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아주 특별한 시청자 참여 토크쇼

'승승장구'의 시작과 끝은 MC가 아니라 방청객이 열고 닫는다. 이것은 어찌 보면 그저 간단한 오프닝과 클로징의 변형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토크쇼의 주인이 호스트나 게스트가 아니라 바로 시청자라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지금껏 토크쇼들은 게스트의 숨겨진 이야기를 끄집어내려 독한 질문도 불사하는 호스트와, 그 질문을 피해가며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얘기하려 하는 게스트의 전쟁터와 같았다. 문제는 이 양자가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호스트의 리드가 강하면 자칫 독설과 막말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았고, 게스트에 대한 배려가 강하면 자칫 홍보쇼로 전락하곤 했다. 결과는 시청자의 소외로 이어진다. 보고 싶지 않은 폭로성 이야기나 홍보성 이야기들을 억지로 듣고 있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승승장구'가 들고 온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은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에 어떤 균형점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 빨리 물어' 같은 코너는 먼저 출연자에 대해 알고 싶은 질문을 직접 시청자들에게 받아 정해진 시간 내에 질문을 대신 빨리 읽어주는 형식을 갖고 있다. 이른바 '승승돌'로 불리는 태연과 우영이 김소연이 출연했을 때, "아이리스 촬영 시 이병헌의 사탕키스를 본인도 해보고 싶은 적 있냐"는 질문이나 "솔직히 김태희보다 이쁘다고 생각해본 적 있냐" 같은 질문을 빠른 속도로 읽는 것. 물론 질문에 대해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청자가 출연자에 대해 어떤 점을 궁금해 하는 지를 알게 해주는 형식이다.

'승승장구'의 MC진들이 다양한 세대와 성별, 출신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은 이러한 다양한 질문들을 소화해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윤현준 PD는 "한두 명으로 국한된 MC가 다양한 수위의 질문을 하는 것은 부담을 준다"고 말한다. '승승장구'에는 질문에도 그 성격에 따라 각각 MC들이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최화정은 연륜에 맞게 조금 수위가 높은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때론 깊은 공감을 표해 출연자의 마음을 편안하게도 해준다. 김신영은 개그맨으로서 상황을 복기하거나 증폭시켜 웃음을 만들어내고, 우영과 태연은 소년 소녀 같은 풋풋함을 유지하며 그 세대의 궁금증을 대변해준다.

김승우는 메인 MC로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자신을 한껏 낮추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우영과 툭탁대면서 만들어진 '꽁승우'라는 별명은 토크쇼를 부드럽게 해주면서 세대를 넘어서는 토크 콤비의 탄생마저 예감케 한다. 이처럼 다양한 세대와 성별, 출신으로 진용을 갖춘 이유는 결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수위의 질문을 대변해주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MC들이 라디오 같은 매체를 통해서 편안하면서도 할 말은 다하는 '토크의 구력'을 갈고 닦아왔다는 점은 '승승장구'라는 토크쇼 특유의 편안함을 만들어낸다.

'승승장구'의 토크 중간에 갑자기 게스트의 지인을 출연시키는 '몰래온 손님'이란 코너 역시 게스트에 대한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또 다른 장치다. 호스트와 게스트만의 주고받는 대화가 갖는 차원에서 한 걸음 옆으로 나가, 지인을 통해 게스트의 이야기를 듣는다. 김소연의 '몰래온 손님'으로 바다가 출연해 김소연이 갖고 있는 숨겨진 엉뚱한 매력을 경험담으로 말하는 식이다. 이 '몰래온 손님'의 장점은 굳이 연예인이 아닌 코디나 매니저 같은 주변인물들도 출연해 식상함을 탈피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승승장구'의 특별한 코너인 '아주 특별한 약속-우리 지금 만나' 역시 시청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돋보이는 코너다. '스타가 ○○하면 나는 △△한다'는 이 형식은 스타의 미션을 제안하고 거기서 채택된 미션에 시청자도 참여미션을 제시해 특정 장소에서 만나 그 미션을 수행하는 코너다. 광화문 한 복판에서 김소연이 태권도를 하고, 그 옆에서 시청자 중 채택된 몇 명이 까나리 액젓에 시리얼을 말아 먹거나, '아이리스'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식이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의외의 해프닝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모두 시청자와 함께 한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승승장구'가 특별한 이유는 이처럼 시청자와의 참여를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그것이 완전히 새로운 장치들은 아니다. 이미 '상상플러스'가 초기 버전에서는 이른바 댓글을 통해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한 적이 있었고, '반갑다 친구야'가 의외의 지인을 토크쇼에 초대하는 형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승승장구'는 이런 기존 장치들을 가져와 자기들만의 색깔로 녹여내고 있다. 이것은 '승승장구'라는 밥상이 가진 특징이다. 어떤 토크쇼는 원하지 않는 밥숟갈을 억지로 시청자의 입에 들이밀기도 하고, 어떤 토크쇼는 강하기만 한 맛으로 시청자를 중독시키려 한다. 반면 '승승장구'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향해 다양한 상차림을 내는 것으로 오래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상을 제공하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 놓지 않는 '파스타'의 일과 사랑

