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만 보이는 스텔라, 노출 마케팅의 함정

 

노출만 보지 마시고 다양한 시선으로 봐 주셨으면 한다.” 스텔라의 여섯 번째 싱글 떨려요언론 쇼케이스에서 막내인 전율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노출이라고 해서 너무 안 좋게만 보일까봐 사실 걱정이 된다.” “여자가 섹시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스텔라는 쇼케이스에서 줄곧 노출에 대한 우려와 입장을 드러냈다.

 


사진=디엔터테인먼트파스칼

쇼케이스에서 보여준 무대 역시 보이는 건 안무였다. 이미 여러 번 했기 때문에 이제는 식상할 만도 할 안무들이 이어졌다.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쑥 내밀고 가슴을 손으로 쓸어 모으는 듯한 동작들이 반복됐다. 아예 무대에 누워 유혹하는 듯한 자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노래가 끝났지만 무슨 노래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노출의상과 야릇한 동작들만 아른거릴 뿐이다.

 

스텔라의 뮤직비디오는 티저와 스틸컷이 올라온 것만으로도 그 파격적인 노출에 대한 논란이 터져 나왔다. 끈 팬티를 밖으로 드러낸 치파오 의상을 보여준 자켓 이미지가 논란을 일으켰고, ‘떨려요뮤직비디오에서는 전라처럼 중요부위만 가린 여성의 신체가 보여지기도 했다. 쇼케이스에 대해서는 이른바 엉밑살(엉덩이 밑의 살)’ 노출이 화제가 되고 있다.

 

노출만 보지 말라고 하지만, 그 말은 마치 노출을 보라는 말처럼 달리 들린다. 실제로 반라의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여성 신체의 중요 부위들이 춤 동작이라는 미명 하에 전시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노래가 귀에 들어올 리 만무다. 그것은 마치 선정적이기를 작정한 무대에서 배경음악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노출이 가진 양면성은 그 한계 또한 명확히 드러낸다. 물론 스텔라가 이런 화제가 되는 건 2011년 데뷔해 별다른 주목을 못 받다가 작년 마리오네트가 소개되고 나서부터다. ‘마리오네트는 그 노출과 선정성 때문에 세간에 논란을 일으켰다. 스텔라로서는 이런 결과가 무시 못 할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한번 과감하게 보여준 노출은 더 큰 자극을 요구한다. 그러니 파격은 계속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노출이 만들어내는 논란과 화제로 주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들의 걸 그룹으로서의 존재감을 만들어내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시선은 잡아끌었는데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노출은 그저 노출로서 끝날 뿐이다.

 

걸 그룹들이 여름철만 되면 저마다 노출을 콘셉트로 들고 나오는 건 이제 이상한 일도 아니게 되었다. 너도 나도 노출을 하다 보니 오히려 그렇지 않은 콘셉트가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노출을 해도 결국 살아남는 걸 그룹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음악적인 실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씨스타나 걸스데이, AOA, EXID 같은 걸 그룹을 보면 노출 콘셉트를 갖고 있어도 음악이 들린다. EXID위 아래가 음원차트 역주행을 한 건 그들의 파격적인 안무동작 때문이 아니다. AOA짧은 치마사뿐사뿐같은 곡이 대중들의 귀에 달라붙은 것 역시 마찬가지다.

 

스텔라에게서는 안타깝지만 그 노래가 들리지 않는다. 일단 나오기만 하면 노출 논란으로 시끄럽긴 한데 남는 음악이 없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스텔라의 절실함은 이해하지만, 그래서 일단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노출 또한 감수하는 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런데도 노래가 주목되지 않는 건 치명적이다. 이러니 노출만 보지 말라는 말이 이해가 갈 수 있겠는가.



