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윤시윤, 오버 연기 아닌가 싶더니 차츰 정이 간다

처음에는 너무 오버하는 연기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 오버하는 모습이 차츰 마음을 잡아끌더니 이제는 정이 간다. SBS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의 한강호와 한수호, 1인2역을 연기하는 윤시윤 이야기다. 그가 껄렁껄렁하고 불량기 있어 보이는 한강호의 모습을 조금은 오버하는 방식으로 보여준 건 그래서 윤시윤의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 모습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는 매력으로 보여지고 있고, 또한 한수호라는 얼굴은 같아도 성격은 상반된 캐릭터와의 차별점도 만들어주고 있어서다. 

<친애하는 판사님께>라는 드라마의 전제는 법이 서민들과는 너무나 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억울하게 당해도 법정 안에서 오히려 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가해자들을 보며 피해자들은 더 아픈 눈물을 흘려야만 한다. 판사 시보인 송소은(이유영)은 언니 송지연(곽선영)을 성폭행한 남자가 돈의 힘으로 법을 보호막 세워 법정에서 미소를 짓는 모습을 잊지 못한다. 결국 죽으려고까지 했던 피해자 송지연을 가까스로 살려낸 송소은은 그래서 돈도 없고 힘도 없어 법 앞에 무너지는 피해자들을 그대로 넘기질 못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나이든 노동자를 때려 한 쪽 눈을 실명케 한 재벌3세는 막대한 돈으로 변호인단을 꾸리고 심지어 검사, 판사까지 뇌물로 움직이려 한다. 실명한 피해자는 그러나 법에 호소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오히려 실수한 것이라 치부하고, 그의 아들 역시 그것이 아버지의 실수라고 증언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도 자신의 직장도 모두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송소은은 그런 피해자를 그냥 보고 넘길 수가 없다. 

그래서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화려한 전과의 소유자 한강호가 한수호를 대신해 판사의 자리에 앉는 이야기를 판타지로 그려낸다. 그런 일은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기 때문에, 이 마음만은 따뜻한 건달에게 판사복을 입혀 서민들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 처음 한강호는 역시 제 버릇 못주듯 돈에만 관심을 갖는다. 판사에게 제안되는 무수한 청탁들과 뇌물들. 거기에 혹하게 되는 것. 

하지만 한강호는 차츰 서민들의 편에 서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그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아가 송소은이라는 시보에게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일어나는 변화이기도 하다. 모든 관계와 권력 구도와는 무관한 엉뚱한 인물이 앉아 있기 때문에 판결도 엉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 엉뚱한 판결은 지금껏 법이 서민들에게 해주지 못했던 상식적인 정의의 편이다. 

한강호가 판결을 내리는 사건의 주인공들은 첫 번째가 갑질 폭행한 재벌3세이고, 두 번째가 음주에 마약을 한 채 운전을 하다 임산부를 차에 치어 사망케 한 연예인이다. 이 사건들은 대중들이 이미 현실에서도 공분을 했던 그런 류의 사건들이다. 그런데 그 현실에서 그들은 거기에 합당한 처벌을 받았을까. 한강호의 법정이 더 기대되고 흥미진진해지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한강호의 그 껄렁껄렁한 모습과 한수호의 차갑고 냉정한 모습을 연기해내는 윤시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전략적인 선택이겠지만 과장된 연기를 한강호를 통해 보여주고 착 가라앉아 있는 한수호를 연기해 두 인물이 실제로도 전혀 다른 인물인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은 윤시윤의 배우로서의 성장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그 가벼워 보이는 한강호가 차츰 기분 좋은 정 많은 인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모습은 칭찬받을 만하다.(사진:SBS)

728x90

‘아는 와이프’, 당신은 정말 당신의 와이프를 아는가

이젠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가 유사성 논란을 일으켰던 <고백부부>와 무엇이 다른가를 알겠다. <고백부부>가 현실에 치인 부부가 과거로 타임리프해 일종의 ‘리마인드 청춘’을 보여줬다면, <아는 와이프>는 만일 이 부부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다른 사람과 살게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통해 지금 바로 옆에 있는 배우자의 존재를 새삼 들여다본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준 건 과거를 바꾸자 아예 현재가 바뀌어 버리는 그 상황을 보여주면서다. 차주혁(지성)은 그 이상한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과거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겪은 어떤 일들이 현재를 바꾸게 된다는 사실을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통해 알게 된다. 과거에 오토바이와 부딪쳐 가진 상처가 자신의 손에 흉터로 남아있는 걸 발견하게 된 것. 