'선덕여왕'의 독주가 끝나고 새롭게 시작된 월화극 삼파전에 '파스타'는 꼴찌로 시작했다. 장르적으로 보면 그것은 당연해 보였다. 사극 '제중원'이 당연히 시청률 1위를 할 것이고, 사회극의 성격을 가진 '공부의 신'이 그 다음을, 그리고 멜로드라마인 '파스타'가 마지막을 장식할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가 가진 힘에 의한 서열은 '공부의 신'이 앞서나가고 '제중원'이 뒤떨어지면서 무너졌다. 그 와중에 멜로드라마로서 '파스타'는 놀랄만한 힘을 보여주었다. 사극 '제중원'을 앞서나갔고, '공부의 신'이 종영하고는 드디어 시청률 20%를 넘기면서 수위에 올랐다.

최근 들어 멜로드라마는 그다지 시청률면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것은 멜로드라마들이 갖는 천편일률적인 삼각 사각 구도의 사랑타령이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멜로드라마가 그 특성으로 취해왔던 '운명적인 거창한 이야기'가 작금의 시청자들에게 그저 감정 과잉의 드라마로 인식되게 된 것은 가장 큰 멜로드라마의 한계로 지적되었다. 따라서 멜로드라마의 이야기구조는 사극 속으로 편입되거나, 가족드라마 속으로 들어가거나 전문직 장르 드라마 속에 끼워 넣어지는 상황에 도달했다. 멜로드라마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현실성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그 현실(리얼리티)을 확보하는 것으로서 '파스타'가 시도한 것은 일과 사랑을 적절히 엮는 것이었다. 그간의 멜로드라마들이 저마다 멋진 직업을 가져왔지만 직업과는 상관없이 남녀 간의 감정 게임에 몰두해왔다면, '파스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요리사라는 직업 속에서 그 일이 갖는 의미에 천착하면서도, 그것을 또한 사랑과 연결시키는 작업을 했다. 서유경(공효진)이라는 캐릭터가 기존 멜로드라마의 주인공과 다른 점은, 멜로의 주인공만이 아니라 전문직 장르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성장드라마가 갖는 개인적 성취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마치 전문직 장르드라마가 멜로드라마를 끼워 넣던 형국에서 거꾸로 멜로드라마가 전문직 장르드라마를 활용하는 방식처럼 보인다. '파스타'는 라스페라라는 파스타 전문점에서 요리사로 성장해가는 서유경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이 일에 대한 사랑은 새롭게 부임한 까칠한 셰프 최현욱(이선균)과의 사랑으로 연결된다. 라스페라의 주방은 이 일과 사랑이 동시에 얽혀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최현욱의 호언장담처럼 "내 주방에 여자는 없다"고 말한 그 곳에서 조금씩 그 선을 넘어서는 멜로는 그만큼 달콤해지고, 서열이 엄격한 주방에서 조금씩 인정받아가는 서유경의 일은 그만큼 흐뭇해진다.

결국 '파스타'가 보통의 멜로드라마들이 겪던 침체의 길을 걷지 않고 끝까지 힘을 유지하면서 막판 뒷심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일과 사랑을 엮으면서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멜로드라마는 후반부에 이르면 이미 결정된 결말을 향해 달려가기 마련이지만, '파스타'는 공개적인 연인 선언을 한 이후에도 라스페라라는 공간 속에서 살얼음을 걷는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것은 어쩌면 '커피 프린스 1호점' 이후부터 새롭게 고개를 들고 있는 '전문직이 있는 청춘멜로'의 경향으로 보이기도 한다. '외과의사 봉달희' 같은 멜로가 섞인 전문직 장르드라마는, 이제 '파스타' 같은 전문직의 리얼리티를 살려낸 멜로드라마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더러운 세상, '제중원'과 '추노'의 동상이몽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박성광이 개그콘서트에서 외친 이 말은 이제 유행어가 됐다. 반 농담처럼 앞에 각자의 답답한 심사를 수식어로 붙이고 "~하는 더러운 세상!"이라 말하면 빵빵 터지는 세상이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 유행어는 작금의 세상에 대한 불만, 특히 힘 있는 자는 잘되고 힘 없는 자는 안되는,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은 더 못 사는, 게다가 이것이 태생적으로 결정되고, 빈부에 따른 교육에 의해 확정되는 세상에 대한 불만을 담아낸다.