차승원과는 사뭇 달랐던 이은우의 만재도

 

지금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PD는 깜짝 놀라 베니스 영화제까지 초청받아 갔다 오신 분이 아르바이트를 하냐며 되물었다. 그녀는 어색하게 시급을 받는데 조금 올랐다며 웃었다. 그녀는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로 주목받았던 여배우 이은우다. <SBS스페셜> ‘여배우와 만재도 여자편에서 이은우는 우리에게 <삼시세끼>로 잘 알려진 그 섬, 만재도로 들어갔다. 돌아올 기약도 없이.

 


'SBS스페셜(사진출처:SBS)'

그녀는 왜 목포에서도 뱃길로 다섯 시간 넘게 들어가야 하는 그 외딴 섬으로 들어갔을까. 아니 <SBS스페셜>은 왜 만재도에 굳이 여배우를 대동하고 들어갔을까. 그것은 만재도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의 그 삶을 그저 보여주기보다는 제대로 공감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은우라는 낯선 이방인이 들어서자 몇 안 되는 마을 주민들은 그녀를 신기하게 바라봤고 하다못해 마을의 개도 이방인을 향해 짖어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점점 섬사람들을 닮아갔다. 그들이 살아온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 신산한 삶을 들으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술 때문에 남편을 먼저 보냈다는 부녀회장님과 소주 한 잔을 하며 역시 술 때문에 아버지를 먼저 보낸 이은우는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비오는 날 비를 피하기는커녕 때맞춰 해야 할 밭일을 하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난 그녀는 할머니의 흙투성이 장화를 씻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물고기 맛을 들이면서 통발로 물고기를 잡고 그걸 척척 회를 떠먹는 모습은 영락없는 섬 여자처럼 보였다. 섬 여자들이 하는 주낙 작업을 하면서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밥을 먹고 살갑게 딸처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는 낯선 섬에 동화되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섬에서 수십 년을 끝없는 노동 속에서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아낸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그녀는 깊은 공감을 했다. 비바람에 파도가 몰아치고 때로는 바다가, 술이 남자들을 먼저 떠나보내도 그녀들은 거기 굳건히 서 있는 만재도처럼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살아내고 있었다.

 

여배우 이은우에게 그녀들의 삶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10년 동안 해온 여배우로서의 삶. 열심히 해왔지만 아직도 잘 보이지 않는 그 삶 속에서 이걸 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그녀. 베니스 영화제에서 호평까지 받았지만 제대로 상영도 되지 않은 영화. 그 복잡한 심사는 그 섬 마을에 사는 여자들의 삶 앞에서 조금은 위로받지 않았을까. 거센 파도 속에서도 물질을 하는 그분들을 통해 어떤 용기를 갖지 않았을까.

 

<삼시세끼>에서 차승원이 밟았던 만재도가 하나의 놀이터 같은 느낌을 주었다면 <SBS스페셜>이 이은우를 통해 들여다본 만재도의 삶은 거세고 억센 파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 힘겨운 삶 앞에서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여자들의 강인한 얼굴과, 오히려 힘겹기 때문에 더 피어나는 미소들은 그래서 이은우에게는 더 포근한 엄마의 품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섬을 빠져나오는 날, 이은우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이면서 동시에 힘겨운 자신의 삶에 대해 더 힘겨운 삶을 살고 계신 만재도 여자들이 전하는 위로이자 격려였을 것이다. 바리바리 챙겨주는 만재도 엄마들의 정은 이은우에 한껏 빙의될 수밖에 없었던 도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해주었다. 섬에 들어갔다 나오는 이은우는 마치 작품에 들어갔다 나오는 여배우를 닮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이은우에게서 꽤 괜찮은 여배우의 느낌을 갖게 된 건 그 섬 여자들과의 교감에서 어떤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일 게다



<복면가왕>,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는 재미라니

 

MBC <복면가왕>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주인공은 역시 김연우였다. 4연승을 거두며 무려 10주 동안 가왕 자리를 차지해왔던 클레오파트라. 물론 이미 대중들은 그가 김연우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시청자들은 그가 부르는 노래에 기꺼이 박수를 쳐주었다.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는 재미. <복면가왕>의 김연우는 그 심정적인 지지까지를 이끌어냈다.

