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세대에게 멜로보다 강력한 <미생>의 판타지

 

최근 들어 드라마 속 멜로는 왜 그렇게 시들해져버렸을까. 여전히 멜로가 들어가야 시청률을 담보한다는 방송사 드라마 기획자들의 진단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것은 늘 수치로서 분명한 결과를 보여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단순한 양적 시청률과는 무관하게 멜로는 외면받기도 한다. 각기 다른 계층의 남자와 여자가 만나 그 계층의 벽을 뛰어넘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적어도 이 시대에는 너무나 공허해진 이야기가 되었다.

 

'미생(사진출처:tvN)'

연애, 결혼, 출산’. 이 세 가지를 이미 포기한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시대에 통상적인 멜로는 마치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진통제가 되거나, 때로는 전혀 효과가 없는 엉뚱한 처방약처럼 보인다. 그래서 요즘은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현실이 아닌 TV 프로그램으로 대리 경험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마녀사냥>이 그렇고 <우리 결혼했어요>가 그러하며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육아 예능이 그렇다. 이를 다루는 멜로는 <밀회>처럼 그나마 사회적 의미를 덧붙였을 때만 잠깐 주목되는 어떤 것일 뿐, 이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함만 남았다.

 

<미생>이라는 대박 리메이크가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에서 방영되게 된 이유가 멜로를 굳이 넣지 않으려는 윤태호 작가의 의지때문이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흥미롭다. 윤태호 작가는 드라마라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멜로가 <미생>이 그리는 세계를 변질시킬 것을 저어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회사라는 살벌한 전쟁터에서의 삶에 멜로의 달콤함을 덧붙인다는 건 어딘지 맞지 않을뿐더러,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미생>에는 그래서 멜로가 없다. 장그래(임시완)와 안영이(강소라)의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감정의 공기는 있지만 그건 멜로라고 말하기 어렵다. 선차장(신은정)이라는 워킹맘에서 결혼과 출산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지만 그것은 멜로가 그리는 결혼과 출산의 달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비애가 그 인물이 그려내려는 결혼과 출산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것은 삼포세대와 동일한 입장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축복해주기는커녕 또냐?”고 인상을 찡그리는 게 우리네 직장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 멜로를 대치하는 더 강력한 관계가 <미생>에는 존재한다. 그것은 남녀 관계의 차원을 넘어선 인간관계의 이라고 할만하다. 장그래라는 사회 초년생이 어찌 어찌해 들어와 살게 되는 영업 3팀의 오과장(이성민)과 김대리(김대명)는 직장이라는 조직이 갖는 어쩔 수 없는 갈등들을 보여주면서도 마치 때론 형 같고 때론 삼촌 같은 훈훈한 공동체의 모습을 그려낸다. 오과장은 이 스펙 없는 장그래라는 청춘을 겉으로는 신뢰하지 못하고 밀어내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안타까워한다. 장그래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고 그 사실을 오과장이 알아주는 딱풀에피소드는 두 사람 사이의 밀당처럼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

 

<미생>이 직장을 꿈꾸는 이들이나 직장을 다니는 이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얻은 것은 회사라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의 노동(육체적 정신적 감정적)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시스템에 대한 이 작품의 태도 덕분이다. 이 작품은 아예 시스템 자체를 거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스템에 굴복하지도 않는다.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시스템이 가진 부조리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하지만 영업 3팀이라는 작은 공동체는 그 안에서도 나름대로의 작은 저항과 다독임을 통해 이 밥벌이로 치부되는 일터에 그만한 의미를 부여한다.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 건 다름 아닌 그 구성원들이다. 장그래와 오과장, 김대리가 엮어가는 회사생활 관계의 썸들은 그래서 그 어떤 비현실적인 멜로의 썸보다 우리의 시선을 잡아끈다. 오과장 같은 상사가 있다면, 장그래 같은 부하직원이 있다면 또 김대리 같은 중간 책임자가 있다면... 이런 상상을 하면서 그들 간에 벌어지는 관계의 성장은 그저 판타지라기보다는 도무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에 던지는 작은 대안이 아닐는지. 그런 점에서 장그래와 오과장은 요즘 드라마에서 가장 뜨거운 커플이다.

