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신이 되거나 부족한 사람이 되거나

 

왜 우리는 유재석을 유느님이라고 부를까. 물론 이건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만들어진 캐릭터일 것이다. 너무나 완벽한 자기 관리를 보여주는 그의 모습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것. 최근 우토로 마을과 관련한 유재석의 미담은 왜 그가 유느님으로 불리는가를 알게 해주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최근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우토로 마을을 하하와 함께 찾은 유재석이 강제징용되어 끌려간 1세대 동포 중 유일하게 생존해계신 강경남 할머니 앞에서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그것이 그가 이 마을에 대해 이제 겨우 알게 된 사실에 죄송한 마음을 표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는 이미 10년 전에도 이 마을에 후원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 우토로 마을의 우리 동포들이 강제 퇴거 위기에 몰렸을 때 국내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모금을 진행했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에도 뜻있는 연예인들이 십시일반 기부에 참여했고, 거기에는 유재석 또한 기부자로 들어 있었다는 것. 그러니 우토로 마을이 그에게 낯선 것도 아니었고 그가 이 사안에 대해 외면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강경남 할머니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너무 늦게 왔다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 한 마디는 <무한도전>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울렸다. 우리들이 갖고 있던 죄송함을 그가 대신한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방송에서도 50만 엔을 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밝혀진 이야기는 없다. 소속사에서도 그건 사적인 기부이기 때문에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고, 유재석 또한 이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건 우토로 마을을 후원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지구촌 동포연대를 통해서다. 미담이 그저 묻히지 않고 전해지길 바랐을 것이다.

 

유재석의 이런 이야기는 자기관리라는 표현으로 상찬하는 것조차 어딘지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이것은 관리된 것이 아니라 그냥 그가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미담은 보다 많이 알리고 그렇지 않은 일들은 되도록 숨기는 것이 연예계의 생리라고 볼 때, 유재석은 무언가를 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걸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란 점이다.

 

유재석은 어찌 보면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최적화된 인물이다. 지금은 관찰카메라로 불리는 리얼리티쇼의 시대다. 그러니 예능에 있어서 조금은 트렌드가 지나간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건 바로 이런 그의 앞뒤가 다르지 않은 면면 때문이다. 그는 방송에서도 반듯하지만 방송을 떠나서도 반듯하다. 얻은 것만큼 베풀 줄 알고, 가진 힘만큼 책무도 잊지 않는다. 그러니 그가 리얼리티쇼의 시대에 여전히 캐릭터쇼를 보여줘도 대중들 입장에서는 그 캐릭터 뒤에 숨겨진 진심까지를 모두 읽어낼 수 있다.

 

유재석을 조금은 과한 표현으로 유느님이라 부르는 건 이러한 자기관리의 차원을 넘어서 진짜 반듯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거꾸로 말해준다. 요즘처럼 리얼을 요구하는 시대에 진정성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연예인의 자질이 되고 있다. 이제 자기 관리를 통해 적당히 좋은 면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면들을 숨기는 건 언제든 드러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그러니 많은 연예인들은 과거 신비주의 시절에 갖고 있었던 신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있다. 인간적인 면모들을 오히려 드러내는 것이 밝혀진 진면목으로 대중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었다.

 

달라진 환경 속에서 연예인은 인간적이거나 혹은 아예 신적인 모습을 요구받는다. 대중들은 점점 연예인의 사적인 영역까지 올바르기를 요구하고 방송에 비춰진 모습이 실제이기를 바란다. 물론 유재석은 인간적이고 친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뒤에 숨겨진 아우라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것은 그의 타인에 대한 배려와 헌신하는 삶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진짜이기 때문이다.