 


'복면가왕(사진출처:MBC)'

마지막 무대의 노래가 된 한 오백년은 그가 10주 동안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던 이유와 근거를 보여주었다. 발라드에서 록은 물론이고 댄스에 민요, 창까지. 장르 불문 못하는 게 없는 그에게 연예인 패널은 도대체 못하는 게 뭐냐고 되물었고, 지상렬은 한 오백년을 들으며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난생 처음 하는 도전 때문에 명창 남상일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고 올라왔다는 그의 무대에 이윤석은 가왕을 넘어 가신의 경지를 보여줬다고 했고, 작곡가 김형석은 세션을 쓰지 않고 목소리 하나만으로 중압감을 견뎌낸그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사실 그대로였다. 일부러 민요를 해서 져줬다는 얘기는 그 무대의 완성도를 생각해보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안전한 선택이 아닌 도전을 보여줬을 뿐.

 

이제 새로운 가왕의 자리는 노래왕 퉁키에게 돌아갔다. 퉁키에서 김연우는 오랫동안 가왕 자리 유지해주시면서 좋은 노래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진심어린 마음을 전했다. 과연 그는 김연우가 만들어낸 <복면가왕> 열풍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첫 회에 이미 팬덤이 만들어진 퉁키는 김연우만큼 연전연승의 가능성이 높은 가수임에 틀림없다.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부른 퉁키는 노래만 잘 부르는 게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놀 줄 아는 여유까지 가진 인물이다. 그가 뜀박질을 하며 노래를 부르자 관객들은 함께 일어나 호응해주었다. 마치 콘서트장을 온 듯한 그 분위기는 퉁키의 팬덤 역시 김연우가 클레오파트라 가면을 통해 보여준 다양한 재미들을 예고하는 듯 했다.

 

벌써부터 퉁키가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리고 그러한 추정 역시 상당히 근거 있는 추측들이라고 여겨진다. 어찌 보면 이번에도 그 복면의 인물이 누구인가가 일찌감치 대중들에게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드러난다고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미 우리는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그의 정체가 김연우라는 걸 일찌감치 알면서도 그 노래에 푹 빠져버린 경험을 갖게 되었다. 가면을 벗으면 더 이상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것이 <복면가왕>의 룰이다. 그러니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게 된 건 그 노래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것은 마치 프로레슬링을 보는 듯한 재미를 닮아있다. 우리는 그 실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그 다이내믹한 동작들과 기술들을 보며 충분히 즐거워하지 않았던가. <복면가왕>의 스타일은 상당부분 반칙왕이나 타이거마스크같은 프로레슬링을 떠오르게 한다. 그들이 무대로 나오는 그 세트 역시 프로레슬링의 한 장면처럼 보이고, 무대 위에서의 한 판 승부도 마찬가지 스타일을 갖고 있다.

 

프로레슬링이 그러하듯이 <복면가왕>의 정체가 누구이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런 건 사실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 보다 중요한 건 복면이라는 장치 하나로 최고의 노래와 최고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 이미 어느 정도 정체가 드러났다고 해도 퉁키가 김연우의 평행이론을 그릴 것이라 예견하게 되는 건 그래서다. 정체나 결과에 상관없이 다음 주 퉁키가 어떤 무대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 '복면가왕'이 보인다면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박보영은 나봉선과 신순애라는 두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한다. 본래 나봉선은 소심하고 내성적인 인물이지만 그의 몸으로 들어온 귀신 신순애(김슬기)는 굉장히 적극적이며 자기감정 표현을 숨기지 않고 하는 인물이다. 그것은 적극적인 차원을 넘어서 심지어 엉큼하기까지한 모습이다. 그녀는 늘 셰프인 강선우(조정석)를 어떻게 자빠뜨릴까골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 나의 귀신님(사진출처:tvN)'

아마도 그것은 신순애의 성격이 들어간 것이겠지만, 그렇게 엉큼할 정도로 적극적인 건 그녀가 죽은 귀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녀귀신이라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다. 죽음을 경험한 그녀는 가끔씩 세상 다 산 사람같은 얘기를 꺼내놓는다. 뭐가 걱정이냐며,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데 오늘 맛있게 먹고 마시고 즐기며 행복을 누리는 것이 삶이 추구해야하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하고 또 그렇게 실천하려 한다.

