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3', K크로스오버의 무한한 가능성 실험중인 고영열

 

고영열이 또 일을 냈다. 이제 4중창단의 대결이 본격화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3>에서 고영열은 다시 한 번 존 노와 만났고 여기에 정민성과 김바울이 더해져 이른바 포송포송 팀이 꾸려졌다. 고영열이 주도해 선택한 곡은 윤동주 시를 가곡으로 창작해 만든 '무서운 시간'. 고영열은 이 노래를 통해 윤동주 시인이 시를 쓰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서러움과 후회스러움을 잘 표현해보려고 애썼다고 했다.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로 시작하는 첫 소절에서부터 고영열 특유의 한이 서린 목소리가 귀가 아닌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곡이었다. 절절한 가사가 폐부를 끊는 듯한 절창으로 이어진 곡은 정민성과 김바울이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묵직하게 이어가다 존 노의 시원스런 고음과 고영열 특유의 국악 창법이 절규하듯 뿜어져 나오며 듣는 이들을 모두 전율하게 만들었다.

 

노래가 다 끝나고도 그 먹먹한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가수들은 물론이고 프로듀서들 그리고 다른 팀 가수들까지 할 말을 잃었다. 김문정 프로듀서는 울컥했고, 김이나 프로듀서는 "미쳤어"라고 소름 돋는 무대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윤상 프로듀서는 "이곡을 알게 해주셔서 네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팬텀 기억에 만점을 드린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자신이 100점을 줬다는 사실을 밝혔다.

 

애초 국악인이 포함된 전 세계 유일무이한 크로스오버팀이라는 소개나, 'K크로스오버'라는 표현이 왜 나왔는가를 입증한 무대였다. 국악인 강권순이 부른 '무서운 시간'은 재즈 피아노에 얹어진 국악 창법의 곡이지만, 고영열은 이 곡을 좀더 4중창에 맞게 편곡했다. 그래서인지 국악 특유의 색깔이 고영열을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도, 4중창의 비장하고 웅장한 가곡의 느낌으로 재해석됐다. K크로스오버라는 표현에 딱 어울리는 편곡이 아닐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고영열이 <팬텀싱어3>에 나오게 된 건 이 프로그램에는 가장 큰 수확이 아니었을까 싶다. 피아노 치는 국악인으로 소개 받고 나와 부른 '사랑가'는 이미 2018년에 '상사곡'이라는 앨범에 발표했던 곡으로 국악이 재즈와 너무나 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곡이었다. 기립박수를 치게 만들었던 존노와 함께 불러 화제가 됐던 쿠바 노래 'Tú eres la música que tengo que cantar'와, 황건하와 불렀던 그리스 노래 'Ti pathos'에서도 고영열은 국악의 그 흥과 한의 정서가 어떻게 전 세계의 민속 음악과도 통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바 있다. 음악이라는 것이 결국은 신산한 삶을 토로하거나 혹은 흥으로 승화하는 면으로 통한다는 걸 고영열은 매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제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국악이 가진 깊은 민족적인 정서를 끌어내면서도, 해외의 어떤 장르에도 열린 고영열 같은 이들을 통해 K크로스오버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단을 목표로 하는 <팬텀싱어>가 이번 시즌에서 고영열 같은 인물을 출연시킬 수 있었던 건 이 프로그램이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크로스오버에 국악이 더해지면서 'K'라는 수식어가 더더욱 잘 어울리게 되었으니 말이다.(사진:JTBC)

손님 같지 않은 이광수, '삼시세끼' 나영석 PD의 슬기로운 섭외

 

무인도 섬 생활도 지내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처음 죽굴도에 들어왔을 때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은 모든 것을 낯설지만 특별하게 바라본 바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집은 소박해도 마음을 잡아끌었고, 집 옆에 마련된 텃밭은 갖가지 작물들이 자라 넉넉한 여유를 주었다. 한 바퀴 도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이 작은 섬의 산책길도 너무나 예뻤고, 유해진이 형배라 이름 지은 배를 타고 바다를 돌아보는 일도 유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건 아마도 tvN <삼시세끼> 어촌편5를 매주 기다려 시청하는 분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이지 않을까. 죽굴도가 점점 익숙해지고, 거기서 때론 잡은 게 없어 고구마와 감자로 연명(?)하다 드디어 잡은 돌문어와 어마어마한 크기의 참돔으로 풍족한 저녁을 맞는 그 일련의 과정을 봐온 시청자들은 마치 그 곳에 그들과 함께 지내온 듯한 유대감을 느꼈을 게다. 그것이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삼시세끼>를 기다려 보는 이유니 말이다.

