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머니?’, 사교육을 다루는 이 프로그램의 양면성

 

MBC 예능 <공부가 머니?>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첫 방송에 나온 임호네 가족의 이야기는 충격과 안타까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대치동에 사는 임호네 아이들 삼남매가 다니는 학원 수만 34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수치지만, 아이들 엄마는 그것이 그 곳에서는 일상사라고 말한다. 대치동에서는 어느 집에서나 다 그렇게 한다는 것이고, 자신은 그걸 겉핥기식으로 하는 정도라는 것.

 

이게 사실이라면 대치동이라는 곳이 얼마나 비정상적인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아이들은 방과 후 학원을 전전하고, 집에서도 계속 찾아오는 방문교사들과 학습지를 풀고 밤늦게까지 숙제를 해야 했다. 숙제가 많은 날에는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잠을 잘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나이는 이제 고작 9살, 7살, 6살이었다.

 

한창 뛰어 놀 나이지만 주말에도 거의 집에서 숙제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었다. 놀라운 건 둘째 아이가 수학에 재능을 보여 선행학습을 하고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수학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아이는 아는 문제를 일부러 틀리기도 했다. 빨리 숙제를 끝내면 연달아 또 다른 숙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잘 하지만 아이가 수학을 제일 싫어하게 된 건,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 수학공부를 더 집중해서 시킨 탓이 컸다.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노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대신 아이들은 항상 책상 앞에 앉아 숙제를 하고 있었다. 첫째 아이는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싫어하는 수학을 할 때는 몹시도 지겨워했고, 쉴 틈 없이 찾아오는 방문교사 때문에 저녁밥도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첫째로서 동생들을 챙겨야 한다는 마음이 강해, 힘든 상황을 속으로만 삭이며 감내하고 있었다. 아동심리전문가는 이 아이가 거의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관찰카메라를 통해 아이들의 이런 충격적인 모습을 보고, 전문가들은 저마다의 솔루션을 내놨다. 아동심리전문가 양소영 원장은 아이들의 성향을 자세히 파악해 알려줬고, 그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얘기해줬다. 자녀를 명문대 5곳 동시 수시합격 시켰다는 교육 컨설턴트 최성현은 34개의 학원을 11개로 줄이며 교육비를 65%나 줄이는 시간표가 제공됐다.

 

하지만 솔루션 과정에서 선행학습에 대해서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진동섭과 최성현은 의견 대립이 있었다. 진동섭은 선행학습이 결국은 아무 소용도 없다고 주장했고, 최성현은 그래도 결국은 상대적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선행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런 의견충돌은 <공부가 머니?>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양면성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마치 사교육이 문제라는 것처럼 관찰카메라를 통해 아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고발하는 듯 보였지만, 또한 한 편으로는 그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드러내고 있었다.

 

대치동에서는 다 저렇게 한다는 것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또한 그런 남다른 교육열을 오히려 드러내는 것처럼도 보인다는 것. 자녀를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면서 그 목표가 오로지 대학으로만 다루는 한계도 보였다. 공부는 성적을 위한 어떤 것이고, 그것이 오로지 대학을 가기 위한 것이라는 걸 전제한 듯한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결국은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임호의 아내는 대치동 상황에서 너무나 불안해하고 있었다. 모두가 어린 아이 때부터 학원을 다니고 거의 노는 시간 없이 숙제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 모습은 너무나 가혹해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그렇게 몰아세우게 된 건 엄마의 불안감 때문이었다. <공부가 머니?>라는 프로그램은 과연 이런 불안감을 제거해주고 있을까. 혹여나 이 엄마가 대치동의 상황 속에 빠져 불안감을 느끼게 된 것처럼, 시청자들도 이 프로그램을 보며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건 아닐까. <공부가 머니?>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사진:MBC)

넷플릭스 경험한 시청자들에게 허술한 드라마 더는 안 통해

 

tvN 월화드라마로 종영한 <60일, 지정생존자>는 아마도 미드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괜찮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여겨졌을 수 있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원작이 갖고 있는 미국적인 상황을 우리의 상황으로 변환하는데 일정부분 성공했다고 보인다. 그건 60일이라는 한정된 기간을 부여했고, 한반도 국제정세 상황을 투영시켰으며 무엇보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은 우리네 정서를 반영해 ‘자격 없는 이가 권력을 갖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한 부분을 부각시킨 면 등이 그랬다.

