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눈물 났던 당대 의병들의 숭고한 선택들

“작금의 조선에 조선의 것이 없다.” 구동매(유연석)에게 붙잡힌 이름 모를 아무개, 의병은 칼날이 자신의 목줄기에 닿아 있는 와중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다. 구동매는 그 의연함이 궁금하다. 자신을 돈이 되는 일에 목숨을 걸지만, 이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거는 걸까. 그래서 묻는다. 그 이유를. 

그러자 이 아무개가 조선의 사정들을 줄줄이 읊어 놓는다. 열강들이 수탈해간 조선의 모든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하는 것”이란다. “이런 나라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다른 이를 발고하면 살려주겠다는 제안을 해놓은 구동매는 적이 당황한다. 그 아무개는 “내게 단 한 명의 이름도 듣지 못할 것”이라며 스스로 칼날을 목으로 당긴다. 가까스로 자결하는 걸 막은 구동매가 “미쳤냐”고 묻자, 아무개가 말한다. “들키면 튀고 잡히면 죽는다.” 그리고 백 번을 잡아도 자신의 동지들 누구든 그렇게 할 거라고 일갈한다. 칼자루는 구동매가 쥐었지만 그는 아무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처참하게 베인다. 자신의 삶이 새삼 보잘 것 없어지는 그런 느낌.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이 짧은 장면은 구동매에게 앞으로 일어날 심경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지만, 그 안에는 그렇게 아무개로 남을 그들의 숭고한 선택에 대한 뭉클함이 들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 작품이 진정 하려는 이야기일 게다. 그 중에는 지체 높은 애기씨도 있지만 이름 모를 촌부들도 있고, 노비에 백정 출신도 있으며 무엇 때문에 이런 위험한 일에 뛰어들었는지 알 수 없는 아낙네도 있다. 

주인공들은 그 많은 아무개로 남은 의병들을 대변하는 인물들로 서 있다. 머슴이었지만 부모가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인의 신분으로 돌아온 조선인, 백정의 아들로 일본에서 칼잡이가 되어 돌아온 일본인 조선인, 그리고 악덕 지주양반의 아들로 태어나 방탕한 삶으로 자신을 저주하듯 살아가는 룸펜 조선인, 아버지의 손에 의해 일본인에게 팔려가듯 결혼해 남편이 죽자 돌아와 호텔사업을 하는 일본인 조선인 여인, 미군들과의 전투에서 죽은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을 안고 포수로 위장해 의병활동을 하고 있는 조선인 등등. 

그 중 유진 초이(이병헌)와 구동매 그리고 김희성(변요한)은 서로 다른 국적을 갖고 있지만 묘한 관계로 얽힌다. 어느 주점에서 한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는 그들에게 주인이 ‘동무’냐고 묻자 그들은 모두 아니라고 답한다. 하지만 김희성이 자신들을 “미국인인 조선인, 일본인인 조선인, 잘생긴 조선인”이라고 농담처럼 표현한 것처럼, 그들은 조선인이라는 하나로 묶여져 있다. 그리고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걸 자꾸만 일깨우는 한 인물이 존재한다. 바로 고애신(김태리)이다. 고애신이 선택한 쓸쓸하지만 숭고한 그 선택 앞에 세 남자는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갈까” 고민 중이다. 

유진이 애신에게 “꽃으로만 살아도 될 텐데. 내 기억 속 사대부 연인들은 다들 그리 살던데”라고 묻자 애신이 하는 말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나도 그렇소.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거사에 나갈 때마다 생각하오. 죽음의 무게에 대해. 그래서 정확히 쏘고 빨리 튀지.... 양복을 입고 얼굴을 가리면 우린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꼭 필요하오. 할아버님껜 잔인하나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가 지려 하오. 불꽃으로. 죽는 것은 두려우나 난 그리 선택했소.”

