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꿈꾸는 ‘무도’, 조세호 투입은 그 신호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1시간 전’ 특집은 그 오프닝을 특이하게도 채팅창을 통해 했다. 마치 개인방송 화면들을 모아놓은 것처럼 <무한도전>의 출연자들은 각각 자신의 집에 설치한 카메라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즉석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먹방을 살짝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오프닝은 과연 그냥 생겨난 것일까. 그건 어찌 보면 지금 달라진 방송 환경(인터넷이 일상화되어 개인 방송화되고 있는)을 <무한도전>이 적극적으로 담아내려 노력한다는 걸 의미하는 듯 보였다. 스마트한 생활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온 유재석이 낑낑대며 간신히 접속에 성공해 들어온 그 안간힘이 보여주듯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시간 전’ 특집은 늘 그러하듯 박명수의 말 한 마디로 비롯되어 생겨난 아이템이었다. 자신감으로 부딪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박명수의 그 말대로 무언가 일이 벌어지기 한 시간 전에 툭 던져진 출연자가 그 한 시간 동안 준비해 상황에 대처해가는 과정을 담아내는 것. 

그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건 하하였다. 하하는 역시 방송 중 나왔던 생일축하 공연무대에도 선다는 이야기가 실제화 되었다. 한 어르신의 고희연에 축하공연을 하게 되었던 것. 다소 가족적이고 엄숙하기도 한 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하하의 모습은 의외로 그 상황에서 벌어지는 리얼한 리액션 덕에 웃음을 주었다.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양세형은 호치민행 비행기에서의 일일승무원 체험이었다. 안전교육 때문에 한 시간이 아닌 두 시간 전에 상황에 투입된 양세형은 안 되는 영어 안내문을 연습하고, 실제 비행기에 탑승해 승객들을 서비스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겪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그 상황 속에서 역시 당황하면서도 당황하지 않은 척 하는 양세형의 모습이 웃음을 주었다.

이 아이템 첫 방송에서 특히 빛난 건 새롭게 <무한도전>의 고정멤버가 된 조세호였다. 조세호는 MBC 아침 방송의 일일 캐스터로 새벽부터 여의도 거리에 나가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차가운 날씨 속에서 기상 방송을 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영문도 모른 체 갑자기 캐스터로 그 자리에 서게 된 조세호는 첫 방송에서는 정보를 담지 못하는 실수를 했지만 차츰 적응해내기 시작했다. 동장군 분장을 하고 나선 두 번째 방송부터는 웃음도 주면서 정보까지 놓치지 않는 기상방송을 마무리해줬다. 

이미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조세호의 ‘동장군 기상 캐스터’ 이야기는 인터넷을 통해 회자된 바 있다. 어딘지 과거 ‘타짱’의 모습이 연상되는 장면이지만, 무엇보다 그 리얼 리액션이 주는 황당함과 얼떨떨함이 담긴 조세호의 표정은 압권일 수밖에 없었다. 어딘지 ‘억울함’의 아이콘처럼 표정을 보여주는 조세호가 때 아닌 동장군 차림으로 기상캐스터를 하고 있다니.

그런데 이 ‘1시간 전’ 특집은 최근 방송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한 ‘리얼리티 카메라’를 이제 <무한도전>이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였다. 출연자들을 갑자기 특정한 상황 속에 던져놓고 그 진짜 리액션과 상황 대처 능력을 들여다본다는 것. 이만큼 리얼리티 카메라의 재미요소를 끌어낼 수 있는 아이템이 있을까. 

물론 <무한도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면들이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지고 있는 트렌드 변화도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최근 트렌드인 리얼리티 카메라를 특정 리얼 상황 속에 출연자를 투입시키는 방식으로 뽑아내려 하고 있다. 새 멤버로 투입된 조세호는 그러고 보면 이런 변화에는 최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프로불참러’에서 이제는 ‘프로참석러’가 되어가는 조세호만큼 그 특정상황에 참석해 재미난 리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새 멤버가 있을까 싶어서다. <무한도전>의 변신에 조세호도 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사진:MBC)