 

<보이후드>, 시간의 궤적을 담아낸 궁극의 영화

 

시간을 본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만일 이 느낌이 궁금하다면 <보이후드>라는 영화의 165분에 빠져볼 일이다. 이 영화는 특별한 극적 스토리라인을 그다지 발견할 수 없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성장기를 오롯이 들여다보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극중 메이슨 역할을 무려 12년 동안 연기해낸 엘라 콜트레인은 분명 시나리오에 있는 대로 연기를 한 것이지만, 이 영화 안에 자신의 소년시절을 그대로 담아냈다.

 

사진출처: 영화 <보이후드>

6살의 메이슨은 앳되고 밝은 얼굴의 엘라 콜트레인을 보여주지만, 12년 간 15분 남짓의 영화 분량을 찍기 위해 한 해에 3-4일 정도 만나 찍혀진 그 얼굴의 변화는 천진함에서 어둠과 우울을 거쳐 깊이가 조금씩 만들어지는 아이의 성장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물론 영화의 스토리가 엘라 콜트레인의 다큐는 아니지만 그 얼굴의 변화와 그 속에 담겨진 느낌은 한 소년의 진짜가 틀림없다. 거기에는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살아가면서 그 변화를 놓치기 마련인 시간이 남기고 간 궤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기적 같은 체험이다.

 

그렇게 들여다본 한 소년의 성장기란 어떤 것일까. 특별한 극적 내러티브를 사용하기보다는 그 정도 나이에 누구나 했음직한 고민들과 갈등들을 담담하게 영화는 풀어낸다. 엄마의 잇따른 결혼 실패와 의붓 아빠들의 폭력은 소년의 얼굴에 우수를 깃들게 만들고,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 그 고통과 아픔들은 소년의 내면 속에서 성장통으로 변모하며 삶의 의미를 물어보게 한다. 소년이 던지는 진지한 삶에 대한 질문은 그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본 관객에게는 결코 웃을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온다.

 

물론 그 아슬아슬한 성장기를 잡아주는 건 때론 친구 같고 때론 기댈 언덕 같은 친 아빠 메이슨 시니어(에단 호크)라는 소울 메이트 덕분이다. 이 영화를 찍은 리차트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선라이즈>를 함께 한 배우답게 에단 호크는 기꺼이 그 12년 세월의 흔적을 영화에 헌납했다. 고통을 수반하는 성장이 무에 그리 즐거울 일이 있을까. 하지만 그 성장에 햇볕을 주고 물을 주는 메이슨 시니어 같은 존재가 있기 때문에 소년이 청년이 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영화를 통해 발견하게 된다.

 

사실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본다는 건 그 자체로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드는 경험이다. 갑자기 떠난 신해철이 대학가요제 시절 무한궤도로 나와 그대에게를 부르는 옛 영상을 볼 때 느껴지는 것처럼, 또 그렇게 순수한 열정에 가득했던 그가 넥스트 같은 밴드로 돌아와 세상에 묵직한 메시지를 노래로 전달하는 그 변화의 과정을 보는 것처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누군가의 삶을 더 짧은 영상 속에서 한 눈에 바라보는 그 느낌에는 왠지 모를 서글픔과 놀라움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보이후드>는 바로 그 특별할 것 없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해지는 소년에서 청년으로의’ 12년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만일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이 궁금하다면 <보이후드>라는 한 소년의 앨범을 한번쯤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할 지도 모른다. 그 아무 것도 없다 여겨졌던 그 지나간 시간 속에서 어떤 기적 같은 힘을 보게 될 테니.

