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유연석의 일상선택, 기대감 커진 이유

 

또 다른 의학드라마인가?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제목을 통해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율제병원이라는 종합병원이 등장하고 주인공들도 의사들이며 환자들과 얽힌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그러니 의학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신원호 PD의 전작이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감옥 소재의 장르물처럼 보이면서도 전혀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첫 회부터 그 색다른 지점을 보여준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은 율제병원 회장 아들인 정원(유연석)이다. 여러모로 이 드라마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정원은 첫 회에 부친상으로 자신이 병원 회장 막내라는 사실이 장례식장에 모인 친구들에게 드러난다. 병원에서는 회장을 대신할 인물로 줄줄이 신부, 수녀의 길을 간 형들 누나 대신 5남매 중 막내인 정원을 꼽지만, 그의 선택은 의외다. 그는 그 자리를 주종수(김갑수)에게 선선이 내주며 대신 VIP 병동의 운영과 관리를 맡겨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후에 밝혀진 일이지만 정원이 그렇게 한 건 VIP 병동에서 막대한 수익이 나온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수익은 이미 키다리아저씨로 병원비가 없어 발을 동동 굴리는 환자를 돕고 있는 데 보태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VIP 병동을 위한 의사들로 의대 동기들인 익준(조정석), 준완(정경호), 석형(김대명), 송화(전미도)를 거액의 연봉을 주고 채용한다. 즉 정원은 병원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이나 부 같은 거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애초 신부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줄줄이 형과 누나가 신부, 수녀가 되면서 자신은 의사가 됐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환자의 사정에 몰입하는 자신이 의사와는 맞지 않는다 한탄하고 매해 신부인 맏형(성동일)을 찾아와 “때려 치우겠다”고 선언한다. 그럴 때마다 형은 듣는 둥 마는 둥 음식에만 관심을 쏟으며 심드렁하게 말해준다. “1년만 더 해보라”고.

 

정원의 이런 성향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그려나갈 이야기가 흔한 의학드라마들의 클리셰와는 다르다는 걸 말해준다. 우리네 의학드라마들은 크게 두 가지 사안들을 소재로 다룬 바 있다. 그 하나는 <하얀거탑>처럼 병원 내 권력 구도의 대결을 다루는 소재이고, 다른 하나는 <뉴하트>나 <닥터스>처럼 환자들과의 사연을 중심으로 다루는 휴먼드라마적인 의학드라마 소재이다.

 

하지만 정원은 권력에도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엄청난 수술 능력을 가진 채 환자의 생명을 구해내는 그런 의사도 아니다. 그는 다소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의사들과 달리 타인의 아픔을 제 일처럼 공감하는 보통 사람의 따뜻한 심장을 갖고 있고, 그러면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좋은 평범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성향은 끼리끼리 모이게 된 정원의 친구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보이는 면들이다. 즉 VIP 병동에 의사로 스카우트 하려는 정원의 제안에 대해 ‘밴드를 다시 하자’고 한다거나, 그 밴드에서 보컬을 하게 해준다면 합류하겠다는 이들의 조건이 그렇다. 이들은 연봉 같은 현실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아주 일상적인 자신들의 취미나 자잘한 생활에서 오는 즐거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신원호 PD는 감방이라는 낯선 공간에서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 역시 일상을 살아간다는 걸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 바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공간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마찬가지의 시선이 느껴진다.

 

삶이 치열해질수록 우리는 왜 이렇게 경쟁적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그래서 굉장한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가는 일이 결코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걸 실감하곤 한다. 이 드라마 속 5인방 절친들이 그려나갈, 때론 쉽지 않은 병원생활 속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고, 때론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 모습은 그래서 그 어떤 거창한 성공과 성장드라마보다 기대가 큰 면이 있다. 병원 밖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잔잔하지만 묵직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니.(사진:tvN)

손님 덜 받고 가격 올려라...‘골목식당’ 백종원의 현실적 솔루션

 

이번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공릉동 기찻길 골목편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마무리되었다. 방송이 종료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미진함을 털어내기 위해 다시 찾아간 공릉동 가게들은 끝까지 그 진정성을 보여줬다.

 

삼겹구이집은 백종원이 고등어구이를 대체할 새로운 메뉴로 제시했던 1인 김치찜을 완성시켰다. 다시 찾은 삼겹구이집 사장님은 그간의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안 좋아졌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집은 백종원이 이야기하면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놀라운 실천력을 보여준 집이었다. 사골분말과 멸치가루를 같이 써서 깔끔한 맛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쌀뜨물로 육수를 대체함으로서 백종원은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야채곱창집은 노력에 노력을 더해 불맛을 내기는 했지만 백종원이 했던 만큼의 맛을 내지 못해 속상해했다. 결국 다시 찾아온 백종원은 또 다시 불향을 내는 방법을 직접 시연해 보여주면서 한 번에 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힘들어하는 만큼 계속 음식 맛은 좋아질 거라는 덕담을 해주었다.