올 초부터 일련의 사극들이 저마다 천민의 삶에 집중하면서 어떤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작금의 세상이 점점 벌어지는 '삶의 격차'에 대해 그만큼 민감해져 있음을 실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중원'이 구한말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추노'가 병자호란 이후의 극심한 혼란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유는 그 시기가 모두 신분의 격변기였기 때문이다. '제중원'은 천민 백정으로 한계 지워지는 더러운 세상에 태어나 의사가 되는 신분 상승의 사극이며, '추노'는 반대로 천민으로 전락한 자들이 '더러운 세상'과 저마다 부딪치는 사극이다. '제중원'이 긍정의 드라마라면, '추노'는 부정의 드라마다.

'제중원'은 백정과 양반이 다른 동네에서 살아가는 조선사회에 선교사 알렌을 등장시켜, 양반 백정이 똑같은 의생의 제복을 입고 의학을 공부할 수 있는 제중원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변화의 가능성이다. 이미 왕은 서양 문물에 호의적이며 어떤 면에서는 이 계급사회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석란(한혜진)에게 "정진하라"고 왕이 말하는 장면은 조선사회에서 여성에게까지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일을 권장한다는 측면에서 파격적이다.

이미 '제중원'이 그리는 시대는 양반 상놈의 계급 구조가 흔들리고 있었고, 중인으로서 역관인 유희서(김갑수) 같은 인물이 왕과 독대하는 시대였다. 따라서 이 백정이 의사가 되는 성장과정에 주목하는 '제중원'이, 성장 또한 태생이나 배경으로 결정되어버리는 작금의 상황에 어떤 판타지를 제공한다는 것은 놀라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시대는 어쩌면 거꾸로 흘러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더 그 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추노'로 가면 천민이 양반이 되는 성장의 판타지 따위는 사라진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건 수 세기의 세월을 건너왔지만 또다시 마주하게 되는 절망적인 현실이다. "사극은 과거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그리는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곽정환 감독은 '추노'라는 수 세기 전에 벌어졌음직한 이야기 모티브를 통해 작금의 상황을 다차원적으로 들여다본다. 그것을 쳐다보고 있는 것은 잔혹한 현실을 바라보는 것만큼 힘겹다.

송태하(오지호)와 이대길(장혁)이 서로 칼과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는 장면은 이 사극이 가진 비극성을 잘 드러내준다. 송태하는 "왕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려는 것"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인물이며, 이대길은 한 때 종이었던 혜원(이다해)을 사랑하며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 꿨던 인물이다. 하지만 송태하는 혜원이 종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아직까지 잘 모르고 있으며, 이대길은 절망 속에서 그 꿈을 묻어둔 지 오래다. 그러니 그들은 정작 자신이 칼을 겨눠야 할 장본인을 찾지 못한다. 이대길이 송태하를 잡아오고, 그런 이대길을 이경식(김응수)이 다시 잡아들이는 설정은 토사구팽의 전형을 보여준다. 토끼와 사냥개는 어쩌면 같은 옥사에서 자신들이 싸워야 될 공통의 적, 즉 사냥꾼을 찾게 될 지도 모른다.

송태하와 이대길이 전락한 위치에서 자신들의 적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을 때, 그 명확한 적을 보여주는 인물들은 상놈의 세상을 만든다는 취지로 모인 노비들의 모임이다. 그들은 업복이(공형진)를 저격수로 세워 '더러운 세상'을 만들어낸 양반놈들을 저격한다. 그런데 여기서 업복이의 의구심은 이 사극이 단지 '세상을 전복하는 낭만적인 혁명의 판타지'를 꿈꾸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업복이(공형진)는 초복이(민지아)와 함께 밤길을 걸으며 묻는다. "양반 상놈이 뒤집어지는 세상보다 양반 상놈 없는 세상이 더 나은 것 아니냐"고.

