교’ 같은 젊은 세대의 기호들과 만나면서 여지없이 무너진다. 야동순재와 애교문희 같은 4자 캐릭터가 탄생하면서 어르신은 고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무언가 좀더 젊은 세대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그 분들의 거침없는 무너짐을 보며 폭소를 터뜨리는 순간, 그 폭소의 반향이 다음날 인터넷을 통해 회자되는 순간, 두터워만 보였던 세대 간의 벽은 쉽게 허물어져 내렸다.

이것은 가부장적인 옛 가족의 형태가 무너지고 점점 수평적으로 파편화되어가는 현재의 가족상을 반영한다. 캐릭터들은 과거의 수직적 관계들을 모두 해체해 재구성해 놓는다. 고개 숙인 가장 식신준하(정준하), 거침없이 OK를 할 줄 아는 당당한 커리어우먼 OK해미(박해미)는 부부관계의 역전을, 동생이지만 형 같은 완소윤호(정일우)와 형이지만 동생 같은 카리스마 민호(김혜성)는 형제관계의 역전을, OK해미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애교문희의 모습은 고부관계의 역전을 그려낸다. 이 역전을 통해 드라마는 거침없이 그간의 권력적이고 수직적인 가족관계를 해체한다.

거칠 것 없는 패러디, 탈 장르
달라진 가족관계를 좀더 효과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시트콤은 패러디와 탈 장르 같은 연출기법들을 사용했다. 패러디는 시트콤의 주요한 웃음의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이 사용하는 패러디의 소재나 대상은 거의 전방위적이라 할 만큼 광범위하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기존 드라마, 영화는 물론이고 광고, 심지어는 뉴스 속에 관습적이라 할 만큼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관습적 장면들을 거침없이 패러디한다.

예를 들어 ‘악플순재’로 유명해진 에피소드에서 악플 때문에 순재 대신 경찰서에 출두했다 나온 윤호를 맞는 장면에서, 마치 영화 ‘대부’에서 비롯되어 조폭 영화에서 흔히 관습적으로 나오는 장면을 패러디하는 것 같은 것이다. 검은 세단과 순재의 ‘수고했다’ 같은 대사는 심각한 영화 속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우스꽝스런 순재와 윤호, 준하의 모습에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준하와 해미의 결혼기념일 에피소드에서 육교에서 노래를 부르고 과장된 몸짓으로 육교 위로 달려가 서로 안는 장면에서 마침 터져 오르는 축포 같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또한 민호의 카리스마 에피소드에서는 코를 찡긋거리면서 하는 영화 ‘홀리데이’의 최민수의 연기를 고스란히 패러디해서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이 같은 심각하지만 관습적으로 처리되는 장면들의 패러디를 통해 터져 나오는 웃음의 원천에는 반드시 과장된 몸짓을 보이는 인물들과 그 인물을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준하와 해미의 결혼기념일 과장된 사랑행위는 범이에게 목격된다. 범이의 어처구니없는 얼굴은 친절하게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장면의 희극성을 상기하게 만든다. 민호가 코를 찡긋거리면서 이것이 효과가 있다고 착각할 때, 그 모습을 흉내내는 가족들의 모습을 객관적 입장에서 보는 범이의 얼굴이 삽입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 시트콤이 패러디를 넘어 거침없이 탈 장르에까지 이른 것은 크나큰 성과라 할만하다. 슬랙스틱 코미디에 멜로 드라마적 구도와 스릴러적인 요소, 심지어는 SF까지(최초 우주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유는 이 장르를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하다) 넘나들었다는 건, 이 시트콤이 얼마나 거침없이 패러디를 활용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민정과 최민용이 출연한 광고들이 모두 패러디 광고(“깎아주세요”를 “먹여주세요”로 바꾼 비빔면 광고나 드림걸즈를 연상케 하는 카드광고 등)라는 점은 이 힘이 고스란히 광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해체된 가족에서 희망을 보다
하지만 패러디를 통해 파편화되고 해체된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면서도 그 웃음이 그저 냉소에 머무르지 않은 점은 작가와 PD가 이들 가족 구성원들에게 따뜻한 애정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트콤에서 웃다가 갑자기 가슴 먹먹한 사연이 교차되는 것은 바로 그런 애정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이다.