 

<나를 찾아줘>가 보여주는 기막힌 미국사회에 대한 통찰

 

미국식 막장이라는 표현은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에 온당할까. 아마도 끝없는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고, 숨겨졌던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져 나오며, 멀쩡했던 인물들이 끔찍할 정도로 변신하는 그 과정들이 우리네 막장 드라마를 떠올렸던 모양이다. 심지어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MBC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이유리)과 비교하기도 한다.

 

출처 : 영화 <나를 찾아줘>

하지만 한 마디로 얘기하면 <나를 찾아줘><왔다 장보리> 같은 우리네 막장드라마는 비교 불가다. 다만 그 속도감과 놀라운 반전에 반전이 유사하게 여겨질 뿐, <나를 찾아줘>라는 작품이 그려내는 세계의 밀도는 우리네 막장드라마들의 그 허술함과는 비교하기가 어렵다. 그것은 <나를 찾아줘>의 이러한 빠른 전개와 반전요소들이 그저 자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이 하려는 주제의식과 딱 맞아떨어지는 완성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찾아줘>는 평범하게 잘 살아가는 듯 보였던 부부 닉(벤 애플랙)과 그의 아내 에이미가 보여주는 거의 막장에 가까운 그네들의 연기적인 삶이다.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에이미 때문에 그녀를 찾아 나선 닉은 사랑하는 아내를 절절하게 찾고자 하는 남편처럼 보이지만 차츰 그와 그들의 부부생활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건이 전개되면서 점점 에이미의 실종은 마치 닉의 살인이라는 심증으로 흘러가는데, 이것은 이 2시간이 훌쩍 넘는 영화가 본격적인 반전을 만들어가는 데 거의 시작 부분에 해당할 뿐이다.

 

아주 담담하게 시작했는데 영화가 흘러가면서 점점 사건들이 중첩되고 그로인해 예측과 배반이 계속되는 이 흐름은 특별한 스펙타클 없이 이야기로만 흘러가는 이 긴 영화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이토록 이야기의 세계에 푹 빠지게 만드는 그 힘은 영화가 가진 놀라운 스토리텔링 능력 덕분이다. 영화는 한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나갔다가 그 지점에서 다시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틀어버리는데 대단히 능하고, 그것은 또한 작품이 말하려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놀랍기까지 하다.

 

영화가 반전을 모티브로 삼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는 스포일러에 해당되는 것일 게다. 하지만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이 영화는 연기하는 삶의 끔찍함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쇼윈도 부부라고 부르는 그 연기하는 삶이 어떻게 자본주의와 결탁하고 있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끔찍한 짓들이 자행되면서도 전혀 도덕적으로 둔감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영화의 제목이 <나를 찾아줘>라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도대체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삶. 그것은 이 영화의 극적인 전개만을 빼놓고 본다면 우리네 현대인들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 복잡한 삶 속에서 겉으론 멀쩡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잘 살아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본색이 숨겨진 채 연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지 않던가.

 

<나를 찾아줘>를 보면서 또 한 가지 떠오르는 건 미국이라는 사회가 가진 이중적인 얼굴이다. 겉으로 보면 미국(美國)’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나라의 외견을 보여주지만 어디 실체가 그런가. 로맨틱한 사랑의 이면에서도 쿨하다는 시대적 연기 강령을 가진 미국은 그 속에 자본의 욕망을 버리지 않는다. 사랑한다 하면서 모든 걸 제 손에 쥐고 통제하려는 욕망은 그래서 때로는 파괴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를 찾아줘>는 그래서 한 멀쩡해 보이는 부부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으로 미국 사회가 가진 이중적 얼굴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은 이제 미국식의 자본주의를 이식해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그리 낯선 문제가 아니다. 이 기막힌 미국사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영화가 막장이라고? 만일 이런 게 막장이라면 매일 보고 싶다.