 

이 신순애의 성격은 이 드라마가 가진 핵심적인 재미다. 그녀의 도발은 강선우를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들고 당황시킨다. 그것은 남녀 관계에 있어서도 또 셰프와 보조라는 직장 내 권력관계에 있어서도 역전된 모습이다. 그녀는 말로만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실제로 틈만 나면 강선우의 허벅지를 더듬는다. <시티헌터> 같은 만화에서 여자들만 보면 침을 질질 흘리고 코피를 터트리던 남자 주인공이 있었지만, 잘생긴 남자에게 이처럼 껄덕대는 여자 캐릭터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도발적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이 인물은 불편함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녀의 엉큼한 행동은 보는 이들을 빵빵 터트려주면서 동시에 그 귀여운 매력에 빠뜨린다. 많은 이들이 이것이 가능한 게 다름 아닌 박보영이라는 연기자 때문이라고 말한다.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박보영의 대체 불가 귀요미 이미지는 그녀가 그 어떤 엉큼한 짓을 해도 그 모든 걸 귀여운 짓으로 변화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생겨난다. 그녀가 그렇게 밝고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그녀의 외적인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성격 때문이라는 점이다. 나봉선은 첫 회에 그 본래의 성격으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별 매력이 느껴지지 않던 인물이었다. 소심하고 어눌하기까지 한 그녀는 심지어 답답한 캐릭터라 여겨졌었다. 하지만 김슬기가 연기하는 신순애라는 캐릭터가 빙의되면서 나봉선은 매력이 철철 넘치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박보영이라는 연기자의 매력은 그 외적인 것보다는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김슬기는 여러 연기를 통해 시원시원한 성격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역할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대체로 성격 좋은 주인공의 친구 역할이 그녀가 늘 맡던 역할이었다. 그녀는 그러면서도 자기만의 필모그래피를 확고하게 만들면서 성장해온 배우다. 그녀는 확실히 연기의 맛을 낼 줄 아는 연기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 친구 역할로 주로 출연하게 된 건 그녀의 외적인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외모 지상주의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단지 우리는 주인공이라고 하면 거기에 맞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상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연기를 잘하고 또 가능성도 확실히 많이 보이는 김슬기에게 이러한 선입견과 편견은 넘어야할 벽이 아닐 수 없다.

 

김슬기가 박보영에게 빙의되어 캐릭터가 완성되는 <오 나의 귀신님>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MBC <복면가왕>이 떠오른다면 거기서 연기자와 캐릭터 이미지 사이에 우리가 생각했던 편견과 선입견이 벗겨져나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박보영에 빙의된 김슬기가 비로소 박보영의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그 설정은 외적 이미지만큼 중요한 캐릭터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김슬기는 마치 박보영이라는 가면을 쓰고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보이고 있는 셈이니까.

 

물론 이건 드라마 속 캐릭터 설정의 이야기이지 박보영과 김슬기의 이야기는 아니다. 김슬기가 빙의한 박보영의 연기 또한 박보영이 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최소한 드라마의 설정이 주는 메시지는 읽을 수 있다. 김슬기가 빙의되지 않던 박보영이 별 매력을 보이지 못했던 것처럼, 외적 이미지는 내적 캐릭터를 만나지 않으면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적 이미지가 전부는 아니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느냐에 따라 연기자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김슬기는 우리가 막연히 외적 이미지로만 판단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배우다. 물론 이런 양자의 캐릭터를 모두 끌어안고도 매력이 철철 넘치는 박보영은 말할 것도 없다. <복면가왕>을 떠올리게 만드는 <오 나의 귀신님>은 그래서 연기자의 이미지와 캐릭터가 만나 만들어내는 매력이라는 것이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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