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로 간 <웃찾사>, 다시 잊혀질까 두렵다

 

SBS <웃찾사>는 일요일 시간대로 들어오면서 활력을 되찾았었다. 물론 시청률이 대단히 잘 나왔던 건 아니다. 하지만 코너들의 화제성은 훨씬 높아졌고, 무엇보다 그 시간대가 개그 프로그램이 편성되는 시간으로 인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컸다.

 


'웃찾사(사진출처:SBS)'

과거만 못하다 해도 개그 프로그램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KBS <개그콘서트>와 걸쳐진 시간대에 편성된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대결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웃찾사>로서는 유리한 위치였다. 시청자들은 <개그콘서트>가 오래도록 왕좌를 지켜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새롭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웃찾사>를 지지하는 마음도 컸다.

 

하지만 이 모든 기대감은 갑작스레 일요일에서 금요일 밤으로 편성시간이 바뀌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편성시간이 바뀐 줄 모르는 시청자들은 일요일 밤에 사라져버린 <웃찾사>가 의아했을 것이다. 금요일 밤, 그것도 1125분에 편성된 <웃찾사>는 과거 이리 저리 편성에 휘둘리다 점점 시청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던 그 전철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왜 이렇게 때만 되면 <웃찾사>는 홀대받는 느낌일까. <개그콘서트>가 그토록 오랜 시간 개그 프로그램으로서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가져갔던 데는 그만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시간대의 변경이 <개그콘서트>라고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개그콘서트>는 편성 시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그 시간대를 장악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미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개그콘서트>와 대결한다는 건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시간대는 주말드라마들과의 한 판 승부도 피할 수 없다. 이미 2,30%의 시청률을 늘 확보하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들은 알다시피 <개그콘서트>의 가장 큰 위협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웃찾사>가 들어온다면 <개그콘서트>와 함께 경쟁하며 그 시간대를 다시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시간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SBS는 주말드라마를 신설하는 것으로 편성 전략을 바꿨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 거야>를 편성한 것. 시작부터 막장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이 편성은 여러모로 MBC 주말드라마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편성 변경의 결과는 아직까지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 그런 거야>가 조금씩 시청률을 회복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6%대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반응 또한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토요일 그 시간대에 있었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월요일 밤 시간대는 훨씬 더 주목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늦은 밤보다 토요일 저녁 시간이 이 프로그램의 성격과 더 어울려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동상이몽>은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 보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가장 아쉬운 것은 역시 <웃찾사>. 과거 비슷한 편성변경으로 나락에 빠진 경험이 있는 <웃찾사>로서는 악몽이 재현되는 느낌이다. 주말 시간대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시그널>에는 두 명의 김혜수가 있다

 

많은 이들이 <시그널>이 이렇게 잘 된 첫 번째 이유로 김혜수가 캐스팅된 걸 꼽는다.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김혜수의 희소성은 확실히 빛난다. 그렇다고 <직장의 신>처럼 드라마를 아예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대중들에게 김혜수는 어딘지 영화배우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렬하다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동참한다는 건 <시그널>이라는 작품에 대한 신뢰감을 만들어낸다.

 


'시그널(사진출처:tvN)'

<시그널>에서 김혜수의 연기가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걸 느끼게 되는 대목은 젊었던 시절의 차수현과 팀장이 된 차수현이 교차 편집되어 나올 때다. 사실 같은 얼굴로 바로 다음 시퀀스에 시간을 훌쩍 뛰어 넘은 차수현이 등장해 그 시간의 흐름을 연기 하나로 이물감 없이 시청자들에게 전해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혜수는 이 두 명의 차수현을 완전히 다른 결로 보여주면서도 그 성장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도 성공하고 있다.

 