개화기 혼돈의 시대이기는 하나 그 나라를 위해 초개같은 자신의 삶을 던졌던 청춘들 역시 어찌 사랑이 없었을까. 애신의 유진을 바라보는 사랑이 가득한 눈빛과 그러면서도 의병의 삶을 향해 불꽃처럼 달려갈 거라는 그 말의 교차는 그래서 더더욱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거기에서는 의연함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선택은 그래서 나비효과를 만들어내며 주변 사람들을 움직인다. 어느 아무개 의병의 말 몇 마디에 구동매가 칼날보다 더 아픈 상처를 입었듯이, 애신의 불꽃 같은 몇 마디 담담한 이야기는 유진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참 못됐습니다. 저는 저 여인의 뜨거움과 잔인함 사이 어디쯤 있는 걸까요.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더 가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꽃 속으로. 한 걸음 더. 요새 전 아주 크게 망한 것 같습니다.’ 유진의 이 읊조림은 그가 이 여인의 삶 깊숙이 들어가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것은 애신이 말했듯 출신도 성차도 뛰어넘는 숭고한 대의다. ‘얼굴을 가리면’ 그들에게는 조선이 그토록 신분과 계급으로 짓눌렀던 억압을 뛰어넘어 ‘다 같은 아무개’가 된다. 추운 겨울 꽁꽁 언 얼음길을 애신과 유진이 함께 걸으며 유진이 자신을 노비신분이라 털어놓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살 얼음길 같은 그 ‘함께 가는 길’에 유진은 그 신분차이가 큰 장벽이라 여기지만 과연 애신도 그럴까. 죽음을 향해 기꺼이 달려가는 불꽃같은 삶에 그건 아무런 장벽이 되지 못하지 않을까. <미스터 션샤인>은 이름 없이 등장했다 사라져간 의병들이 어떻게 그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되고 어떻게 불꽃처럼 살다 스러져 갔는지를 애신과 유진 같은 인물들을 통해 아프게도 그려내고 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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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참시’ 신현준의 박장대소, 그 기분 좋은 중독

도대체 왜 웃는 거지?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신현준이 처음 그 특유의 호쾌한 웃음을 터트렸을 때 스튜디오에 앉은 출연자들은 모두 의아한 얼굴이었다. 심지어 전현무는 “같이 좀 웃읍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자꾸만 그 박장대소에 빠져든다.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 한 마디에도 터져 나오는 신현준의 ‘숨 막히는’ 웃음소리에 왠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도대체 신현준의 박장대소는 어떤 효과를 만들어낸 것일까.

신현준이 매니저 이관용을 삼겹살로 유혹해 양평의 주말농장에 함께 가는 길은 사실 그다지 큰 사건(?)이랄 게 없었다. 차 안에서 늘 하듯 영양제를 매니저와 함께 챙겨먹고 최근 신현준이 빠져들었다는 ‘불쾌지수송’을 반복해서 듣는다. 그러다 잠깐 차를 세워두고 마스크팩을 매니저와 함께 하며 특유의 ‘큰 코’ 때문에 팩의 코 부분을 가위로 잘라내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출발해 양평에 도착, 시장을 둘러본다. 

여기서 웃음 포인트는 역시 이관용 매니저의 ‘남다른 고기 욕심’이다. 다른 먹거리들을 얘기해도 오로지 매니저의 머릿속은 고기로 가득 차 있다. 마침 지나치다 보게 된 옛날 통닭집 앞에서 신현준이 말만 꺼내놓고 군침을 삼키는 매니저를 데리고 그냥 지나치려 하자, “먹고 싶다”고 말하는 매니저를 보며 신현준은 웃음이 피어나온다. 결국 통닭을 하나 사서 점심을 먹으러 간 냉면집. 신현준과 매니저 사이에 삼겹살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진다.

사실 애초부터 약속대로 삼겹살을 살 생각이었을 테지만, 은근히 통닭을 샀으니 삼겹살을 뭘 또 사냐는 식으로 말을 건네고, ‘밑장 빼기’보다 더 지독한 ‘고기 빼기’를 한 신현준에게 살짝 빈정이 상한 매니저의 모습이 각을 세우며 웃음이 만들어진다. 냉면을 먹으면서도 계속 통닭을 담은 비닐봉지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매니저에게 “조성모냐?”고 묻는 신현준은 특유의 춤 동작처럼 보이는 그 동작을 연상케 하며 박장대소를 터트린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매니저에게 15일 동안 3킬로를 빼는 다이어트를 시켜주겠다며 그걸 성공시키면 5킬로 찌울 수 있는 고기를 사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러자 매니저가 굳이 다시 찌울 걸 왜 빼냐고 되묻고 두 사람은 뭐가 좋은 지 함께 박장대소를 터트린다. 너무 큰 소리로 웃어 가게를 찾은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조심하며.