‘황금빛 내 인생’ 나영희, 재벌가라도 이런 시어머니라면

제아무리 재벌가라고 해도 저런 사람과 함께 지내야 한다면 들어가고 싶을까.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안(신혜선)네 집안에 불어닥친 불행의 시작은 갑자기 해성그룹과 관계를 맺게 되면서부터다. 물론 아버지 서태수(천호진)는 사업 실패 후 그 사실을 숨긴 채 전국을 떠돌며 막노동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왔고, 첫째 서지태(이태성)는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 자체를 꿈꾸지 않았으며, 서지안은 어렵게 인턴으로 해성그룹에 들어가 일하고 나서도 낙하산으로 뚝 떨어진 금수저 친구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상처를 입었었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당신 딸이 내 딸이라고 나타난 해성그룹 사모님 노명희(나영희)의 등장 앞에 이 집안은 균열을 일으킨다. 엄마의 거짓말 때문에 친 딸인 줄 알고 들어갔던 서지안은 진실이 밝혀지자마자 그 집안에서 쫓겨나고 집으로도 돌아가지 못한다. 친 딸로 다시 들어간 서지수는 가족이 아닌 사관학교 같은 그 집안의 공기를 적응하지 못한다. 겨우 자신이 사랑하던 선우혁(이태환)과 좋은 관계가 되었지만 그 집안이 오히려 발목이 되어 그들은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진실이 밝혀진 후 지안, 지수의 엄마인 양미정(김혜옥)은 두 딸 모두로부터 버려지다시피 했고, 아버지 서태수(천호진)는 차라리 죽음이 축복이라 받아들이는 힘겨운 현실 앞에 서게 된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중반 이후부터는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 진정한 행복을 찾아 해성가로부터 탈출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지안은 쫓겨나 극단의 선택까지 가게 되지만 겨우 제 자리로 돌아와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을 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게 되었다. 해성가의 후계자인 최도경(박시후) 역시 해성가로부터 빈털터리로 쫓겨나 홀로서기를 하고 있고, 하다못해 막내 딸인 최서현(이다인)도 서지호(신현수)와 만나 함께 창업을 해가며 제 손으로 일해 돈을 버는 그 경험들을 해나간다. 

흔히들 재벌가 하면 누구나 신데렐라를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신데렐라는 없다’고 못을 박는다. 그래서 최도경의 구애를 오히려 서지안은 거부한다. 그는 노명희 앞에서 당당히 “제가 싫거든요”라고 말했듯 최도경을 사랑하지만 그 집안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선을 긋는다. 그건 불행한 삶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건 서지수를 사랑하지만 그가 해성가의 딸이라는 걸 알고는 이별을 통보하는 선우혁의 이야기에서도 반복된다. 이들은 모두 재벌가가 싫단다. 그런 삶은 불행한 삶이라고.

그것이 불행이라는 걸 확증시키는 인물은 역시 노명희라는 인물 그 자체다. 그는 해성가의 딸로 자라나 최재성(전노민)과 결혼했고 그래서 지금도 실권을 쥐고 있지만 행복이 없다. 최재성이 말하듯 노명희는 가족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줄 사람이 없다. 스스로는 그것이 약한 자들의 논리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외로움을 가리려는 변명처럼 보인다. 최재성은 가난하게 자라나 재벌가의 딸인 노명희와 결혼했지만 해성가로 들어온 그 삶이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는다. 어찌된 일인지 <황금빛 내 인생>에 ‘황금빛’처럼 보이는 재벌가의 모습은 불행 그 자체로 그려진다. 

물론 극화된 이야기일 것이지만, <황금빛 내 인생>이 바라보는 재벌가에 대한 양면은 최근 대중들이 바라보는 재벌가에 대한 양가감정을 투영해내고 있다. 즉 많이 가진 그 화려함에 눈이 멀게 되지만, 그것도 잠시 그것이 빛을 내는 이면에 놓여진 섬뜩한 돈의 논리들이 주는 진저리를 담아내고 있는 것. 제아무리 재벌가라고 해도 저런 시어머니 아니 어머니라면 그 누구라도 진력이 날 수밖에 없는 재벌가의 민낯을.(사진:KBS)

‘나쁜 녀석들2’, 주인공급 김무열의 죽음이 예고하는 것

OCN 주말드라마 <나쁜 녀석들2>는 8회 만에 서원시를 쥐고 흔들던 조영국(김홍파)과 그와 결탁했던 비리검찰 이명득(주진모) 검사장이 모두 검거됐다. 우제문(박중훈) 검사가 그토록 바라던 일이었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았고, 또 희생도 컸던 이 사건이 이제 겨우 중반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마무리됐다는 건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각자 뿔뿔이 흩어지게 된 우제문과 함께 했던 이른바 ‘나쁜 녀석들’은 그러나 여전히 그 사건 이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한 양필순(옥자연)의 살해범을 장성철(양익준)은 계속 추적하고 있고, 허일후(주진모)는 제 손으로 조영국(김홍파)을 제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 채 생업을 하며 알게 된 한 소녀의 실종사건을 추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박창준(김정학)의 죽음이 조영국의 사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진평이 그 사건을 수사하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일이다. 그는 죽기 직전 우제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진범을 찾았다.”며 검찰 내부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특히 조영국-이명득 사건을 수사할 때 함께 했던 “특수 3부 사람들”이. 

노진평은 조영국-이명득 사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를 맡았던 인물이다. 검찰총장이 이 모든 사건이 조영국으로 인해 생긴 일이라 주장하는 이명득과, 그게 아니라 이명득이 오히려 악의 뿌리라고 주장하는 반준혁(김유석)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을 때 노진평이 던진 한 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쪽팔리지 않게 해달라”며 “법대로만 해달라”고 요구해 검찰총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국 검찰총장이 반준혁의 손을 들어줘 이명득은 검거되게 됐다.