 

하지만 미드 원작을 본 시청자들은 <60일, 지정생존자>에 만족하기가 어려웠다. 그건 원작이 갖고 있는 속도감과 다양하고 풍성한 이야기들에 비해 <60일, 지정생존자>는 상당히 지지부진하고 답답한 전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테러범을 찾아내는 과정에 온전히 16부를 할애한 <60일, 지정생존자>는 그래서 박무진(지진희)이라는 권한대행의 국정 수행 능력에 집중하기보다는 빌런으로 등장한 오영석(이준혁)의 국정농단에 더 초점을 맞췄다. 물론 그는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말지만.

 

이처럼 최근 우리네 시청자들은 넷플릭스나 왓차플레이 등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외국 드라마들에 익숙해져 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왕좌의 게임> 같은 작품을 본 시청자들이 tvN <아스달 연대기>에 혹평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달라진 환경 때문이다. 사실 이런 비교점 없이 새로운 시도로만 보면 <아스달 연대기>의 성취는 적은 게 아니지만, 이제 미드를 우리네 드라마와 다를 바 없이 소비하게 된 시청자들에게 <아스달 연대기>의 미술이나 의상이 <왕좌의 게임>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었다.

 

MBC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같은 사극은 전통적으로 우리네 시청자들에게 강한 드라마지만 생각보다 시청률도 화제성도 나오지 않는 것 또한 달라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관련이 있다. 사극이 보다 차별화된 확실한 스토리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고 과거 이른바 멜로사극이라 불리던 장르적 틀만을 반복하는 것으로 이제 더 이상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기는 어려워졌다. 틀에 박힌 복수극의 장르를 반복하는 KBS <저스티스>도 마찬가지다. SBS <닥터탐정>은 물론 그 다큐적 소재를 가져와 드라마화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지만 역시 대중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KBS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높은 33.5%(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내고 있다는 건 꽤 상징적이다. 그것이 어떤 성과를 말해주는 게 아니라, 이제 지상파 시청률이라는 건 고정층들(주로 고령시청자)만을 겨냥할 때 나올 수 있는 수치라는 걸 말해주는 상징. tvN <호텔 델루나>가 그나마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가 되는 건, 그 익숙한 <전설의 고향>식의 우리네 귀신 이야기를 트렌디하게 엮어내 나이든 세대와 젊은 세대까지를 모두 끌어안아서다. SBS <의사요한>이 9.4%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의학드라마라는 안정적인 포맷 위에 지금껏 다뤄지지 않았던 안락사 문제를 건드리는 뾰족함이 있어서다.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해외의 드라마들을 경험한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드라마는 시청률은 상대적으로 낮아도 몰입감이 남다른 OCN <왓쳐>나 영화적 느낌이 더 많이 나는 JTBC <멜로가 체질> 같은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영화와 드라마 사이의 경계가 이미 헐거워진 해외 드라마들을 접하다 보면 우리네 드라마가 가진 지나치게 드라마적인 색채나 클리셰가 지겨워진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다크> 같은 드라마나, 왓차플레이에서 방영되고 있는 <체르노빌> 같은 드라마를 우리네 시청자들이 찾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제작사들이 드라마에 대한 생각 자체를 달리해 봐야 하는 이유다. 보다 완성도 높고 확실히 차별화 되는 스토리와, 영화와 더 이상 경계가 없는 밀도 높은 드라마가 아니라면 갈수록 우리네 시청자들의 이탈은 커지고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미 높아진 눈높이는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사진:tvN)

‘골목식당’, 초보 피자집과 경험자 중화떡볶이집을 가른 건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언젠가부터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식당과 어딘지 불편함을 주는 식당을 병치해 가며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를 테면 여수 꿈뜨락몰의 경우 양식집처럼 모범적인 식당으로 시청자들을 좋게 해주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꼬치집처럼 나중에는 아예 분량 자체가 편집된 불편한 식당을 동시에 보여주는 식이다. 서산 해미읍성의 장금이네 백반집이 백종원도 시청자도 찾고픈 식당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곱창집이나 쪽갈비 김치찌개집은 마지막엔 해피엔딩이었지만 과정은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드는 부분들이 존재했다.