젊었던 시절 차수현은 모든 게 낯설고 힘든 강력계의 풋내기 형사였다. 그녀는 그래서 이재한(조진웅) 형사를 졸졸 따라다니며 무언가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애쓴다. 홍원동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와 똑같은 설정으로 그 어두운 골목길을 배회하는 모습은 그녀가 어딘지 어리숙해도 열정만은 남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홍원동 살인사건은 지금껏 <시그널>이 그려온 미제사건들 중 김혜수가 그 중심에 서게 되는 사건이다. <시그널>은 형사물의 장르적 특성을 살려내면서도 그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이재한과 박해영 그리고 차수현이 직접적으로 연루된 사건들을 차례로 집어넣었다. 그 첫 번째 사건인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은 이재한이 사랑했던 여인이 희생자가 된 사건이고, 대도사건은 과거의 형사인 이재한에게 미래의 프로파일러인 박해영이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비극적인 결과가 생기자 다시 과거를 바꿔 그것을 되돌리는 이야기다. 이 사건에서는 심지어 차수현이 차량폭파로 인해 죽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홍원동 살인사건은 그 사건을 추적하던 차수현이 연쇄살인범에게 붙잡혔다가 가까스로 도망쳐 나왔던 사건. 그녀는 그 사건으로 인해 깊은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 얼굴에 비닐봉지를 쓴 채 연쇄살인범의 집에서 도망쳐 나와 무작정 도망치던 젊은 시절의 차수현의 모습은 베테랑 형사라기보다는 한 명의 평범한 희생자처럼 보인다. 그녀는 자신을 구한 이재한마저 손으로 밀쳐내다 그 품에 안기는 마치 겁에 질린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팀장이 된 현재의 차수현은 자신의 그 트라우마와 맞서는 여형사로서의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그녀는 피하지 않고 트라우마를 마주하며 그것을 뛰어넘으려고 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팀장으로서의 경륜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자신이 트라우마로 덮어버린 그 사건 때문에 그 후 더 많은 희생자들이 생겨났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홍원동 살인사건의 에피소드에서 김혜수의 존재감은 단연 도드라진다. 그녀의 젊은 시절은 심지어 이재한과의 선후배를 넘어선 어떤 멜로의 감정까지도 느끼게 만들어주고, 현재는 베테랑 형사로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강인한 인상을 남겨준다. 그 시간의 장벽을 넘나드는 연기 속에는 실제 젊었을 때의 풋풋했던 김혜수의 모습과 현재 멋진 카리스마를 가진 김혜수의 모습이 겹쳐진다. 청순에서부터 카리스마까지 그려낼 줄 아는 연기자 김혜수가 가진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무도> 못친소, 외모 아닌 연기력으로 웃긴 우현

 

MBC <무한도전>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 최고 매력남으로 뽑힌 우현은 과연 외모로 웃겼을까? 물론 그 시작은 외모였다. 하지만 그 끝은 외모와는 상관없는 우현의 대체불가 매력이었다. 노안 종결자라고 불리는 외모였지만 차츰 그 얼굴은 그토록 귀여울 수가 없는 얼굴로 바뀌어갔다.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아이처럼 천진난만해보이기까지 하는 그 모습에서 역시 외모는 보여지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우현은 알려주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연예인 되기 전에 외모를 비관한 적이 있었다. 거울을 보면서 절망하고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외모 아닌 무기가 내게 있더라. 그걸 갈고 닦았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못난 것도 없는 우리니까 못친들이 주는 상을 기쁜 마음으로 받겠다.” 그가 F1 수상소감으로 밝힌 이 말은 외모보다 훨씬 중요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그가 말한 외모 아닌 무기는 도대체 뭘까?

 

적어도 이번 <무한도전> ‘못친소를 통해 느껴진 그만의 무기는 남다른 노력이고, 허물없는 모습이며, 그것을 통해 무엇보다 그가 더 갈고 닦았을 연기력이었다. 사실 연기란 가면을 쓰고 본 모습을 가리는 일이 아니라 자신 속에 있는 많은 가면들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러니 적지 않은 나이에 이토록 허물없이 모든 걸 내려놓고 보여줄 수 있다는 건 그가 얼마나 연기자로서 준비되어 있는 사람인가를 잘 말해준다.

 

로데오를 타고 도넛 먹기를 할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려는 모습에서 그걸 보는 모든 출연자들이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지만, 정작 그걸 하는 우현은 내내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도넛을 먹으려 안간힘을 썼고 그러자 그 욕망까지 담겨진 리얼한 표정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이 코미디의 본질이 아니던가. 타인을 웃기지만 본인은 절대 우습지 않은.

 

얼굴로 말해요퀴즈 게임에서는 놀라운 표정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치즈 같은 음식을 얼굴 표정 하나로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그의 표정 연기의 공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얼굴로 길게 늘어진 치즈를 쭉 빼 먹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보여준 것. 맥주와 콜라 같은 비슷한 문제에서도 그는 작은 차이를 통해 정준하가 그 얼굴을 읽어내게 만들었다. 결코 쉽지 않은 게임이지만 여기서도 우현은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그 게임을 대했다.

 

마지막 매력발산에서 우현은 비슷하다고 늘 지목되는 통아저씨의 춤을 췄다. 똑같은 동작을 선보였다기보다는 그 비슷한 포인트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절묘한 표정은 마치 통아저씨가 스튜디오로 나온 듯한 착각마저 일으켰다. 그리고 이어서 부른 박진영의 허니역시 한 치의 어색함이 없는 멋진 무대였다. 춤 동작 하나하나에 절도가 있었다. 반응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반전이 있었으니 말이다.