 

유느님처럼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아마도 유재석 스스로도 쉽지만은 않을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며 살 수는 있지 않을까. 선거철을 전후해 이야기가 뒤집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온 우리네 일부 정치인들이나 공직자들의 앞뒤가 다른 모습을 접할 때마다 대중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어찌 보면 기본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유재석에게 대중들이 심지어 유느님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있는 건



전현무, 싹수부터 남달랐던 전무후무한 방송인

 

사실 우리네 방송가에 전현무라는 엔터테이너의 탄생과정은 전무후무하다. 물론 아나테이터들이 과거에도 없었던 건 아니다. 이미 전현무 이전에 강수정이나 김성주 같은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의 길을 활짝 열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현무의 행보가 전무후무라 말할 수 있는 건 프리선언을 하기 전부터 그 이후까지 그가 가진 독특한 자기만의 영역을 특화시킨 면이 있기 때문이다.

 


'히든싱어(사진출처:JTBC)'

그는 KBS 아나운서 시절부터 <해피투게더>에 게스트로 나와 샤이니의 루시퍼를 싼 티 가득한 춤과 함께 보여주었고, 아이유의 좋은 날’ 3단 고음을 선보임으로써 확실한 자기 존재감을 만든 인물이다. 물론 뉴스 브리핑도 했었고 라디오 방송도 했던 그였지만 아나운서로서는 이례적으로 <남자의 자격>에 고정으로 투입되어 예능감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였다. “진정성이란 게 없다는 이경규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것을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사실 KBS를 퇴사하고 프리선언을 한 후 전현무가 과연 엔터테이너로서 자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아나운서 출신이기 때문에 때로는 바닥을 보여줘야 하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이미지가 부딪치는 면이 있었고, 이경규가 지적한 진정성문제에 있어서도 분명 어떤 한계를 드러냈던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현무는 자신의 이런 문제들을 인지하면서도 차근 차근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서부터 조금씩 그 영역을 넓혀갔다.

 

역시 자신이 잘 하는 분야는 MC로서의 진행이었다. 그는 몇몇 스튜디오형 예능 프로그램에 MC로 모습을 보이더니 JTBC <히든싱어>에서 그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전현무의 특징은 진지하면서도 때로는 얄밉게 느껴질 정도로 밀고 당기는 진행능력에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를 찾는 프로그램이 가진 호기심을 그는 적절히 드러내고 숨기면서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히든싱어>에서 진행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SBS <K팝스타>의 라이브 진행을 맡으면서 김성주와 오디션 진행의 양대 산맥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 바탕 위에서 그는 MC로서의 자기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 영역은 엉뚱하게도 교양과 접목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현무의 자리로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비정상회담>이나 <문제적 남자> 같은 프로그램은 교양과 같은 지적 영역을 겸비한 전현무에게 최적의 프로그램이 되어주었다. 아나운서로서 갖고 있던 교양 프로그램에서의 역량에 그것을 살짝 비틀어 웃음으로 만들곤 했던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은 전현무의 장기 중 하나였다.

 

즉 결과적으로 보면 전현무라는 전무후무한 엔터테이너의 탄생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된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 첫 번째는 트렌드는 교양의 영역이 예능의 영역으로 편입되어가는 방송 트렌드다. 이제 교양은 점점 더 인포테인먼트의 양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거꾸로 예능의 교양화라는 새로운 트렌드다. 이제는 예능이 그저 웃고 지나가는 신변잡기가 아니라 어떤 정보적인 교양적 측면들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 전현무는 이제 자신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KBS에서도 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파일럿 프로그램인 <전무후무 전현무쇼>를 진행하고 <해피투게더3>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제 그는 지상파에서부터 종편 케이블까지 거칠 곳 없는 영역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어찌 보면 전현무의 이런 급성장은 교양과 예능이 접목되어가는 방송 환경의 영향에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런 면이 있지만 그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영역 확장을 도전해온 그의 남다른 노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싹수부터 남달랐지만 변화를 그저 바라보기보다는 그 속에 직접 뛰어든 도전정신. 그것이 지금의 전현무를 만들어냈다



표절논란에서 불통으로 불똥 튄 윤은혜

 

다음 주가 기대되지 않나요? 사실 한 번 1등 한 것뿐인데 마치 내가 늘 1등 한 것처럼 얘기하네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히히의상 표절 논란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윤은혜가 웨이보에 올린 짧은 글 하나는 오히려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동문서답(東問西答). 표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 난데없는 ‘1등 운운이라니.