왜 서우진(한지민)과 결혼했을까를 후회하고 첫 사랑 이혜원(강한나)과 이루어지지 못한 걸 안타까워하던 차주혁은 결국 과거로 돌아가 그 때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게 된다. 좋아하는 마음을 내비쳤던 이혜원과 연주회를 함께 보고 데이트를 하면서 키스를 하게 된 것. 그렇게 과거를 바꾸고 현실에서 깨어난 차주혁은 자신의 침대 옆에 함께 자고 있는 이가 서우진이 아닌 이혜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렇게 과거를 바꿔 차주혁이 서우진을 만나지 않고 두 사람이 부부로 이어지지 않게 되면서 서우진 또한 그 현재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침대에서 깨어나 달라진 와이프로 쾌재를 부르는 차주혁과 교차 편집되어 보여진 서우진은 홀로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차주혁의 아내였을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자기 관리에 철저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서우진의 이런 상반된 모습은 누구와 결혼했는가와 나아가 ‘결혼 생활’ 그 자체를 통해 같은 사람이라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차주혁의 와이프로서 서우진은 일과 육아에 지치고 어머니까지 치매증상을 보여 도무지 출구조차 안 보이는 암담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남편만 보면 쏘아대고 심지어 분노 조절 장애를 보이기까지 했다. 심지어 남편이 몰래 사두었던 게임기를 물속에 던져버리는 일을 할 정도로.

그러니 차주혁은 서우진의 일면만 본 것이다. 만일 자신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다른 삶과 다른 모습으로 살았을 와이프를 전혀 상상하지조차 못했던 것. 그것이 어쩌면 진짜 와이프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제목이 <아는 와이프>다. 그 제목에는 흔히 잘 모르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때의 뉘앙스를 담아 사실은 잘 몰랐던 와이프의 의미가 담겨있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여기서 주목되는 건 서우진을 연기한 한지민이다. 첫 회에서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살벌한(?) 와이프의 모습을 보여줬던 그는, 이제 자기 관리에 철저한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한다. 그런데 고교시절의 그 풋풋하지만 어딘지 세 보이는 소녀의 모습까지를 생각해보면 한지민이 단 2회 동안 얼마나 하드캐리를 하고 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한지민의 하드캐리는 이제 앞으로 또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커리어우먼으로 멋진 모습을 보이는 그가 다시 차주혁을 만나 다른 관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를 바꿔 현재가 바뀌고, 그 달라진 현재 속에서 또 다른 (과거) 와이프의 모습을 만나게 되며, 그래서 막연히 드세다고만 생각했던 와이프의 진면목을 찾아가는 이야기. 그 흥미진진한 여정이 시작됐다.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다시 우리의 옆을 돌아보게 될 지도 모른다.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배우자를 당신은 진정으로 알고 있는지를 질문하게 하며.(사진:tvN)

728x90

‘수미네 반찬’이 주부들의 시선 사로잡은 비결

도대체 이 묘한 카타르시스는 어디서 오는 걸까. tvN <수미네 반찬>을 보면 속이 다 시원하다는 주부들이 있다. 엄마가 했던 그 추억의 레시피를 떠올리며 거침없이 만들어내는 김수미의 요리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하는 요리의 방식과 더불어, 이 프로그램이 구도로 잡아놓은 셰프들과의 역전된 관계가 그간 일상에서 짓눌려온 주부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것이다. 

<수미네 반찬>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김수미라는 인물의 캐릭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에게는 일용이 엄마로 더 알려져 있고,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욕 잘하는 센 캐릭터로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다. 물론 그 센 캐릭터와 엄마의 이미지가 더해지면 그 어렵던 시절에 쉽지 않은 살림으로도 자식들 건사한 억척 엄마의 면모가 그려진다. 억척스럽고 세지만 자애로움을 동시에 가진 그런 엄마가 김수미에게서 떠오른다는 것.

요리하는 방식도 딱 그런 억척 엄마의 그것이다. 밥 달라 아우성치는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먹이려는 마음과 그러면서도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음식을 해주려는 그 마음이 더해져 김수미의 요리법은 독특한 지점을 만들어낸다. 손이 너무나 빨라서 셰프들조차 그걸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 진땀을 흘리게 만들고, 하나하나 계량을 해서 정량의 레시피를 추구하기보다는 손에 익은 감각으로 척척 양을 맞춘다. 보기에는 대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스트로 나온 요리연구가 이혜정이 말한 것처럼 ‘세월의 고수’의 내공이 느껴진다.

김수미가 ‘요만치’ 식의 ‘계량법’을 시전하면서도 딱딱 맞춰내는 간은 그래서 신기하게 보일 정도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이유는 그렇게 정량을 맞추진 않아도 넣어가며 맛을 봐가며 부족하면 채우고 넘치면 재료를 더 넣어 간을 맞추는 방식이 어쩌면 ‘가족의 입맛’에는 최적화될 수 있어서다. 가족은 저마다 입맛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니 정량의 레시피는 가족마다 또 누가 먹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최적화된다. <식객>의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의 가짓수는 세상의 엄마의 숫자와 동일하다’는 그 명대사가 그저 멋있는 표현이 아니라 실제인 이유다. 

