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의 진짜 반찬, 유해진과 차승원의 농담과 진심

 

섬 생활 며칠 째지만 물고기는 구경도 못했다. 배를 타고 바다를 나갔지만 갑자기 번개가 치고 비가 오는 통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워도 미끼만 채간다. 유해진의 마지막 보루, 통발은 '텅발'이 되어버렸다. 한 마리도 잡히지 않고 그나마 잡힌 건 치어들이라 바다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5는 그래서 마치 보릿고개 같다. 첫 날은 운 좋게 전복을 채취해 회로 내놓아 고급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를 냈지만, 다음 날은 잡아 온 게 없는데다 비까지 내려 한 마디로 춥고 배고픈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유해진과 차승원의 유쾌한 농담은 고구마, 감자뿐인 저녁을 먹으면서도 기분 좋은 레스토랑 상황극을 연출했다.

 

다음 날 공효진이 게스트로 오면서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은 전과는 달리 마음이 초조해졌다. 자기들끼리 삼시 세 끼를 해먹을 때는 그냥 농담과 유머를 반찬삼아 대충 해먹어도 된다 싶었지만, 손님까지 왔는데 제대로 된 한 끼를 대접 못한다는 건 안 될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승원은 없는 살림(?)에도 군침 도는 음식들을 내놨다. 첫 날 땄던 거북손을 넣은 파전과 밭에서 딴 상추와 깻잎을 넣은 새콤달콤한 비빔국수를 내놓은 것. 뭔가 조촐한 점심이지만 차승원은 공효진을 위해 예쁜 접시에 손수 파전을 썰어 담아주고 유해진은 끊임없이 유쾌한 아재개그를 더해준다. 그러니 이 조촐한 식사시간이 풍성하게 느껴진다.

 

공효진은 그 화기애애한 식사에 기분 좋아지는 일화를 들려준다. 드라마 함께 할 때 차승원에게 "친구 없으시죠?"하고 물었더니 "하나 있어. 유해진이라고."라고 했다는 거였다. 가만히 듣던 손호준이 "되게 감동"이라고 하자 멋쩍은 듯한 유해진이 특유의 너스레를 떤다. "에이 그게 뭐 감동이야. 한 명 있어 그래야 감동이지. 내가 하나야?" 웃음이 빵빵 터지며 식사시간은 한 없이 즐거워진다.

 

다 같이 낚시에 나섰지만 역시 아무 수확도 없는 저녁. 빈손으로 온 유해진은 괜스레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차승원은 없는 재료로 마늘종 볶음에 무 조림 그리고 뭇국을 끓여 풍성한 저녁상을 차려 내놓는다. 그러면서 손님으로 온 공효진에게 제대로 된 밥상을 못 차려 준 게 영 마음에 남는 유해진이 미안해하자 차승원은 "먹고 싶다고 해서 해주는 거야. 무 조림."이라고 말해준다. 그러자 유해진이 다시 농담을 더한다. "그냥 무 조림 먹고 싶다 그랬어? 생선 조림이라고 그랬으면 생선을 잡아 왔지-"

 

저녁을 먹으면서도 이들의 농담은 밥상을 채워주는 또 다른 반찬이 된다. 무 조림에 뭇국을 내놓은 차승눠에게 유해진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네?"하고 아재개그를 던지자, 차승원은 "몸에 해로운 청바지가 뭔 줄 아냐"며 "유해진"이라고 한다. 그러자 다시 유해진 얼토당토 않은 아재개그를 던진다. "없는데 효성이 지극한 진이 뭐냐"며 "공효진"이라고.

 

마음 한 구석의 부채감 때문일까. 다음 날 일찍 바다로 낚시를 나간 유해진은 아침 식사도 거른 채 낚시를 하겠다고 하고, 그러자 차승원은 굳이 밥과 반찬을 챙겨 배로 보내준다. 감동한 유해진은 밥을 다 먹고 사과에 '고마워'라고 새겨 찍은 사진을 전송해주고, 그걸 본 차승원은 무심한 듯 손가락 하트를 찍어 답장을 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섬에서 물고기 구경 한 번 못해 봤지만 그래도 여유롭고 풍성하게 느껴지는 건 이를 대하는 이들의 마음이 긍정적이고 여유 있어서다. 늘 유머가 넘치고 그 속에는 무심한 듯 상대방을 생각하는 따뜻한 진심이 묻어난다. <삼시세끼>는 물론 그 현지에서 나는 식재료를 갖고 만들어 먹는 밥상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게 없어도 여유와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건 <삼시세끼>의 진짜 반찬이 이들의 여유로운 농담과 시크한 척 다른 이를 챙기는 진심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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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 이번에도 빛난 조정석 특유의 웃음과 페이소스