 

그렇게 적당히 익숙해질 때 나영석 PD는 여지없이 그 익숙함을 슬쩍 비틀어놓을 수 있는 변수로서의 게스트를 출연시킨다. 공효진은 아직까지 섬 생활에 이들이 적응해가고 있는 상황에 들어온 손님이라 익숙함을 깨기보다는 같이 그 섬 생활을 겪어가는 이야기를 그려낸 바 있다. 워낙 <동백꽃 필 무렵>으로 주목 받은 배우인데다, 과거 <최고의 사랑>으로 차승원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이니 기대감 역시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게스트로 출연한 이광수는 조금 다른 관전 포인트를 만든다.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섬 생활이고, 무엇보다 이제 뭐라 말하지 않아도 눈치로 척척 손발이 맞는 일명 '손이차유' 세 사람(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의 틈으로 들어온 손님이다. 불을 피워 냄비에 물을 채워 넣을 때도 유해진이 풍로를 돌려 불을 피우고, 손호준이 냄비 뚜껑을 열면 차승원이 물을 넣는 식으로 합이 딱딱 맞는 세 사람이다.

 

이광수의 등장은 이들이 이렇게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각자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는 걸 새삼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을 만들어낸다. 차승원이 마늘 다진 거 있냐고 물으면 그게 어디 있는지 척척 찾아내 건네주는 그 모습을 이광수는 낯설게 바라본다. 점심을 못 먹은 이광수를 위해 즉석에서 김치볶음밥을 해주고 전날 잡은 참돔회를 썰어주는 차승원과 그걸 보는 유해진, 손호준의 모습은 새삼스럽게 자신들이 적응해온 섬 생활에 대한 은근한 우쭐함이 피어난다. 괜스레 섬 산책을 같이 하고 헬스장(?)을 소개하는 유해진의 어깨는 한껏 올라가 있다.

 

차승원이 사전에 전화를 해 가져온 닭고기로 섬에서 바삭한 마늘치킨에 맥주를 마시는 호사를 부리면서, 이 손님 같지 않은 손님 이광수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일을 거들다 자꾸만 손호준과 일이 겹치고, 은근 경쟁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물론 베테랑 막내가 된 손호준을 이광수가 단박에 따라잡긴 어렵지만, 특유의 적응력으로 금세 적응해버린 이광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준다. 손님이 아닌 머슴을 하나 들인 듯한 그런 모습 때문이다.

 

이미 뭍에서부터 친했던 그들이라 편안함이 묻어나면서도, 이광수라는 호기심 가득한 손님의 시선은 새삼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밥 해먹고 있는 그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콩트를 보는 것 같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아저씨들이 하는 소꿉장난 같은 풍경에 웃음이 나지만, 의외로 그걸 제대로 하고 있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부러움마저 느껴진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하게 된다. 뭐 저렇게 밥 한 끼 좋은 사람들과 소꿉장난하듯 해먹고 웃고 떠드는 것이 찐 행복이 아닐까 하고. 이미 우리가 늘 하고 있는 것이지만, 너무 익숙해져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 그러다 가끔 보고 싶던 손님이 찾아오게 되면 없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반찬 다 꺼내서 음식 대접하며 새삼 깨닫게 되는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의 새삼스런 소중함. 이광수라는 손님 같지 않은 손님이 등장하자 그 익숙해진 섬 생활이 순간 자랑하고픈 특별한 경험으로 보여지게 된 건 이런 시점의 변화 때문이다.(사진:tvN)

 

짠한 데 웃기고 설레는 '쌍갑포차', 이 복합감정의 정체는

 

짠한 데 웃기고 때론 설레는 이 이상한 감정은 뭘까. JTBC 수목드라마 <쌍갑포차>가 주는 감정은 복합적이다. 쌍갑포차를 찾아온 손님들의 사연은 짠하기 그지없는데, 그 사연을 듣고 그 원을 풀어주는 월주(황정음)와 귀반장(최원영) 그리고 한강배(육성재)의 활약은 코미디 그 자체다. 여기에 한강배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강여린(정다은)과의 멜로나 월주와 귀반장의 심상찮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설렘까지 더해진다.

 

사실 너무 많은 복합적인 감정들을 끄집어내는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나열되면 자칫 드라마의 정체성을 애매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쌍갑포차>는 때론 아슬아슬한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하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며 살아가는 한 남자의 슬픈 사연이 전개되는 와중에, 한강배와 강여린이 사내에서 벌어지는 댄스 대회에 함께 나가며 멜로를 피워가는 이야기가 더해지는 건 다소 드라마가 주는 감정을 오락가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슬픔과 행복, 아픔과 설렘 같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감정선들이 한 회에 복합적으로 등장하는 <쌍갑포차>는 그런 감정의 섞임이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난임증으로 아이를 갖지 못해 힘겨워하는 부부의 사연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월주가 삼신(오영실)을 찾아가 태몽구슬을 훔치는 코믹한 과정이 잘 섞여있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이것이 가능한 건 <쌍갑포차>의 세계관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심지어 꿈의 세계인 그승까지) 초현실적 세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죽은 자와 산 자가 겹쳐지고, 죽어도 끝이 아닌 불교적 세계관이 더해져 있다. 그래서 인간사에서 느껴지는 슬픔이나 고통들은 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세계 속에서는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일들로 치부된다.