고압적으로만 보이던 순재가 문희에게 사랑의 마음을 골세레머니를 통해 전하기 위해 죽어라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모습은, 달라진 가족 관계 속에서 어떤 희망 같은 것을 끌어내 준다. 잘 나가는 아내와 모든 게 잘 풀리지 않는 남편인 해미와 준하의 관계가 그저 달라진 권력관계가 아니라 거의 닭살에 가까운 애정관계로 유지된다는 점도 그렇다. 이것은 툭탁대면서도 서로를 도와주고 존중하는 민호, 윤호 형제도 마찬가지며, 민민, 신민, 윤민 커플이 보여준 새로운 애정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이렇게 하여 ‘거침없이 하이킥’은 여타의 일일드라마가 하듯 과거적 가치로 되돌아가는 가족의 모습보다는, 현재 파편화되고 있는 가족 그 자체의 모습에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그것이 또한 새로운 희망을 예기하게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족들은 각자 타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가족이란 틀 안에서의 정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거침없이 하이킥 한 것은 달라진 가족관계 속에서 과거의 가족관계만을 보여주는(심지어는 강요처럼 보이기도 한다) 관습적 일일 가족드라마이다. 그 거침없는 하이킥은 그러나 비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해체된 가족도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고마운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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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이 주는 청량감, ‘그라운드 제로’

드라마는 꼭 길어야 맛이 아니다. 2부작 드라마 ‘그라운드 제로’는 짧아도 압축되고 잘 짜여진 스토리와 굵직한 메시지, 그리고 연기자들의 호연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가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라운드 제로’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떨어진 원자폭탄의 피폭지점 혹은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자리를 뜻한다. 드라마가 이 용어를 제목으로 삼은 것은 삶의 어느 순간 갑자기 다가온 불행과 그 불행 속에서 절망하고 다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의 ‘그라운드 제로’는 제각각 살아가던 세 남자가 부딪치게 되는 자동차 사고지점이다. 거기서 택시기사 유동선(박철민)은 갑자기 차로 달려든 김천수(김갑수)를 치게 된다. 그리고 그 택시에는 승객으로 이주현(김남진)이 있었다. 신문 사회면에서 봤다면 이 정도 기사는 단 몇 줄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드라마는 그들이 그라운드 제로에 오기까지의 사연을 파고든다.

세 남자는 모두 아픔을 갖고 있다. 유동선은 1년 안에 수술을 해야 하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내가 있고, 김천수는 뇌물수수라는 누명에 아내의 불륜사실까지 알게되면서 절망에 빠진다. 이주현은 911 테러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다. 사고가 터지면서 이 각자의 아픔들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드라마는 눈물의 릴레이라 할 만큼 연달아 벌어지는 슬픔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감동해서 울고, 분노해서 울고, 미안해서 울고, 후회가 돼서 울며, 고마워서 운다. 그리고 그 눈물이 끝날 즈음, 그들은 깊은 상처 위에 돋아난 새 살을 발견하게 된다. 김천수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자신의 몸을 기증함으로써 타인의 삶으로 생을 이어준다. 그를 통해 다시 아내가 살게된 유동선은 그를 천사라고 부르며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오른다. 이주현은 연인에 대한 아픈 기억을 털어 내고 돌아온 김소영(황보라)과 새로운 관계를 엮어간다.

이 드라마가 이토록 눈물폭탄을 터뜨리고 있으면서도 신파가 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드라마 속의 눈물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혼자 흘리는 눈물이기 때문이다. 즉 마음 속 깊이 가지고 있던 아픔과 일 대 일로 대면하면서 눈물이 솟아나기 때문에, 그것은 치유의 눈물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그 눈물 연기를 해야하는 연기자들이다.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준 김갑수의 눈물과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주지 못한 회한의 눈물연기를 보여준 김남진, 그리고 웃기다가 감동 주다가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 박철민이란 연기자의 호연은 눈물연기의 거장들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였다.

조금 인기 있다 싶으면 연장을 해대고 인기가 없으면 조기 종영시켜 버리는 시청률 지상주의의 환경 속에서 ‘그라운드 제로’는 그 시청률 잣대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는 단막극들의 필요성을 웅변해준다. 짧기에 더 짜임새 있고 짧기에 더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는 단막극이야말로, 느슨한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하는 장편 드라마들 속에서 참신한 청량제 역할을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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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프린스 1호점’이란 커피의 중독성

커피.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정도는 되는 은은한 계피향이 섞인 커피, 아침이면 괜스레 한 잔 손에 들고 그 향을 음미하고 싶은. 와인. 깊은 맛의 보르도 클라렛이나 까다롭지만 우아한 부르고뉴 피노누아 정도 되는 와인, 시원스런 셔츠가 잘 어울리는 멋진 남자가 뒷짐에 숨겨 가져온.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바로 그런 커피와 와인 같은 공간을 그려낸 드라마다. 그것은 모든 청춘들이, 아니 청춘을 꿈꾸는 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곳이다.