 

조정석 아니면 이런 느낌의 연기를 누가 소화해낼까. 늘 유쾌하고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지만, 그 웃음의 끝에는 어딘가 쓸쓸함 같은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조정석의 코미디 연기가 남다른 지점이다. 처음 대중들에게 그 존재를 알렸던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때부터 남달랐던 그의 코미디 연기가 정점을 찍었던 건 SBS <질투의 화신>에서였다. 물론 SBS <녹두꽃>에서 절절한 정극 연기도 잘 소화해냈던 조정석이지만, 역시 그의 연기 맛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보여주고 있는 바로 그 우습고 유쾌하면서도 페이소스가 가득한 역할에서 빛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그가 연기하는 이익준의 첫 등장은 얼굴에 다스베이더 헬멧을 쓰고 아들 우주(김준)와 함께 병원에 들어온 모습이었다. 우주가 본드를 헬멧에 발랐는데 그걸 모르고 뒤집어써서 헬멧이 머리에 붙어버린 것. 결국 익준은 다스베이더 헬멧을 쓴 채 응급을 요하는 환자를 수술하러 들어가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익준이라는 캐릭터가 독특한 건 굉장히 심각한 일 앞에서도 좀체 화를 내는 법이 없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받아들이는 면이다. 오래도록 떨어져 지냈던 아내가 외도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혼을 했지만 그게 별 일도 아니라는 듯 병원에서 그의 모습은 예전 모습 그대로 유쾌하기 이를 데 없다. 그 속이 어찌 괜찮을까 싶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늘 웃음과 농담이 넘치는 유쾌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에게 벌어진 많은 일들과 홀로 아이를 양육하며 살아가는 그 삶을 알고 있는 절친들로서는 그런 유쾌함의 이면에 드리워진 상처 같은 걸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절친의 시선이 바로 시청자들의 시선이기 때문에 익준이라는 캐릭터는 눈물 흘리는 인물보다 더 짠하게 다가오게 된다.

 

익준의 이런 캐릭터는 대학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채송화(전미도)에게 좀체 다가가지 못하고 짐짓 친구처럼 늘 옆에만 있는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는 채송화가 후배 의사인 안치홍(김준한)에 대해 좋게 말하고 같이 밥을 먹자고 하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걸 받아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그가 말하지 않고 티내지 않아도 속으로 얼마나 마음을 끓일지를.

 

게다가 익준은 자신의 사랑은 서툴면서도 안정원(유연석)과 장겨울(신현빈)이 서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만 잘 엮어지지 않은 걸 도우려 애쓴다. 안정원에게는 은근히 장겨울에 마음이 있는 걸 알고 있다며 머리보다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해주고, 장겨울에게는 그의 남동생을 남자친구로 알고 있는 안정원에게 당분간도 그렇게 하라고 조언해준다.

 

열이 나 아픈 우주를 돌보려 잠을 설치고, 갑자기 병원에서 온 콜에 채송화를 불러 우주를 돌보게 한 후 병원까지 갖다 오느라 한 숨도 잠을 자지 못했지만, 돌아와 잠든 채송화를 위해 아침을 준비하는 익준. 그런 익준이 채송화는 마음 한 편이 무겁다. 그래서 묻는다. "익준아. 넌 요즘 널 위해 뭘 해주니?" 그 질문에 익준이 답변에 담은 채송화에 대한 마음이 짠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너랑 같이 밥 먹는 거? 너랑 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난 나한테 그거 해줘." 실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조정석이 있어서 더욱 유쾌해졌고 더욱 짠해졌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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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수선공',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깨는 드라마가 된다면

 

"선생님도 병이 있으시네요. 직업병. 사람들을 죄다 환자로 보시나 봐요. 근데 저는 아픈 거 아니에요. 그냥 성질이 더러운 거지. 호의는 고맙지만 제 성격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KBS 수목드라마 <영혼수선공>에서 한우주(정소민)는 정신과 의사 이시준(신하균)에게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한우주는 사귀던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걸 보고는 격분해 주차장에서 차를 부실 정도로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사소한 말다툼에도 화를 참지 못해 언성을 높이기 일쑤다.