물론 요즘은 가사노동 역시 부부가 분담하고, 요리를 하는 일에 남성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엄마들의 몫이 더 큰 게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그 엄마들의 입장에서 보면 <수미네 반찬>의 김수미가 하는 시원시원한 요리는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물론 정성이 담긴 요리지만, 척척 해내면서 “그냥 먹어”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입에 넣어주는 그 모습은, 그 힘든 살림도 모르고 밥 투정 반찬 투정하기도 하는 가족들 앞에서 서운함 같은 걸 느꼈을 주부들에게는 기분 좋은 ‘한 방’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게다가 <수미네 반찬>은 일련의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내고 있는 권력구도(?)를 김수미라는 엄마를 통해 모두 뒤집어놓았다. 이 프로그램 안에서는 그래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도가, 남성과 여성의 구도가 역전되어 있다. 김수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쩔쩔 매는 셰프들의 모습은 그래서 요리 프로그램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러면서 이혜정과는 같은 엄마로서, 여성으로서의 공감대를 이어가는 대화를 나눈다. 

퉁명스럽고, 불친절하기 이를 데 없는 레시피지만 이상하게도 <수미네 반찬>이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김수미라는 엄마가 하는 요리 속에 그 정서적 공감대가 들어 있어서다. 가끔 재료를 넣으며 너무 많이 넣으면 “죽는다”는 식의 얘기 속에 담겨진 두 가지 정서. 가사노동의 힘겨움이 살짝 감정적으로 얹어진 정서와, 그러면서도 가족들 건사하려는 그 따뜻한 정서가 김수미를 통해 드러날 때 주부들은 그것이 제 마음 같아 속이 다 시원해진다.(사진:tvN)

728x90

‘미스터 션샤인’의 진짜 주역들은 아무개 민초들이므로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주연만큼 조연이나 단역들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첫 회 등장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고 사라진 유진 초이(이병헌)의 엄마 역할을 한 이시아나, 의병활동을 하다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 고애신(김태리)의 부모 역할을 한 김지원과 진구, 의병으로 미군과 싸우다 죽은 장승구(최무성)의 부친 역할의 윤경호는 그 짧은 출연해도 강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물론 이들이야 주인공들의 전사를 그려내는 역할이기 때문에 주목받은 면이 있지만, 그 외의 단역 혹은 조연들에 대한 반응들이 뜨거운 건 다른 이유들이 있다고 보인다. 이를 테면 과거에는 추노꾼을 했었지만 개화된 세상에서 전당포를 차려 살아가는 일식이(김병철)와 춘식이(배정남)나, 고애신의 유모로 못하는 게 없는 여걸 함안댁(이정은) 또 그와 짝패를 이뤄 고애신을 돕는 행랑아범(신정근), 유진 초이의 보좌 역할을 하는 여관 임관수(조우진) 같은 인물들이 그렇다. 

이들은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의병들의 투쟁을 보여주는 주인공들인 유진 초이나 고애신처럼 전면에 나선 역할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들 뒤편에서 보이지 않게 그 활동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역할이다. 예를 들면 추노꾼이던 일식이와 춘식이는 유진 초이가 상자 속에 숨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 그렇게 살아남기를 바랐던 것. 그래서 유진 초이는 미국으로 갔다가 군인이 되어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들은 유진 초이와의 인연 때문에 그 전당포에 고종의 러시아 은행 비자금 문건을 보관하게 된다. 

함안댁과 행랑아범은 그저 ‘애기씨’ 고애신을 수행하는 이들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가 밤이면 친일하는 자들을 저격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또 그걸 돕는 인물들이다. 총에 맞아 다친 고애신을 도와 상처를 치료해주고 포위망을 빠져나오는데 동행한다. 그들은 애기씨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행위는 무의식중에 의병활동과 그리 다르지 않게 된다. 임관수는 유진 초이의 역관이지만, 의병 활동을 숨어서 하다 발각되어 조선을 떠나려는 여인을 도망치게 해주는데 앞장선다. 왜 그렇게 하냐는 유진 초이의 질문에 그는 답한다. 자신이 조선인이기 때문이라고. 그 한 마디는 가볍게 만 보였던 임관수가 가진 조선인으로서의 마음을 드러낸다. 

<미스터 션샤인>은 이처럼 주연들만큼 조연들의 활약에 시청자들이 열광을 보낸다. 그것은 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호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그 ‘아무개’로 불리는 의병들의 투쟁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상 전면에 드러난 이들보다 드러나지 않고 저 마다의 위치에서 싸우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 스러진 이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래서 장승구(최무성)는 다소 쓸쓸하게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 말한다. “그들은 그저 아무개다. 그 아무개들의 모든 이름이 의병이다. 이름도 얼굴도 없이 살겠지만 다행히 조선이 훗날까지 살아남는다면 역사에 그 이름 한 줄이면 된다.” 이런 의미로 보면 <미스터 션샤인>의 진짜 주역들은 살짝 뒤편으로 물러나 있는 이들이 아닐까 싶다. 아무개로 남을 수많은 민초들.(사진:tvN)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