사실 신현준은 특정한 한 마디를 툭툭 던져서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그런 인물은 아니다. <전지적 참견시점>에는 사실 그런 인물들이 많다. 음식이야기만 나오면 특유의 표현력을 동원해 맛깔나게 웃음을 만들어내는 이영자가 그렇고, 가만히 있다가도 한두 마디 툭 던지거나 삼행시 하나를 하는 것으로도 웃음을 터트리는 유병재가 그렇다. 또 새로 합류한 박성광은 그 좋은 심성을 짓궂게 설정 아니냐며 놀려대는 다른 출연자 앞에서 역시 개그맨답게 그걸 받아주며 당황해하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을 준다. 

하지만 신현준은 그런 단발성 웃음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그가 하는 행동들을 일관되게 계속 들여다보고 살짝 생각을 하다 보면 그게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라. 음악 하나에 빠지면 한 달 내내 그 음악을 반복해서 듣고, 영양제가 좋아 엄청나게 큰 짐 가방에 영양제를 가득 담아 다니는 모습이라니. 매니저가 사는 곳 가까이 이사를 갈 정도로 거의 형제처럼 보이는 그 신뢰관계가 주는 흐뭇한 미소도 있다. 또 하다못해 텀블러와 에코백을 챙겨 다니는 그 개념이 주는 흐뭇함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 일에도 큰 웃음으로 화답해주어 분위기를 즐겁고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그만의 박장대소가 있다.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즐거워진다는 게 무엇인지 그는 제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만일 <전지적 참견 시점>에 신현준의 그 웃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조금은 밍밍해지지 않을까. 어쩌다 보니 우리는 그의 박장대소에 빠져들게 되었다. 기분 좋은 중독이랄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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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가 어딘데’, 배정남을 보면 왜 탐험을 하는지 알게 된다

“오늘 하루에 다 주파해버립시더!” KBS <거기가 어딘데>에서 스코틀랜드 스카이섬 탐험의 대장을 맡은 배정남은 역시 그 캐릭터대로 ‘일단 지르는’ 호기로운 모습이다. 그러자 팀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또 시작됐다”는 반응을 보인다. 마치 당장 뛰어서라도 탐험을 끝내버릴 것처럼 보이던 그지만 잠시 뒤 그의 푸념 같은 골골대는 소리가 이어진다. “허리가 너무 아프다. 대미지 너무 큰데?” 

오만의 아라비아 사막을 건널 때도 배정남은 똑같은 모습이었다. 경상도 사내의 호기로움을 그대로 보여주듯 항상 시작할 때는 ‘의욕이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금세 풀이 꺾여 물집이 잡혀 아픈 발과 뜨거운 햇살에 열병을 앓고 드러누운 상반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왜 거기까지 가서 그런 생고생을 하는지 후회한다. 

그러다가도 막상 사막의 끝자락에 다다라 바다를 보자 그는 언제 힘들었냐는 듯 다시 호기로운 모습으로 돌아간다. 팬티 하나만 입고 바닷물 속으로 뛰어든 배정남은 그 고생 끝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우리가 탐험을 하는 이유는 호기와 포기 사이를 오가며 우리의 진짜 모습을 거기서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 

오만의 타는 듯한 사막의 햇볕과 뜨거운 모래를 떠올려보면 두 번째 탐험지인 스코틀랜드의 스카이섬은 ‘힐링’의 느낌마저 준다. 많은 트랙커들의 성지로 알려진 그 곳은 햇볕과 모래 대신 습하고 급변하는 날씨의 힘겨움이 있지만, 유호진 PD가 말했듯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가는 곳마다 살아있는 자연의 풍광 앞에 눈이 호강이고, 길가에서 만나는 동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살짝 길을 벗어나 즐기는 ‘마이크로 탐험’은 작은 도전이 주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런데 어찌 보면 ‘천국 같은’ 이 곳에서도 탐험대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오만의 사막에서와 마찬가지로 배정남은 호기와 포기를 오가고, 조세호는 엉뚱한 행동과 말로 웃음을 준다. 지진희는 대장직을 배정남에 물려줬지만, 길을 몰라 헤매게 될 때는 여전히 그 대장의 모습을 드러내 든든하게도 길을 알려준다. 차태현은 외국 나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이제 진짜 맞이하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 앞에 감복하는 중이다. 