 

이렇게 모범 식당과 이른바 ‘빌런 식당’을 병치하는 이유는 프로그램의 정서적 색깔이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어지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들어간 것이라 보인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식당들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방송을 찍어나가는 과정에서 식당마다의 색깔을 좀 더 분명히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이런 극과 극의 식당들이 보이게 된다. 지난 번 방영되었던 ‘여름 특집’에서도 포방터 시장의 기분 좋은 얼굴들이, 이대 백반집의 불편한 얼굴들과 병치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천 대학로편에서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식당은 이른바 길쭉한 피자를 메뉴로 가진 롱피자집이다. 애초 별 기대가 없이 찾아갔지만 모든 요리 방식이 기계적으로 똑같을 정도로 기본을 철저히 지켜나가는 롱피자집 사장은 백종원을 웃게 만들었다. 물론 대단한 실력자도 아니고, 가게를 연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집이지만, 롱피자집 사장의 ‘융통성 없음’은 마치 프랜차이즈로 보면 모범식당에 해당했다. 레시피를 줘도 제 맘대로 바꾸는 집들이 많다는 백종원의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보면 이런 기본에 충실하다는 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게다.

 

하지만 롱피자집 사장이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웃게 만드는 건 그 솔직함에 있다. 그 기본 위에 새로운 피자를 시도해보라는 미션에 ‘카레 피자’를 준비했다는 사장은 그 이유로 검색해보니 카페 피자가 없어서였다고 했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럴 리 없다고 했고, 알고 보니 ‘커리 피자’라고 검색하면 수두룩하게 나오는 게 바로 그 피자였다. 카레도 처음 해본다는 그 피자가 맛이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했다는 것과 솔직하게 이게 모두 처음이라고 그 미숙함을 드러내는 모습에 백종원은 웃음을 터트렸다.

 

반면 이번 편에서 어딘가 불편함을 주는 가게는 바로 중화떡볶이집이다. 지난 번 백종원이 시식을 한 후 너무 기름을 많이 넣어 느끼하다고 해서 개선해 내놓은 떡볶이. 느끼함을 조금 줄었지만 사장은 자신의 레시피를 쉽게 꺾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그간 자신이 꽤 많은 시도들을 해왔다는 걸 백종원에게 어필하며 갈등하고 있었다. 백종원이 하는 말에 “근데...” 하고 토를 다는 듯한 방송의 편집은 이 사장이 고집 센 인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사실 이해되는 면이 있었다. 롱피자집처럼 오래도록 레시피 연구를 하거나 고민을 하지 않았던 초보의 입장에서는 어떤 조언들도 모두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일 수 있었다. 하지만 꽤 오래도록 요리에 대한 자신만의 고민을 해왔던 사람이라면 그것을 바꾸는 일이 쉬울 수는 없는 일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이처럼 이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집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집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백종원의 솔루션이 꼭 필요한 집과 그것을 절실하게 원하는 집이 전자라면, 고민을 나름 해 와서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고 여기지만 그게 사실은 대중적인 선택은 아니라는 걸 잘 인정하지 못하는 집이 후자다. 예를 들어 지난 원주미로시장에서 멕시칸 요리를 선보인 타코집은 요리 선생이 사장님이라 솔루션 과정에서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 물론 결국 솔루션을 받아들임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중화떡볶이집 사장은 백종원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간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조금 뜨문뜨문 봐왔는데, 방송이 나간 후 비판적인 댓글들이 쏟아져 계속해야할 지를 고민 중이라는 것이다. 백종원은 마땅히 지적받아야 할 것들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조언이 정답이 아닌 자신의 의견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결국 선택은 본인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오래 고민한 이들이라 솔루션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장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솔루션이든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프로그램은 솔루션을 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방송이라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가식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자신의 모습이 방송에 어떻게 비춰질까는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건 솔루션 과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 또한.(사진:SBS)

‘유퀴즈’, 선뜻 길거리로 나선 유재석의 용기가 준 선물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서울 독서당로에서 만난 중3 준혁군은 성적 고민에 대해 털어놨다. 밝게 웃는 얼굴에 무슨 그림자가 있을까 싶었지만 준혁군에게도 남다른 아픔이 있었다는 게 슬쩍 드러났다. 본래 축구를 하고 싶었는데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겨 포기했다는 것.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하긴 하지만 성적은 바닥권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 방학이라 학원에 다니는데, 공부가 잘 되지 않아도 부모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란다.

