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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너머 남촌에는’, 이문화의 공존이 있다 새로운 전원드라마의 가능성, ‘산너머 남촌에는’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후속이라 하지만 ‘산너머 남촌에는’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전원드라마의 새로운 코드가 들어있다. 그것은 서로 다른 문화, 즉 이문화(異文化)의 공존이다. 전원드라마의 전범이라 할 ‘전원일기’가 고향을 떠나온 도시인들에게는 농촌의 따뜻한 정감을, 그리고 농촌에 사는 이들에게는 현실을 어루만졌다면,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는 전원도시로 변모해가는 우리네 농촌의 모습을 포착했다. 이어 방영되고 있는 ‘산 너머 남촌에는’은 농촌과 도시의 교감을 다루고 있다. 사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한계로 지목됐던 부분은 드라마가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농촌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농촌에 사는 현지인들 만을 대상으로 .. 더보기
담덕-호개 태왕경선, 당신이 지지하는 왕은? 또 다른 이름의 정치드라마, ‘태왕사신기’ 담덕(배용준)은 자신을 제거하려는 연가려(박상원)와 화천회 대장로(최민수)의 음모에 빠져 가우리검에 죽을 위기에 처한다. 가우리검은 심장을 찔러 하늘이 그 죄를 묻는다는 일종의 정치적인 장치라 할 수 있다. 함부로 죽일 수 없는 왕가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부족들이 고안한 장치. 담덕은 자신이 진짜 쥬신의 왕이 맞다면 하늘이 그걸 인정해줄 것이라며 칼 앞에 가슴을 열어제친다. 칼은 정확히 담덕의 심장을 꿰뚫지만 순간 신비로운 빛과 함께 담덕은 살아난다. 이런 일은 가우리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호개(윤태영)에게 쫓기던 담덕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현고(오광록)의 신물이 빛을 뿜으면서 시간을 멈춰놓는다. 눈 한 번 깜짝할 그 순간에 담덕은 자신을 보호하다.. 더보기
이상, 카프카 그리고 ‘M’ 대중문화 시대, 낯선 작품의 가치 이명세 감독의 새 영화, ‘M’이 떠올리게 하는 두 인물이 있다. 그것은 난해한 시와 소설로 당대 극단적인 평가를 받았던 천재적인 시인 이상과, 불우한 삶을 거름 삼아 전복적인 소설을 써냈던 카프카가 그들이다. 스토리로 보자면 결혼을 앞둔 민우(강동원)가 첫사랑이었지만 잊고있었던 무의식 속의 미미(이연희)를 떠올린다는 것이 전부. 하지만 이 단순한 스토리는 이명세라는 독특한 자의식을 만나 기묘하고 낯선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상, 질주하는 그들과 거울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로 시작하는 오감도의 첫 소절처럼 영화 ‘M’은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쫓고 쫓기는 긴박한 꿈에서 시작된다. 민우(강동원)는 먼저 도심의 거리에서 자신을 쫓는 알 수 없는 시선에 두려움을.. 더보기
계층갈등 드라마, ‘황금신부’ ‘황금신부’가 가진 두 가지 의미 ‘황금신부’라는 제목에는 두 가지 의미가 엿보인다. 그 첫 번째는 사랑이 그 첫 번째 조건이 되어야할 결혼에 ‘황금’이란 물질적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세태를 꼬집는 의미로서의 ‘황금신부’다. 드라마 상으로 봤을 때, 거기에 부합하는 캐릭터는 강력한 신분상승 욕구로 사랑마저 저버린 옥지영(최여진)이 될 것이다. 하지만 ‘황금신부’는 물질적 가치로서의 ‘황금’이 아닌 ‘황금처럼 귀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대단히 보수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할 것이지만 우렁각시 같은 남편 뒷바라지에 시부모 공경하는 신부라는 뜻의 ‘황금신부’를 뜻하기도 한다. 아마도 국내에서는 그런 캐릭터가 비현실적이라고 작가 스스로도 생각했던 모양이다. 여기에 맞는 캐릭터로 베트남에서 데려온 진주(이영아)를 .. 더보기
‘궁녀’와 ‘장미의 이름’, 유사점과 차이점 여성적 시각 돋보인 ‘궁녀’의 아쉬움 최근 개봉한 ‘궁녀’와 움베르토 에코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장미의 이름’은 여러 모로 닮았다. ‘장미의 이름’이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룬다면, ‘궁녀’는 궁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룬다. ‘장미의 이름’에서 사건을 다루는 윌리엄 신부(숀 코넬리)가 있다면 ‘궁녀’에는 내의녀인 천령(박진희)이 미궁의 사건을 조사한다. 윌리엄 신부에게 수련제자 아조(크리스찬 슬레이더)가 있었다면 천령에게는 숙영(한예린)이 있다. 무엇보다 유사한 점은 수도원과 궁이라는 이 두 공간이 주는 느낌이다. 먼 거리에서 봤을 때 신성한 장소로 생각되어온 이 공간으로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 곳은 기괴하고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야만의 공간이 된다. 주로 어둠 속에서 등에 의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