 


윤은혜(사진출처:KBS)

국내에서의 윤은혜에 대한 대중들의 감정이 극히 안 좋은 상황에 히히라는 장난스러운 문구를 덧붙인 건 대중들에 대한 무시를 넘어 차라리 도발에 가깝다. 대중들이 심지어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표현하는 데는 그런 감정적 도발이 야기한 불편함이 깔려 있다.

 

이 한 줄의 문구 속에는 마치 윤은혜의 관심사가 ‘1에만 쏠려 있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이 이야기는 나아가 표절논란에는 무관심하다는 뉘앙스로 이어진다. 항간에는 윤은혜가 이 사태의 심각성 자체를 잘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럴 법 하다. 이처럼 동문서답에 대중들의 감정 따위는 배려하지 않은 대응에 그 누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표절 논란은 윤은혜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처음 윤춘호 디자이너가 문제제기를 한 의상만이 아니라 다른 의상 두 벌에 대해서도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네 벌을 만들었는데 그 중 표절 논란 혹은 의혹이 제기된 옷이 세 벌이라면 그건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문제가 이렇게 점점 비화하는 건 단지 의상이 비슷하다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윤은혜와 소속사측이 해온 일련의 대응들이 하나 같이 대중들의 감정 따위는 들여다보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거나 무시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소속사측이 했던 오히려 윤은혜라는 이름을 이용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지 말라는 적반하장식의 대응이 그랬고, 이번 웨이보에 올린 거의 장난에 가까운 문구가 그렇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속사가 밝힌 것처럼 그 웨이보에 올린 글이 윤은혜 본인이 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또 중국 현지에서의 방송이 정신없이 돌아가다 보니 대응도 늦고 또 그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일정 부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의 소통 부재는 너무 심각한 건 아닐까. 제 아무리 윤은혜가 중국에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다고 해도 요즘 같은 SNS시대에 제대로 된 사과의 말 한 마디를 던지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일까.

 

소속사는 더 큰 문제다. 윤은혜가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소속사는 이 문제에 대해 윤은혜를 대신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였어야 한다. 하지만 소속사가 오히려 더 불통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 현재 윤은혜의 소속사인 제이아미엔터테인먼트의 인터넷 사이트는 트래픽 초과 상태로 접속이 불가하다는 공지가 떠올라 있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을까.

 

윤은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콘트롤 타워의 부재다. 애초에 표절 논란 같은 문제의 불씨를 만들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지만 이런 문제는 언제든 터져 나오는게 요즘 세상이다. 그러니 소속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나. 물론 표절이 사실이라면 그건 윤은혜의 도덕적인 문제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건 대중들과의 소통 능력이 부재한 소속사의 부실한 대응이 만들어낸 문제일 수 있다.

 

물론 기획사에 따라서 연예인이 사실상 모든 걸 결정하는 슈퍼갑인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논란의 불씨가 커져가는 것 정도는 일단 잡아놓고 윤은혜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게 해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 중국 방송으로 국내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윤은혜는 점점 더 돌아올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SBS스페셜>, 우리가 몰랐던 천일염의 실체

 

예전에 저는 천일염을 저나트륨 소금이고 미네랄이 많고 자연의 조건에 맞춰진 소금이라고 썼습니다. 그 때 제 글을 읽었던 분들한테 저는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릴게요.” <SBS스페셜>에 출연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공개적으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과거 자신이 썼던 천일염에 대한 글이 사실과 달랐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그런데 황교익은 왜 모두가 좋다고 믿고 있던 천일염의 문제들을 조목조목 들고 나온 것일까.