 

이번 편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백반집은 방송 이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본래 점심영업시간이 3시면 끝나야 했지만 1시간 반이 더 소요되어 4시 반에 끝난 백반집. 백종원이 찾아가 보니 단 일주일만에 백반집 사장님과 딸은 눈에 띄게 살이 빠져 있었다. 중간에 손님을 잘라야 하는데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그걸 쉽게 허락하기 어려운 탓이었다.

 

하지만 애써 괜찮다고 더 어려울 때도 잘 버텼다고 말하는 백반집 사장님에게 백종원은 강한 어조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다. 그렇게 하다가는 체력이 버티지 못한다는 것. 결국 장사는 마라톤이라며 오는 손님들을 다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래 가는 게 중요하다”고 백종원은 말했다.

 

그것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었다. 점점 체력이 소모되면 쉬는 날도 들쭉날쭉해지고 힘에 부쳐 그것이 음식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거였다. 그러면 그건 다시 좋지 않은 손님들의 평가로 이어져 결국 음식점이 오래갈 수 없게 만든다는 것. 백종원은 장사도 장사지만 우선 건강과 체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또 백종원은 다시 한 번 가격에 대해 재고할 것을 조언했다. 이런 백반 상차림에 6천원이라는 건 너무 낮은 가격이라는 것이었다.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퍼주는 건 좋지만 가게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는 거였다. 그것 역시 이런 백반집이 더 오래도록 장사를 했으면 하는 백종원의 바람이 담긴 조언이었다.

 

지금껏 백종원이 해왔던 솔루션을 보면 음식 맛을 유지하기 위해 숙달될 때까지 손님을 덜 받으라는 얘기는 많았지만, 체력 유지와 더 오래 장사를 하기 위해 손님을 덜 받으란 이야기는 별로 한 적이 없다. 또 가격에 있어서도 내리라고 한 적은 있지만 올리라 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백반집의 손님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그 마음이 백종원의 조언도 바꿔놓은 것이다. 손님 덜 받고 가격 올리라는 그 현실조언에 시청자들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사진:SBS)

'방법'은 성동일에게 씌운 악귀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진종현은 포레스트로 몸을 옮겨가려는 거였어.” tvN 월화드라마 <방법>은 왜 진종현(성동일)이 운영하는 SNS회사 이름이 포레스트인지, 그 회사가 크게 된 것이 ‘저주의 숲’이라는 서비스 때문이었는지 그리고 포레스트의 로고는 왜 나무 형상과 스티그마타의 형상을 본따고 있는지를 드러냈다.

 

포레스트는 ‘저주의 숲’을 의미하는 것이고 로고는 그 숲과 동시에 진종현, 백소진(정지소)의 손에 새겨진 스티그마타 형상의 상처가 담긴 것이었다. 진종현이 ‘저주의 숲’에 올라온 저주들을 프린트해 마치 열매를 달 듯 걸어놓는 나무 역시 그 상징물이었다. 진종현에게 들어간 악귀가 포레스트라는 저주의 숲으로 몸을 옮기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주의 숲에 올라온 무수한 저주의 대상들이 거기 찍혀진 동의에 의해 방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임진희(엄지원)와 정성준(정문성) 모두 그 저주의 숲에 올라온 저주 대상이다. 이제 한두 명을 대상으로 하는 방법(저주)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 전개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그 대상 속에 임진희와 정성준도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드라마에 극적 긴장감을 높여 놓는다.

 

사실 <방법>이 그려내는 세계는 현실적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그 세계의 룰을 설명하는 일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탁정훈(고규필) 같은 민속학 교수 캐릭터는 중요하다. 그는 악귀가 어떻게 몸을 옮겨가고 그 대상이 인간보다는 물건이나 자연물 등에 더 깃들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것이 더 오래 영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탁정훈은 방법이 통하지 않게 만드는 악귀가 든 귀불의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귀불 옆에서는 방법이 통하지 않지만, 그걸 없애기 위해서는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 귀불이 저주하려는 대상을 찾아 먼저 저주하면 귀불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단서는 저주의 숲에 올라와 있는 임진희가 백소진에게 방법을 부탁하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법의 대상이 될 때 주도권을 잡아 역공을 하려는 것일 게다.