 

그런 그에게 이시준은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한우주는 또 화가 난다. 자신을 정신병 환자 취급하는 것 같아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마음에 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렇게 분노를 터트려 일을 그르치기도 하는 자신의 문제를 '성격' 때문이라 치부한다.

 

아마도 이 상황은 정신과를 바라보는 편견과 선입견을 잘 드러내는 에피소드일 게다. 어느 날부터인가 거식증을 갖게 된 환자는 마치 자신이 그 이유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한다. 자신의 엄마가 자신을 인형처럼 마음대로 키웠다는 것. 그래서 거기에 자신이 반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를 상담해 치료해주려는 의사를 거부한다. 거식증을 앓고 있는 건 드러난 현상이니 맞지만, 그렇다고 정신과 환자라는 걸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영혼수선공>은 그래서 어찌 보면 시청자들도 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상에서의 어떤 행동들이나 말들이 '정신 질환' 중 하나일 수 있다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드라마 속 한우주가 그런 것처럼 우리는 정신과 하면 "미쳤다"는 표현에 담겨 있듯이 아프다기보다는 그 이상의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정반대로 어떤 환자가 저지른 다소 심각한 사건들이 정신 질환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에서도 심리적 저항감을 느끼기 쉽다. 이 드라마의 첫 번째 에피소드로 등장했던 자신이 경찰이라고 착각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그렇다. 그는 결국 병원을 탈출해 뮤지컬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는 한우주를 음주운전을 한 것처럼 오인시켜 버린다. 이로서 한우주는 이제 막 날개를 펴려던 찰나 그 날개가 꺾여버린다.

 

그건 분명 그 환자의 망상장애가 원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주치의인 이시준이 한우주를 찾아와 사정을 이야기하고 선처를 해달라 고개를 숙이는 장면에서 다소의 불편함이 느껴진다. 그건 그저 정신질환이라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한 사람의 일상이 너무나 크게 파괴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수선공>은 정신질환이 마음에 병이 든 것일 뿐 그 이상의 어떤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면 내과에 가듯, 정신적 아픔이 있으면 찾아야 할 곳이 정신과라는 것. 이것은 어쩌면 요즘처럼 정신 질환이 훨씬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중요한 편견의 극복일 수 있다.

 

굉장히 특이한 어떤 일들도 들여다보면 우리네 관계에서 비롯되기도 하는 상처가 원인일 수 있다는 걸 애써 드라마는 이야기한다. 종이로 주택의 모형을 만드는 회사에서 모형 중 집 한 채를 입 안에 넣어 병원에 실려온 한 환자의 이야기가 그렇다. 위 속에 있는 종이조각들을 꺼내는 수술을 받은 그는 정신과 상담을 하라는 이야기에 어리둥절해하지만 거기서 이시준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편애가 심해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던 아버지가 원인이었다. 어려서 가출해 일주일 후 돌아왔는데도 자신이 집 나간 사실 조차 몰라서 혼자 화장지를 먹었던 과거가 환자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이런 영혼의 상처는 환자가 아닌 의사도 똑같이 갖고 있다. 이시준은 유명한 외과의사였던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그 아버지는 정신을 놓고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이시준이 환자들의 집을 찾아 나설 정도로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에게 열성적인 건 아버지의 인정을 끝까지 받지 못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게다.

 

한우주 역시 어려서 입양되었다가 파양된 경험을 했다는 게 드러났다. 그의 분노조절장애가 어쩌면 이 때의 상처와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 한우주는 파양한 어머니를 찾아갔다가 이시준을 찾아와 말한다. "지금 아니면 절대 말 못할 것 같아서 왔어요. 선생님 말이 맞았어요. 저 환자에요. 저 좀 치료해 주세요. 치료해 줄 수 있죠?" 그는 자신이 아프다는 걸 인정하고 치료를 요구한다.

 

아마도 <영혼수선공>이 하려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공감되기 위해서는 저 한우주가 스스로를 환자라 인정하고 치료를 해달라 말하는 것처럼, 우리들 역시 누구나 선선히 정신적인 병을 앓을 수 있고 그럴 때면 정신과를 찾아가 도와 달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할 것이다. 그 편견을 넘어서는 것이 이 드라마의 목적이고 또 하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 다소 괴짜처럼 보이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시준이라는 정신과 의사는 이런 편견을 극복하고 시청자들까지 치유해줄 수 있을까.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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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백종원이 솔루션보다 의지를 먼저 심어주려 한 건

 

무엇이 사장님들을 이토록 자포자기하게 만든 걸까.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수원 정자동 골목편에 등장한 사장님들의 문제는 음식 맛이나 청결, 서비스 같은 게 아니었다. 물론 지난번에 잠깐 나왔던 떡튀순집은 백종원이 '기분 나쁜 맛'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음식 맛에도 문제가 심각했다. 튀김은 눅눅했고 떡볶이는 이상한 맛이 났으며 순대는 기성품맛이 났다고 백종원은 말했다.