그 곳은 일터이면서 일터가 아닌 놀이공간이고, 호통을 치지만 연인 같은 사장이 있는 곳이며, 아옹다옹하면서도 오랜 지기 같은 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그들은 일을 하면서 놀고, 놀면서 일을 한다. 스트레스는 일에서 온다기보다는 연인 같고 친구 같은 관계들의 비틀어짐에서 온다. 카페는 파리를 날려도 그들은 멋진 폼으로 농구를 하고 시원스런 분수대로 뛰어든다. 일? 놀다보면 다 된다. 그러니 걱정말고 마음껏 꿈을 꾸라고 드라마는 말한다. 현실? 그런 건 머리 싸매고 쥐고 있기보다는 “몰라 몰라 어떻게 되겠지”하며 넘겨 버리라 한다. 왜? 청춘이 있으니까.

게다가 주인공 고은찬(윤은혜)은 남장여자다.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이 중성적 느낌의 주인공은 섹시함의 화신처럼 고혹적인 한유주(채정안)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섹시한 느낌을 준다. 그것은 그 남자 같은 털털한 모습 속에 가녀린 여성의 눈물을 숨기며 보는 이들을 설레게 만들었던 저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오스칼을 연상케 한다. 거기에는 묘한 신비주의가 섞인다. 윤은혜의 연기 논란을 잠재울만한 이 캐릭터는 지금 막 저 순정만화에서 빠져나온 듯 생생하다.

고은찬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두 남자 또한 갖고 싶은 꿈을(욕망이 아니라 꿈이다) 꾸게 하는 캐릭터다. 최한결(공유)은 어딘지 까칠하게 대하지만 순수한 느낌으로, 최한성(이선균)은 때론 날카로우면서 때론 편안한 어딘지 사는 맛을 알 것 같은 분위기로, 고은찬에 몰입된 시청자들을 꿈꾸게 한다. 최한결은 소년으로 최한성은 소녀로, 고은찬을 대한다는 설정은 이 드라마가 얼마나 중성적인 매력이 주는 재미를 잘 알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중성을 꿈꾸는 것은 우정 같은 안전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때론 그 선을 넘나들며 사랑을 하고픈 ‘질척거림 제로’의 로맨스를 꿈꾸기 때문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그래서 현실에선 좀체 불가능한 꿈 같은 공간을 그려낸다. 그 곳에는 트렌디 드라마에서 늘 다루는 빈부의 격차가 만들어내는 환타지는 보이지 않는다. 최한결은 말 그대로 왕자(프린스)지만 그렇다고 드라마는 그 왕자에 대한 신분상승의 욕망을 그려내진 않는다. 환타지가 끈적끈적한 욕망을 추구하는 대신,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누구나 선망하고픈 꿈을 꾸게 만든다. 청춘들은 그 안에서 꿈틀대는 욕망이 아닌 편안한 흐뭇함을 느끼게 된다. 본래 이름이 ‘왕자다방’이었고 그 주인이 홍사장(김창완)이란 점은 이 드라마가 꾸는 꿈이 젊은 세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적어도 김창완이라면 30,40대의 중년이라도 기꺼이 젊은 시절의 꿈을 떠올리게 해줄 테니까.

이 모든 것들이 청춘을 꿈꾸게 하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은 커피 같은 드라마다. 그 커피는 젊은 나날의 다방커피일 수도 있고, 뉴요커처럼 아침 출근 시간에 한 잔씩 사들고 들어가는 카푸치노일 수도 있다. 칼로리는 있지만 에너지를 위해 마시는 것도 아니고, 물론 맛에 취해 찾는 이들이 많지만 주로 어떤 정서나 분위기가 더 앞서는 이 기호식품을 앞에 두고 누구나 한번씩은 설렘을 가졌을 것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은 그 젊음이란 불가항력 속에서 때론 달콤하고 때론 씁쓸했던 커피 같은 청춘을 생각하며 미소짓게 만드는 드라마다. 그것이 마실수록 빠져드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이란 커피의 중독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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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현대물, SBS 사회극, KBS 사극

TV 콘텐츠에서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져만 간다. 그러니 방송사들의 드라마에 거는 기대 또한 높아질 수밖에. 시쳇말로 잘 빠진 드라마 한 편은 방송사들을 웃게도 만들고 울게도 만드는 상황이다. 작년 내내 MBC를 웃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주몽’이었다. 최고시청률을 연일 갱신하며 월화의 밤을 장악해버린 이 퓨전사극으로 인해 타 지상파의 월화 드라마들은 연일 최저시청률을 경신하는 눈물의 밤을 보내야 했다.