 

사실 죽은 자의 원을 풀어주는 이야기만큼 극적이고 짠한 것도 없다. 그 많은 <전설의 고향>의 원혼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그렇지 않은가.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 사연의 무게가 결코 적을 수는 없다. 게다가 죽은 자의 이야기가 산 자와 엮어지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쌍갑포차>는 두 세계를 넘나드는 월주, 귀반장, 한강배 같은 존재들을 캐릭터로 집어넣어 보다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드라마는 사연자의 먹먹한 이야기가 전하는 우리네 현실의 팍팍함 같은 것들을 끄집어내지만, 저승까지 넘나들며 풀어내는 해결과정 그 자체를 통해 그 힘겨운 문제들이 사실은 별거 아닐 수 있다고 위로한다.

 

그래서 <쌍갑포차>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훌쩍 뛰어넘게 해주는 고전적인 설화나 전설이 가진 효용성을 보여준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서 난임부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몽구슬을 갖고 마치 공놀이라도 하듯 던지고 받는 그 장면들 같은 게 다소 황당하게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코믹하고 가벼운 장면 자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또한 분명히 느껴진다. 현실에서 겪는 도무지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에 너무 심각해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사진:JTBC)

'슬의생' 즐거운 현장, 좋은 작품은 이런 데서 나온다

 

"친구들 만나고 또 좋은 분들 만나고 감독님, 작가님 만나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게,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감사했어요." 양석형 산부인과 의사 역할을 한 김대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작품을 통해 만난 인연들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말했다. 그런데 이건 그만 그런 건 아니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즌1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마련된 스페셜 방송에 나온 많은 배우들은 대부분 이번 작품에 함께 한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표했다.

 

스페셜 방송을 통해 들여다 본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촬영현장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처음 대본 리딩을 위해 만난 배우들은 서먹서먹해서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촬영을 하며 진짜 친구들이 되어 있었다. 분위기 메이커로 늘 웃음을 주는 조정석이 촬영 현장을 즐겁게 만들고 있었고, 너무 서로가 재밌어서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NG가 나기도 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도적으로 극화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보다 일상에 닿아있는 자잘한 이야기들로 채워졌고, 그 안에서 의사들이 느끼는 행복감과 절망감, 소소하지만 버릴 수 없는 기쁨, 돈이나 지위하고도 바꿀 수 없는 소신과 환자를 위한 헌신 등등을 전하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장에서의 배우들과 제작진들 사이의 즐거운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그 즐거운 에너지가 고스란히 작품에 묻어나왔던 것 같다. 그러니 시청자들도 저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고.

 

"사실은 주변 분들한테 우리 드라마 보면서 힐링이 많이 됐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우리가 참 의미 있는 드라마를 하고 있고 정말 뿌듯하고.. 정말 여러분들이랑 같이 할 수 있어서 그랬던 거 같고.. 이분들이 아니었으면 이러지 못했을 거 같아요. 이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유연석이 전하는 고마움에도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묻어났다. 실제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가장 강력한 힘은 인물들의 매력에서 비롯하는 것이었다. 이야기의 극적 구성이나 그런 것보다 율제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그 매력. 그래서 시청자들은 어떤 사건을 기대하기보다는 그 사람들을 보고 싶어 목요일 밤을 기다렸다.

 

이제 시즌1을 마치지만 시즌2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는 다행이라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다시 돌아올 시즌2에서 이들은 또 어떤 성장과 관계의 진전을 보여줄까. 이 드라마에 의학 자문을 해준 의사들은 모두 이 드라마가 가진 선한 힘에 대해 감동을 표하고 있었다. 자신의 의사생활을 돌아보게 됐다고도 했고 환자들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드라마가 그려낸 선한 판타지가 만들어내는 선한 영향력이 아닐 수 없다.

 

"제가 아무래도 의사역할을 하다 보니 너무나도 고생하고 계시는 의사선생님들에 대해서 좀.. 옛날하고는 확실히 감정이 달라진 것 같아요. 얼마나 사명감을 가지고 그 일을 하고 계시는 지를 깊이 깨달은 것 같아요. 느끼게 됐어요. 이 기회를 통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존경합니다." 채송화 역할을 연기한 전미도는 의사 분들에 대해 새삼스럽게 갖게 된 고마움을 표현했다.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좋은 의사 분들에 대한 고마움.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선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그런 즐거운 현장이니 좋은 작품이 나올 수밖에. 이 드라마가 남달리 따뜻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내년에도 시즌2로 그 행복감을 또다시 전해주기를.(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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