환경이 극과 극으로 달라져도 사람은 여전히 자신의 모습대로 그 환경에 적응해간다. 조금 쉬운 탐험이라고 해도 ‘호기’만 있는 게 아니다. 무거운 등짐으로 허리가 나갈 것 같다는 배정남은 이제 2킬로만 가면 그 날의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수 있다는데도 굳이 먼저 식사하고 쉬다 천천히 가자고 한다. 호기롭게 나서지만 또한 포기하고픈 마음을 애써 부정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또 포기하고 주저앉기보다는 호기롭게 나서는 그런 모습. 그게 탐험을 통해 발견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이번 탐험에 동행한 세계적인 탐험가인 제임스 후퍼에게 “왜 탐험을 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변이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제 편안하고 안락하다는 것. 그래서 그 편안함 바깥으로 나와야 비로소 진짜 삶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편안함을 굳이 포기하고 탐험 속으로 뛰어다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보면 편안함을 추구하며 포기하고 싶다가도 막상 탐험에 들어가면 호기롭게 걸어나가는 배정남은 <거기가 어딘데>라는 프로그램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 양면을 오가는 모습이 예능적인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그것이 탐험의 본질에 가까워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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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할배’와 함께 성장한 이서진, 흐뭇함이 느껴지는 건

산악열차로 한참을 올라가서도 또 꼭대기까지 가파른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tvN <꽃보다 할배>가 찾은 오스트리아의 샤프베르크산. 다른 할배들이 전망대에 일찌감치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안, 이서진은 몸이 불편한 백일섭과 함께 걷는다. 조금 걷다가 숨이 차오르면 앉아 쉬다가 다시 걷는 그 느릿느릿한 걸음은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 다른 할배들이 지나간 그 자리를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오른다. 

이서진은 그 곳의 걸어야할 오르막길을 알고는 “이거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백일섭 때문이었다. 그는 백일섭이 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인터뷰에서 백일섭은 “왜 안 올라가나, 올라가야지. 속도는 안 맞더라도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진은 그 느린 속도에 보폭을 맞춰 걸었다. 자신이라도 있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 밤 숙소로 돌아와 술 한 잔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 처음 하던 때랑 지금 자신의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다른 할배들에게 더 많은 걸 보여주고 싶고 경험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몸이 불편해 느린 백일섭 때문에 힘든 마음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 또한 나이 들어가면서 이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이야 알아서 잘 즐기시지만 그렇지 못한 백일섭 선생님과 보조를 맞추며 더 챙겨드리고 싶었다는 것. 

확실히 이서진은 달라졌다. 5년 전 <꽃보다 할배>를 처음 할 때만 해도 그는 이런 분위기가 익숙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할배들을 챙기기 위해 노력하고 그래서 멘붕이 되는 이서진의 모습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였다. 그런 이서진 옆에서 나영석 PD가 은근히 긁어대며 놀리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었고. 

그런데 이번 여행을 보니 그가 나영석 PD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하며 얼마나 성장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꽃보다 할배>에서 호언장담하며 ‘요리왕 서진이’를 얘기하다가 막상 <삼시세끼>로 판이 벌려지자 밥 세 끼 해먹는데 하루를 온전히 다 보내며 “이런 건 왜 하는지 모르겠다” 투덜댔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랬던 그가 <윤식당>을 거치며 ‘경영 귀재’에 칵테일 만드는 바텐더로 업그레이드 되더니 요리면 요리 서비스면 서비스 못하는 게 없는 ‘완벽한 일꾼’의 테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꽃보다 할배>에서 그는 거의 만능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숙소를 잡고 숙소까지 교통편을 찾아 이용하고 도착해서는 직접 저녁을 한식으로 챙겨 만들어내고, 그 곳에서의 여행 루트까지 짜낸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된 건 그의 노하우(?)만이 아니다. 어르신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훨씬 성숙됐고 성장했다. 한 때 귀차니즘의 캐릭터였던 이서진에게 일어난 흐뭇한 변화다. 

그래서일까. 이번 <꽃보다 할배>의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 훈훈하고 따뜻한 느낌이 더해졌다. 그건 물론 이제 몸이 조금씩 불편해져가는 연세에도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배려의 모습을 보이는 ‘진정한 어른들’의 마음이 느껴져서이기도 하지만, 그 마음들을 경험하며 성장해온 이서진의 변화를 보게 돼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 변화 과정을 나영석 PD가 만들었던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시청자들로서는 마치 ‘사람의 성장기’를 고스란히 공유한 느낌마저 갖게 되었다. 마치 변화하고 성장하는 삶의 비의를 슬쩍 들여다본 그런 느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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