업복의 말은 이상적이지만 그것이 어찌 쉬울까. 그 말에 초복은 "그것도 좋지만 그 전에 (자신과 가족이 당했던) 복수는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것은 감정을 가진 인간이면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마음일 것이다. 혁명이 어려운 것은 뜻을 모으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모인 뜻에 인간의 감정과 욕망이 뒤섞이기 때문이라고 '추노'는 말하는 듯 하다.

가까운 과거를 다루는 '제중원'에서 판타지를 느끼고, 더 먼 과거를 다루는 '추노'에서 오히려 작금의 현실을 느끼는 상황은 어딘지 잘못되어 있다. 그것은 마치 세상은 점점 나아지지 않고, 그대로이거나 악화되고 있고, 그래서 더더욱 판타지에 열광하게 되는 '역행하는 시대'를 거기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젊은 세대들에게 G세대라고 일컬으며 그 영광의 판타지를 일반화하는 동안, 한편에서는 여전히 취업의 문 앞에서 좌절하고, 그 문 안에서도 88만원의 비정규직으로 살얼음판을 걸어가야 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천민 취급 받는 세대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파스타'의 서유경, 그녀가 사랑받는 이유

'파스타'의 서유경(공효진)이라는 캐릭터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의 고은찬(윤은혜) 같은 순정만화 속 신데렐라가 아니다. 물론 쉐프 최현욱(이선균)의 사랑을 받지만,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삶을 의탁하는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그렇다고 서유경이 엣지 있는 '스타일'의 박기자(김혜수) 같은 캐리어 우먼을 대변하는 공격적인 캐릭터도 아니다. 그녀는 이제 막 3년 간의 주방보조에서 벗어나 프라이팬을 쥔 막내 요리사일 뿐이다.

서유경이라는 캐릭터는 바로 이 신데렐라와 캐리어 우먼 사이에 서 있는 존재다. 이것은 그녀가 주로 보여주는 얼굴 표정에서 드러난다. 그녀는 조금 억울한 듯 막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자주 보여준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다. 그녀는 아주 작은 일, 예를 들면 자신의 라커에 김산(알렉스) 사장이 몰래 붙여놓는 선인장 사진을 발견하거나, 버럭 쉐프의 작은 인정에도 활짝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녀는 자기감정에 그만큼 솔직하다. 최현욱에 대한 호감을 그녀는 숨기지 않는다. 쉐프가 기지를 발휘해 전 사장인 설준석(이성민)의 모함으로부터 그녀를 벗어나게 해주었을 때, 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최현욱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내가 미쳤나봐"하고 부끄러워한다. 자기감정을 숨길 수 없을 만큼 솔직하고 밝은 면모는 보는 이를 절로 웃음 짓게 만든다.

일과 사랑을 다루는 청춘 멜로드라마인 '파스타'가 풋풋한 느낌을 주는 것은 서유경이라는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캐릭터는 일에 있어서는 당당하고, 사랑에 있어서는 솔직하다. 흥미로운 것은 그렇다고 이 캐릭터가 일에 있어서 프로페셔널이거나, 사랑에 있어서 능수능란한 여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녀는 일과 사랑 둘 다 출발선상에 서 있다. 이처럼 어리숙한 그녀가 도대체 남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이유는 무얼까.

그것은 서유경이라는 청춘이 갖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 때문이다. 그녀는 주방에 들어서면 쉐프의 말에 고개 숙이는 저자세를 보이지만, 그것을 오히려 약으로 받아들인다. 배움과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라 생각하는 것. 그녀는 자신에게 도래할 미래의 성장을 굳게 믿고 있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는 모습은 최현욱이 이태리로 함께 떠나자는 제안을 거부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상대방(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의 의지에 의해 움직이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모습은 서유경이 얼마나 큰 자존감을 갖고 있는 여성인가를 말해준다.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한다면, '파스타'의 라스페라는 어쩌면 현실 사회의 축소판인지도 모른다. 이제 막 사회로 진입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의 모습을, 주방보조 3년을 지내고 나서야(이것은 꼭 인턴 같은 비정규직을 말하는 것만 같다) 비로소 프라이팬을 쥐는 서유경을 통해 발견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까. 그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당당하고 밝고 솔직한 그녀를 보면서 어떤 통쾌함을 느끼는 것은. 신데렐라 같은 판타지를 거부하고, 그렇다고 세상과 싸우는 여전사의 험난하기만 한 길에서도 벗어난 서유경에게서 행복하고픈 젊은 청춘의 자화상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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