 

우현의 이 모든 매력의 원천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그의 연기력이 아니었을까. ‘못친소에서 연기를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기를 하는 사람의 진솔함이 거기에 있었고,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자유로움이 느껴졌으며, 무엇보다 그간 갈고 닦은 무수한 표정들이 있었다. 가만히 노려보듯 있으면 어딘지 무섭게까지 느껴지는 그 얼굴이 갑자기 생글생글 웃으면 아이처럼 바뀔 수 있는 공력. 연기력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타고난 것이 외모라면 노력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것이 연기력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 ‘못친소가 우현을 F1으로 뽑은 것은 그 진짜 의도를 정확히 보여준 것일 게다. 못생겼다는 외모에 대한 지적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차츰 그들의 진면목이 드러나면서 그들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던 건 다름 아닌 외모보다 더 중요한 그들만의 매력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우현이 보여준 것처럼 그 매력은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충분히 얻어질 수 있다는 것. <무한도전> 못친소가 하려던 진짜 이야기는 그것이었다.

<좋아해줘>, ‘좋아요누를 수밖에 없는 66색 매력

 

영화 <좋아해줘>의 제목은 페이스북의 좋아요에서 따왔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아요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것은 의례적인 클릭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심어린 관심의 표명이기도 하고 나아가 애정어린 시선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 많은 마음의 표현들 중 선택할 수 있는 게 좋아요하나밖에 없다는 건 SNS가 가진 한계지만 어쨌든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이 연결고리를 통해 먼저누군가를 만나기도 한다.

 


사진출처 : 영화 <좋아해줘>

정통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문법에 충실한 <좋아해줘>의 이야기는 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다채로운 사랑의 양상을 담아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러브 액추얼리>식을 따르고 있다. 세 커플이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병렬적으로 구성되다가 함께 겹쳐지기도 한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 서사를 따르고 있지만 SNS라는 소재가 뻔하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한류 스타 노진우(유아인)과 스타작가 조경아(이미연),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장애를 가진 작곡가 이수호(강하늘)와 연애고수지만 마음이 따뜻한 신입 PD 장나연(이솜), 나이들었지만 어딘지 어리바리한 스튜어디스 함주란(최지우)과 그녀와 동거하게 되는 자칭 연애전문가이자 요리사 정성찬(김주혁). 이들의 멜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SNS를 활용한다. 노진우는 조경아의 SNS 사진을 통해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고, 이수호와 장나연은 SNS로 밀당을 한다. 함주란은 정성찬이 코치하는 대로 SNS에 사기 사진(?)을 올려 관심있는 남자의 주목을 끌려한다.

 

SNS를 통해 벌어지는 멜로의 이야기가 가진 참신함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건 이들 6명의 배우들이 마치 진짜 자신들의 모습인 양 보여주는 6색의 매력이다. 유아인은 역시 톱스타답게 허세로 똘똘 뭉친 캐릭터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과 박력을 겸비한 매력을 선보이고, 이미연은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하는 털털한 매력을 한껏 뽐낸다. <동주>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그 진정성이 느껴지는 눈물 연기가 매력적인 강하늘과 <마담 뺑덕>과는 전혀 다른 순수하고 따뜻한 매력을 드러내는 이솜의 연기도 돋보인다. 또한 <12>과 일련의 나영석 PD 예능에서 각각 빛났던 김주혁과 최지우의 빵빵 터지는 로맨틱한 웃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이 영화에서 아쉬운 것은 개봉 시기다. 만일 이 영화가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정도에 개봉되었다면 어땠을까. 훨씬 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알다시피 작년 한 해 동안(심지어 연말까지) 극장가를 달군 장르들은 사회극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일종의 복수극들이었다. <베테랑>에서부터 <내부자들> 그리고 <검사외전>까지. 이런 상황이니 로맨틱 코미디 같은 가벼운 멜로물이 설 자리가 없었던 것.

 

하지만 꽤 오랫동안 극장가에서 복수와 분노로 들끓는 영화들에 조금 지쳐 있다면 <좋아해줘> 같은 마음까지 밝아지는 편안한 영화가 쉼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면면을 보기만 해도 좋아요를 눌러주고 싶은 배우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톡톡 터트리며 그간 무거웠던 우리네 감성을 가볍게 털어주는 듯한 유쾌함이 절로 느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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