 


'SBS스페셜(사진출처:SBS)'

천일염. 우리가 너무나 많이 신문지상을 통해 봐왔던 이 소금에 대한 이미지는 너무나 신화적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이 자연의 합작품이 천일염이라는 식의 보도들은 천일염에 막연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선물처럼 여겨지게 한다는 것. 여기에 갖가지 연구기관들의 연구발표는 천일염이 세계 최고의 미네랄 함량을 가진 세계 제일의 소금이라는 근거를 세워준다.

 

게다가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먹던이라는 수식어는 마치 천일염이 우리네 고유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란 인식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정제염이 전기분해같은 인위적인 조작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라는 흑색선전까지 더해지니 천일염이 아니면 마치 진짜 소금이 아닌 것처럼 소비자들은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SBS스페셜>이 그 포장을 떼어내고 본 천일염의 실체는 소비자들이 공분을 일으킬만한 것이었다.

 

천일염이 청정갯벌이 아니라 청정갯벌을 죽인 땅에서 생산된다는 황교익의 지적은 염전에 깔리는 두꺼운 비닐장판으로 확인되었다. 가소제를 넣지 않은 폴리프로필렌 재질로 바뀌어 친환경 장판이라고 말하곤 있지만 그것 역시 직사광선에 분해되고 결국은 소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방송을 통해 확인되었다. 국내 최고의 천일염전으로 불리는 신안의 염전에서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장판을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장판 바닥에서 떨어진 이물질이 소금에서도 그대로 발견되었다.

 

천일염이 우리네 고유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진 소금이라는 건 날조된 것이었다. 천일염은 1907년 일본이 대만의 기술을 들여서 조선 땅에 이식한 소금 제조방식이었던 것. 하지만 대만에서조차 천일염보다는 정제염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대만의 치구염전에서 나오는 건 공업용 소금이고 그것은 세척 공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식용으로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네 천일염이 과거 공업용의 기준을 그대로 따라고 있어 제대로 된 위생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네 전통방식의 소금이란 천일염이 아니라 갯벌을 모아 농축된 소금물을 끓여 만든 자염이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사료에도 남아있는 이 자염은 그러나 현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소금이다. 그 빈자리를 천일염이 마치 우리의 전통소금인 양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교익은 일본이 이식한 천일염은 주로 화학 산업용으로 쓰이는 값싼 천일염을 제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먹을 수 있을지 없을 지도 모르는 천일염을 최고의 소금으로 받아들이게 됐을까.

 

그것은 지자체와 연구기관이 만들어낸 날조된 신화가 아니었을까. 재래식 화장실이 옆에 놓여져 있고 그 옆에는 인부들이 신는 장화들이 걸려있고 염전에는 못에서 나오는 녹물이 흘러들어가는 그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그것도 장판을 깔고 그 위를 긁어 모아내는 소금을 어떻게 자연이 만들어낸 선물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전남보건환경연구원에서 비교 연구한 자료는 시료 채취 방법이 명쾌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는 것이 밝혀졌다. 즉 천일염은 염전에서 직접 채취한 걸 썼지만 정제염은 시중에 나온 상품을 시료로 썼다는 것. 오래 놔두면 미네랄 성분이 급격히 줄어드는 건 천일염이나 정제염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런 잘못된 시료 채취 방법을 통해 천일염의 미네랄 함량이 정제염의 몇 배라는 식의 발표는 잘못된 것이라는 것.

 

결국 천일염의 신화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탄생하고 미디어와 연구기관에 의해 부풀려졌다는 게 <SBS스페셜>이 말하려는 내용이다. 소금의 문제는 우리가 거의 매일 섭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국민건강을 책임져야할 국가기관들이 오히려 정치적 논리에 의해 비위생적이고 그 효능도 믿을 수 없는 천일염의 신화를 만들어냈다는 건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황교익은 뒤늦게나마 천일염의 실체를 알게 됐고 그래서 자신이 과거에 썼던 글에 대해 사과했다. 이것은 지금 미디어들이 해야 할 일이고, 정부기관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 성격상 단번에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마치 문제가 없는 것처럼 덮고 간다는 것은 또 하나의 안전 불감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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