 

이 날의 공식 질문은 ‘자신이 많이 하는 척’이 무엇이냐는 것. “숙제하는 척을 많이 한다”는 준혁군은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공부 이야기를 꺼내려다 말을 바꿔 “많이 사랑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준혁군의 착한 심성이 엿보였다. 공부만 잘 하면 뭐할까. 저런 심성이 없다면 별 소용도 없을 텐데. 유재석과 조세호는 오랜만에 조언을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며 자신들이 언제 펜을 놓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경쟁하듯 털어놨다. 유재석은 공부만이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건 아니라고 조언해줬다. 그 자신이 증명하고 있듯이.

 

준혁군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글라라씨와 임진희씨가 다음 토크 상대로 섭외되었다. 그런데 이 누나들은 준혁군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던 모양이었다. 토크를 마치고 가는 준혁군에게 마치 친누나들처럼 손을 흔들어주었다. 타인이지만 한 발짝 안으로 들어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마치 친 동생이나 된 것처럼 정이 느껴지고 새삼 그 사람의 가치가 들여다보이기 마련. 정글라라씨와 임진희씨는 바로 현장에서 <유퀴즈 온 더 블럭>이 가진 힘을 경험했다고 보인다.

 

너무나 친한 절친으로 눈빛만 봐도 친자매처럼 친하다는 걸 알겠는 정글라라씨와 임진희씨의 이야기도 보석 같았다. 어머니가 요양원을 하고 있어 요양사 자격증을 따 그 곳에서 함께 일한다는 정글라라씨는 그 곳에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 분들을 떠나보낼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고 그럴 때면 “좀 더 자세히 살피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했다.

 

대만에서 4년째 유학중이라는 임진희씨는 제일 힘든 게 엄마 요리가 생각날 때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먹먹해졌다. 대만에도 명절이 있는데 대만 친구들이 다 집으로 갈 때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는 것. 하지만 부모님에게는 항상 잘 있는 척, 아무 걱정이 없는 척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화상통화를 할 때는 항상 좋은 곳, 즐거운 곳에서 한다고. 그 마음이 또 반짝반짝 빛났다.

 

한남동 테일러샵에서 만난 최용국 사장은 범상치 않은 창업의 과정을 털어놨다. 본래는 직업군인이었는데, 어느 날 패션에 관심을 갖고는 본격적으로 테일러 일을 배웠다는 것. 아마도 총을 더 많이 들었을 그는 그 후로 바느질을 하는 걸 그토록 즐기고 있는 자신이 놀라웠다고 한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동호회 활동을 한다는 그는 모임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바로 그 부분이 가장 큰 장점처럼 보였다. 평탄한 어떤 삶은 아니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자신이 하고픈 일을 찾아 제 궤도에 올라 있는 최용국 사장 같은 인물을 본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시즌1을 할 때만 해도 퀴즈를 내고 맞히면 100만 원을 타가는 그 형식이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 프로그램의 본래 목적과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유퀴즈 온 더 블럭>을 계속 보다 보니 이런 퀴즈 형식이라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길거리에서 만나 스스럼없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주고 눈물을 흘려주고 누군가를 걱정해주기도 하는 보석 같은 분들에게 100만 원을 드리는 게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제발 퀴즈 좀 맞춰라 하며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이 고마운 건 세상에 이토록 많은 좋은 사람들과 위대한 분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방송이 포착해온 건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다. 삶의 시간들은 저마다 그만한 무게와 가치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누구나 만나 조금 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나눠보면 놀라운 특별함이 발견된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유재석과 조세호가 선뜻 길거리로 나서고 낯선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던 그 용기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의외로 크게 돌아오고 있다. 100만 원으로 값어치를 모두 말할 수 없는 보석 같은 사람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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