 

화생방 닮은 '진짜사나이', 그 최루와 진정성 사이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여러 차례 해도 도무지 적응 안 되는 것이 화생방 훈련이라는 걸 잘 알 것이다. 물론 유격훈련이든 혹한기훈련이든 야전으로 나가기만 하면 늘 새롭게만 느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래도 이 눈물, 콧물 쏙 빼고 그 안에서 꼭 시키는 어머니의 마음을 부를 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라는 가사에서 울컥할 수밖에 없던 화생방 훈련의 추억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그래서일까. MBC <진짜사나이>여군특집으로 한껏 상승했다 빠져버린 기대감을 신병특집으로 이어가면서 부랴부랴 화생방 훈련의 추억을 끼워 넣었다. 역시 늘 봐도 어쩔 수 없는 그 짠함은 이번 신병특집에서도 여지없이 힘을 발휘했다. 파이터라는 이미지와는 상반되게 때때로 여성적인 면(?)을 보여주는 김동현은 화생방 교장 안에 가득한 CS가스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분리한 정화통이 끼워지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는 김동현을 돕겠다고 나선 임형준은 그러나 제대로 끼우지도 못해 오히려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아내 홍은희가 여군특집때 화생방 교장 안에서 의연하게 버티던 모습에 자극받은 유준상은 꿈틀대면 지는 거다라며 고통을 참아냈고, 그 와중에도 주변 훈련병들을 챙겨주는 자상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호기심에 들떴던 육성재는 훈련을 받고 나서는 할 것이 못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천식이 있어 자신은 정화통을 분리하고 다시 채우는 훈련에서 열외된 문희준은 동료들이 힘겨워하는데 자신은 함께 하지 못해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 말 때문에 울컥한 유준상이 눈시울을 붉히자, 그걸 본 임형준은 말문이 막혀 버렸고, 결국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동료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여군특집에서 굳건하게 버텨내던 홍은희와 김소연에게서 느껴졌던 그 뭉클함이 신병특집의 군대 복학생(?)들에게서도 똑같이 느껴졌다. 해병대를 나왔다는 김동현도, 그들이 훈련받고 있는 이기자 부대를 나온 유준상도 신병이라는 딱지를 받는 순간부터 이상하게 어리버리해지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임형준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적지 않은 나이들은 그 어리버리함마저 짠함으로 바꿔버린다.

 

그런데 궁금해지는 대목이 있다. 과연 이 뭉클함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군대를 다시 가 체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힘겨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청자 입장에서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본다는 것은 짠한 감정을 동반한다. ‘힘겨워도 포기하지 않고 애쓴다는 그 힘겨운 몸들의 언어들은 모든 몸 가진 자들의 똑같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억지로 짜낸 땀과 눈물, 콧물은 아닐까.

 

바로 이런 의구심이 고개를 드는 순간부터 <진짜사나이>가 주는 그 짠함과 뭉클함은 하나의 최루성의 신파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물론 그 안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연예인들은 그 노력하는 모습의 진정성이 분명 있다. 그들은 직업인으로서 방송인으로서 온 몸을 던져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거기 부재한 한 가지는 이런 눈물 콧물을 빼는 장면들을 보여주는 제작진의 진정성이다. 화생방 훈련이 한 번 보여질 때만 해도 마치 꼭 느껴봐야 할 군대 체험의 백미처럼 느껴졌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반복해서 계속 보여질 때 슬쩍 보이는 것은 역시 화생방의 고통을 드러내줘야 시청자들이 주목한다는 제작진의 학습효과다.

 

그래서 화생방 교장 안에서 눈물 콧물을 흘려대며 동료들을 챙기는 출연자들을 보면서 뭉클한 마음을 갖게 되다가도, 그 뭉클함이 혹시 저 교장 안에 퍼져 있는 CS가스 같은 자극을 통한 최루성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이것은 어쩌면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특징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군대라는 화생방 교장 속으로 들어가 사회에서의 안전한 방독면을 벗고 CS가스 같은 훈련들 속에서 땀과 눈물을 쏟아낸다. 그 최루와 진정성 사이. 그곳이 <진짜사나이>가 서 있는 곳이다. 그렇게 보면 왜 이 프로그램이 그토록 호평과 논란을 동시에 가져오고 있는가 하는 게 새삼 이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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