 

중요한 건 탁정훈의 이런 설명을 통해 소개되는 이 세계의 룰이 비현실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납득되는 이유다. 그것은 누군가를 방법하거나 방법을 막거나, 악귀가 들리거나 옮겨가는 그 일련의 이 세계가 가진 룰들이 우리네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와 저주의 확산과 그 결과들을 은유하는 것처럼 설정되어 있어서다.

 

포레스트라는 회사가 SNS를 통해 ‘저주의 숲’을 운영하고, 진종현에게 든 악귀가 그 숲으로 몸을 옮겨 불특정다수를 방법한다는 설정은 그래서 여러모로 우리네 SNS를 타고 번져나가는 혐오와 그로 인해 실제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방법>을 그런 혐오 사회가 갖는 폭력을 ‘방법’이라는 초현실적인 소재를 가져와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방법>을 보고 있으면 그 초현실적인 대결을 통해서도 어떤 현실적인 실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안에도 존재할 수 있는 ‘저주의 숲’을 생각하게 되고, 어떤 상황이 터졌을 때 저도 모르게 SNS를 통해 누군가를 방법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건 어쩌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의 위협보다 더 무서운 감염병은 아닐는지.(사진:tvN)

‘미스터트롯’, 막강해진 팬덤 이젠 제작 전반까지 들여다본다

 

잘 나가는 프로그램의 유명세일까. 아니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일까. TV조선 오디션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에 임영웅 편애 논란이 터졌다. 논란을 촉발시킨 건 담당작가의 SNS였다. 임영웅의 노래가 음원사이트에 진입한 걸 축하는 내용의 그 SNS에서 ‘장하다 내새끼’ 같은 해시태그가 발단이 됐다.

 

제작진은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며 입장을 발표했다. 즉 임영웅을 편애하는 내용이 아니라 곡이 차트에 들어가게 된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건 사실일 게다. 흔히 방송 프로그램에서 ‘내새끼’라는 표현은 자주 등장하는 출연자들에게 쓰이곤 한다. 그만큼 고맙고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지만 그렇다고 그 특정 출연자를 편애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제작진 역시 이런 오해가 발생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즉 결승전 방송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이런 SNS 자체를 조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또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여러 명의 작가가 참가자들을 각각 1대1로 담당,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한 작가가 자신이 담당하는 가수에 애정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런 마음을 해당 프로그램의 작가로서 SNS에 게재하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부적절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편애설과 함께 프로그램 상의 자막이나 편집 심지어는 분량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결승을 향해 달려갈 때 생겨나는 잡음들일 수 있다. 제작진이 기계가 아닌 이상 출연자들의 분량을 완벽하게 맞춰서 내보내기는 어렵다. 그건 또한 방송의 재미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다.

 

자막이나 편집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필수적인 양념이 되었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맞춰진 <미스터트롯>의 자막과 편집은 상대적으로 커다란 폰트의 글들이 화면 가득 채워지기도 하고, 특정 장면들은 심지어 서너 번씩 반복적으로 편집되어 보여지면서 강조점을 찍기도 한다. 그건 그 출연자들의 무대가 가진 묘미와 매력을 극대화해서 전해주려는 제작진의 노력이지만, 모든 출연자들의 형평성을 잣대로 세우면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초중반까지는 그다지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 점점 결승을 향해 달려갈 때, 별 문제되지 않던 자막, 편집, 분량 나아가 제작진의 사소한 SNS까지 문제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어떻게 편집되느냐에 따라 현장이 아닌 방송을 통해 보는 시청자들의 문자투표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강력한 팬덤이 개입한다. 초반에는 생기지 않던 팬덤이 후반으로 갈수록 확고해지고, 이들은 심지어 문자투표 독려 같은 ‘활동’까지 하게 된다. 각자 지지하는 출연자가 조금이라도 박대를 받는다 싶으면 그건 ‘논란’으로도 쉽게 비화된다. 애정이 커질수록 방송을 보는 눈초리는 더 예리해진다. 제작 전반까지 들여다볼 정도로.

 

<미스터트롯>에 갑자기 불거진 편애설은 하나의 해프닝이다. 하지만 이 해프닝을 제작진들은 좀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건 팬덤들이 이제 눈에 불을 켜고 방송 전반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적절한 소재와 기획의도를 가지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형식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강력함을 만들어내는 팬덤의 ‘관여 욕구’는 작은 것에도 주의를 요구하게 만든다.(사진:TV조선)

+ Recent posts