 

하지만 주방점검에 들어간 백종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냉장고 안에 얼어붙은 심각한 크기의 성에는 물론이고 기름때가 곳곳에 들러붙어 있어 달라붙은 선반을 빼내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눈에 보이는 곳만 대충 정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바닥이며 화구 옆이며 기름때가 없는 곳이 없었다. 백종원은 단박에 알아봤다. 이건 몰라서 못한 게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 안한 거라는 걸.

 

사실이 그랬다. 하루에 매출이 0원인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 집 사장님은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에서 대신 빠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보증금마저 다 사용해 마이너스가 될 처지였다. 세 자녀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으로서 사장님의 처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가게에 나와 있긴 하지만 아무런 희망도 없이 자포자기하고 있었던 것.

 

백종원은 솔루션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포자기한 마음을 되돌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장사를 접고 청소를 하라고 했고, 일주일간 청소된 가게는 확연히 달라보였다. 그 청소를 통해 의지를 다시 갖게 하려는 백종원의 배려였다.

 

이번 수원 정자동 골목편에 출연한 쫄라김집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나마 예고가 나가면서 손님들이 조금 찾아와 점심장사에 활기를 띠었지만, 몇 테이블이 들어왔는지 또 매출은 얼마인지를 묻는 백종원을 질문에 사장님은 선선히 답변을 하지 못했다. 주머니에 그냥 돈을 찔러 넣어두고 하루 장사가 끝날 때 얼마를 벌었는지를 확인한다는 사장님은 어떤 메뉴가 잘 나가는지 손님은 얼마나 왔는지 같은 걸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무기력한 상태였다. 장사가 잘 되고 싶냐는 백종원의 질문에도 잘 되기보다는 애들에게 짐이 안되고 싶은 마음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지난 장사에서 망해 빚만 1억이 넘게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빚을 갚으려면 더 열심히 장사를 해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전에 했던 쭈꾸미집 이야기만 꺼내도 사장님은 눈물을 흘렸다. 너무나 가슴 아픈 실패의 경험이고 그래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던 것.

 

백종원은 자신 역시 17억을 빚졌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던 적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꺼내놓으며 사장님이 의지를 갖기를 바랐다. "지금 목이 메이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고 정말 열심히 해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먼 산 쳐다보면서 인생 다 산 사람처럼 이야기해버리면.." 백종원은 동정이나 연민보다는 좀 더 강한 자극을 주려 했다.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는 것.

 

그 장면을 상황실에서 보고 있던 김성주는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 사장님이 눈을 맞추지 않고 먼 곳을 보며 이야기했던 걸 기억해냈다. 김성주는 그 이유가 "본인이 겪었던 일들을 회피하고 싶으신 것 같았다"며 "그래서 내 이야기가 아니고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얘기를 하셨다"고 했다. 그만큼 사장님이 겪은 실패의 충격이 얼마나 컸는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장님의 우울한 얼굴부터 바꿔야 손님들에게도 좋은 기운이 간다고 백종원은 강변했다. "내 속마음을 숨기고 손님한테 즐거운 표정을 짓는 게 기본메뉴"라고 했다. 그래서 매일 거울을 보며 인사를 연습하고 웃는 모습을 연습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했다.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 수원 정자동편은 그 어떤 이전 방송들보다 극에 몰려 있는 가게들의 사정을 느끼게 해줬다. 장사를 실패해 빚이 쌓이고, 노력해도 손님이 없어 이제 길바닥에 나앉기 직전에까지 몰린 사장님들. 그래서 자포자기하고 무기력해진 사장님들의 사정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 중요해진 건 솔루션보다 이 분들이 다시 해보겠다는 삶의 의지를 되찾는 것이 되었다.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더더욱 침체된 상황에 몰린 건 이분들만의 이야기가 아닐 게다.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느낄 무력감과 자포자기 심정이 오죽할까. 그래서인지 적어도 이번 편에 나오신 사장님들이 장사가 잘 되는 건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의욕을 가진 얼굴을 보기를 바라게 된다. 백종원은 과연 그런 의지까지 일으켜주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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