그래서 사실상 주인공이라 여겼던 노진평이 이렇게 드라마 중반에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16부작으로 아직도 8회 분량이 남은 시점에서 왜 <나쁜 녀석들>은 거의 주인공의 무게를 갖던 노진평의 죽음을 그려낼 수밖에 없었을까. 그건 이 드라마가 나쁜 놈들 몇몇을 잡는 것으로 ‘적폐청산’의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인물은 바뀌어도 ‘악의 시스템’은 여전히 공고하다. 그래서 이명득이 나간 자리에 이제 실세로 서게 된 반준혁이 의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팀이 해체된 이후 ‘범죄와의 전쟁’을 내건 검찰이 특수 3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건 이 ‘악의 시스템’이 인물만 바뀌어도 되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특수 3부는 이른바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만들어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결국 노진평의 죽음은 이 ‘악의 도시’가 갖고 있는 공고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으로서 후반 남은 8부 동안의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을 예고한다. 그것은 가지를 제거하는 일이 아니라 좀 더 깊은 뿌리를 건드리는 일이 될 것이니 말이다. 

적폐청산이 어려운 건 그 적폐가 외부의 적만이 아니라 내부의 적도 포함하고 있어서다. 그러니 그건 제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나쁜 녀석들>이라는 특수한 위치에 선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소외된 이들이기 때문에 안과 밖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게 된 것.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노진평의 죽음이 이해되는 건 그래서다. 그의 죽음은 이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사진:OCN)

‘황금빛’ 나영희, 가진 자들의 착각 혹은 오만

“너였구나. 우리 도경이 집 나가게 한 게 너였어. 서지안 네가 감히 내 뒤통수를 쳤구나. 네 엄마 아버지로 부족해서 너까지. 배포가 아주 크구나 너. 그 엄마에 그 딸이야. 들어와서 팔자 바꾸려다 안되니까 다른 길을 찾은 거니? 도경이한테 붙으면 해성가에 다시 들어올 줄 알았어? 이번엔 엄마 아버지까지 같이 머리 모아 기획했니? 서태수가 네 연락처 안 가르쳐줄 때 수상했어. 우리 도경이 어딨어. 경고하는데 그 입에서 또 한 번 한 마디라도 거짓말 나오면 가만 안둔다 지안아.”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에서 해성가 사모님 노명희(나영희)는 다짜고짜 서지안(신혜선)을 찾아와 집 나간 아들 최도경(박시후)이 너 때문이 아니냐며 몰아세운다. 그런데 그 말들을 들여다보면 가진 자들이 가진 착각과 오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의 아들 최도경이 자신들의 그 숨 막히는 세계로부터 탈출해 나왔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한다. 대신 서지안의 꼬드김에 넘어갔다고 착각하는 것.

착각과 오만은 그게 끝이 아니다. ‘감히’라는 표현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이 뼛속까지 들어차 있다. 그래서 서민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그 엄마에 그 딸”이라는 말 속에는 핏줄에 따라 그 사람도 다르다는 그의 이상한 생각이 담겨 있다. 이 정도면 중증이다. 돈 좀 있다고, 그래서 돈으로 뭐든 할 수 있다는 이상한 생각.

그래서 노명희는 해성가 같은 재벌가라고 하면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안달난 줄 안다. 그래서 서지안을 몰아세운다. 마치 자신의 생각이 맞지 않냐고 강변하듯. “언제부터였니 니들. 네가 아닌 거 알고 나서지? 그래서 너 도경이한테 먼저 말했지? 도경이 욕심나서. 도경이를 가지면 해성을 가질 수 있을 줄 알고.”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이 정도면 노명희는 ‘재벌가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 같다. 

이어지는 서지안의 일갈은 <황금빛 내 인생>이라는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압축해서 담아놓는다.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저는 최도경 씨하고 아무 사이 아닙니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 전혀 없습니다. 최도경 씨 이용해서 얻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특히 해성가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 전혀 없습니다. 전. 제가 싫거든요.”

서지안의 이 한 마디는 이른바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전형적인 틀을 깨는 발언이고, 오히려 ‘재벌가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노명희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이는 말이다. 정신 좀 차리라는 것.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지만, 그 재벌가를 끔찍하게 경험한 서지안에게는 그 곳으로 돌아간다는 건 지옥 같은 일이다. 게다가 모든 걸 포기하려 했다 다시 살아난 그는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일궈나가는 길이 진짜 잘 사는 길이고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걸 알고 있다. 

노명희가 살아가는 삶이 ‘황금’으로 둘러쳐진 화려한 삶일지라도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지만, 집을 나와 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조금씩 제 인생의 빛을 찾아가는 서지안의 삶이 훨씬 행복해보이는 이유다. 그러고 보면 서지안을 걱정해 전화한 아버지가 한 말이 유독 큰 울림으로 남는다. “네가 어떤 아이였는지 네가 어떤 사람인지 그것만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다. 네 길의 불빛은 너만 비출 수 있는 거야 결국.”(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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