세련된 현대극으로 승부하는 MBC
하지만 그 부담이 너무 컸던 것일까. ‘주몽’이 종영한 이후, MBC의 드라마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케세라세라’, ‘히트’, ‘메리 대구 공방전’, ‘에어시티’ 등 기대작들은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주목할만한 드라마로 ‘하얀거탑’과 ‘고맙습니다’ 정도가 완성도와 시청률 양쪽을 어느 정도 가져간 드라마로 기억될 뿐이다. 여기에 애초에 방영되기로 했던 ‘태왕사신기’가 계속 늦춰지면서 그 여파를 고스란히 다른 드라마들이 겪게 되었다.

MBC가 주도했던 ‘포스트 주몽’으로서 ‘태왕사신기’의 방영이 연기되고, ‘포스트 하얀거탑’으로 만들어낸 ‘히트’나 ‘에어시티’같은 전문직 장르 드라마들이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MBC가 갖고 있던 ‘드라마 왕국’의 이미지는 많이 희석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본래 MBC가 가졌던 강점인 현대물들로 그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기대작은 ‘커피 프린스 1호점’, ‘개와 늑대의 시간’ 같은 작품들이다.

MBC 드라마의 특징은 세련된 현대물이란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시청률에서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케세라세라’, ‘히트’, ‘에어시티’, ‘메리 대구 공방전’을 비롯해, 현재 좋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은 모두 세련된 현대물이란 특징이 있다. 또한 드라마의 영상연출에 있어서도 이들 드라마들은 탁월한 감각적 화면을 잡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영상시도는 젊은 층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지만 좀더 현실적인 느낌을 드라마를 통해 받길 원하는 40대 이상 시청자들에는 조금 낯선 것이 사실이다.

사회극으로 현실의 이슈화를 노리는 SBS
MBC가 내놓은 빈자리를 채운 것은 SBS. SBS 드라마는 그 시청자들에게 낯선 것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것을 보여주면서 사회적인 파장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SBS의 CP들은 최근 들어 오히려 사회적 이슈가 될만한 것을 기획한 다음, 그것을 드라마로 제작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내 남자의 여자’가 불륜을 통해 이 시대의 달라진 남녀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은 것에 이어, ‘쩐의 전쟁’은 사채업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돈에 죽고 돈에 사는 사회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어 현재 방영되고 있는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교육문제를 좀더 사회적 시각으로 접근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강남과 강북의 문제가 드라마를 통해 전면적으로 부딪치고 있는 것. 이 정도 되면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쩐의 전쟁’ 방영 후 그것이 실제 대부업체들의 이미지 전쟁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듯이, ‘강남엄마 따라잡기’ 역시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드라마가 그려내는 모습들에 대한 뜨거운 찬반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SBS 드라마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 자체의 힘에 외부적인 힘, 즉 현실의 힘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현실사회가 가진 문제들을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이들 드라마들은 충분한 함의를 가진다. 드라마를 보면서 자꾸만 현실을 반추하게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 속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다. 

KBS, 사극으로 부활을 노린다
MBC와 SBS의 틈바구니 속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가졌던 것은 KBS. 공영방송이라는 무거운 옷을 입고 있어, 상대적으로 MBC가 했던 새로운 시도나 SBS가 했던 현실의 이슈화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던 KBS는 결과적으로 이 두 방송사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은 격이 됐다. 전통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일일드라마와 사극을 빼고는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참패를 면치 못했다. ‘꽃 찾으러 왔단다’, ‘마왕’, ‘헬로 애기씨’ 같은 드라마들은 완성도를 떠나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역시 사극은 KBS였다. 사극의 특성상 많은 노하우와 세트 등을 보유한 KBS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극에서는 계속 강세를 유지했다. ‘황진이’가 호평과 함께 성공적인 시청률을 기록했고 ‘대조영’ 역시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시작해 호평을 받고 있는 ‘경성스캔들’ 은 일제시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끌어들였고 월화극으로 새로이 시작한 ‘한성별곡’ 역시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사극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법. 최근 KBS는 자체적으로 드라마 기획팀을 만드는 등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다.

방송사별로 드라마들이 이렇게 제 각각의 색깔을 내는 데는 공영방송으로서의 KBS와 그걸 깨기 위해 새로운 시도로 맞서는 MBC,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약간의 논란까지 감수하며 기꺼이 경쟁에 끼어 든 SBS, 이 방송3사의 입장이 깔려 있다. 게다가 거의 극에 이른 드라마 시청률 경쟁은 이제 남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끈다. 어찌 됐건 골라보는 재미를 가지게된 시청자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세 방송사가 천편일률적인 색깔을 보여준다면 그것만큼 지루한 것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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